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포럼의 화두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등장한 것은 2016년 대선 당선 이후였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퍼졌던 ‘트럼프 포비아’가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트럼프는 재임 시절인 2018년과 2020년 두 차례 다보스포럼을 찾았다. 2018년은 취임 이듬해로, 2000년 빌 클린턴에 이어 미국 대통령으로선 18년 만의 대회 참석이다. 그는 이 행사에서 지구촌을 향해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역설했다. 미국의 뜻을 거스르지 말라는 경고였다.
두 번째로 참석한 2020년에는 위협이 더욱 노골화됐다. 트럼프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는 이제 죽었고 우리는 나토를 탈퇴할 것”이라며 유럽에 분담금 증액을 요구했다. 한 비공개회의에선 “유럽연합(EU)이 공격받더라도 미국이 도우러 가거나 지원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대놓고 위협했다. 옆자리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2020년 11월 트럼프의 재선 실패로 사라지는 듯했던 ‘트럼프 포비아’가 지난 15일(현지시간)부터 19일까지 열린 다보스포럼에 다시 등장했다. 참석자들은 수천 마일 떨어진 미국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에서 트럼프가 압승했다는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트럼프가 지난해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것을 비롯해 나토 탈퇴와 우크라이나 전쟁 축소 등에 대한 우려다. 우리에게는 더 큰 위협이 된다. 트럼프가 재집권에 성공한다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기존 한미동맹의 변화로 핵무장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트럼프 포비아’가 현실화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2024-01-2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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