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화자는 유명 스타 아닌 2016년 꿈나무들
숨죽이며 바닥에 드러누운 ‘꽃잎’ 205개가 불이 붙자 땅을 박차고 하나 둘 일어나더니 원을 그리며 하나의 ‘성화(聖花)’로 활활 타올랐다.27일 오후 9시(이하 현지시간) 런던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시작돼 자정을 넘어 끝난 2012년 런던올림픽 개막식의 하이라이트인 성화대(聖火臺) 점화는 파격적인 모습으로 연출됐다.
런던올림픽 조직위원회는 개최국이 자랑하는 최고의 스포츠 스타가 성화대에 불을 붙이던 종전 방식에서 벗어나 특정 점화자 없이 점화 방법에 초점을 맞춰 대회의 성격을 강조하는 쪽에 방점을 찍었다.
이번 대회 슬로건으로 ‘하나의 삶(Live as One)’을 내건 조직위는 205개 참가국이 차별 없이 평화로운 삶을 영위하자는 의미로 205개의 ‘꽃잎’을 하나로 모아 성스러운 ‘불의 꽃’을 연출하는 점화 방식을 택했다.
각국 선수단이 입장할 때 기수 옆을 걷던 소년·소녀들이 금속으로 제작한 사발 모양의 물건을 하나씩 들어 보는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어떤 용도인지는 개막식의 대미를 장식한 성화대 점화 때에야 밝혀졌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차세대 영국 대표를 맡을 7명의 유망 선수들이 마지막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섰다.
이들은 운동장을 한 바퀴 돌고서 개회식 공연이 펼쳐진 무대 중앙으로 모였다.
이들은 금속으로 제작된 꽃잎 모양의 사발에 차례로 불을 붙였다.
불은 삽시간에 옆 사발로 번지면서 화려한 불의 꽃이 되었다.
205개의 금속 사발에 옮아 붙은 불은 각각의 줄기를 따라 하늘로 서서히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어 하늘로 향하던 불 줄기가 한데 모이자 거대한 불의 꽃망울이 터지면서 장관을 연출했다.
이번 대회처럼 성화 점화 방식에 큰 의미를 부여한 대회는 종종 있었다.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에서는 장애인 양궁 선수 안토니오 레보요가 직접 성화대에 불화살을 날려 불을 붙였다.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서는 중국의 체조 영웅 리닝이 궈자티위창(國家體育場) 지붕 상단 쪽에 설치된 특수 벽을 무협영화에 나오는 배우처럼 큰 걸음으로 밟고 지나가는 방법으로 성화대에 점화했다.
1996년 애틀랜타와 2000년 시드니 대회에서는 점화자를 강조하는 모양새였다.
애틀랜타 대회에서는 파킨슨병을 앓는 ‘복싱의 전설’ 무하마드 알리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불을 붙여 큰 감동을 안겼다.
역사적으로 ‘백호주의’가 기승을 떨쳤던 호주의 시드니 대회에서는 원주민(어보리진) 육상 선수인 캐시 프리먼이 점화자로 나서 ‘국민 평화’ 메시지를 전파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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