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의 신호를 찾아서
  • [이효석의 신호를 찾아서] 눈앞의 5달러, 한 달 뒤 10달러

    [이효석의 신호를 찾아서] 눈앞의 5달러, 한 달 뒤 10달러

    합리적 선택의 가장 어려운 점은 우리가 가진 정보의 불확실성에 있다. 그 불확실성의 상당 부분은 바로 미래가 가진 불확실성에 의거한다. 현재의 모든 선택은 필연적으로 미래에 영향을 끼치며 합리적 선택을 위해 각 대안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예측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더 많은 정보를 찾는 데 드는 비용 그리고 예측을 위해 필요한 계산에 드는 비용은 쉽게 대안들의 차이에 해당하는 편익을 초과한다. 바로 그 지점에서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노력은 무용하게 된다. 하지만 이 문제에 있어 손쉽게 개선할 수 있는 인간의 본능적 비합리성이 하나 존재한다. 먼저 마시멜로 실험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1970년대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이루어진 이 실험에서 4살 아이들은 눈앞의 마시멜로 하나를 먹지 말고 기다리면 하나를 더 주겠다는 말을 들었다. 어떤 아이들은 참지 못하고 하나를 먹었고, 어떤 아이들은 보상을 받았다. 이 실험이 사람들의 관심을 끈 것은 몇 십년 동안 이루어진 후속실험 때문이다. 참았던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 사이에 SAT 성적을 비롯한 다양한 성취의 차이가 있었으며, 연구진은 그 원인으로 ‘만족지연능력’, 곧 참을성을 들었던 것이다. 물론 이 실험에
  • [이효석의 신호를 찾아서] 과학자는 울지 않는다?

    [이효석의 신호를 찾아서] 과학자는 울지 않는다?

    요즘 인터넷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눈물샘을 자극하는 이야기들이 소개된다. 이야기들이 주는 감동과 교훈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사랑 이야기에서 우리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돌아보게 되며, 누군가의 비정한 운명 이야기에서는 자신의 행운에 안도하며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된다. 그러나 과학자는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바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갖는 것이다. 왜 사람들은 슬픈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일까? 이 질문은 다음 질문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왜 우리는 슬픈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일까? 그리고 보다 근본적인 질문이 있다. 바로 어떤 이야기가 우리를 슬프게 만드는 것인지, 궁극적으로는 왜 인간이 슬픔을 느끼는 것인가 하는 것이다. 오늘날 많은 과학자와 지식인들은 인간을 비롯한 지구상의 모든 생명이 진화를 통해 발생했음을 받아들인다. 진화는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특성을 가진 개체가 세대를 거칠수록 개체군 안에서 늘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진화론의 한 갈래인 진화심리학은 키와 피부색 같은 육체적 특성을 넘어 인간의 특정 행동과 이를 유도하는 감정 역시 진화의 영향 아래 있음을 말해 주고 있다.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그것이 바로 그 개체의
  • [이효석의 신호를 찾아서] 첫인상과 진화

    [이효석의 신호를 찾아서] 첫인상과 진화

    최근 대학생 몇 명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전공 선택과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자연스레 대화는 취업과 면접으로 옮겨 갔다. 나는 얼마 전 몇 명을 면접 본 일을 떠올리며 “면접관은 다양한 요소들을 통해 지원자의 많은 것을 알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한 친구가 물었다. “그렇게 많은 것이 보인다면, 면접에서 과연 얼마나 자신을 포장하는 것이 좋을까요?” 면접은 제한된 정보로 실체를 추측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전형적인 공학 문제로 볼 수 있다. 이력과 학력, 자기소개서 같은 서류 전형, 대화와 질문으로 이루어지는 대면 심사, 물건을 파는 미션, 인턴 과정 등이 모두 최소한의 비용으로 정보를 얻어 효율적인 계약관계를 이뤄 내기 위해 고안된 것들이다. 결혼을 염두에 둔 이들이 서로 소개를 받고 데이트를 통해 상대를 알아가는 과정 역시 남은 인생을 함께하게 될지 모를 그 사람에 대해 보다 많은 정보를 얻어 내기 위한 것이다. 중요한 점은 어떻게 해야 최선의 판단을 내릴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대체로 상대를 판단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일수록 판단의 정확도 역시 높일 수 있지만 너무 많은 정보는 그 자체로 소음이 되기 쉬우며 특히 매몰 비용 문
  • [이효석의 신호를 찾아서] 이해란 무엇인가

    [이효석의 신호를 찾아서] 이해란 무엇인가

    한때 이해는 암기의 반대말이었다. 시험이 대체로 한 사람의 암기능력을 확인하는 데 그쳤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그 시절에도 공부에 관심을 가진 많은 이들은 단순한 암기가 아닌 이해를 강조했다. 나도 그들을 따랐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가르쳐야 할 때는 개념의 다양한 응용을 알려주며 동시에 암기가 아닌 이해를 요구했다. 때론 학생들이,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 물었다. 과연 이해란 무엇일까? 당시 내가 내린 결론은 ‘무언가를 이해했다고 말할 수 있기 위해서는 그 내용을 배운 그대로가 아닌 자신의 말, 자신의 표현으로 나타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이미 알고 있던 지식과 새롭게 배운 사실의 관계를 파악해 이들을 연결시킬 수 있어야 하며 이를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뒤로 나는 종종 학생들에게 그들이 배운 새로운 개념을 자신의 말로 표현하도록 시켰다. 여기서 분명한 것은 ‘이해’란 절대 ‘언어’와 떨어질 수 없는 관계라는 점이다. 물론 최초의 깨달음은 종종 비언어적 형태로 다가오기도 한다.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었지만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것을 표현해 주는 이를 작가라고 했던가. 어쨌든 자신이 이해한 바를 다른 이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 [이효석의 신호를 찾아서] 과학자의 다이어트

    [이효석의 신호를 찾아서] 과학자의 다이어트

    다이어트는 자기 계발이라는 21세기 신흥 종교의 핵심 교리다. 이 교리의 특징은 외모라는 일상의 권력 기준에서 동력을 얻지만 건강이라는 또 다른 진리의 절대적 지지를 동시에 받는다는 점이다. 시대에 따라 선호되는 체형이 변한 것처럼 변화의 여지는 있을지라도 값싼 풍요가 만든 비만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너무나 명백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 교리의 위세는 약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이어트의 가장 손쉬운 기준은 한 인간의 물적량을 숫자 하나로 환원시킨 몸무게라는 값이다. 키라는 또 다른 인간의 특징을 제곱해 몸무게를 이 결과로 나눔으로써 우리는 키에 관계없이 비만을 판단할 수 있는 체질량지수(BMI)를 얻는다. 성인의 경우 키는 크게 변하지 않으므로 다이어트에 관심을 가진 이들은 자신의 체중 변화를 수시로 측정해 실천의 동기로 삼는다. 이렇게 자신의 체중을 재는 방법은 실제로 효용이 증명된 매우 드문 다이어트 방법 중 하나다. 체중의 변화를 지배하는 첫 번째 원칙은 질량 보존의 법칙이다. 질량 보존의 법칙은 간단히 말해 어떤 대상이 물리적·화학적 변화를 겪더라도 변화 전후로 그 질량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 쉽게 말하면 우유팩 하나를 들고 체
  • [이효석의 신호를 찾아서] 한 시간의 가치

    [이효석의 신호를 찾아서] 한 시간의 가치

    세계적 부자인 빌 게이츠는 길에 떨어진 100달러의 지폐를 주울 필요가 있을까.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으로 잘 알려진 미국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가 수업 중에 빌 게이츠의 재산에 대해 이야기하며 던진 질문이다. 그는 빌 게이츠가 초당 150달러를 벌고 있기 때문에 시간을 들여 100달러를 주울 가치는 없을 것이라고 농담 섞어 말했다. 이 이야기는 많은 관심을 끌었다. 어떤 이들은 그가 돈을 줍는다고 해서 다른 수입이 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100달러를 줍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또 다른 사람들은 짧은 시간이지만 그가 돈을 줍는 시간 동안 할 수 있었던 일을 못 했으므로 장기적으로 그것은 그에게 합리적 행동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물론 빌 게이츠 본인은 한 인터넷 사이트와의 인터뷰에서 “기꺼이 줍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샌델이 이 질문을 던진 이유는 빌 게이츠의 재산이 얼마나 많은지 말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를 조금 바꾸면 누구에게나 고민거리가 된다. 당신이 가진 시간의 가치를 어떤 행동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는 빌 게이츠가 아니기 때문에 1초가 아니라 한 시간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적당할 것이다. 이
  • [이효석의 신호를 찾아서] 합리적 인간은 숫자에 민감하다/네오펙트 최고알고리즘책임자(CAO)

    [이효석의 신호를 찾아서] 합리적 인간은 숫자에 민감하다/네오펙트 최고알고리즘책임자(CAO)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선택은 합리적 판단을 필요로 하며 합리적 판단은 정보에 의존한다. 정보는 사실과 숫자로 이루어지므로 인생에 등장하는 수많은 숫자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합리적 판단의 시작일 것이다. 선택은 대안을 비교하는 것이며, 비교는 기준을 필요로 한다. 오늘날 이 기준으로 가장 유용한 것 중 하나가 돈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하기 힘들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시간을 돈으로 바꾸기 위해 일상의 대부분을 투자하며 그 돈으로 필요한 것들을 구하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시간과 돈의 교환비율을 생각한다면 좀더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이틀에 한 번꼴로 면도를 하고, 한 번에 3분 소요된다고 할 때 면도 시간을 아끼기 위해 제모수술을 고려한다면 어떤 판단을 할 수 있을까. 수술비용은 100만원 정도이며 수술을 받더라도 1~2년 뒤에 다시 자란다고 하자. 1년 반이면 800분 절약할 수 있다. 병원을 몇 차례 방문하는 시간까지 포함시켜야 하므로 시간 절약을 위해 제모수술을 받는다는 것은 합리적 선택이라 하기 어렵다. 실제로 나는 합리적 판단을 위해 아침 기상과 함께 습관적으로 모든 것을 숫자로 바꾸어 생각하곤 한다. 5만원쯤 하는 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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