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 책표지 예술이 꽃피다…예술가 60여명 작품 담긴 책 110여권 선봬
1970년대 ‘북디자이너’가 없던 시절, 책 표지는 화가들이 그렸다. 그래서 표지 자체가 예술로 남은 사례도 많다.
소설가 안수길이 1952년 발표한 ‘제3인간형’(사진 위)의 표지에는 기다란 뿔이 인상적인 동물 두 마리가 그려져 있다. 표지 안쪽의 파란색 면지에는 흰색 선으로 그려진 쓸쓸한 풍경 그림이 있다. 이 책의 표지와 면지 작품을 완성한 주인공은 바로 ‘추상미술의 선구자’인 김환기다.
삼성출판박물관이 김환기를 비롯해 한국 현대미술에서 명성을 떨친 화가, 판화가, 만화가, 문인이 제작한 책의 표지 그림과 삽화, 제자(題字·책에 쓰는 글자)를 조명하는 기획전 ‘책이 된 예술, 예술이 된 책’을 열고 있다. 작고한 서양화가인 장욱진·천경자·이응노, 단색화로 명성을 얻고 있는 박서보, 동양화가 김기창·박노수, 서예가 김응현, 작가 오세창 등 예술가 60여명의 작품이 담긴 책 110여권이 나온다.
김환기가 표지를 그린 작품으로는 김동인의 ‘발가락이 닮았다’(1948·수선사), 황순원의 ‘카인의 후예’(1954·중앙문화사), 현대문학 창간호(1955), 이희승의 ‘심장의 파편’(1961·일조각) 등을 볼 수 있다. 또 유아적이고 토속적인 감성을 추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