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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프레카리아트/황비웅 논설위원

    [씨줄날줄] 프레카리아트/황비웅 논설위원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 청년 노동자 전태일이 이렇게 구호를 외치며 자신의 몸에 휘발유를 끼얹고 불을 붙인 1970년 11월 13일 그의 나이는 불과 22세였다. 그가 일했던 청계천 평화시장 여공들의 노동 현실은 실로 참혹했다. 오전 8시부터 밤 11시까지 먼지 구덩이 속에서 노동하며 얻는 것은 폐병뿐이었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고자 고군분투했던 그는 결국 분신을 택했다. 세월이 흘러 노동조건은 점차 개선됐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사태 이후 비정규직이 신분이 불안한 노동계층으로 등장했다. 비정규직이 점차 늘면서 2007년에는 ‘88만원 세대’라는 용어가 유행처럼 번졌다. 대학을 나오고도 비정규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노동시장을 떠도는 20~30대를 꼬집은 표현이다. 경제학자 우석훈과 기자 출신 블로거 박권일이 공동 집필한 ‘88만원 세대’에서 시작됐다. ‘88만원’은 당시 우리나라 비정규직의 평균 임금이었던 119만원에 20대의 평균 소득 비율 74퍼센트를 곱해서 산출했다. 또다시 세월이 흐른 지금 노동조건은 얼마나 나아졌을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뒤 소득불평등이 심화되면서 ‘고용 없는 성장’이 등장했다. 노
  • [씨줄날줄] 웹툰의 가치/박현갑 논설위원

    [씨줄날줄] 웹툰의 가치/박현갑 논설위원

    ‘이끼’, ‘내부자들’, ‘김비서가 왜 그럴까’, ‘구르미 그린 달빛’. 앞의 두 작품은 웹툰이고 나머지 두 작품은 웹소설로 모두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져 흥행에 성공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웹 콘텐츠 시장에서 지식재산권 가치 사슬의 위력을 보여 준 대표적 사례다. 200만명의 독자를 사로잡은 웹소설로 카카오에서 웹툰으로 연재되면서 다시 600만명의 독자를 모았다. 이후 드라마로 만들어져 150억원 이상의 수익을 냈다. 드라마 인기는 원작 웹소설・웹툰의 독자 확대로 이어졌고 누적 매출액 100억원을 올리며 해외로 판권이 수출되기도 했다. 웹툰이나 웹소설은 긴 글 읽기를 싫어하는 젊은세대들의 콘텐츠 소비성향에 맞게 편당 100원 안팎의 이용료로 볼 수 있는 연재물이다. 편당 3~5분으로 구성된 수백회 이상의 정기 연재가 기본이다. 완결성은 물론 다음 편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는 스토리 구성이 성공 포인트다. 웹 콘텐츠 시장은 네이버 등 인터넷 플랫폼에서 콘텐츠 연재를 본격화하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웹툰은 1조 8290억원(2022년 기준), 웹소설은 1조 390억원(2021년 기준)의 매출을 냈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갖춘
  • [씨줄날줄] 대형마트 의무휴업/전경하 논설위원

    [씨줄날줄] 대형마트 의무휴업/전경하 논설위원

    유통산업발전법에는 대규모 점포의 영업시간 제한 규정이 있다. 2012년에 도입됐다. 지방자치단체는 한 달에 두 번 의무휴업일을 지정해야 한다. 또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을 제한할 수 있다. 의무휴업 때는 매장을 활용하는 행위, 예컨대 매장에서 포장하거나 물건을 배달하는 행위도 일절 안 된다. 의무휴업일은 공휴일 가운데 지정하는 게 원칙이지만 이해당사자와 합의하면 평일도 가능하다. 대구시가 지난해 2월 월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며 신호탄을 쐈다. 주말 쇼핑을 원하는 소비자의 니즈에 부응해서다. 그 뒤로 충북 청주시, 서울 서초구 등이 따랐다. 대형마트가 영업을 시작한 공휴일에 전통시장 매출도 함께 늘었다. 이런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곳이 있다. 쿠팡, 마켓컬리 등 점포 없이 온라인 판매만 하는 유통업체다. 온라인 판매와 배송이 24시간 365일 이뤄진다. 대형마트도 새벽배송을 한다. 하지만 출발지는 배달지 근처 대형마트가 아니라 물류센터다. 새벽배송 시장에 뛰어든 롯데는 이 장애물을 넘지 못하고 2년 만인 2022년 4월 시장에서 철수했다. 제도 도입 이후 대형마트는 물론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매출도 줄어들었다. 온라인 판매는 폭풍성장했고 규제 대상에
  • [씨줄날줄] 트럼프 포비아/황비웅 논설위원

    [씨줄날줄] 트럼프 포비아/황비웅 논설위원

    해발 1560m의 스위스 알프스산맥에 있는 작은 도시 다보스는 동계 스포츠의 중심지다. 그런데 매년 1월에는 이곳에서 일주일 동안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다보스포럼)로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다. 다보스포럼은 1971년 독일 출신의 스위스 경제학자 클라우스 슈바프가 글로벌 협력을 위해 창시했다. 1981년부터 매년 1~2월 다보스에서 열리는 연차총회에는 전 세계 정치·경제 지도자 2000~3000명이 참석한다. 총회 논의 사항은 전 세계의 시급한 현안에 대해 많은 영향을 미친다. 다보스포럼의 화두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등장한 것은 2016년 대선 당선 이후였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퍼졌던 ‘트럼프 포비아’가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트럼프는 재임 시절인 2018년과 2020년 두 차례 다보스포럼을 찾았다. 2018년은 취임 이듬해로, 2000년 빌 클린턴에 이어 미국 대통령으로선 18년 만의 대회 참석이다. 그는 이 행사에서 지구촌을 향해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역설했다. 미국의 뜻을 거스르지 말라는 경고였다. 두 번째로 참석한 2020년에는 위협이 더욱 노골화됐다. 트럼프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는 이제 죽었
  • [씨줄날줄] AI폰 시대/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AI폰 시대/이순녀 논설위원

    인류 최초의 휴대폰 통화 기록은 1973년 4월 3일이다. 미국 전자·통신 장비업체 모토로라 연구원이던 마틴 쿠퍼(96)는 그날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 6번가에서 자신이 고안한 기기로 경쟁사 AT&T 벨 연구소의 조엘 엥글 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엘, 마틴입니다. 지금 휴대전화, 손에 들고 다니는 진짜 휴대용 전화기로 통화하고 있어요.” 상대방은 말이 없었다. 쿠퍼는 훗날 인터뷰에서 “이를 갈고 있는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세계 첫 상업용 휴대폰이 출시된 것은 그로부터 10년 뒤다. 쿠퍼가 이끄는 연구팀이 개발한 ‘다이나택 8000X’가 1983년 3월 출시됐다. 길이 25㎝, 무게 1.1㎏으로 손에 들고 다니기엔 크고 무거워 ‘벽돌폰’, ‘신발폰’으로 불렸지만 개인 통신 시대가 열렸다는 점에서 획기적이었다. 지난 40년간 휴대폰은 디지털, 인터넷, 반도체 등 첨단 정보통신 기술 발전의 집약체로 꼽혀 왔다. 크기와 무게는 줄었고, 배터리 수명은 늘었으며 사진·동영상 촬영, 게임, 쇼핑 등 다양한 기능이 추가됐다. 특히 2007년 애플의 아이폰 등장은 스마트폰 시대의 게임체인저로 막대한 영향력을 끼쳤다. 이제 인공지능(AI)폰 시대가 도래했다.
  • [씨줄날줄] 반려동물 양육비/임창용 논설위원

    [씨줄날줄] 반려동물 양육비/임창용 논설위원

    가깝게 지내는 지인 한 분이 반려견을 키운다. 14살 먹은 ‘포메라니안’이란 품종의 암컷인데 얼마 전 300만원이 넘는 수술비가 들었다고 해 깜짝 놀랐다. 자궁에 혹이 생겨 자궁 적출 수술을 했다고 한다. 그에 앞서 두 뒷다리 관절 수술을 할 때도 300만원이 들었다고 했다. 반려견을 키우지 않는 나로선 생각조차 못 할 상황이지만 반려인들에겐 그런 일이 그리 드물지 않다고 한다. 개나 고양이 등을 키우는 반려인이 1500만명에 육박하는 가운데 양육비에 대한 부담을 호소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앞서 소개한 지인은 개 사료와 간식, 영양제 비용만 매월 20만원씩 든다고 한다. ‘폭스테리어’ 품종의 반려견을 키우는 다른 지인도 고정적으로 매월 20만~30만원을 쓴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인터넷에선 ‘셀프 장난감 만들기’, ‘간단 질병 관리법’ 등 반려동물 양육비 절약 팁이 경쟁적으로 올라와 인기를 끌기도 한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팸펫족’으로선 어려운 형편에도 고가의 수술비나 미용비 등을 기꺼이 지불하는 추세다. 실제로 한 시장조사 업체가 2021년 반려인 594명에게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6%가 ‘반려동물은 가족과 다름없다’고 했다.
  • [씨줄날줄] 주취자 보호 의무/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주취자 보호 의무/이순녀 논설위원

    “임금이나 영의정도 공공연히 폭음을 한다. 술에 취하면 정신을 잃고 바닥에 뒹굴거나 술을 깨기 위해 잠을 잔다. 그래도 아무도 놀라거나 불쾌하게 생각하지 않고 혼자 쉬도록 내버려 둔다. 우리 눈으로 볼 때 이것은 큰 타락이다. 그러나 이 나라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관습이다.” 19세기 중반 조선에서 활동한 프랑스 선교사 마리 니콜라 앙투안 다블뤼 주교의 기록이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술에 관대하고, 만취자에 너그러운 조선인의 음주 풍속도에 대한 비판이 신랄하다. 대한민국 술 소비량은 세계 최상위다.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인의 연간 알코올 소비량은 8.7ℓ로, 전 세계 평균 연간 알코올 소비량 5.8ℓ보다 훨씬 많다. 술을 사랑하고 즐기는 민족이란 점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지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폭음 행태와 만취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높아졌다. 술에 취해 난폭한 행동을 하는 주폭(酒暴), 음주운전 사고 등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술에 만취한 사람을 ‘혼자 쉬도록 내버려 둔다’는 ‘관습’도 바뀐 지 오래다. 경찰은 2011년부터 만취해 보호자를 찾을 수 없거나 경찰 업무를 마비시킬 정도로 통제
  • [씨줄날줄] 아이오와의 저주/황비웅 논설위원

    [씨줄날줄] 아이오와의 저주/황비웅 논설위원

    미국 중서부에 자리잡은 아이오와주의 명칭은 아메리카 원주민인 아이오와족에서 따왔다고 한다. 포도나무를 의미하는 아이오와(Ayuhwa)라는 명칭에서 비롯됐다는 얘기도 있고, 이들의 언어로 ‘바로 여기’, ‘아름다운 땅’에서 나왔다는 얘기도 있다. 원주민들이 살던 땅이었던 아이오와는 1673년 프랑스의 루이 졸리에와 자크 마퀘트가 탐험을 시작하면서 최초로 발견됐다. 이후 아이오와는 미시시피강 서부의 루이지애나주 일부로 프랑스와 스페인의 지배를 받다가 1803년 미국 정부가 루이지애나 영토를 구매해 미국의 일부가 된다. 점차 백인들이 몰려들고 원주민들이 이주를 강요당하면서 1838년 아이오와 준주가 탄생했고, 1846년 29번째 주로 승격됐다. 첫 주도는 아이오와시티였지만 1857년 주도를 디모인으로 옮겼다. 아이오와주는 1972년 이래 미국 대선 예비경선이 처음 열리는 곳으로 반 세기 동안 미 대선의 풍향계 역할을 해 왔다. 아이오와주에서 첫 대선 예비경선이 열린 배경에는 1968년 민주당 전당대회가 있다. 베트남전쟁이 한창이던 당시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지층은 전쟁에 반대하는 후보를 원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반전을 지지하지 않고 지지율도 낮은 휴버트 험프
  • [씨줄날줄] 정치인의 연고(緣故)/임창용 논설위원

    [씨줄날줄] 정치인의 연고(緣故)/임창용 논설위원

    “종로는 독립운동가인 조부가 몸을 숨겼던 곳이다.” 경기도 안양에서 5선 의원을 지낸 이종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하면서 한 말이다. 그는 독립운동가 이회영 선생이 조부임을 강조하고, 3·1운동 직전 귀경했을 때 잠깐 몸을 숨긴 곳이 종로구 통인동 128번지라며 종로와의 인연을 부각했다. 새 지역구와의 인연을 찾다 보니 조부가 숨었던 곳까지 소환해 낸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김홍걸 민주당 의원은 연고가 없는 서울 강서갑 출마를 선언하면서 “서울은 하나의 선거구”란 엉뚱한 ‘연고확장론’을 펴면서 “구민들 가슴속에 DJ 정신이 살아 있는 곳”이란 ‘후손 마케팅’을 덧붙였다. 선거가 다가오면서 정치인들의 ‘연고 마케팅’이 본격화하고 있다. 출마 지역이나 존경받는 유명 정치인과의 인연을 최대한 찾아내 부각하는 사실상의 선거운동이다. 어떻게든 관계를 짓기 위해 ‘사돈의 팔촌’까지 찾아내 친밀도를 높이려 한다. 작은 ‘인연의 끄나풀’마저 찾기 어려우면 두루뭉술한 명분을 내세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보궐선거에서 연고가 없는 인천 계양을에 출마하면서 “정치인은 국민 앞에 무한 책임이 있다”며 공격을 피해 간 게 대표적이다.
  • [씨줄날줄] 주한 일본대사/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주한 일본대사/황성기 논설위원

    한국에서 일본이 4강 중 하나로 핵심축이듯 일본 외교에서 한국도 중요한 국가다. 일본은 한국식의 ‘4강’(미국·일본·중국·러시아) 표현을 쓰지 않는다. 대신 그들이 회원인 주요 7개국(G7, 미국ㆍ영국ㆍ독일ㆍ프랑스ㆍ이탈리아ㆍ일본ㆍ캐나다)을 중시한다. 하지만 실제로 일본 외교는 미국을 정점으로 한국, 중국에 이어 유럽 순으로 무게를 둔다. 2000년 역사의 이웃 나라에, 침략과 식민지배의 과거사, 압도적인 무역 등 떼려야 뗄 수 없는 한일중이어서다. 아이보시 고이치(64) 주한 일본대사 후임으로 미즈시마 고이치(62) 주이스라엘대사가 내정됐다. 일본 정부가 외교적 임명 동의 절차인 아그레망을 한국 정부에 신청했다. 한일 관계가 좋아서 한 달쯤 걸리는 아그레망이 미즈시마 대사의 경우 2~3주 내에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스라엘에서 한국으로 직행하는 사례가 연달아 세 번째다. 아이보시, 그 전임자 도미타 고지가 그렇다. 그래서 “한국 대사를 하려면 이스라엘에 가야 한다”는 우스갯말까지 생겼다. 이스라엘이 규모는 작지만 중동의 주요 국가이자 미국의 최애 동맹국이라 일본이 공을 들인다. 지난해 가을까지 한국대사 하마평에는 미즈시마를 비롯해 가나스기 겐지 인도네
  • [씨줄날줄] 배리어 프리(barrier free)/전경하 논설위원

    [씨줄날줄] 배리어 프리(barrier free)/전경하 논설위원

    재건축을 거쳐 지난달 문을 연 전남 고흥풍양우체국 앞에는 계단이 사라졌다. 다리가 불편한 이들의 진입을 방해해서다. 지난해부터 2027년까지 400여개 노후 우체국이 재건축 중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새로 건립되는 모든 우체국이 ‘배리어 프리’(Barrier Free·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을 받도록 지을 계획이다. 배리어 프리는 1974년 유엔 장애인생활환경전문가회의에서 장애인 건축가인 로널드 메이스의 ‘장벽 없는 건축설계’(Barrier Free Design) 보고서 발표 이후 건축 분야에서 널리 퍼졌다. 스웨덴은 1975년 주택법을 개정해 휠체어를 타고도 집에서 불편 없이 생활할 수 있게 문턱을 없애고 3층 이상 공동주택에는 엘리베이터 설치를 의무화했다. 일본은 1980년대 지자체들이 관련 조례를 제정하다가 정부가 1994년 ‘고령자・신체장애인 등이 원활하게 이용 가능한 건축물의 건축 촉진에 관한 법률’(일명 하트빌딩법)을 제정했다. 최근에는 건축을 넘어 생활환경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6년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교통약자법)이 제정되고 2010년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에 관한 규칙’이 만들어졌다. 그 결과 장애인을 위한 보도
  • [씨줄날줄] 아듀~ 단고기/임창용 논설위원

    [씨줄날줄] 아듀~ 단고기/임창용 논설위원

    어릴 적 시골의 추억은 대부분 달달한 향수를 자아낸다. 한데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러나 지워지지 않는 장면이 하나 있다. 동네 어른들이 보신을 한다며 개를 잡던 풍경이다. 특히 개를 다리나 나뭇가지에 매달아 죽이던 모습은 끔찍했다. 그래도 당시 개고기(단고기)는 육류를 섭취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단백질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미 도시에선 동물단체 등이 개 식용 반대에 나설 때이지만 시골에선 소화 잘 되고 영양이 풍부한 음식일 뿐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개고기는 역사가 깊다. 조선시대 궁중 수라상 단골 메뉴에 구증(狗蒸·개찜)이 올랐고, 퇴계 이황은 개와 한약재를 고아 낸 약술 무술주(戊戌酒)를 8대 보양식으로 꼽았다. 동의보감 등 주요 한방 문헌에도 개고기에 대한 기록이 많다. 토사구팽(兎死狗烹), 양두구육(羊頭狗肉) 등 개고기와 관련된 고사성어로 볼 때 중국에서도 역사가 오래됐을 것으로 짐작된다. 구한말 대한제국도 개를 소·말·돼지·양과 함께 5대 가축으로 분류하고 도축과 식육을 법령에 명문화했다. 대한민국 정부도 개고기를 축산물가공처리법에 따라 식육으로 유통시켰다. 하지만 동물단체의 반발이 본격화되자 1978년 개고기를 축산물에서 제외하도록
  • [씨줄날줄] 라면 수출 1조원 시대/황비웅 논설위원

    [씨줄날줄] 라면 수출 1조원 시대/황비웅 논설위원

    라면의 어원은 중국의 납면(拉麵)이라고 한다. 화북 지방에서는 납면, 화남 지방에서는 수타면이라고 불렀다. 일본에선 라멘 또는 중화소바라 불렀는데, 인스턴트화되기 전의 생라면을 가리킨다. 명나라 말기인 1600년대 후반 청나라에 항거하던 명나라 학자 주순수가 일본으로 망명하면서 중국의 면 요리가 전해졌다고 한다. 당시엔 인기가 없었지만, 2차 세계대전 때 중국에 주둔하던 일본 군인들이 귀국한 뒤 납면맛을 잊지 못해 음식점 창업 붐을 일으키며 본격적으로 라멘이 인기를 끌게 됐다고 한다. 인스턴트 라면은 1958년 일본 닛신식품 창립자인 안도 모모후쿠(安藤百福)가 발명했다. 그는 일본의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랫동안 저장할 수 있고, 조리가 간편한 국수를 개발하고자 했다. 하지만 국수의 수분으로 저장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웠다. 각고의 노력 끝에 국수 반죽을 익힌 뒤 기름에 튀기는 방식을 고안해 낸 것이 최초의 라면 탄생 배경이다. 한국 최초의 라면은 일본에서 전해졌다. 삼양식품 전중윤 명예회장이 6·25전쟁 이후 식량난 해결을 위해 1963년 일본 묘조식품에 요청해 라면 제조 기술을 배웠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삼양라면’이다. 최초의 라면은 담백한 닭 국
  • [씨줄날줄] 탁상행정 교통대란/전경하 논설위원

    [씨줄날줄] 탁상행정 교통대란/전경하 논설위원

    서울 중구 명동입구 광역버스 정류장의 버스 정차면은 3개(35m 길이)다. 이곳에 광역버스 29개 노선이 정차한다. 상습 정체 구간이다. 정차 위치가 아닌 곳에 버스가 서기도 하고, 가끔 도로에서 버스를 타기도 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서울시가 지난달 27일 ‘줄서기’ 표지판 13개를 세웠다. 표지판 하나당 좌우 두 개 노선이다. 딱 그 위치에서만 승객을 태워야 한다. 문제는 간격이다. 광역버스 한 대가 서서 승객을 태우면 표지판에 적힌 다른 노선 버스들은 꼼짝없이 서서 기다려야 한다. 버스 꼬리 물기가 이어져 서울역에서 남대문을 거쳐 명동입구까지 가는 데 1시간 넘게 걸리는 일이 다반사가 됐다. 명동 퇴근길이 교통지옥이 됐다. 결국 서울시가 지난 5일부터 이달 말까지 줄서기 표지판 운영을 유예했다. 서울시는 광역버스 일부 노선을 명동입구 정류소가 아닌 우리은행 종로지점 인근 신설 정류장이나 롯데영프라자 시내버스 정류장으로 옮길 계획이다. 그러면 명동입구 정류장 탑승객이 하루 9500명에서 5800명으로 줄어든단다. 위치 변경으로 탑승객이 40%가량 줄어든다면 협의를 통해 그걸 먼저 했어야 하지 않나. 정차 위치를 눈금 재듯 정확히 정하기 전에 그곳을 하루
  • [씨줄날줄] 사적(私的) 제재/박현갑 논설위원

    [씨줄날줄] 사적(私的) 제재/박현갑 논설위원

    고등학교 다닐 때 학교폭력에 시달렸던 주인공이 성인이 돼서 가해자를 응징하는 내용의 드라마 ‘더 글로리’는 지난해 넷플릭스의 최대 흥행작이었다. 가상의 이야기였지만 전 세계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학교폭력을 공권력이 통제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분노의 반영이었다. 드라마의 힘은 컸다. 진작 끝났지만 학폭 문제가 불거질 때면 빠지지 않고 글로리가 언급되는 판이다. 심지어 태국에선 유명 배우가 중학생 시절 자폐 학생을 괴롭혔던 학폭 사실이 드러나자 사과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인공의 응징은 공권력이나 법률에 따른 공적 제재가 아닌 ‘사적 제재’로 법치주의 국가에서는 불법행위다. 문제는 이러한 사적 제재가 현실 세계에서 반복된다는 점이다. 1996년 10월 23일 버스운전기사인 박기서씨는 직접 둔기를 만들어 ‘정의봉’이라 이름 붙이고는 김구 암살범 안두희를 살해했다. 박씨는 2년 뒤 대사면됐으나 그의 행위는 범죄행위였다. 지난해 나온 전세자금을 떼먹는 악질 임대인들의 신상을 공개한 ‘나쁜 집’ 주인 사이트나 그해 5월 부산에서 터진 이른바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의 신상 공개도 모두 사적 제재의 범주에 든다. 4일 대법원이 자녀 양육비를 대지 않는 아빠의 신상을
  • [씨줄날줄] 하버드대/전경하 논설위원

    [씨줄날줄] 하버드대/전경하 논설위원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은 하버드대다. 독립(1776년) 140년 전인 1636년 ‘매사추세츠만 식민지 자치관할의회’에 의해 설립됐다. 당시 이름은 ‘새 대학’(New College). 청교도 성직자 존 하버드가 1639년 책 400권과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면서 현재 이름을 갖게 됐다. 하버드대라고 총칭하지만 학부인 하버드칼리지와 로스쿨, 비즈니스스쿨, 케네디스쿨(행정대학원) 등이 있다. 하버드대에 따르면 교수로 재직하면서 노벨상을 받은 사람이 40명이다. 졸업생으로 범위를 넓히면 160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전 세계 동문은 40만명이다. 미국 초대 부통령이자 2대 대통령인 존 애덤스부터 프랭클린 루스벨트, 존 F 케네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이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등은 중퇴했지만 동문으로 간주된다. 한국인 동문은 1000여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덕수 국무총리,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다. 하버드대는 대학발전기금과 도서관이 압도적이다. 2000만권의 장서가 30여개 건물에 분산돼 있다. 중심 건물인 와이드너 도서관은 책 선반의 총길이가 92㎞다. 미 연방의회 도서관에 이어 세계 2위
  • [씨줄날줄] NHK 지진 특보/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NHK 지진 특보/황성기 논설위원

    일본 이시가와현 노토 지방에서 발생한 지진은 진도 7(규모 7.6)이었다. 신정(新正)을 쇠는 일본인들이 느긋한 시간을 보내는 1일 오후 4시 6분 지진은 시작됐다. 물적·인적 피해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지진 강도에 비해 적은 편이다. 불행 중 다행이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의 교훈을 13년 만의 대규모 지진에서 살린 것으로 평가된다. 그중에 공영방송 NHK의 특보는 단연 돋보였다. NHK는 즉각 특별보도체제로 전환했다. TV는 해안별 1~5m의 쓰나미 경보와 함께 ‘쓰나미! 도망쳐!’라는 경고문을 고정시켰다. 외국인을 위해서도 ‘Evacuate’(대피)라는 자막을 곁들였다. 초기 방송을 맡은 야마우치 이즈미(29) 아나운서는 “TV를 보지 말고 지금 이 순간 바로 도망치라”고 절규했다. 지금까지 들어 본 적 없는 외침을 듣고 집에 머물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지진을 오래 취재했다는 기자는 “태평양쪽보다 동해쪽 지진의 쓰나미가 빨리 도달한다”면서 “8분 만에 쓰나미가 닥친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쓰나미가 몰려들고 주택 붕괴와 화재, 100여 차례 여진도 일어났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이 수시로 TV에 출연해 정부의 대응을 알리고 국
  • [씨줄날줄] 대통령 신년 회견/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대통령 신년 회견/이순녀 논설위원

    새해 벽두에 대통령이 국정 운영 구상을 소상히 밝히고, 기자들이 국민을 대신해 궁금한 사안을 질문하는 신년 기자회견 관행은 역사가 깊다. 1968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연두 기자회견이 처음이었으니 반세기가 넘는다. 군사정권 등에선 질문과 답변이 미리 정해진 ‘각본 회견’의 한계가 있었지만 문민정부를 표방한 김영삼(YS) 전 대통령부터 각본 없는 기자회견이 자리잡아 국민 이목을 집중시켰다. 역대 대통령들은 대체로 신년 기자회견을 연례행사로 인식하고 심혈을 기울여 대응했다. 임기 내내 단 한 번도 신년 회견을 하지 않고 국정연설로 대신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유일한 예외다. 다만 다른 대통령들도 사정에 따라 연설이나 기자간담회로 대체한 사례가 없지 않다. YS는 집권 4년차인 1996년 1월 9일 국정 연설문만 낭독하고 자리를 떴다. 연설 뒤 기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던 이전과는 다른 풍경이었다. 기자회견은 행사 나흘 전에 갑자기 취소됐는데 대선자금 문제 등 민감한 정치 현안에 부담을 느껴 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이듬해인 1997년엔 다시 신년 회견을 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4년부터 매년 신년 회견을 했지만 국정농단 사태로 탄핵안이 가결된
  • [씨줄날줄] 문화유산 복원과 시대정신/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문화유산 복원과 시대정신/서동철 논설위원

    문화유산을 옛 모습 그대로 보존하는 것은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른 각 시대의 흔적이 문화유산에 배어 있는 것의 의미도 작지 않다. 스페인 팔마의 마요르카대성당은 1229년 공사를 시작해 1578년 완공한 고딕성당이다. 20세기 초반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에게 내부 리모델링을 맡긴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가우디의 계단, 촛대, 설교대는 이제 성당의 중요한 자산이 돼 많은 관광객을 불러모은다. 체코 프라하의 성비투스대성당은 14세기 착공해 16세기 르네상스식 첨탑을 세우고 17세기 바로크식 지붕을 올린 이후 18세기 신고딕 형태를 갖추어 1929년 완공했다고 한다. 체코의 국민미술가 알폰스 무하(1860~1939)의 스테인드글라스 ‘성 메토디우스’는 600년 이상에 걸친 성비투스대성당 건설 공사를 마무리하는 의미가 있었던 듯싶다. 독일 마인츠의 성슈테판교회엔 마르크 샤갈(1887~1985)을 상징하는 푸른빛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있다. 구텐베르크의 고향인 마인츠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30차례 남짓한 폭격으로 도시 건물의 80%가 파괴됐다. 990년 지어진 고딕양식의 성슈테판교회도 이때 상당 부분 훼손된 것을 되살렸다고 한다. 샤갈은
  • [씨줄날줄] 폐지 노인/박현갑 논설위원

    [씨줄날줄] 폐지 노인/박현갑 논설위원

    주택가나 상가 주변을 손수레를 끌고 다니며 폐지를 줍는 노인들이 있다. 못 쓰게 된 종이는 물론 빈병, 고철 등 돈이 될까 싶은 잡동사니를 가리지 않고 수거한다. 굽은 허리에 뼈만 남은 다리로 자신의 덩치보다 몇 배는 되는 수레를 끌기도 한다. 냉기가 수레 손잡이에 전해지지만 폐지가 많을수록 그만큼 희망은 커진다. 아쉬움은 빈 수레를 바라볼 때 생긴다. 폐지 수집도 경쟁이다. 먼저 챙기면 그만이다. 빠른 걸음과 악력이 필수다. 할머니보다는 할아버지가, 70대보다는 60대가 유리하다. 이들에게 폐지 줍기는 신성한 노동이다. 폐지를 수집해 고물상에 건네면 몇천원이라도 번다. 폐지 노인이 수집한 폐지는 고물상을 거쳐 재생용지로 쓰이거나 해외로 수출되는 등 재활용 산업을 선순환시키는 출발점이다. 이처럼 폐지를 줍는 노인이 4만 2000명이나 된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6월부터 이달까지 파악한 첫 공식 조사 결과다. 평균 연령은 76세이고, 남성이 57.7%로 여성보다 조금 많았다. 하루 5시간 40분, 일주일이면 대개 엿새를 일한다. 그렇게 번 돈은 한 달 15만 9000원. 여기에 기초연금 등을 더하면 월소득은 74만 2000원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그런들 65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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