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가마 속 풀벌레 소리-옹기가마 앞에서/최영규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가마 속 풀벌레 소리-옹기가마 앞에서/최영규

    가마 속 풀벌레 소리-옹기가마 앞에서/최영규 가마 속도 아직은 마음이 덜 풀린 석양빛이다 나도 이젠 가슴을 조여오던 설레임도 그리움도 다 삭은 듯하다 아마도 저 어두운 숲 속 풀벌레 소리와 달빛마저 다 가져다 태워야 오늘 밤 그리움이라는 그릇이 잘 구워질 것 같다 그래, 보고 싶은 마음 한 번 더 쪼개어 관솔로 넣고 기다려 보자.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시(詩)/황인숙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시(詩)/황인숙

    우리에게 시가 사치라면 우리가 누린 물질의 사치는 시가 아니었을까 -박완서 프라다, 카르티에, 지방시, 구찌 아르마니, 베르사체, 이브생로랑 그 외 내가 계보도 모르고 유행도 모르고 가치도 모르고 이름조차 모르는 그녀의 시들 그녀의 시들, 그녀를 허황되고도 아름답게 보이게 하네 백화점 명품관은 그녀의 시집 때때로 그녀는 삶을 고양시키려 그곳을 기웃거리네 장미 향수 시의 향기를 주위에 흩뿌리며 유유히 그러나 속곳까지 시로 무장하고 매처럼 그녀의 눈 아무것도 놓치지 않네 허황되고도 아름다운 그녀 그녀의 머리는 시로 가득하네.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눈 감으면 흰빛/신미나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눈 감으면 흰빛/신미나

    눈 감으면 흰빛/신미나 살 무르고 눈물 모르던 때 눈 감고도 당신 얼굴을 외운 적 있었지만 한번 묶은 정이야 매듭 없을 줄 알았지만 시든 꽃밭에 나비가 풀려나는 것을 보니 내 정이 식는 길이 저러할 줄 알아요 그래도 마음 안팎에 당신 생각을 못 이기면 내 혼은 지읒 시옷 홑겹으로 날아가서 한밤중 당신 홀로 잠 깰 적에 꿈결엔 듯 눈 비비면 기척도 없이 베갯머리에 살비듬 하얗게 묻어나면 내가 다녀간 줄로 알아요, 그리 알아요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슬픔에게 무릎을 꿇다/이재무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슬픔에게 무릎을 꿇다/이재무

    슬픔에게 무릎을 꿇다/이재무 어항 속 물을 물로 씻어내듯이 슬픔을 슬픔으로 문질러 닦는다 슬픔은 생활의 아버지 무릎을 꿇고 두 손 모아 고개 조아려 지혜를 경청한다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열쇠/김경미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열쇠/김경미

    열쇠/김경미 자주 엉뚱한 곳에 꽂혀 있다 달력도 친구도 가구도 수평선도 라일락나무도 심장도 뱃고동 소리도 발소리도 저주도 언제나 제 집에 딱 꽂히지 않는다 바늘이 무던함을 배워 열쇠가 되었다는데 미간을 사용하지 말자 구름을 사용하자 나뭇잎을 사용하자 귓바퀴를 사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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