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문학
  • “한국문학의 새로운 성과 발굴”… 제2회 조태일문학상 공모

    “한국문학의 새로운 성과 발굴”… 제2회 조태일문학상 공모

    저항시인 죽형 조태일(1941~1999) 선생을 기리는 조태일문학상이 작품을 공모한다. 사단법인 죽형조태일시인기념사업회는 새달 1일부터 7월 31일까지 두 달간 제2회 조태일문학상 지원자를 모집한다고 14일 밝혔다. 최근 2년 이내(2018년 6월 이후) 출간된 시집을 시인 본인이 제출하거나 추천위원의 추천을 통해 응모할 수 있다. 상금은 2000만원이다. 시상식은 오는 9월 전남 곡성군에서 열리는 조태일 시인 21주기 문학축전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해 조 시인 20주기(2019년 9월 7일)를 앞두고 제정된 조태일문학상은 첫 수상자로 이대흠 시인을 선정한 바 있다. 죽형조태일시인기념사업회와 곡성군이 주최하고, 한국작가회의, 광주·전남작가회의, 창비, 계간 ‘문학들’, ‘시인’이 후원하는 조태일문학상은 곡성 출신 조태일 시인의 삶과 시세계를 기리며 한국문학의 새로운 성과를 보여준 시인을 발굴하고 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거기 우리가 있었다”… 5월의 서가, 그날을 증언하다

    “거기 우리가 있었다”… 5월의 서가, 그날을 증언하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이 40주년을 맞은 올해 출판가엔 더 많은 책들이 찾아와 광주를 이야기한다. 그동안 밝혀지지 않은 계엄군의 헬기사격을 증언한 책을 비롯해 발포 명령을 거부한 경찰을 조명한 평전이 우선 눈에 들어온다. 참혹한 영상이나 기록물과 달리 소설 고유의 힘을 발휘하는 책도 손에 잡힌다. 책은 우리에게 말한다. 1980년 5월 18일 광주를 기억하라고. ●알려지지 않은 진실 기록하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3시 40분. 광주관광호텔 영업과장 홍성표씨는 당시 계엄군을 피해 숨었던 6층 620호에서 헬기사격을 목격한다. 11여단 특공대가 날이 채 밝기 전 전일빌딩 고층에 있는 시위대에게 총격을 받자 이를 제압하려고 헬기사격을 요청한 것으로 추측된다. 신간 ‘호텔리어의 노래´(빨간소금)는 5·18 당시 홍씨의 기억을 재구성했다. 전일빌딩 오른쪽 맞은편에 있던 8층 건물 광주관광호텔은 계엄군이 들이닥치자 폐점했고 열흘 동안 그 안에 있던 홍씨는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목격했다. 특히, 헬기사격에 관한 그의 증언은 전일빌딩 10층 기둥에 남은 흔적과도 정확히 일치한다. 당시 보안사령관이던 전두환씨의 “헬기사격은 없었다”는 주장에 대한 명백한 반박이기도 하
  • [책꽂이]

    [책꽂이]

    2019 한중관계 정세보고(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기획·펴냄) 2019년 한국과 중국을 둘러싼 동아시아 정세를 분석한 저작. 지난해 중미 간 전략경쟁, 글로벌 밸류체인 변화 조짐으로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이른 동아시아 정세는 올해 중미 갈등 격화로 더욱 격변할 것으로 전망된다. 토론에 참여한 전문가 패널들은 올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이 한중 관계의 새로운 전환점이라고 봤다. 160쪽. 1만원. 편견(고든 올포트 지음, 석기용 옮김, 교양인 펴냄) 혐오와 차별의 뿌리와 작동 방식, 해결 방안을 다뤘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저자는 타자에 대한 적개심이라는 심리적 편향성의 문제를 개인의 성격 발달, ‘희생양 만들기’의 역사, 사회 규범, 종교, 경제적 요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탐구했다. 840쪽. 3만 6000원. 바울 평전(톰 라이트 지음, 박규태 옮김, 비아토르 펴냄) 유대인 박해자에서 예수를 헌신적으로 따르는 사도가 된 바울에 관한 전기. 역사학자이자 신학자인 저자는 이러한 바울의 변화는 급작스러운 것이 아니며 오히려 구약 성경에 충실했던 한 사람이 갈 수밖에 없었던 필연적인 결과라고 말한다. 740쪽. 3만 5000원. 조선 그림과 서양명
  • 손과 입술

    손과 입술

    아플지도 모르는데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어 거리에서 마스크 끼고 입을 맞추는 어른들을 봤다. 생일파티에 가고 싶다. 세상에서 제일 작은 균들을 피해,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 정말 재미있을 텐데. 생일파티가 아니라 위로파티여도 좋겠다. 마스크를 쓰고 너는 창 안에서, 나는 창 밖에서 박수를 쳐줘도 좋겠다. 케이크를 자르고 장갑을 낀 채 접시에 옮겨 담아도 좋겠다. 아기의 몸 속에도 들어갈 만큼의 작은 병균을 해치우기 위해서는 아주 날카로운 주삿바늘이 필요하겠다. 주사를 맞고 우는 아기를 달래기 위해서는 사탕이 필요하겠다. 아기가 운다. 엄마는 아기를 아기라고 부르는 나를 보며 웃었다. 의사 선생님은 마스크와 장갑을 끼고 아기 손에 사탕을 쥐어줬다. 마스크를 끼지 않고도 사탕을 주는 날이 올까요? 사탕을 직접 입에 넣어주는 날도 올까요? 밖에 다녀온 어른들이 꼬박꼬박 손을 씻는 날도 오겠죠? 언제쯤 아기에게 뽀뽀해도 괜찮을까요? 궁금한 게 많아서 머리가 이렇게 무겁냐고 무릎베개를 해주며 엄마가 물었을 때가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병균은 없어. 대답했을 때 엄마는 병균이 있어도 나를 사랑할 거라고 했다. 아기는 누군가 사랑하면 생긴다던데, 그렇다면 바이러스도 누가
  • “5·18 없었다면, 6월 항쟁도 촛불혁명도 없었다”

    “5·18 없었다면, 6월 항쟁도 촛불혁명도 없었다”

    전남도청 앞 죽음 알고도 남았던 시민들 1980년 5월 27일 항전 시간 단위로 그려 “서로 배려해 분단 극복하는 의식 가져야” “전남도청에서 시민군들이 계엄군을 맞이할 때도 죽을 줄 뻔히 알면서도 남아 있었어요. 백기를 들고 계엄군을 맞이하는 것과 한 사람이라도 남아 피에 젖은 깃발을 들고 맞이하는 것의 간극은 어디서 올까 생각했습니다.” 33년 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그린 ‘십오방 이야기’로 데뷔했던 정도상(60) 작가가 다시 펜대를 잡고 장편소설 ‘꽃잎처럼’(다산책방)을 낸 이유다. 소설은 5·18 최후 항전이 있었던 1980년 5월 27일 새벽, 40년 만에 그날의 전남도청을 그렸다. 11일 유튜브로 진행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작가는 방영 중인 tvN 드라마 ‘화양연화’ 속 대사를 언급하며 “소름이 돋았다”고 말했다. “우리는 질 것이 뻔하다. 왜 싸우느냐면, 우리는 쉽게 지지 않는다”는 말. 그에겐 5·18도 그랬다. 그가 다시 ‘광주’를 떠올리게 된 데는 2018년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아시아문학페스티벌에 총괄집행위원장으로 참여한 경험이 컸다. 아시아문화전당 바로 앞에 있는 전남도청을 바라보면서 그의 머릿속엔 ‘왜’라는 질문
  • 40년 전 그 날, 광주 시민군은 왜 전남도청에 남아 있었나

    40년 전 그 날, 광주 시민군은 왜 전남도청에 남아 있었나

    “전남도청에서 시민군들이 계엄군을 맞이할 때도 죽을 줄 뻔히 알면서도 남아 있었어요. 백기를 들고 계엄군을 맞이하는 것과 한 사람이라도 남아 피에 젖은 깃발을 들고 맞이하는 것의 간극은 어디서 올까 생각했습니다.” 33년 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그린 ‘십오방 이야기’로 데뷔했던 정도상(60) 작가가 다시 펜대를 잡고 장편소설 ‘꽃잎처럼’(다산책방)을 낸 이유다. 소설은 5·18 최후 항전이 있었던 1980년 5월 27일 새벽, 40년 만에 그날의 전남도청을 그렸다. 11일 유튜브로 진행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작가는 방영 중인 tvN 드라마 ‘화양연화’ 속 대사를 언급하며 “소름이 돋았다”고 말했다. “우리는 질 것이 뻔하다. 왜 싸우느냐면, 우리는 쉽게 지지 않는다”는 말. 그에겐 5·18도 그랬다. 그가 다시 ‘광주’를 떠올리게 된 데는 2018년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아시아문학페스티벌에 총괄집행위원장으로 참여한 경험이 컸다. 아시아문화전당 바로 앞에 있는 전남도청을 바라보면서 그의 머릿속엔 ‘왜’라는 질문이 떠나지 않았다. ‘꽃잎처럼’은 26일 오후 7시부터 다음날인 27일 오전 5시까지를 시간 단위로 쪼갰다. 도청에 남은 스물한 살
  • “북한문학, 체제 정당성에 활용…북한 주민들은 갈등하면서 노력도”

    “북한문학, 체제 정당성에 활용…북한 주민들은 갈등하면서 노력도”

    북한문학은 여전히 체제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데 활용된다. 한국전쟁을 왜곡하고 개인의 희생을 미화한다. 이런 환경 속에 놓인 북한 주민은 사실상 체제와 갈등하면서도 삶의 윤리를 끝없이 추구한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끈다. 오창은 중앙대 다빈치교양대 교수는 격월간지 ‘녹색평론’ 172호(5·6월호)에 이런 내용을 담은 ‘북한문학은 왜 전쟁을 미화하는가’를 실었다. 오 교수는 조선작가동맹중앙위원회 기관지이자 북한의 유일한 월간문학지 ‘조선문학’에 실린 전쟁을 다룬 단편소설 세 편을 분석했다. 2016년 8월호에 실린 오광천의 ‘대렬선창자’에서는 38경비여단의 모범 군인 리창기를 통해 한국전쟁을 ‘북침’으로 규정했다. 소설은 인민군협주단에서 리창기를 데려가려 했을 때 한국군이 38방어선을 넘어 침공하는 모습을 담았다. 백상균의 ‘로병동지’(2017년 5월호)는 정비 기술이 뛰어나지만 국가를 위해서만 기술을 쓰길 원하는 전쟁 노병 정춘성 노인을 그렸다. 김기성의 ‘금반지’(2016년 11월호)에는 만복과 옥란의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당시를 담았다. 만복은 지주의 손에서 옥란을 구하고 결혼까지 하지만 전쟁이 터지면서 입대한다. 소설에서는 개인의 희생이 공통으로 눈에
  • 이영훈 “위안부 강제연행설은 거짓” 또 친일·반한 발언

    이영훈 “위안부 강제연행설은 거짓” 또 친일·반한 발언

    지난해 여름을 달군 친일·반한 발언이 또다시 튀어나왔다. 이영훈 이승만학당 교장은 11일 오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반일 종족주의와의 투쟁’(미래사) 발간 기자회견을 열어 책 내용을 소개하며 “일본인 위안부는 일본 정부, 모집업자, 위안부의 부모 친지 등 3자의 합작품이었다”, “전시동원 노무자는 끌려간 게 아니라 능동적으로 응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책은 지난해 7월 출간해 사회적으로 논란을 부른 ‘반일 종족주의’에 관한 비판을 재반박한다. 이 교장을 비롯한 필자들은 앞선 책 출간 이후 쏟아진 비판에 대해 언론 기고나 인터뷰, 유튜브에서 했던 반론 등을 책으로 엮었다. 다섯 가지 주제에 관한 25편에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특별 기고를 더해 모두 28편의 글로 구성했다. 이 교장은 “지난해 ‘반일 종족주의’를 출간한 이후 서점가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적지 않은 분노와 매도, 심하게는 저주 같은 공격과 비판이 있었다”며 발간 취지를 밝혔다. 책의 내용은 ‘반일 종족주의’ 당시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교장은 일본군 ‘위안부’에 관한 강제납치설을 부정하고 “일본 정부, 모집업자, 위안부의 부모 친지 등 3자의 합작품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관한
  • 위로는 위로가 안 돼

    위로는 위로가 안 돼

    암이 전이되었다는 소식에 아버지는 가만히 눈을 감고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았다 위로할 방법이 없어 입을 닫고 있다가 미스터 트롯을 틀어 드렸다 아버지께서 웃으셨다 위로는 윗사람에게 어떻게 하는 거지 받는 사람은 받기만 해서 모른다 실연당한 친구는 자꾸 울기만 했다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아서 소고기를 사주었다 먹다가 다시 울먹이며 친구가 말했다 이렇게 슬픈데 고기는 왜 맛있냐 마음을 다해도 위로가 안 돼 어떤 충고는 고충이 된다 꼰대가 되지 않으려거든 말없이 소고기를 사거나 세상을 위한 밧줄이나 될 것 정말 말로는 안 되는 게 있다 어떤 위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 때 무얼 하지 사실 무얼 해도 안 돼 하지 마 행복 추구권 말고 항복 추구권 이것은 파이트가 아니다 일방적 구타지 희망 고문이지 게임이 안 돼 게임이 현실에서 안 되니 게임이라도 하지 게임하는 애들 괴롭히지 마라 나비처럼 벌어서 벌처럼 쓴다 그래도 집은 못 사 그래서 아이를 못 낳아 네 아이의 친구를 앗아갈 거야 위로가 안 되니 위로 한마디 하는 거지 뭐 위로는 아래로 해야지 세계를 미워할 거면 날카롭게 미워하자 타인을 괴롭히지 않는 선에서 우리 국민 하고 싶은 거 다 해 뿌리 깊은 나무는 바
  • 이민자는 내 일자리를 뺏지 않았다

    이민자는 내 일자리를 뺏지 않았다

    작년 노벨경제학상 공동 수상 美 부부 경제학자 데이터 바탕한 검증·해법 찾는 ‘좋은 경제학’ 제시 이민자 유입 여파·세금 등 기존 관념 뒤집는 일침 주류 경제학자들은 지금 지구촌에 몰아닥친 많은 어려움을 기존 경제학 논리로 극복할 수 있다며 끊임없이 해결책을 낸다. 그런데 왜 세상 곳곳에서 불평등과 부의 편중은 갈수록 심해질까.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미국의 부부 경제학자가 세상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여타의 학자들과는 사뭇 다르다. 나쁜 경제학을 버리고 좋은 경제학을 선택해 쓰자는 것이다. 두 사람은 가난한 나라, 가난한 사람들의 문제에 천착해 온 경제학자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경제학을 현실로 끌어내렸다’는 평을 받은 이 책은 세상의 문제를 이상이 아닌 현실의 경제학으로 들여다보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텍스트로 읽힌다. 두 사람이 말하는 좋은 경제학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무엇이든 의문을 제기해 데이터에 바탕한 검증과 시실관계를 따져 접근 방식을 전면 수정하거나 해법을 찾는 것이다. 대중들에게 인기를 끌기 위해 단정적으로 말하고 예측하기를 좋아하는 정책 입안자들은 그 대척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저자들에 따르면 세금 인하로 경제 성장률을
  • [장동석 평론가의 뉴스 품은 책] 포스트 코로나 대비하는 지금, 기본소득을 논할 때

    [장동석 평론가의 뉴스 품은 책] 포스트 코로나 대비하는 지금, 기본소득을 논할 때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가 한시적으로 도입한 ‘긴급재난지원금’을 두고 설왕설래 말들이 많다. 각급 지자체에서도 의미 있는 제안과 실천이 쏟아진다. 이참에 ‘기본소득’을 실현해 보자는 것이다. 금민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BIKN) 이사의 ‘모두의 몫을 모두에게’는 기본소득이 왜 현실 사회에 합당한 제도인지, 기본소득이 가져올 변화는 어떤지 일목요연하게 설명한다. ●AI시대 일자리 현저히 감소… 가난한 사람 도울 방법 기본소득 하면 어떤 사람들은 선거철의 흔하디흔한 포퓰리즘이라 생각한다.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무조건적으로 일정한 금액의 현금을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게 말이 되냐는 것이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아야 한다’고 세뇌당하듯 들어온 탓이다. ‘물고기를 주는 것보다 낚시 방법을 알려 주면 된다’는 말도 같은 맥락에서 자주 쓰인다. 그러나 다가오는 인공지능 시대에는 일자리가 현저하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가난한 사람을 도울 다양한 정책이 나와야 하는데, 저자는 그중 기본소득이 가장 합당한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오랜 금언(金言)은 금언(禁言)이 돼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로마 시절부터 시작돼 자본주의 CE
  • [그 책속 이미지] 방광에 몇 ㏄ 물이 차야 오줌이 마렵지?

    [그 책속 이미지] 방광에 몇 ㏄ 물이 차야 오줌이 마렵지?

    우린 건강의 소중함을 입버릇처럼 말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몸에 관해서는 잘 모른다. 몸속이 어떻게 생겼는지 심장, 허파, 간, 쓸개, 췌장, 식도, 위, 소장, 십이지장, 대장 등의 위치를 제대로 그릴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 이들을 위해 ‘천재 그림 작가’로 불리는 요시다케 신스케와 의학박사 가이도 다케루가 손잡고 인체 과학책을 냈다. 방광에 몇 ㏄의 물이 차야 오줌이 마려운지, 오른쪽 콩팥이 왜 왼쪽 콩팥보다 더 아래에 있는지, 양쪽 허파 크기는 왜 다른지, 소장은 왜 늘 비어 있는지 등 우리가 몰랐던 놀라운 몸을 쉽고 재밌게 설명한다. 글은 술술 읽히고, 무엇보다 위트 넘치는 삽화가 책장을 술술 넘기게 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시간(홋타 요시에 지음, 박현덕 옮김, 글항아리 펴냄) 중일전쟁 당시 난징 대학살을 다룬 일본 작가의 소설. 1955년 일본에서 처음 간행된 소설은 아쿠타가와상 수상 작가인 홋타 요시에가 참전 일본인이 아닌 피해자인 중국 지식인의 수기 형식으로 집필했다. 쉼표가 많은 주인공의 독백에서 전쟁의 참상과 인간의 존엄, 역사의 의미를 깨닫게 한다. 264쪽. 1만 5000원. 아녜스 바르다의 말(아녜스 바르다·제퍼스 클라인 지음, 오세인 옮김, 마음산책 펴냄) 기성 상업 영화의 관습을 거부한 ‘누벨바그의 대모’ 아녜스 바르다의 생전 인터뷰 스무 편을 실었다. 유년 시절 자주 이사한 덕에 자유의 감각을 얻었다는 일화부터 창작자로서 느끼는 고충과 희열까지 내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440쪽. 2만 2000원. 5·18 광주 커뮤니타스(강인철 지음, 사람의무늬 펴냄)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에 부치는 사회학자의 기록. 한신대 종교문화학과 교수인 저자는 ‘리미널리티’(경계·전이·잠재적 상황), ‘커뮤니타스’(사회적 상호관계), ‘사회극’의 관점에서 민주화운동 참여자들이 연대와 헌신의 공동체를 형성해 나가는 과정과 내면적 조건들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468쪽. 2만
  • 세탁기, 편하지만 일감 불어난 역설

    세탁기, 편하지만 일감 불어난 역설

    세탁기의 배신/김덕호 지음/뿌리와이파리/376쪽/1만 8000원 서구에서 1846년 처음 특허를 받은 세탁기가 본격적으로 일반 가정에 공급된 건 1920년대 초였다. 당시만 해도 세탁기는 ‘전기 하인’ 등으로 불리며 주부들의 가사노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 줄 발명품으로 기대를 모았다. 확실히 세탁기가 힘든 빨래를 쉽게 만들고 빨래의 과정을 단순화시키긴 했다. 문제는 그와 더불어 개인 위생과 청결 기준도 상승했다는 것이다. 가족들은 더 자주 옷을 갈아입었고, 더 자주 침대 시트를 갈았으며, 더 많은 양의 빨래를 만들어 냈다. 결과적으로 세탁기를 들여놓았는데도 세탁에 드는 총시간은 오히려 증가하는 희한한 역설이 생겨났다. ‘세탁기의 배신’은 이처럼 여성의 가사노동을 덜어 주기 위해 만들어진 문명의 이기가 오히려 여성의 노동 해방을 방해하고 짐을 지우는 모순, 이른바 ‘코완의 패러독스’를 논증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이를 위해 이반 일리치, 루스 코완 등 학자들의 ‘그림자 노동’(공식 노동 통계에 잡히지 않는 여성의 가사노동)에 대한 연구를 검토하고 서구 페미니즘의 역사와 당시 사회문화적 트렌드까지 훑어낸다. 특히 20세기 전반을 통해 미국 가정마다 세탁기,
  •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일단 첫 문장부터 써라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일단 첫 문장부터 써라

    글은 벽 같습니다. 글쓰기 전에는 항상 ‘저 벽을 넘을 수 있을까?’ 한숨부터 나옵니다. 거의 매일 크고 작은 벽을 넘으면서 ‘내가 잘 넘는 걸까?’ 의구심이 듭니다. 그래서 글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나오면 항상 챙겨 봅니다. 실력이 모자라니 책이라도 읽으면 좀 나아질까 이런 생각에서입니다. 몇십 년 동안 글을 쓴 백전노장들이 알려주는 글쓰기 비법을 담은 신간 두 권이 눈에 띕니다. ‘네 번째 원고’(글항아리)는 논픽션의 대가로 유명한 존 맥피의 글쓰기 방법을 담은 에세이집입니다. 올해 90세인 그는 인물, 역사, 자연, 과학, 스포츠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무려 30권이 넘는 책을 냈습니다. 그는 자신의 지난 글을 예로 들어 글쓰기 발상과 구조, 집필과 퇴고, 교정·교열 방법을 책에서 알려줍니다. 개인적으로는 독자를 끌어들이는 글 구조 짜는 방법을 알려주는 ‘구조’ 편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퇴고 과정과 방법을 설명한 ‘4번째 원고’ 편도 인상 깊었습니다. ‘어느 노 언론인의 작문 노트’(지식노마드)는 2017년 87세로 운명한 일본 저널리스트 다쓰노 가즈오가 쓴 글쓰기 방법론입니다. 일본 아사히신문 1면 칼럼인 ‘천성인어’를 13년 동안 쓴 그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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