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문학
  • [이주의 어린이 책] “르네가 그린 재미있는 세상 찾아봐요”

    [이주의 어린이 책] “르네가 그린 재미있는 세상 찾아봐요”

    꿈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클라스 베르플랑케 글·그림/주니어RHK/40쪽/2만 5000원 이탈리아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에서 라가치상을 수상하고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 최종 후보에 오른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클라스 베르플랑케의 작품이다. 서양 미술의 거장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과 작품관을 어린이 눈높이에서 쉽고 흥미롭게 전한다. 작가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창조해 그림을 그렸다. 르네라는 이름의 화가는 꿈속에서 사과, 나뭇가지, 달걀 등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보는 익숙한 사물을 또 다른 무언가로 재탄생시킨다. 작품 속 르네가 그린 그림은 모두 초현실주의 표현 기법인 ‘데페이즈망’이라는 독특한 화풍으로 완성된 것이다. 작가는 꿈이라는 판타지 공간을 이용해 르네의 초현실 세계의 분위기에 맞는 그림 공간을 창조해 낸다. 본문 곳곳에는 ‘빛의 제국’, ‘통찰력’, ‘연인’ 등 르네 마그리트의 대표작 6개가 숨어 있다. 마치 숨은그림찾기를 하듯 거장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의 장점은 아이들에게 엉뚱한 상상이 주는 즐거움을 깨닫게 한다는 것. 우리들의 고정관념이나 편견, 관습에서 벗어나 좀더 새롭고 자유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
  • 고분벽화서 찾은 고구려 흥망성쇠

    고분벽화서 찾은 고구려 흥망성쇠

    고구려 벽화고분/전호태 지음/돌베개/448쪽/3만 5000원 쌍영총, 안악3호분, 덕흥리고분, 장천1호분, 개마총…. 많은 이들이 역사책에서 만났을 고구려 벽화고분들이다. 그런데 이 고분들에 대한 일반 인식은 이름과 존재의 알음 수준에 머물러 있고 학계의 연구 진전도 그 일천함을 크게 넘지 못한다. 이 책에선 30년 넘게 고구려 벽화고분에 천착한 울산대 교수가 절박함을 토로해 눈에 띈다. ‘고분벽화는 종교·신앙의 세계를 담은 동시에 무덤 주인이 살던 세계의 모습을 그대로 옮긴 그림’ 그 정의대로 저자는 고구려 고분벽화를 고구려인의 생활상과 세계관, 내세관까지 고스란히 담아낸 타임캡슐로 본다. 그리고 그 타임캡슐을 미술영역에 가두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벽화고분 10기의 양식 발전에 얹어 당대의 정세며 역학관계를 세밀하게 들춰 흥미롭다. 가장 도드라진 점은 대표 벽화고분들을 시기별, 지역별로 명쾌하게 구분 지은 것이다. 안악3호분과 덕흥리벽화분으로 대표되는 4세기~5세기 초 무렵 생활풍속 중심의 초기 벽화들을 보자. 중국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고 일상생활을 묘사한 듯한 화풍이 특징이다. 무덤 주인이 현재와 큰 차이 없는 세계에서 내세 삶을 꾸린다고 믿
  • [책꽂이]

    [책꽂이]

    부모공부 (고영성 지음, 스마트북스 펴냄) 아이큐, 독서, 사고방식, 호기심, 애착, 사회성 등 아이 양육과 관련된 22가지 분야를 중심으로 아이의 미래와 성장, 행복을 위해 부모가 꼭 알아야 할 사실을 담았다. 328쪽. 1만 4800원. 도넛을 구멍만 남기고 먹는 방법 (오사카대학 쇼세키카 프로젝트 지음, 김소연 옮김, 글항아리 펴냄) ‘도넛을 구멍만 남기고 먹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해 오사카대 교수들의 대답을 책으로 엮었다. 296쪽. 1만 6000원. 독수리의 꿈 (김종경 지음, 북앤스토리 펴냄) 우리나라 겨울 철새인 독수리만을 다룬 생생한 생태사진 보고서다. 멸종 위기종 보호를 포토 메시지로 전한다. 95쪽. 3만 5000원. 라플라스의 악마, 철학을 묻다 (최훈 지음, 뿌리와이파리 펴냄) 형이상학, 인식론, 윤리학 등 철학의 주요 분야 중 선택한 117가지 사고실험을 통해 철학의 중요한 문제들을 섭렵할 수 있도록 꾸민 입문서. 412쪽. 1만 5000원. 해방의 비극 중국 혁명의 역사 1945~1957 (프랑크 디쾨터 지음, 고기탁 옮김, 열린책들 펴냄) 중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긴 여정인 ‘인민 3부작’ 중 첫 번째 이야
  • 서점으로 피서 떠나는 ‘북캉스족’을 위한 추천도서

    서점으로 피서 떠나는 ‘북캉스족’을 위한 추천도서

    넘치는 휴가객이나 방학기간을 맞은 중고등학생들을 피해 7월말, 8월초 휴가를 피하고 뒤늦은 휴가를 선택한 사람일수록 조용한 휴가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개학과 함께 학생들이 빠져나간 서점가를 채우고 있는 것도 바로 북캉스를 즐기려는 늦깎이 휴가객들이다. 이에 더위도 피하고 자기계발도 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북캉스를 위해 올 여름 주목할만한 책들을 소개한다. 보이스 컨설턴트이자 대화법 전문가로 활동 중인 오수향 교수의 ‘1등의 대화습관’은 자기계발 분야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도서다. 수년간 대화법을 컨설팅해 온 저자가 마음을 움직이는 소통과 설득을 기술을 알려준다. 오수향 교수는 “협상, 계약, 면접처럼 중요한 일은 모두 말을 통해 결정된다. 그렇다면 말을 잘 하려면 타고나야 하는 것일까? 정답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뛰어난 말재주는 연습으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말이 바뀌면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며 “이 책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대화를 통한 소통의 힘과 자신감을 얻어가기 바란다”고 전했다. 조정래 작가의 ‘풀꽃도 꽃이다’는 국내 문학사의 거장이 우리 사회와 교육의 지향점을 제안하는 장편소설이다. 3년에 걸쳐 국
  • 시가 된 댓글… 헬조선 들추다

    시가 된 댓글… 헬조선 들추다

    차마 바로 듣지도, 보지도 못할 아픈 사연엔 늘 그의 시가 뒤따랐다. 섭씨 1600도의 쇳물에 빠져 흔적도 없이 사라진 20대 청년의 참혹한 죽음에도 그랬고, 아이에게 체리 맛을 알려주고 싶어 체리를 훔친 가난한 엄마의 비극에도 그랬다. 지난 6년간 그가 댓글을 쓴 뉴스와 댓글 시를 이어 보면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없는 ‘헬조선’의 지도가 그려진다. 댓글 시인 제페토의 첫 시집 ‘그 쇳물 쓰지 마라’(수오서재)를 읽다 보면 이 말이 과언이 아니라는 각성이 통렬히 덮쳐온다. 댓글 시인이 세인들의 입길에 오른 건 표제시 ‘그 쇳물 쓰지 마라’부터였다. 2010년 쇳물이 끓는 용광로에 빠져 숨진 청년에 대한 기사에 달린 그의 조시(弔詩)는 쉽게 잊힐 뻔한 죽음을 저릿하게 각인시켰다. 이 댓글 시에는 400여개의 댓글이 눈물방울처럼 달렸다. 5년 뒤 다시 그의 시를 읽으러 일부러 뉴스를 찾은 누리꾼도 있었다. ‘광염(狂焰)에 청년이 사그라졌다./그 쇳물은 쓰지 마라.//자동차를 만들지 말 것이며/가로등도 만들지 말 것이며/철근도 만들지 말 것이며/바늘도 만들지 마라.//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나.//그 쇳물 쓰지 말고/맘씨 좋은 조각가 불러/살았을 적 얼굴 흙으
  • 日병원서 섬뜩한 눈빛… 덕혜옹주 ‘망국의 한’

    日병원서 섬뜩한 눈빛… 덕혜옹주 ‘망국의 한’

    강제 결혼 소식에 사흘 식음 전폐 저자 “무서워 조현병 앓았던 걸까” 조선의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1897~1970·이은)과 그의 하나뿐인 여동생 덕혜옹주(1912~1989)의 운명은 기구했다. “때가 오기까지는 모든 것을 꾹 참고 기다리라”는 아버지 고종(1852~1919)의 가르침을 가슴에 새긴 영친왕은 기쁠 때는 미소를 약간 짓는 데 그쳤고, 슬플 때는 억지로 참다가 밤중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혼자 울었다. 영친왕은 말년에 실어증을 앓았고, 조국에 돌아온 뒤로도 7년간 병상에 누워 한마디 말도 하지 못한 채 영면했다. 누이인 덕혜옹주 역시 원치 않은 결혼을 한 후에 조현병과 실어증을 앓으며 세상을 향한 말을 잊고 타계했다. 400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 중인 영화 ‘덕혜옹주’에서 박해일이 연기한 김장한은 1950년 서울신문 도쿄특파원을 지낸 김을한(1905~1992) 기자를 모델로 했다. 영화 흥행 열기를 타고 김을한이 남긴 책 ‘조선의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페이퍼로드)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 책은 1970년 한 일간지에 연재된 것을 묶어 이듬해 단행본으로 나왔다가 2010년 39년 만에 재출간됐고, 이번에 다시 빛을 보게 됐다. 이 책은 영친왕
  • “詩는 일상의 비루함에서 우리를 구원하죠”

    “詩는 일상의 비루함에서 우리를 구원하죠”

    “시는 보이지 않는 언어로 보이는 것을 쓰는 대신, 보이지 않는 마음을 울리고 머리를 때려요. 가능과 불가능의 세계를 끊임없이 오가면서요. 그러니 시를 쓰는 행위 자체가 혁명이죠.” 그의 ‘언어 부리기’는 천진한 아이의 놀이 같다. 유머와 장난기 어린 시어들은 읽기는 쉽다. 하지만 능수능란하게 배열된 시어들을 따라가다 보면 금세 알아채게 된다. 그의 말놀이가 불현듯 날린 잽처럼 현실을 간단하게 전복시키고 있다는 걸. “그는 시에서 끊임없이 놀이를 벌인다. 그리고 그는 그 놀이로 혁명을 시도한다”(권혁웅 평론가)는 평이 붙은 이유다. 세 번째 시집 ‘유에서 유’(문학과지성사)를 펴낸 오은(34) 시인을 두고 하는 말이다. 때론 비루하고 때론 잔혹한 현실을 찌르는 언어 유희의 쾌감이 은근하면서도 강해졌기 때문일까. 새 시집은 출간 하루 만에 재쇄와 삼쇄를 연달아 찍을 정도로 빠른 호응을 얻고 있다. “그간 말놀이라는 건 문학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영역이었어요. 1980년대에도 등장하긴 했지만 ‘이 시인이 나이가 들어도 재치가 있네’라는 정도로만 여겨졌지 문학적으로 의미 있게 다뤄진 적은 없었거든요. 하지만 너무 말놀이로 주목을 받다 보니 ‘형식은 그렇지만 내용은
  • 지독한 책사랑, 그 뒤엔 백성사랑

    지독한 책사랑, 그 뒤엔 백성사랑

    세종의 서재/박현모 외 지음/서해문집/344쪽/1만 7000원 조선 3대 임금 태종 이방원은 ‘철혈군주’였다. 정적과 형제들까지 가차 없이 죽였고, 강력한 중앙집권체제를 구축해 태조 이성계의 뒤를 이은 실질적인 창업군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태종의 강력한 카리스마와 끝없는 권력 투쟁, 숙청 작업은 어린 세종에게 숨 막히는 삶이었을지 모른다. 세종이 책을 탐독한 이유도 책이 유일한 현실 도피처였기 때문이다. 세종은 역대 조선의 국왕 가운데 대표적인 다독가(多讀家)이자 직접 책을 만들기도 한 탐서가(探書家)였다. 그의 책 사랑은 세종실록 20년 3월 19일 스스로 밝힌 “책을 보는 중에 그로 말미암아 생각이 떠올라 나랏일에 시행한 것이 많았다”라는 독백에서 오롯이 엿볼 수 있다. 명종실록 1년 6월 9일 기사에는 특진관 신영이 “세종은 지나치게 학문을 부지런히 하시어 심신을 손상하게까지 되시니 태종께서 서책을 거두도록 명하셨습니다. 우연히 구소수간(歐蘇手簡)이 어안(御案)에 놓여 있었는데 이는 구양수(歐陽修)와 소식(蘇軾)의 서찰로 정회(情懷)를 쓴 것일 뿐 문의(文意)가 웅장하고 심원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세종께서는 성심으로 학문을 좋아하셨으므
  • [이주의 어린이 책] 쉿! 이건 너한테만 얘기하는 비밀이야

    [이주의 어린이 책] 쉿! 이건 너한테만 얘기하는 비밀이야

    이건 비밀인데…/강소연 글/크리스토퍼 와이엔트 그림/김경연 옮김/풀빛/32쪽/1만원 아이들은 ‘비밀’을 좋아한다. 아이들에게 비밀은 놀이이며 비밀을 이야기하는 건 ‘우린 친구’라는 의미를 뜻한다. 첫 그림책인 ‘넌 (안) 작아’로 지난해 미국 닥터 수스상을 수상한 강소연 작가의 신작 ‘이건 비밀인데…’는 마치 그림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내 비밀을 들어줄래”하고 말을 건네는 느낌이다.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그림책 주인공과 교감하도록 이끄는 신선한 구성이 돋보인다. 연못가에서 엄마·아빠 개구리와 함께 살고 있는 주인공 개구리는 책을 읽는 우리에게 “쉿!”하고 풀숲으로 들어간다. 개구리는 우리에게 가까이 오라고 한다. 아마 아이들은 책에 코를 쏙 박을 만큼 얼굴을 개구리에게 가까이 들이밀지 않을까. 왜냐하면 비밀 이야기는 아무도 몰래 혼자 들어야 하니까. 개구리의 비밀은 바로 물이 무서워 헤엄을 치지 못한다는 것. 올챙이 때부터 아무에게도 말 못한, 누가 알까 혼자 전전긍긍한 고민이다. 개구리의 비밀을 알게 된 아이들은 고민을 풀어주기 위해 “개구리야, 걱정 마. 내가 널 응원할게”라고 말하거나, 자기도 개구리처럼 고민이 있다면 마음속 비밀 이야기를 건넬지도
  • [책꽂이]

    [책꽂이]

    각주의 역사 (앤서니 그래프턴 지음, 김지혜 옮김, 테오리아 펴냄) 오늘날 학술서와 논문에 필수적인 각주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간다. 다른 연구자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데 각주를 활용하는 학계의 관행 등도 다룬다. 320쪽. 1만 5000원. 국립고궁박물관 (최동군 지음, 담디 펴냄)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조선 왕실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박물관 구석구석에서 새롭게 발견하고 알아 가는 재미를 준다. 319쪽. 1만 6000원. 고양이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스베틀라나 페트로바 지음, 공경희 옮김, 세종서적 펴냄) 명화에 뚱보 고양이 자라투스트라를 결합해 디지털 시대의 예술과 세계 최고의 미술관으로 안내한다. 304쪽. 2만원. 버섯 도감 (권혁도 외 그림, 석순자 그림, 보리 펴냄) 우리나라에서 나는 5000종이 넘는 버섯 중 125종을 뽑아 아름다운 세밀화로 버섯 역사부터 각 버섯의 정보를 담았다. 348쪽. 8만원. 여행을 믿는다 (이재영 지음, 클 펴냄) ‘글쓰는 엄마’와 책을 읽기 좋아하는 딸이 함께 떠난 여행의 순간순간을 이야기하듯이 풀어낸 책이다. ‘엄마이자 한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성찰을 엿볼 수 있다. 303쪽,
  • 모든 욕망의 출발은 장난감이었다

    모든 욕망의 출발은 장난감이었다

    어른이 되어서도 장난감을 놓지 못하는 무의식적 이유/박규상 지음/팜파스/280쪽/1만 4000원 유명 햄버거 프랜차이즈에서 어린이를 위한 세트를 판매한다. 판촉을 위해 그때그때 유행하는 장난감을 끼워 판다.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난리다. 햄버거가 맛나서가 아니다. 그리 고급스럽지도 않은 장난감 때문이다. 당장 “애들이냐~!”하는 핀잔이 나올 수도 있겠다. 어려서 아카데미 과학사에서 나온 프라모델 로봇이나 군함, 탱크 등 밀리터리 시리즈를 조립하고 옥도정기(요오드팅크) 용기에 꽂힌 붓을 들고 도색을 해 본 경험이 있다면 고개를 끄덕일 듯. 요즘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에 빠져 속초로, 울산으로 쏘다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 1990년대 후반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피카츄를 좋아했던 게 분명하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어릴 때는 그럴 수 있다 치자. 그간 공부에, 취업에, 직장 생활에 치여 멀어졌던 장난감에 대한 욕구가 뒤늦게 꿈틀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성인이 되어서야 덕후의 세계를 접한 인문학자인 저자는 술로, 커피로, 노래로, 운동으로, 춤으로, 대화로, 여행으로, 맛난 음식으로 얼굴을 바꿨던 욕망의 출발점은 사실 장난감이었다고 진단한다.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조원경 지음, 쌤앤파커스 펴냄)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22명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의 통찰을 불안, 불확실성, 불균형으로 대별되는 현대 경제를 통해 들여다보는 지혜와 경제에 대한 안목을 담아냈다. 경제학의 대가 존 케인스가 2030년 우리에게 닥칠 미래를 표현한 에세이 ‘우리 손자 세대의 경제적 가능성’을 모티브로, 자본 축적과 기술 발전으로 생산성이 증대된다는 케인스의 예측에 대해 세계적인 일자리 부족, 부의 불균형, 세대 간 갈등 등을 짚으며 대다수의 중산층이 사라지는 디스토피아를 우려한다. 22명의 경제 이론에 충실하면서도 단순하고 명료한 사례로 풀어내 마치 세계 곳곳을 돌며 경제 여행을 하는 느낌을 준다. 304쪽. 1만 6000원. ●알랭 바디우 진리를 향한 주체 (피터 홀워드 지음, 박성훈 옮김, 길 펴냄) 현대 철학에서 폐기돼 버린 철학의 오래된 문제인 존재, 주체, 진리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유한 철학자 알랭 바디우의 철학에 대한 입문서다. 이 책은 그의 철학의 주요 구성 성분을 샅샅이 훑으면서도 동시대 다른 철학자들의 작업과 어떻게 다른지를 그대로 보여 준다. 바디우는 “인간의 사유가 객관적 진리를 성취하느냐는
  • 노벨상 작가의 색다른 ‘세상 바라보기’

    노벨상 작가의 색다른 ‘세상 바라보기’

    다른 색들/오르한 파무크 지음/이난아 옮김/민음사/660쪽/2만 3000원 참 얄팍하다. 책이 지녔을 여러 함의의 무게들을 가늠하기보다 저자의 이름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현실이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새 책 ‘다른 색들’을 가벼이 표현하자면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가 다양한 키워드로 풀어내는 인생의 이야기’쯤이 되겠다. 하지만 책은 그리 가볍거나 단순하지 않다. 저자의 삶에 좀더 무게를 두면 ‘노벨상 수상 작가라는 수식어 뒤에 가려졌던 한 노작가의 삶이 응축된 책’으로 표현될 수 있겠다. 책을 열면 보석처럼 반짝이는 언어들이 먼저 눈에 박힌다. 이를 저자가 다른 이의 글에 대해 표현한 문장을 다시 인용해 표현하면 “정확한 단어의 완벽한 선택과 산문에서 드러나는 단호함이 어찌나 아찔한지 글은 순식간에 마법적인 특징을 지니게 된다.” 누구나 그렇듯, 저자에게도 아버지는 각별한 의미였던 듯하다. 아버지 이야기에서 시작해 아버지 이야기로 끝을 맺으니 말이다. 책의 마지막 장, 그러니까 노벨상 수상 소감문에서 밝힌 아버지 이야기는 참 감동적이다. 저자는 어느 날 아버지에게 가방 하나를 받는다. 당신께서 생전 들고 다니던 가방이다. 필경 문학도를 꿈꿨던 아버지
  • 노동계급 불평등 현실과 극복의 ‘증언’

    노동계급 불평등 현실과 극복의 ‘증언’

    민중/셀리나 토드 지음/서용표 옮김/클/672쪽/3만원 역사는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의 기록이다. 평범한 노동계급은 분명히 그 사회에서, 그 시대를 함께 살았음에도 역사에서 도외시되곤 했다. 다행스럽게도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지닌 역사가들이 없지 않았다. ‘민중’은 20세기를 살아온 노동계급의 숨겨진 역사를 생생한 증언과 세밀한 기록으로 되살려낸 책으로 영국 사회 대다수를 차지하는 노동계급이 1910년부터 현재까지 어떻게 이 불평등한 상황에 적응하고 저항하고 현실을 극복해 왔는지를 다룬다. 노동계급 출신 역사학자인 셀리나 토드는 자신의 가족 이야기가 20세기의 공식적인 역사책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음을 깨닫고 노동계급의 역사를 스스로 쓰기로 결심하면서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기초한 또 하나의 근대 영국사를 만들었다. 18~19세기 영국 노동계급의 형성 과정을 그려낸 역사가 에드워드 파머 톰슨의 뒤를 이어 저자는 수많은 인터뷰를 통해 격동의 20세기를 살아간 노동계급 사람들의 삶을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기록했다. 책에는 입주 하인과 하녀, 공장과 상점 노동자, 탄광의 광부, 주부는 물론 이민자와 어린이까지 수많은 목소리가 등장한다. 토드는 특히 여성 노동자
  • 김치녀·한남충·홍어·종북·일베·개돼지…혐오발언, 이기려면 맞받아쳐라

    김치녀·한남충·홍어·종북·일베·개돼지…혐오발언, 이기려면 맞받아쳐라

    소용돌이치는 혐오세태 속 상처받는 말의 효과와 역설 조명 혐오표현 국가 개입 땐 재생산 초래 발언자도 예상 못한 맞대응 전략 제시 혐오 발언/주디스 버틀러 지음/유민석 옮김/알렙/372쪽/1만 8000원 김치녀, 한남충, 홍어, 종북, 일베, 메갈리안, 개·돼지 발언…. 최근 한국에서 혐오 발언을 둘러싼 논쟁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선 혐오 발언에 대한 국가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 규제의 이유로 발언의 폭력성과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가 거침없이 들먹거려진다. ‘젠더 트러블’로 국내에서도 유명한 미국 철학자이자 세계적인 젠더이론가 주디스 버틀러가 1997년 쓴 이 책은 그 같은 혐오 발언을 둘러싼 통념과 주장을 보기 좋게 뒤집어 신선하다. 언어학자나 철학자를 포함해 대부분의 이론가들이 바라보는 혐오 발언은 피해와 상처, 공포에 집중돼 있다. 혐오발언은 권력을 가진 자가 의도적으로 행사하는 차별행위이고 이 말들은 곧 행위자가 되며 수신자를 열등한 지위로 전락시킨다는 것이다. “혐오 발언은 강자의 차별을 정당화하고 약자들을 발언하지 못하도록 침묵시킨다”는 철학자 레이 랭턴의 주장이 대표적이다. 이를테면 ‘백인 전용’이란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