사내 칼럼
  • [특파원 칼럼] 엔저로 드러난 일본 경제의 ‘부실함’을 닮아 갈 것인가/김진아 도쿄 특파원

    [특파원 칼럼] 엔저로 드러난 일본 경제의 ‘부실함’을 닮아 갈 것인가/김진아 도쿄 특파원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에 있는 ‘가토커피’라는 카페는 커피맛으로 현지인뿐만 아니라 한국인 관광객에게도 유명한 곳이다. 특히 이곳은 테이크아웃용 커피를 환율에 따라 판매하는데, 예컨대 S사이즈 커피 한 잔을 1달러에 파는 이벤트로 더욱 유명세를 탔다. 최근 가토커피가 일본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올해 들어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급격하게 하락하면서 1달러 커피가 연일 역대 최고가를 기록해서다. 엔달러 환율이 지난달 20일 32년 만에 150엔대를 돌파하자 21일 S사이즈 커피를 세금 포함 162엔(약 1552원)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주니치신문은 “엔달러 환율이 70엔(670원)대였던 2011년 7월~2012년 1월만 해도 이 카페를 찾는 손님이 ‘이렇게 저렴해서 괜찮을까’라고 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그때와 비교하면 10년 사이 커피값이 두 배 이상 뛰었으니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엔화 가치 하락과 물가 상승의 사소한 예시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커피를 비롯해 평소 사 먹는 식음료들의 가격이 야금야금 올랐다. 이를 합쳐 생각하면 일본에서 받아들이는 물가 상승의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 ‘물가도 임금도 오르지 않는 일본’이라는 공식
  • [김균미 칼럼] 40대 인도계 영국 총리와 다양성의 해법/김균미 논설고문

    [김균미 칼럼] 40대 인도계 영국 총리와 다양성의 해법/김균미 논설고문

    영국의 ‘얼굴’이 바뀌었다. 30대 중반부터 12년에 걸쳐 재무차관, 교육장관, 법무장관, 외무장관 등을 두루 지낸 리즈 트러스(47) 총리가 부자 감세를 골자로 한 재정정책의 실패로 지난 25일 취임 49일 만에 사임했다. 영국 역사상 최단기 총리다. 후임 보수당 대표 겸 총리에 오른 리시 수낵은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고 다닌다. 먼저 인도계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영국 역사상 첫 비(非)백인 총리다. 힌두교를 믿는 첫 영국 총리다. 42세인 수낵은 210년 만에 최연소 총리라는 기록도 세웠다. 왕실보다 부자인 첫 총리다. 더타임스가 발표한 올해 영국 부자 명단에서 수낵 총리 부부는 소유한 자산이 7억 3000만 파운드(약 1조 2045억원)로 222위에 오른 슈퍼리치다. 자산 대부분은 인도 정보기술(IT) 대기업 인포시스 창업자의 딸인 부인이 보유한 회사 지분이다. 술은 입에도 대지 않는 코카콜라 마니아다.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와 비교해 ‘영국의 오바마’로 불리는 수낵은 1980년 의사 아버지와 약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명문 사립고교와 옥스퍼드대, 미국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등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거쳤다. 헤지펀드 파트너로 일하
  • [2030 세대] 그의 열매로 그들을 알 것이라 하지만/김현집 공군사관학교 교수부 역사·철학과

    [2030 세대] 그의 열매로 그들을 알 것이라 하지만/김현집 공군사관학교 교수부 역사·철학과

    철학을 읽거나, 글을 생각하거나, 음악을 고민하거나, 강의를 준비할 때, 그리고 내 미래를 생각할 때 나는 결과보다 과정, 즉 결과를 만들어 내는 재료와 방법에 관심을 두는 편이다. 결과가 두근거리는 한 ‘점’에 불과하다면 그 이전의 준비 시간은 길고 넓기 때문에, 그리고 양으로만 따져도 삶의 대부분은 준비이자 과정이기에, 나는 아직은 결과에 집착하지 않으려 한다. 뒤돌아봤을 때 그 어떤 성과도 없다면 오싹하겠지만 말이다. 아직 DVD를 빌리던 시절에 영화보다도 ‘스페셜 에디션’에 부록으로 있는 영화를 만드는 과정의 다큐멘터리나 인터뷰를 즐겨 보았던 기억이 있다. 셰익스피어 책 가운데 왼쪽에는 연극 대본이, 오른쪽에는 해설이 있는 판본이 있었는데 해설 부분을 더 재밌게 읽은 기억도 있다. 그런 이유로 창조적이기보다는 주석을 달고 해석하는 수준 이상으로 성장하지 못할까 두려워하기도 했다. ‘결과’는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낯설어진다. 남의 생각, 남의 글, 남의 인생 같다. 하지만 과정에 대한 생각은 흥미롭게도 늘 친근하다. 오래전 메모해 둔 ‘좋은 예술에 대한 생각’은 더이상 동의하지 않아도 고민했단 것 자체로도 애착이 간다. 끝나지 않은 고민이기 때문이다.
  • [박철현의 이방사회] SPC 그룹의 착각/일본 테츠야공무점 대표

    [박철현의 이방사회] SPC 그룹의 착각/일본 테츠야공무점 대표

    민주주의 법치국가는 사회 구성원의 자유를 대폭 허용하되 그 자유가 지나쳐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갖가지 시스템을 도입한다. 법률에서부터 지자체의 조례안, 나아가 넓은 의미로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암묵적으로 동의한 ‘상식’도 이 범주에 들어간다. 그런데 징역에서부터 벌금까지 죄목별로 처벌 조항까지 담은 법률이나 조례안과 달리 상식이라는 규범은 실체가 애매하다. ‘상식’이라는 것 자체가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개념인 데다 기본적으로 구성원들의 ‘선의’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떤 상황에 부닥쳤을 때 각자가 느끼는 ‘선의’가 제각각인지라 구성원 모두가 동의하는 공통의 무언가를 끄집어 내는 작업은 힘이 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토론을 거친다. 공청회나 회의 같은 것을 질색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이상 어쩔 수 없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나온 시스템들은, 대개의 경우 개인의 자유를 조금 침해하긴 하지만 사회 전체적으론 ‘상식적’으로 동의할 만한 수준에서 만들어진다. 예를 들면 은행의 대기표가 그렇다. 내가 어렸을 때는 은행에 대기표가 없었다. 그래서 항상 혼잡했고, 창구 직원을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들은 먼저
  • [마감 후] 타인의 죽음을 대하는 태도/홍인기 사회부 기자

    [마감 후] 타인의 죽음을 대하는 태도/홍인기 사회부 기자

    타인의 죽음은 때로는 전혀 상관없는 이들의 일상을 파고든다.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일대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로 154명이 목숨을 잃었다. 핼러윈 축제를 앞두고 10만명의 인파가 몰린 이태원은 차마 눈 뜨고 보지 못할 참상의 현장이 됐다. 2014년 304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 이후 가장 많은 인명 피해 사고다. 압사 사고로는 역대 최다 피해자를 기록했다. 참사 당시 폭 3.2m, 길이 40m의 좁은 골목에는 쓰러진 사람이 겹겹이 쌓였다. 상황은 긴박했지만 통제 불능 인파에 안일한 시민의식, 미비했던 안전 조치로 피해는 커졌다. 참사 현장 인근에는 누군가 놓고 간 국화꽃이 쌓였고, 온라인에서도 추모와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대다수 사회 구성원들은 예정됐던 행사, 공연, 축제를 취소하고 안타까운 사고를 함께 슬퍼하고 있다. 참사 직후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도 공지 사항이 올라왔다. “간밤에 뉴스를 보면서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가족을 잃은 슬픔, 고통의 시간을 보내는 누군가가 있을 텐데, 이런 시점에 핼러윈 행사를 한다는 것은 어른으로서 또 부모로서 올바른 교육이 아닌 것 같습니다. 미리 준비해 주신 부모님께는 죄송하다는 말씀
  • [데스크 시각] 국민이 정치를 걱정해서야/김미경 정치부장

    [데스크 시각] 국민이 정치를 걱정해서야/김미경 정치부장

    최근 동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똘똘한 초등학생 아이가 이렇게 물었다. “욕을 얼마나 잘해야 정치인이 될 수 있나요?” 아이 손을 잡고 있던 할머니는 당황하며 “기자 양반, 얘가 요즘 TV에서 국회의원들 간 고성을 듣고 하는 말이니 신경쓰지 마세요”라고 했다. 순간 얼굴이 달아올랐다. 이달 초 정치부로 옮겼으니 말이다. 지난 몇 주간 국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목도한 상황을 이 아이도 봤다는 말인가. 정치부로 오랜만에 간다니 주변 사람들의 안부 연락이 많았다. SNS 등을 통해 전해 온 의견의 대부분은 대한민국 정치가 바른길로 가도록 역할을 해 달라는 것이었다. 특히 대통령실과 여의도 정치권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언제부터 국민이 이렇게 정치를 걱정하게 됐나.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라는 3고 경제위기에 밥상물가 걱정이 태산인데 거기에 정치가 걱정거리를 더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정치가 엉망인데 말초신경 자극하는 기사 말고 본질에 정면으로 다가서는 기사를 기대하겠다’는 지인의 조언을 가슴에 새긴 지 5주째, 이에 부응하겠다는 결심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니 큰일이다.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에 이어 한반도 안보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는 7차
  • [손정혜의 어쩌다 법정] 8촌 이내 혼인, 일률적 혼인무효는 위헌이다/법무법인 혜명 변호사

    [손정혜의 어쩌다 법정] 8촌 이내 혼인, 일률적 혼인무효는 위헌이다/법무법인 혜명 변호사

    최근 8촌 이내 혈족 간 혼인을 금지하고, 이를 혼인 무효사유로 규정한 민법조항과 관련해 혼인금지 조항은 합헌이나 혼인을 무효로 보는 것은 위헌으로 헌법 불합치라는 판단이 나왔습니다. 헌재는 근친혼 금지 조항은 ‘근친혼으로 인해 가까운 혈족 사이의 상호관계 및 역할, 지위와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방지하고 가족제도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며, 근친혼 가능성은 혈족 사이에 성적 갈등, 착취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그 입법 목적이 정당하다’고 판시하면서도 금지된 혼인이라도 일률적으로 무효라고 하면 ‘가족제도 기능 유지’라는 본래의 입법 목적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돼 위헌이라고 판단했고 입법 공백을 방지하기 위해 오는 2024년 12월 31일까지만 법률의 효력을 존속시키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것입니다. 특히 혼인 이후 부부간 권리·의무 이행이 이미 이루어졌고, 자녀를 출산했는데 근친혼이라는 이유만으로 처음부터 무효로 본다면 자녀는 ‘혼외자’가 돼 그 법적 지위가 불안정해지고 일방이 ‘축출이혼’시키는 일이 발생할 수 있는 우려를 지적한 것입니다. 이 사건 헌법소원을 청구한 갑은 2016년 을과 혼인하고 수년을 같이 살았는데 이후 을이
  • [세종로의 아침] 이청용 때문에/홍지민 문화체육부 전문기자

    [세종로의 아침] 이청용 때문에/홍지민 문화체육부 전문기자

    나이를 먹으면 눈물이 많아진다고 하지만 나이 때문은 아니다. 백세 시대라는데 그 절반도 못 살았거니와, 고백하자면 원래 눈물이 많은 체질이다. 영화 주인공이 아니라 악당이 죽어도 눈물을 흘리곤 한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 자주 눈물을 훔치는 나를 보고 신기해하던 아내는 이제 그러려니 하는 눈치다. 그런 나였지만 꽤 오래전부터 눈이 건조해졌다고 느끼고 있던 터였다. 얼마 전 한 스포츠 관련 행사장을 찾았다가 왈칵 눈물을 쏟았다. 올해 국내 프로축구를 결산하는 K리그 대상 시상식 자리였다. 여느 때와 크게 다를 바 없었던 시상식이었는데 한 선수의 수상 소감이 눈물 꼭지가 됐다. K리그1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이청용이었다. 울산 현대의 주장인 그는 팀이 17년 만에 K리그 정상에 서는 데 중심이 됐다. 그의 수상 소감은 MVP를 놓고 경쟁했던 다른 팀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 달라 요청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또 같은 팀 후배를 한번 치켜세운 뒤 감독, 코칭 스태프, 동료, 구단주, 팬 그리고 아내와 딸 등 가족에서 감사 인사를 전한다. 아, 가족 이야기는 언제나 치트키다. 가족 이야기에 코끝이 한 번 시큰해졌다. 그래도 잘 넘어갔다 싶었는데 예상하지 못한 묵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재에서 재로/이윤설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재에서 재로/이윤설

    재에서 재로/이윤설 꿈에 당신이 찾아온 어제는 둘이 서먹하니 마루에 앉아 있습니다 빈 쟁반의 보름달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습니다 당신이 내 옆에 가까이 있어 본 지도 하도 오래되었는데, 내가 부른 것도 아닌데 나는 용서받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늘엔 미워 불러볼 이름 하나 없이 맑고 잡초 자란 마당가에 우리 둘이 소복하니 무덤처럼 앉아 말없이 백 년 동안 한 얘길 하고 또 하며 당신이 용서받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지러지는 달의 얼굴이 소금처럼 소슬하고 짠 빛으로 와서 우리의 식은 재를 만져 보는 것이었습니다 이렇듯 가벼이 고운 가루인 줄 몰랐을 때도 있었습니다 조용히 산이 마루로 다가와 당신을 보자기에 싸듯 덮어 달쪽으로 데려가도록 나는 꿈에도 오지 않을 것을 알았습니다 용서가 그런 줄 알게 되었습니다 명동의 허름한 고깃집에서 시인에게 볼멘소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주먹 쥐고 덤비는데, 먼저 웃는 사람을 당해 낼 도리가 없지요. 싸우기도 전에 용서받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때 시인은 제 등을 두어 번인가 쓸어 주면서 밥 위에 고기를 올려 주었던가요. 이제 와 몇 줄의 글로 면죄받으려는 마음이 못내 아쉽습니다. 그에게 보
  • [마감 후] 구룡마을 주민들의 무게/박재홍 전국부 기자

    [마감 후] 구룡마을 주민들의 무게/박재홍 전국부 기자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중학교 주변을 둘러싼 아파트 래미안블레스티지는 총 23개동, 2000가구에 달하는 대단지다. 개포주공아파트 2단지를 재건축해 2019년 2월 입주했다. 새 아파트답게 아파트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헬스장과 실내골프연습장, 수영장까지 갖춰져 있다. 공공임대주택을 제외하고 가장 작은 평형 81㎡(24평)의 최근 거래인 7월 매매가는 21억원이다. 평당 1억원에 달한다. 래미안블레스티지 앞 양재대로를 사이에 두고 반대편엔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포장되지 않은 흙바닥으로 된 언덕을 걸어 올라가면 나무합판으로 벽을 만들고 슬레이트판으로 지붕을 덧댄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입구에서 조금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한 사람이 지나기도 힘든 좁은 길 사이에 십여 채의 판잣집이 대문을 마주 보고 있다. 구룡마을에는 이런 집들이 모두 606가구, 총 1100여명이 살고 있다. 이 중에는 어르신들은 물론 좁은 골목길에서 뛰어노는 아이들도 포함돼 있다. 이들이 구룡마을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곳이 보금자리이기 때문이다. 구룡마을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도심 내 무허가 건물에 살던 이들이 도시 재정비로 쫓겨나 모여들면서 형성됐다. 199
  • [전의찬의 탄소중립 특강(22)] 탄소중립 성공의 핵심기술, CCUS/탄소중립위원회 기후변화위원장

    [전의찬의 탄소중립 특강(22)] 탄소중립 성공의 핵심기술, CCUS/탄소중립위원회 기후변화위원장

    CCUS는 CCS(탄소포집저장)와 CCU(탄소포집이용)를 의미한다. CCS는 화석연료 또는 연소가스에서 이산화탄소(CO2)를 분리, 운송, 저장해 대기로부터 장기간 격리하는 공법이며, CCU는 CO2를 격리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거나 다른 물질로 전환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근래에는 두 기술을 함께 지칭하는 CCUS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IPCC ‘1.5℃ 특별보고서’는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로 제한하기 위한 시나리오에 CCUS를 포함시켰으며, 유럽연합(EU)의 경우에도 CCS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기후변화 대응 장기 전략에 포함했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CCUS 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현실이다. CCUS의 핵심인 CO2 포집기술에는 연소 전 포집, 연소 중 포집, 연소 후 포집 기술이 있다. ‘연소 전 CO2 포집’은 석탄가스화 과정 또는 천연가스 개질을 통해 연소를 거치지 않고 CO2를 포집하고 수소(H2)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연소 중 포집’은 순 산소 연소를 통해 배기가스에서 수증기를 분리해 CO2를 포집하는 방법이다. ‘연소 후 포집’은 화석연료 연소 후 배기가스에 포함된 CO2를 흡수제로 선택적으로 포집하는 기술로서 습식 포집,
  • [데스크 시각] 장애인 청년은 왜 몸을 던졌나/유영규 기획취재부장

    [데스크 시각] 장애인 청년은 왜 몸을 던졌나/유영규 기획취재부장

    “고통보다 오래가는 것은 이 무심한 세계의 지속이다.”(은유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중) 지난달 20일 점심시간을 맞은 서울 무교동 식당가. ‘빌딩 옥상에서 사람이 뛰어내렸다’는 소리에 거리가 술렁였다. 출동한 경찰이 구경꾼들을 밀어내며 폴리스라인을 쳤다. 이날 오전 11시 54분쯤 장애를 가진 20대 청년 O가 예금보험공사 옥상에서 몸을 던졌다. 숨진 사람은 고용노동부 대체인력뱅크를 통해 예보에 파견된 계약직 직원이었다. 정규직이 육아휴직이나 병가를 내 갑자기 업무 공백이 생기면 장애인들이 파견돼 구멍을 막는 식이었는데, 청년은 예보에 배치된 지 나흘 만에 비극적인 선택을 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옥상 폐쇄회로(CC)TV에는 청년의 주저흔이 남아 있었다. 뭔가를 고민하듯 10여분간 옥상 여기저기에 발자국을 남기며 서성이는 모습이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됐고 한 달여가 지났지만, 여전히 O가 왜 극단적 선택을 해야 했는지 설명할 수 있는 이는 없다. “장례식장은 어느 부서가 챙겼는지 모르겠네요. 정확히 아는 것이 없어요. 제 소관도 아니고요.” “출근한 지 4일 된 친구였어요. 안된 일이지만 회사가 따로 준비한 보상은 없는 걸로 압니다.”
  •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배신의 계절/우석대 명예교수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배신의 계절/우석대 명예교수

    일본 언론인 도쿠토미 소호(徳富蘇峰ㆍ1863~1957)는 한때 자유·민권·평화의 옹호자였다가 청일전쟁 이후 군국주의자로 변절해 정부의 칙임참사관 감투를 쓴다. 너무나도 노골적인 변신이어서 정치학자 마루야마 마사오는 이를 메이지(明治) 사상사의 가장 극적인 장면이라고 평가했다. 도쿠토미는 ‘식민지 조선의 정신적 초대 총독’ 또는 ‘일본 군국주의의 괴벨스’라고도 불린다. 초대 조선 총독 데라우치 마사다케와 막역한 사이로 사실상 식민지 조선의 언론 정책 총책임자였다. 데라우치에게 식민정책을 조언하는 정책보좌관 역할을 맡았다. 데라우치의 조선 통치 시책은 도쿠토미의 머리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악명 높은 ‘민족동화정책’도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 그가 식민지 조선의 언론 감독을 위해 ‘꼬붕’(子分)으로 박아 둔 인물이 아베 미쓰이에(阿部忠家ㆍ1862~1936)였고, 아베의 눈에 띄어 중용(重用)된 식민지 지식인 청년이 바로 춘원 이광수(1892~1950)다. 이광수는 24살 되던 1916년 독립투쟁 주동자들을 파렴치한 강도 무리로 매도하는 글을 매일신보에 실었고, 이 글 한 편으로 출세길에 오른다. 이광수의 문재(文才)를 알아본 아베는 동화정책의 하수인으로
  • [특파원 칼럼] 한국식 민주주의와 중국 특색 사회주의/류지영 베이징 특파원

    [특파원 칼럼] 한국식 민주주의와 중국 특색 사회주의/류지영 베이징 특파원

    “침략자들로부터 우리의 자유를 지켜야 합니다. 큰 자유를 지키려면 작은 자유는 일시적으로 희생하거나 절제할 줄 알아야 하죠. 침략자들은 우리 내부에 허점이 생기기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누릴 것을 다 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지 못하는 ‘환상적 낭만주의자’라고 하지 않을 수 없어요.” 신냉전에 돌입한 작금의 안보 위기를 강조하는 듯한 이 내용은 언뜻 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 지은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나온 애국 발언 같다. 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4년 10월 1일 국군의 날에 한 연설 내용이다. 당시 3선 개헌(1969년)도 모자라 국회를 해산하고 제3공화국 헌법까지 정지시킨 ‘10월 유신’(1972년)을 정당화하려던 말이다. 시 주석은 지난 2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20기 1중전회에서 당 총서기와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으로 재선출돼 ‘1인 천하’의 집권 3기를 열었다. 최고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7명)는 ‘시진핑계’가 독식했다. 그간 경쟁 파벌이던 상하이방(상하이 출신 정재계 인맥)과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은 권부에서 제거됐다. 이제 그 누구도 시 주
  • [황성기 칼럼] 땡감 같은 ‘친일 국방’의 뒷맛/논설고문

    [황성기 칼럼] 땡감 같은 ‘친일 국방’의 뒷맛/논설고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친일 국방’ 여진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이 발언에 놀란 건 출범 2개월의 이 대표가 윤석열 정권 5개월 만에 친일 프레임을 꺼낸 게 너무 빨랐지 않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2024년 4월 총선을 앞둔 시점이라면 모를까, 한미일 군사훈련에 느닷없이 친일·반일 프레임을 들이댄 것은 사법 리스크가 본격화한 이 대표가 그만큼 급해서였을 것이다. 20대 대선을 4개월 앞둔 작년 11월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윤석열 후보의 1961년 돌상에 있던 화폐가 일본 엔화라며 “돌잔치에 엔화가 놓였을 정도로 일본과 가까운 유복한 연세대 교수의 아들로 태어난 윤석열씨는 갑의 위치에서 살다가 다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 뭘 하겠다고 하며 공정과 상식을 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때는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후보가 윤 후보에게 7% 포인트 차로 뒤지고 있었다. 물론 돌상의 화폐는 이내 우리의 천환(원)짜리로 밝혀졌다. 해방 후 77년이 흘렀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좌파 진영의 전가보도는 친일 프레임이다. 보수 진영을 친일로 공격하면 지지층에 더해 일부 중도의 지지를 얻는다는 계산이 빗나간 적은 별로 없다. 실제 여론은 친일 국방 발언을 상당수 지
  • [유정훈의 간 맞추기] 그 길을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변호사

    [유정훈의 간 맞추기] 그 길을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변호사

    변호사 시험 응시자는 자기가 다닌 로스쿨을 시험장으로 배정받아 시험을 치를 수 있는데, 장애인이 응시할 수 있는 시험장은 특정한 2곳으로 제한됐다고 한다. 여러 경로로 문제가 제기됐고, 법무부는 지난 21일 설명자료를 통해 내년 변호사 시험부터 중증 장애인 응시자 전원을 희망하는 시험장으로 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장애인의 응시 장소를 제한하는 것은 정당한 사유가 없고 장애인차별금지법 및 장애인복지법에 어긋난다. 법적 문제를 떠나 이 사건은 소수자가 직면하는 상황을 잘 드러낸다. 다른 사람은 생각할 일조차 없는 차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야 하고, 나흘에 걸쳐 종일 진행되는 변호사 시험을 희망 시험장이 아닌 곳에서 치르는 것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구절절 설명해야 한다. 이미 법제화돼 지키기만 하면 되는 문제도 거듭 요구를 해야 겨우 들어주는 상황에서 그렇지 않은 사항은 훨씬 어려움이 클 것이라는 건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지난 1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예지 의원은 “제가 시각장애를 앓고 있을까요, 시각장애가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했는데, 이에 대해 이석형 언론중재위원장은 “앓는다”고 답변했다. 김 의원은 틀렸다고 지적하며 전에는 장애
  • [2030 세대] 정치적 올바름과 표현의 자유/한승혜 작가

    [2030 세대] 정치적 올바름과 표현의 자유/한승혜 작가

    고전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는 동양인이 한 명 등장한다. 바로 주인공 홀리의 윗집에 사는 일본인 ‘미스터 유니오시’다. 영화 속 유니오시의 비중이 크지는 않다. 홀리가 소란을 일으킬 때마다 뛰쳐나와 항의를 하는 것이 전부. 짜증을 내며 우스꽝스럽게 항의하는 유니오시와 이를 전혀 개의치 않는 홀리의 대조적인 모습은 영화 속 팽팽한 긴장을 늦추는 동시에 보는 이들을 웃음 짓게 만든다. 말하자면 약방의 감초 같은 역할이랄까. 하지만 1962년에 만들어진 이 영화를 오늘날 다시 개봉한다면 여러모로 논란이 될 것이다. 툭 튀어나온 앞니와 치켜올라간 두 눈, 촌스러운 헤어스타일에서부터 문법에 맞지 않는 이상한 액센트의 영어, 사회성이 없고 융통성이 부족한 사고방식을 드러내는 행동에 이르기까지. 유니오시의 캐릭터는 과거 서양인이 생각하던 동양인의 스테레오타입을 그대로 담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잣대로 옛 영화를 새삼 꼬집으려는 건 아니다. 다만 고전 문학이나 영상 작품에서 유니오시처럼 무신경하게 다루어지는 동양인 캐릭터를 마주하다 보면, 분위기가 얼마나 달라졌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유니오시 같은 인물이 웃음코드로 사용되고 그에 대해 아무도 불만을 제기하지 않
  • [마감 후] 언더도그가 다크호스가 되려면/김동현 문화체육부 차장

    [마감 후] 언더도그가 다크호스가 되려면/김동현 문화체육부 차장

    ‘개싸움에서 밑에 깔린 개’를 뜻하는 ‘언더도그’(underdog)는 스포츠에서 이길 확률이 적은 팀이나 선수를 뜻한다. 한마디로 ‘약자’다. 사람들에겐 이런 약자를 응원하고픈 마음이 있다. 그래서 ‘언더도그효과’가 나타난다. 1948년 미국 대선 당시 여론조사에서 뒤지던 해리 트루먼 민주당 후보가 토머스 듀이 공화당 후보를 제치고 당선된 후 많이 사용된다. 그런데 언더도그효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그냥 약자를 응원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대부분 약팀을 응원하는 사람도 혹시나 언더도그가 이기거나, 지더라도 끝까지 선전하는 모습을 보여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는다. 결국 자신의 응원하는 팀이 언더도그에서 ‘다크호스’(뜻밖의 강력한 경쟁 상대)로 변신하기를 기대한다는 뜻이다. 물론 모든 언더도그가 다크호스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객관적으로 열세인 전력을 뒤집기 위한 특별한 무엇이 필요하다. 그게 없다면 언더도그는 그냥 언더도그다. 올 시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내셔널리그(NL) 디비전시리즈에서 최강 LA 다저스와의 대결에서 보여 준 모습은 어떻게 해야 언더도그가 다크호스가 되는 것인가를 제대로 보여 줬다. 올 시즌 정규 리그에서
  • [박상현의 테크/미디어/사회] 나이키를 바꾼 건 소비자였다… SPC의 약속, 끝까지 감시하라/오터레터 발행인

    [박상현의 테크/미디어/사회] 나이키를 바꾼 건 소비자였다… SPC의 약속, 끝까지 감시하라/오터레터 발행인

    2013년 4월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에서 약 20㎞ 떨어진 사바르에서 8층 건물이 무너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우리나라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떠올리게 하는 이 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무려 1134명이고 부상자는 2500명에 달한다. 현대사에서 최악의 구조물 붕괴 사고로 기록된 이 사고는 건물의 불법 구조 변경 등 각종 비리가 얽혀 만들어 낸 전형적인 인재(人災)였다. 이렇게 많은 사상자가 난 이유는 무너진 건물(라나 플라자)이 의류 공장으로 수천 명의 노동자들이 밀집된 공간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거대한 공장에서는 프라다와 구찌, 베르사체, 몽클레어, 베네통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의 제품을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 내로라하는 브랜드가 망라된 이 공장에서 한 기업만은 찾을 수 없었다. 세계 1위의 의류업체인 나이키다. 자사의 고가 제품들이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브랜드들은 쏟아지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지만 나이키는 ‘열외’가 돼 브랜드 이미지를 지킬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우연히 주어진 행운이 아니었다. 선진국의 유명 의류 브랜드가 자국에서 옷을 만들어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시절은 오래전에 끝났고, 세계화의
  • [데스크 시각] 쌀이 코끼리다, 제발 코끼리 좀 생각해 줘/홍희경 세종취재본부 부장

    [데스크 시각] 쌀이 코끼리다, 제발 코끼리 좀 생각해 줘/홍희경 세종취재본부 부장

    가을 모기가 극성이다. 덕분에 몇 번을 깼다. 아이들은 깨는 대신 이불을 둘둘 만다. 땀이 송송 맺혔다. 넣어 두었던 전자모기향을 다시 꺼냈다. 금세 윙 소리가 잦아들자 아이들은 이불을 차 냈다. 송송 맺혔던 땀이 식는다. 현장 정책도 이렇게 되면 좋겠다. 가을에도 모기가 있구나라고 문제는 담백하게 인정한다. 모기향을 찾으며 해결에 집중한다. 모기가 사라진 뒤에는 이불을 차 내고 다음 단계를 준비한다. 그렇게 사회의 회복력이 한 뼘씩 자란다. 그렇게 작동하면 좋겠다. 아쉽게도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거꾸로 가고 있다. 지난 수요일 야당은 개정안의 상임위 통과를 강행했다. 목표량보다 3% 이상 초과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매입하는 내용이다. 벼에 한해선 정부가 다 사주겠다는 법안이다. 그렇게 된다면 벼농사를 계속 지어야 한다. 그게 농민의 합리적인 경제적 선택이 된다. 흉년이 들면 햅쌀값이 비싸지니 이득이다. 풍년이 들면 정부가 다 사 준다. 벼농사 농민은 더이상 날씨 걱정을 안 해도 되겠다. 개인이 아닌 정책에선 얘기가 다르다. 개정안은 비합리적 정책이다. 1인당 쌀 소비량은 1985년 128.1㎏에서 지난해 56.9㎏로 줄었다. 그래도 쌀 공급을 부추기겠다는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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