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훈

최성훈

법무법인 은율 변호사
최성훈의 세세보
  • [최성훈의 세세보] 비상계엄과 제3의 안

    [최성훈의 세세보] 비상계엄과 제3의 안

    197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케네스 애로는 1951년 불가능성 정리를 발표해 사회과학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흔히 선거를 예로 들어 설명되곤 하는데 3명 이상의 후보를 놓고 유한한 사람들이 투표를 할 경우 ‘만장일치’, ‘무관한 선택안으로부터의 독립’ 등의 일정한 조건들을 모두 충족하는 ‘비독재적’ 선거제도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무관한 선택안으로부터의 독립’은 A와 B 두 개의 안에 대한 사회적 선호 순위는 C안에 대한 개인들의 선호 순위에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다. 그런데 법률가들은 애로의 불가능성 정리를 비틀어 재판에 써먹곤 한다. 특히 ‘무관한 선택안으로부터의 독립’ 조건을 반대로 활용한다. A와 B 두 개의 안 중 A안이 선택될 것 같은 상황에서(A>B) 이를 뒤집기 위해 제3의 안(C)을 추가하는 식이다. 제대로 하자면 B안이 A안보다 우선돼야 하는 이유 자체를 논증해야 할 테지만 A·B와 외견상 무관해 보이는 C안을 추가해 기존의 선호 순위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가 효과적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로스쿨의 레오 카츠 교수는 “변호사가 하는 일은 스테이크가 아닌 치킨을 선택하려는
  • [최성훈의 세세보] AI와 세무조사

    [최성훈의 세세보] AI와 세무조사

    국세청은 2025년에 착수하는 법인 세무조사의 50%를 AI로 선정할 예정이다. 그간 축적된 세무조사 실적을 정형화하고 이를 AI에게 학습시켜 탈세 위험 예측 모델을 만들었다고 한다. 당장은 법인만을 대상으로 한다지만 곧 개인에게로, 그리고 사업소득 이외 다른 소득으로 확대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AI도 결국은 데이터로부터 시작한다. 거기에서 패턴을 발견하려는 것이다. 데이터 분석은 기본적인 회귀분석에서부터 시작한다. 회귀모형 ‘y=α+βx+ε’에서 ‘β’라는 계수의 부호와 크기를 통해 x와 y의 관계를 설명하게 된다. 주목할 부분은 ‘ε’(엡실론)이다. ‘오차항’(error term) 혹은 ‘교란항’(disturbance term)이라고 한다. 우리의 관심사인 x 이외에 y에 영향을 주는 모든 요소가 들어 있다. 오차항은 그 안에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발견하려는)’ 패턴이 존재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오차항은 작을수록 좋겠지만 아예 존재하지 않을 수는 없다. 오차항을 배제한다는 것은 데이터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알 수 없는(dark) 영역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위 회귀모형에서 y가 범주형(예를 들어 탈세면 1, 탈세가 아니
  • [최성훈의 세세보] 다국적 기업 과세 해법은

    [최성훈의 세세보] 다국적 기업 과세 해법은

    올해 노벨경제학상은 ‘제도가 어떻게 형성되고 번영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연구’를 한 공로로 다론 아제모을루 등 3인에게 수여됐다. 경제학에서 ‘제도’가 중요 연구 대상이 된 것은 1991년 수상자인 로널드 코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후 더글러스 노스(1993년), 올리버 윌리엄슨(2009년) 등 ‘신제도주의 경제학’ 학자들이 수상을 이어 갔다. 특히 올리버 윌리엄슨은 기업 등 위계 조직을 시장의 여러 경제주체 중 하나가 아닌 시장과 대안적 관계에 있는 거버넌스의 한 형태로 봤다는 점에서 독특한 시각을 드러낸다. 기업과 시장을 동등한 ‘분석수준’에 두고 새로운 ‘분석단위’(거버넌스)를 설정해 시장의 실패를 새로운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었던 것이다. 최근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다국적 기업’, 특히 미국 구글 등과 같은 빅테크들에 관한 지적이 많았다. 한국재무관리학회에 따르면 구글코리아의 2023년 매출액은 12조 1350억원, 법인세는 최대 5180억원으로 추정됐는데 정작 감사보고서에는 매출액이 3653억원, 법인세가 155억원으로 기재돼 있다는 것이다. 일상의 일부가 된 유튜브 관련 매출은 도대체 어디로 갔다는 것인가. 다국적 기업이 본사 소재지국이 아
  • [최성훈의 세세보] 내 마음속 ‘유추’

    [최성훈의 세세보] 내 마음속 ‘유추’

    21세기 들어 인문학과 일부 사회과학에는 ‘존재론적 전회’, ‘신유물론’ 등으로 불리는 담론이 등장해 우세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브뤼노 라투르 등은 인간과 비인간을 포괄하는 물질 자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인간중심주의에 반기를 든다. 그중 이론물리학자이면서 페미니스트 철학자인 캐런 배러드는 양자이론 중에서 특히 양자얽힘에 관한 실험 결과를 자신의 인식론,ㆍ존재론,ㆍ윤리학적 이론인 행위자(적) 실재론(agential realism)을 ‘뒷받침’하는 데 사용한다. 영국의 과학사회학자인 트레버 핀치가 그녀에게 만약 실험 결과가 다르게 나왔다면 자신의 이론과 작별해야 하는 거냐고 물은 것은 의미심장하다. 사회과학에서는 일반적으로 모형을 사용해 새 이론을 발견한다. 다만 그 둘이 구조적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는 전제가 필요하다(그 구조 자체는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모형은 같은 학문 분과의 이론일 수도 있고, 배러드의 경우처럼 다른 분과의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모형을 ‘발견’이 아니라 ‘정당화’의 맥락으로 사용해서는 곤란하다. 모형 자체는 근거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모형의 사용은 ‘유추’적 사고에 해당한다. 유비추론이라고도 불리는 유추는 수학적 사고의 하나이
  • [최성훈의 세세보] ‘꼬마빌딩’을 찾아서

    [최성훈의 세세보] ‘꼬마빌딩’을 찾아서

    현대 주류경제학을 ‘신고전학파’라고도 부르는데, 애덤 스미스로 대표되는 ‘고전학파’를 계승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스미스는 가치를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로 구분하고, 교환가치의 척도를 노동이라고 봤다. 가격은 이 교환가치를 화폐로 나타낸 것이다. 그래서 노동가치론을 ‘객관적 가치론’이라고도 한다. 반면 신고전학파는 ‘주관적 가치론’에 해당한다.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의 (한계)효용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그런 시각에서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고전학파의 한 변종에 불과한 셈이다. 다만 ‘자본론’에서 교환가치는 어떤 내적인 것의 ‘현상 형태’로 설명된다. 여하튼 적어도 주류경제학 입장에서는 객관적 교환가치라는 말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 얼마 전 신임 국세청장의 취임사에 맥락을 알아야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있었다. “고가 부동산 등에 대한 감정평가와 같이 투입에 비해 정책 효과가 큰 업무는, 보다 확대 운영될 수 있도록 관련 예산 확보에도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국세청이 왜 감정평가에 관심을 가지는 걸까. 지난해 10월 국세청 국정감사 관련 기사를 보면(서울신문 2023년 10월 10일자 ‘국세청장 “빌딩 상속ㆍ증여세 ‘시가 과세’ 확대할 것”’
  • [최성훈의 세세보] 재구성된 진심, 세금

    [최성훈의 세세보] 재구성된 진심, 세금

    영화 ‘무뢰한’(2015년)에는 전도연(혜경)이 김남길(영준·재곤)에게 잡채를 만들어 주면서 대화를 하는 장면이 있다. 존댓말로 대화를 이어 가다가 갑자기 반말로, 그리고 다시 존댓말로 돌아온다. 이 과정에서 중간에 끼어 있는 짧은 반말 형식의 대화가 상황을 연극처럼 느껴지게 하면서 혜경과 영준이 서로 진심을 토로하게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 그리고 다시 존댓말로 돌아온 후 이전의 반말 형식 대화의 진심을 사후적으로 재구성하도록 만드는 데에 이 장면의 추가적인 묘미가 있다. 흔히 내용과 형식에 대해서는 형식을 내용의 반영에 불과한 것으로 보거나 내용이 실체라면 형식은 껍데기로 보는 시각이 있다. 세법 분야에서 ‘실질과세의 원칙’도 그런 관점이 반영된 법리에 해당한다. 국세기본법에는 “세법 중 과세표준의 계산에 관한 규정은 소득, 수익, 재산, 행위 또는 거래의 명칭이나 형식과 관계없이 그 실질 내용에 따라 적용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법 분야가 아니더라도 형식과는 구분되는 내용이 독자적으로 존재한다는, 특히 존재했다는 생각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레비스트로스와 같은 구조주의자들은 내용에 대응하는 주체가 형식에 대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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