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문학
  • [책꽂이]

    협동조합 이야기 (우재영 지음, 국보 펴냄) 양극화 심화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협동조합에 주목해 협동조합의 탄생 배경과 경영 전략, 선진국 사례 등을 망라한 종합 안내서. 314쪽. 1만 6000원. 블랙홀과 시간여행 (킵 S 손 지음, 박일호 옮김, 반니 펴냄) 영화 ‘인터스텔라’의 과학 고문을 맡았던 물리학 거장 킵 손 교수가 펼쳐 보이는 블랙홀과 우주의 원리. 832쪽. 4만 2000원. 건축 멜랑콜리아 (이세영 지음, 반비 펴냄) 당인리발전소에서 대공분실, 아현고가도로, 고속버스터미널 등 16개의 건축, 6개의 공간에서 읽어 내는 시대의 징후. 332쪽. 1만 7000원. 모바일트렌드 2017 (커넥팅랩 지음, 미래의창 펴냄) 단 한 사람만을 위한 인공지능 개인비서, 모바일 컨시지어의 등장 등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의 새로운 경향을 미리 본다. 368쪽. 1만 6000원. 히데코의 연희동 요리교실 (나카가와 히데코 지음, 이봄 펴냄) 귀화 한국인으로 23년째 서울 연희동에 살고 있는 저자가 공개하는 76개의 레시피와 이야기. 440쪽. 2만 5000원. 균형 (유준재 지음·그림, 문학동네 펴냄) 홀로 외줄을 타는 아이가 균형을 이루기 위해선
  • 목조건물인데 왜 대지진에 끄떡없지?

    목조건물인데 왜 대지진에 끄떡없지?

    고대 도시로 떠나는 여행/둥젠훙/이유진 옮김/글항아리/428쪽/2만 2000원 패키지 상품으로 중국을 여행할 때면 십중팔구 고대 도시나 수향(水鄕) 가운데 하나는 들르게 마련이다. 이런 유적지를 볼 때면 부럽고 안타까운 생각이 교차한다. 개발이 덜 됐든, 보전을 잘했든 고성(古城)들이 많이 남아 있다는 건 분명 부러운 노릇이다. 한데 부러움이 안타까움으로 바뀌는 순간도 허다하다. 지나친 상업화 때문이다. 성 안을 찬찬히 돌다 보면 위대한 유산을 남긴 위대한 선조를 두었으면서도 이를 제대로 되살려 내지 못하는 후손들이 안타깝고 원망스러울 때가 많다. 새책 ‘고대 도시로 떠나는 여행’은 이처럼 우리가 흔히 봐 왔으면서도 스쳐 지나기 일쑤였던 중국 고대 도시와 수향 마을들의 건축 원리를 담고 있다. 장안(長安·현 산시성 시안)은 한때 인구가 100만명에 이르는 대도시였다. 수나라 문제가 세워 당나라 때까지 수많은 황제들이 머물렀다. 1975년 조사에서 장안의 규모가 동서 9.7㎞, 남북 8.6㎞이고, 성벽 내부의 면적은 83㎢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조선시대 한양의 5배에 달하는 크기다. 책이 소개하고 있는 고대 도시는 모두 7개다. 장안을 비롯해
  • 국내외 학자 17명의 ‘돈키호테’ 비평 모음

    국내외 학자 17명의 ‘돈키호테’ 비평 모음

    환멸의 세계와 문학적 유토피아 - 돈키호테를 읽다/박철 외 지음/월인/432쪽/2만원 “인간은 각자 자신의 땀과 노력으로 자신의 혈통을 만든다”고 외쳤던 돈키호테의 시대가 금수저와 흙수저 논쟁이 가열찬 이 시대 우리 젊은이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이 책에 필자로 참여한 17명의 국내외 스페인문학 전공자들의 질문이다. 그 답은 지루하고 누추한 현실이라도 이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현실적 실천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 책은 돈키호테의 천재적 작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1547~1616) 타계 400주년에 맞춰 돈키호테를 고찰한 비평서다. 돈키호테는 기사도적 낭만주의에서 자본주의적 현실주의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인간의 운명을 보여 준다. 동시에 역사적 필연성을 띠고 등장하는 근대성을 제대로 소화해 내지 못한 스페인의 내적인 갈등과 모순을 상징한다. 돈키호테는 자전적 소설이다. 전쟁 영웅이지만 고난과 환멸의 삶을 살아야 했던 세르반테스는 자신의 몰락과 동반하는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몰락을 목도하며 이 작품을 써 내려갔다. 스페인 왕립한림원 종신회원인 박철 한국외국어대 전 총장의 명예 퇴임을 기념하고 세계 최고의 걸작에 대한
  • [이주의 어린이 책] 죽음 앞둔 할아버지가 꿈꾼 천국에서의 인생

    [이주의 어린이 책] 죽음 앞둔 할아버지가 꿈꾼 천국에서의 인생

    이게 정말 천국일까?/요시타케 신스케/고향옥 옮김/주니어김영사/32쪽/1만 2000원 ‘불만이 있어요’, ‘이게 정말 사과일까?’ 등으로 국내에도 두터운 팬층을 거느린 요시타케 신스케의 신작이 나왔다. 일본에서는 출간 사흘 만에 10만부가 팔려 나간 화제의 책 ‘이게 정말 천국일까?’다. 작가 특유의 경계 없는 상상력과 재기는 쉽게 입 밖에 꺼내기 힘든 ‘죽음’에까지 다가갔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공책 하나가 발견됐다. ‘천국에서 뭘 할까?’라는 제목의 표지를 넘기자 죽음 저 너머를 향한 할아버지의 유머 넘치는 상상이 거칠 것 없이 펼쳐진다. 천국이 싫증나면 환생 센터로 가 팔자 늘어진 부잣집 고양이, 맘대로 짓까불어도 사랑받는 막내가 되고 싶다. 뜨뜻한 온천탕에서 고민을 상담해 주거나 소소한 추억 이야기를 즐겁게 들어 주는 수호 천사를 만나기를 기대한다. 할아버지가 그리는 천국이란 곳곳에 침대와 온천이 있고, 만나는 사람마다 칭찬을 건네는 곳이다. 지옥은 생일 선물로 주사를 꾹 놓아 주고 뭘 해도 혼만 나는, 생각만 해도 진저리쳐지는 곳이다. 할아버지의 공책은 기묘한 마력이 있다. 읽다 보면 ‘나’도 어서 빨리 천국으로 발을 내디뎌 보고 싶어진
  • 유명 웹툰작가 이자혜씨, ‘청소년 성폭행 방조’ 시인

    유명 여성 웹툰작가 이자혜(25)씨가 청소년 성폭행을 방조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이씨가 의혹을 사실상 인정했다. 이 여파로 이 작가의 단행본 출간이 중단됐다. 이번 사태는 이모씨가 지난 18일 인터넷에 웬툰작가와 얽힌 과거를 폭로하면서 불거졌다. 이씨는 “19살 때 당시 취미로 음악을 하고 디자인업계에 종사하던 36살 남성에게 성추행과 강간을 당했다”며 웹툰작가 L씨로부터 남성을 소개받았다고 밝혔다. 이씨는 L씨가 두 사람에게 ‘성관계를 하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낸데 이어 자신이 남성과 만나는 상황을 만화로 그렸다며 구체적인 작품명을 제시했다. 작가가 성폭행을 유발하도록 한 뒤 작품 소재로 썼다는 것이다. 이 작가는 자신이 ‘웹툰작가 L씨’로 지목되자 19일 트위터에 “타인에 의해 성폭력을 모의하도록 한 점에 대해서 사과드리며 모두 제 잘못입니다”라고 써 이씨의 주장을 사실상 인정했다. 이 작가는 2014년 데뷔했다. 이 작가의 만화 ‘미지의 세계’ 시리즈를 발행하는 출판사 유어마인드는 이날 “이 만화가 읽히는 것이 피해자에게 반복적이고 추가적인 가해가 될 수 있다”고 사과했다. 이미 발행한 1∼2권은 재고를 회수하고 예약 판매 중인 3권은
  • 애국이라는 이름의 조작 여전한 악몽

    애국이라는 이름의 조작 여전한 악몽

    부담없이 또 스스럼없이 우리가 이야기를 나눠야 비극은 반복되지 않는다 “그때 그 시절 애국을 강조하던 사람들이 입에 달고 살았던 조국과 민족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 아니었을까 이야기해 보고 싶었습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을 추적한 다큐멘터리 ‘자백’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얼마 전 개봉한 김기덕 감독의 ‘그물’에도 남한으로 표류한 북한 어부를 간첩으로 몰아가는 정부기관 요원이 나온다. 여기에 간첩 조작이 횡행했던 우리들의 어두운 현대사를 담은 ‘조국과 민족’이라는 만화가 출간돼 화제다.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때로는 웃프게, 때로는 경쾌하게, 때로는 긴장감 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갔다는 점이 파격적이다. ‘시국 누아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19일 서울신문과 만난 강태진(44) 작가는 “누군가에게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끔찍하고 몸서리치는 악몽일 텐데 가볍게 접근한 작품에 많은 의미가 부여되는 것 같아 난처하고, 부끄럽고, 민망하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거창한 뜻을 품고 작품을 구상한 것은 아니었다. 정부기관 주최 공모전의 상금을 받으러 갔던 경험담을 전해 들었던 게 단초가 됐다. 이 이야기
  • “바윗덩이를 밀고 오르듯, 살아 있는 한 글을 쓰겠소”

    “바윗덩이를 밀고 오르듯, 살아 있는 한 글을 쓰겠소”

    “요즘은 마른나무에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라우.” 고 이청준 소설가가 한승원(77) 작가의 어머니에게 엎드려 절할 때였다. “아주 강건해 보이십니다, 어르신”이라는 문안 인사에 어머니가 두 손을 어루만지며 나직이 되뇐 말이다. 마른나무에 흐르는 물소리처럼 생명력 넘치는 신화적 세계, 야만의 역사를 서사로 옮겨온 소설가 한승원이 등단 50주년을 맞았다. 그의 반세기 문학 여정을 매듭짓는 작품들이 최근 잇따라 나왔다. 새 장편 ‘달개비꽃 엄마’(문학동네), 대담과 에세이를 엮은 ‘꽃과 바다’(예담), 발표작 가운데 작가가 직접 고른 중단편선집 ‘야만과 신화’(예담) 등이다. ‘달개비꽃 엄마’를 두고 작가는 “이때껏 써 온 소설들의 총체”라고 말한다. 3년 전 100세를 한 해 앞두고 세상을 떠난 어머니가 그를 문학으로 이끈 ‘뿌리’이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며칠 몸살을 앓더라도 팔십 리 길을 걸어 어머니를 보러 고향집으로 달려갔어요. 그렇게 강한 자성을 지닌 어머니란 어떤 존재일까, 늘 궁금했어요. 달개비 풀꽃처럼 강인하게 산 한 여인, 세상을 키워 내는 원천이자 우주의 뿌리인 어머니를 (소설을 쓰며) 깊이 읽어 보고 싶었던 거죠.” 그에게 어머니
  • [책꽂이]

    [책꽂이]

    우리말 꽃이 피었습니다 (오리여인 글·그림, 시드페이퍼 펴냄) 온갖 외래어와 신조어가 남발하는 요즘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우리말 단어 120개로 만들어 낸 공감의 에세이. 240쪽. 1만 4000원. 슈독 (필 나이트 지음, 안세민 옮김, 사회평론 펴냄) 빌린 50달러와 무모한 끈기로 나이키 제국을 건설한 창업자 필 나이트의 자서전. ‘슈독’은 신발 연구에 미친 사람를 뜻하는 은어다. 552쪽. 2만 2000원. 4차산업혁명 앞으로 5년 (이경주 지음, 마리북스 펴냄) 삼성 정보통신의 30년 전략기획가가 알기 쉽게 정리한 4차 산업혁명 대중 입문서. 비즈니스 현장 이야기와 경쟁국들의 동향을 담았다. 324쪽. 1만 6000원. 훈민과 계몽 (강명구 지음, 나남 펴냄) 훈민과 계몽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로 한국 공론장의 국가주의 성격을 살펴보고, 역사적 접근을 통해 공론장의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한다. 507쪽. 2만 5000원. 절박할 때 시작하는 돈관리 비법 (데이브 램지 지음, 백가혜 옮김, 물병자리 펴냄)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재정 전문가인 저자는 최고의 재테크는 명료한 돈 관리 습관이라고 역설한다. 332쪽. 1만 4500원. 브로커의 시간 (서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소설 속 영화, 영화 속 소설 (이대현 지음, 다할미디어 펴냄) 문화부 기자 생활과 영화 평론을 해 온 저자가 풍부한 인문학적 지식과 섬세한 감성, 꼼꼼한 시선으로 문학이 있는 영화의 현장 얘기를 들려준다. 원작이 있는 영화는 자연스럽게 언어의 상상력과 영상을 영화가 어떻게 표현하고, 변주하고, 압축했는지 비교하게 해 준다. 문학과 영화는 ‘서사’라는 공동의 운명을 갖고 있다. 저자는 “이 영화는 원작에 충실했다”는 감독의 말보다 더 한심하고, 스스로 무능하고 창의성 없는 ‘바보’임을 드러내는 고백은 없다고 지적한다. 영화는 원작을 과감히 덜어내고, 그 빈 곳에 자신의 눈으로 본 세상을 자기의 영화적 색깔과 시각적 요소로 섬세하게 채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260쪽. 1만 5000원. 중국을 보다 (마궈촨 지음, 강영희 옮김, 세종서적 펴냄) 중국 경제지 ‘차이징’ 주필인 저자가 중국 개혁·발전을 주제로 세계적 권위자 20여명을 인터뷰한 책이다. 부정부패·정치민주화·교육개혁·환경파괴 등 최근 부각되는 이슈를 통해 오늘날의 중국을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해 본다. 헨리 키신저, 무함마드 유누스, 프랜시스 후쿠야마 등 국제 문제에 정통한 정치가와 사상가들이 인터뷰에
  • 中 지도자들 필독서… 세종대왕·日 료마도 애독

    중화인민공화국 초대 주석인 마오쩌둥(毛澤東)은 사마광의 ‘자치통감’을 늘 끼고 살아 그의 생애 동안 17번이나 읽은 것으로 유명하다. 중국 개혁·개방의 상징인 덩샤오핑(鄧小平)부터 집권 후 ‘부패 척결’을 명분으로 25만여명을 처벌한 시진핑(習近平) 현 주석까지 당대의 지도자들이 이 책을 필독서로 꼽았다. 세종대왕은 자치통감을 직접 교정까지 보며 편찬해 경연 교재로 삼았고, 일본 메이지유신의 주역 사카모토 료마도 역사적 교훈을 준 책으로 꼽는다. 동아시아 전체를 통틀어 많은 지도자들의 관심을 받은 건 이 책이 거의 유일하다. 예로부터 ‘제왕학의 교과서’로 불렸다. 특히 역대 왕조에서 지도층의 부패가 극심해지고 사회 기강이 무너질 때 동아시아의 지식인들이 펼친 대표적인 책으로 꼽힌다. 국내 현존하는 최고(最古) 역사서인 ‘삼국사기’(1145년)에도 자치통감을 직접 인용한 대목이 적지 않아 1130년대 중·후기에 한반도에 전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권력자에게 ‘천하위공’을 묻다

    권력자에게 ‘천하위공’을 묻다

    자치통감을 읽다/장펑 지음/김영문 옮김/378/490쪽/2만 2000원 한자 성어인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몸과 마음을 닦아 수양하고 집안을 가지런하게 하며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한다)와 ‘치국리정’(治國理政·치세를 이루고 정치를 조화시키는 일)은 중국 역사서인 자치통감(資治通鑑)을 관통하는 핵심 원리다. ‘자치통감을 읽다’는 사마광의 자치통감을 수신, 제가, 치도로 나눠 중국 푸단대 역사학 교수인 저자가 대중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풀어 쓴 글이다. ‘다스리는 도리에 자료가 되고 역사를 통하여 거울이 된다’는 의미의 자치통감은 어떤 책일까. 북송의 정치가 사마광(1019~1086)이 전국시대부터 송 건국 이전까지 1362년간의 역사를 19년 동안 249권에 300만자 분량으로 쓴 역사서다. 한 권에 평균 9년치의 역사를 2만자를 넘지 않게 농축한 기록물이다. 사마광은 시시콜콜한 모든 일을 담을 수 없었던 만큼 국가의 흥망성쇠, 백성의 생사고락, 경계로 삼을 만한 악한 사건 등 3가지 기준으로 역사를 편찬했다. 900여년 전에 쓰인 책이지만 자치통감은 현대 사회와 국가 정치에 적용 가능하고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이야기들이 적지 않다.
  • ‘한반도 평화’ 담은 30여년 외교현장의 기록

    ‘한반도 평화’ 담은 30여년 외교현장의 기록

    빙하는 움직인다 - 비핵화와 통일외교의 현장/송민순 지음/창비/560쪽/3만원 <전날 리 자오싱 외교부장이 직접 김계관에게 중국 측 방안을 제시했고, 이를 김정일에게 건의했으나 ‘핵 관련 프로그램 포기’ 즉 핵무기와 관련 없는 핵 사업은 포기할 수 없다는 훈령을 받았다는 것이다. (중략) ‘8·15민족대축전’이 서울에서 열렸다. 북한에서 김기남 비서와 임동욱 통일전선 부부장이 왔다. 이들은 우리 통일부 장관에게 “베이징에서 남측 송 단장이 미국의 힐과 가깝다고 미국 편만 들고 있다. 지침을 잘 줘서 보내기 바란다”고 했다. … 북한 대표들은 노무현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도 이 말을 또 꺼냈다. > 2005년 9·19공동성명 채택 당시 베이징에서 열린 북핵 6자 회담의 한국 수석대표였던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이 긴박했던 53일간의 협상 막전막후를 기술한 대목이다. 그가 최근 발간한 ‘빙하는 움직인다’라는 제목의 저서는 1976년 판문점 도끼사건, 1992년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 1994년 제네바 합의, 2005년 4자· 6자 회담, 2007년 10·4 남북정상선언 등 굵직한 외교적 이정표를 씨줄로 하고 경수로 제공, 군사작전권 회수, 소고기 협
  • 자연의 순리는 곧 법… 양치기들의 순응적 삶

    자연의 순리는 곧 법… 양치기들의 순응적 삶

    영국 양치기의 편지/제임스 리뱅크스 지음/이수경 옮김/북폴리오/376쪽/1만 5000원 “이곳 주민들은 마치 이상적인 사회나 조직화된 공동체와도 같은 강력한 왕국의 한가운데 살고 있다. 이들을 둘러싸고 보호해 주는 산과 자연의 순리가 이들에게는 곧 법이요 관습이었다.” 19세기의 대문호 윌리엄 워즈워스가 쓴 ‘북부 잉글랜드의 레이크 디스트릭트 여행을 위한 안내서’(1810)에 나오는 구절이다. 워즈워스는 레이크 디스트릭트에서 말년을 보내며 많은 서정적인 글을 남겼다. 실제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어떨까. 바쁜 일상으로 가득한 도시와 대척점에 있는 이곳에서 양을 치며 살아가는 ‘영국 양치기의 편지’의 저자는 “더 바랄 게 없다”고 전한다. 도시의 삶을 그가 모르는 바가 아니다. 하지만 고향의 아름다움을 잘 알고, 땀 흘려 일하는 삶에 자부심을 가진 그는 산과 언덕으로 둘러싸인 이 지역에서 양을 치는 지금 이 삶의 방식 그대로를 사랑한다. 그의 집안은 여러 세대에 걸쳐 레이크 디스트릭트에서 살아왔다.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그의 삶은 양치기에 집중돼 있다. 경매에 나가 좋은 양을 사들이고 건초를 모아 겨울을 준비한다. 눈이 쌓이고 무서운
  • 흙수저 기업가 성공 일군 ‘공유경제 DNA’

    흙수저 기업가 성공 일군 ‘공유경제 DNA’

    진흙, 물, 벽돌/제시카 재클리 지음/김진희 옮김/21세기북스/336쪽/1만 8000원 지금 유행어처럼 통용되는 자조 섞인 ‘금수저 흙수저론’은 환경에 영향받는 일상과 그 삶의 고착화를 상징한다. 더 좋은 배경과 자금, 인맥, 학연은 성공에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요인이 틀림없다. 하지만 지구촌 곳곳에는 그 배경론을 뒤집고 우뚝 선 영웅들이 적지 않다. 이 책은 열악한 현실을 딛고 성공한 기업가들의 사례를 실감나게 전하고 있어 흥미롭다. 저자는 저소득층에 소액 대출을 해 주는 미국 비영리단체 ‘키바’(KIVA)를 설립한 제시카 재클리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 교수. 키바를 성공적으로 일군 여정을 씨줄, 빈민층 출신 기업가들의 성공 사례를 날줄로 삼아 부의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공유경제’의 필요성을 설득력 있게 전하는 구성이 독특하다. 재시카 재클리가 2005년 설립한 키바는 세계 최초, 세계 최대의 크라우드소싱 대출 플랫폼이다. 극빈층, 문맹, 여성, 장애인 등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최소 25달러, 최저 이자율 0%’라는 조건으로 대출을 해 줬다. 지금까지 약 7억 달러를 160만명에게 대출했고, 자금 회수율은 97%에 이른다. 수
  • 佛 지배계층, 무슬림 때려 불만 재웠다

    佛 지배계층, 무슬림 때려 불만 재웠다

    샤를리는 누구인가?/에마뉘엘 토드 지음/박 아르마 옮김/희담/288쪽/1만 6000원 지난해 1월 시사만평지 샤를리 에브도가 테러 공격을 당하자 프랑스 전역에서 쏟아져 나온 수많은 시민들은 ‘나는 샤를리다’를 외쳤다. 테러에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고 표현의 자유를 지키겠다고 다짐하는 시위대의 모습은 자유와 박애·연대의식을 앞세운 인권 부국 프랑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 준 것으로 비춰졌다. 하지만 소비에트 연방의 해체, 2008년 금융 위기를 예견했던 프랑스의 역사·인류학자 에마뉘엘 토드는 이 시위에 프랑스 사회가 직면한 이면의 현실이 감춰져 있다고 말한다. 프랑스 사회의 불평등을 야기한 중간 계층이 이 시위를 주도했고, 이는 이슬람 혐오주의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그는 이 책에서 당시 시위대를 지리통계학적으로 분석했다. 노동자보다는 관리자 계층이 많았고 지역별로도 파리·리옹·보르도·툴루즈 등 관리자 계층이 많은 도시에서 시위가 활발했다. 또한 가톨릭 전통이 강한 리옹 시민이 세속화된 도시의 전형인 마르세유보다 배 가까이 많이 참여했다. 저자는 이를 통해 현재 프랑스 사회를 주도하는 패권 집단을 가톨릭 전통의 중간 계층 고령자라고 추출해 냈다. 이들은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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