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문학
  • 문체부 장관, ‘구름빵’ 백희나 작가에게 축전

    문체부 장관, ‘구름빵’ 백희나 작가에게 축전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 문학상을 받은 ‘구름빵’의 백희나( 사진 ) 작가에게 축하와 격려의 뜻을 전달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은 세계적인 캐릭터 ‘말괄량이 삐삐’를 만든 스웨덴 여성 동화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1907∼2002)을 기리고자 스웨덴 정부가 2002년 제정했으며, ‘아동 문학계의 노벨상’으로도 불린다. 올해는 67개국에서 240명이 후보로 올랐고, 백 작가가 한국 최초로 수상했다. 상금은 500만 크로나(약 6억 460만원)이다. 박 장관은 “이번 수상은 그동안 기발한 상상력과 독창적인 창작 기법으로 경이로운 작품 세계를 보여준 백 작가의 성취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라면서 “이번 수상을 계기로 한국 그림책의 작품성과 대중성을 전 세계에 알리고, 세계 속에 한국의 출판물, 나아가 한국 문화의 위상을 드높여준 쾌거를 일구어낸 백 작가께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다만, 박 장관은 백 작가의 작품과 관련한 논란에 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2005년 출간한 백 작가의 데뷔작 ‘구름빵’은 국내에서 45만 권 넘게 팔렸고, 10개 넘는 나라에서 번역 출간됐다. 애니메이션과 뮤지컬로도 나오며
  • 한지 위 옛 서울… 내일의 삶이 배어 나온다

    한지 위 옛 서울… 내일의 삶이 배어 나온다

    16~19세기 지도·산수화·기록화 125점 조선시대 화가들 작품 집대성해 분석 “기억이 없다면 미래 꿈꿀 수 없다”며 저자는 그림 속 위치 찾아 십수 년 발품 옛 그림으로 본 서울/최열 지음/혜화1117/436쪽/3만 7000원 옛 한양을 그린 그림 한 폭이 있다. 생애가 잘 알려지지 않은 19세기 화가 김수철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한양전경도’다. 현재 청와대 뒤 백악산(북악산)을 중심에 두고 왼쪽으로 우백호(右白虎) 인왕산, 오른쪽으로는 좌청룡(左靑龍) 응봉을 그려 넣었다. 멀리로는 삼각산(북한산)에서 뻗어 나간 도봉산의 산줄기가 하늘에 잇닿아 있다. 한양의 기운이 어디서부터 흘러왔는지 일러 주려는 듯하다. 산 아래로는 궁궐을 비롯한 수많은 집을 그렸다. 태조 이성계가 한양으로 천도한 것은 1394년, 지금으로부터 꼬박 626년 전이다.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양은 경성, 서울 등으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 중심도시로서의 위용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옛 그림으로 본 서울’은 대도시 서울의 옛 풍경을 그림으로 만나는 책이다. 미술사학자인 저자가 조선 시대 화가들의 그림을 집대성해 분석하고 있다. ‘옛 그림으로 본 서울’은 읽는 책인 동시에 보는 책
  • 일상 속 깨달음, 모두의 마음에 닿기를

    일상 속 깨달음, 모두의 마음에 닿기를

    다독임/오은 지음/난다/280쪽/1만 4000원 “은아, 신문에 실린 글은 성별,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글이잖아. 이번 글은 좀 어렵더라.” 시인의 아빠가 말한다. 시인은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때부터 나는 내 안의 모든 부기를 빼려고 애썼다.”(8쪽, 작가의 말) 오은 시인의 산문집 ‘다독임’은 2014년부터 올해까지 신문 지면에 연재한 글들을 주요 축으로 한다. “언어 탐구와 말놀이를 통해 사람의 삶에 대한 진정성 있는 성찰을 이끌어 내고 사람의 내면을 다각도로 이야기한다”는 평을 들었던 시인의 시에 비해 훨씬 쉽다. 아빠의 말처럼 모두의 마음에 가닿고자 더욱 정성스럽게 자신을, 주변을 들여다본 글이기 때문이다. 그 시기 세월호, 총선 등 굵직굵직한 일들과 함께 일상의 얘기들을 담았다. 특히 일상 속에서 깨달음을 건져 올리는 시인의 시선이 반짝인다. 가령 ‘귀여움은 ‘또’라는 상태를 염원하게 만든다’는 글은 ‘귀여움이 세상을 구원한다’는 오랜 명제의 이유를 알게 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몸을 동그랗게 만 고양이를 본 시인은 내친김에 온갖 고양이 사진을 들췄다. 힘들 때마다 귀여운 것을 찾는다는 시인은 귀여움은 “또 보고 싶
  • [김기중 기자의 책 골라주는 남자] 표심은 예측해도 ‘코로나’는 종잡을 수 없네

    [김기중 기자의 책 골라주는 남자] 표심은 예측해도 ‘코로나’는 종잡을 수 없네

    4·15 총선의 막이 올랐습니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고, 정치인들은 표를 구하러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이럴 때 책이 빠지면 섭섭하죠. 선거철에 맞춰 책들이 나왔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홍보수석비서관 출신인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의 ‘한국 선거 예측 가능한가’(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가 우선 눈에 띕니다. 저자는 선거예측모형으로 역대 선거를 돌아보고, 이번 선거도 내다봅니다. 유권자가 합리적이라는 가정에 기초해 정당에 관한 선호를 살피고, 정당 지지 요소를 활용해 선거 구도, 인물, 선거 전략을 정리합니다. 저자는 특히 이번 선거에 관해 부동산 정책 실패, 조국 사태, 선거법 개정 그리고 지난 3년 동안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누렸던 높은 지지도가 오히려 위협 요소가 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최광웅 데이터 정치평론가의 ‘이기는 선거’(아카넷)는 자료를 통해 유권자를 들여다본 책입니다. 마음 내키는 대로 찍는 유권자들이기에, 이성보다는 정서를 자극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합니다. 선거에서 이기려면 지역주의, 부동층 그리고 무엇보다 경제를 내세운 이른바 ‘먹고사니즘’에 집중하라고 조언합니다. 다만 책을 읽더라도 이번 선거는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습
  • 잘났다 자랑 마라, 결국 빈손으로 갈 것을

    잘났다 자랑 마라, 결국 빈손으로 갈 것을

    직립보행·도구 사용 등 발전한 인간 지구를 지배한다는 생각은 오만함 이기적으로 에너지 낭비하며 살아 과학기술 발달이 종말 시점 앞당겨 삶은 머물다 가는 것… 우아함 갖길 이기적 유인원/니컬러스 머니 지음/김주희 옮김/한빛비즈/220쪽/1만 7000원 식물학자인 칼 폰 린네는 4만~5만년 전쯤 등장한 새로운 인류에게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뜻의 ‘호모 사피엔스’라는 라틴어 학명을 붙여줬다. 두 발로 곧게 서서 다니며 도구까지 쓸 줄 알았던 이들의 발전은 그야말로 놀라웠다. 나날이 영토를 넓혀 가더니 급기야 지구 전체를 지배하기까지 이르렀다. 과학기술 발전에 한껏 고무된 이들은 이제 자신을 신과 같은 능력을 지닌 ‘호모 데우스’라 일컫는다. 미국 오하이오주 마이애미대 생물학 교수 니컬러스 머니는 인류의 이런 오만함에 고개를 젓는다. 호모 데우스가 아니라, 오로지 자신만을 생각하며 지구의 각종 에너지를 낭비하며 살아가는 이기적인 ‘호모 나르키소스’가 더 어울린다고 꼬집는다. ‘이기적 유인원’은 저자인 머니가 인간 우월주의에 관한 판타지를 과학적 ‘팩트’들로 여지 없이 깨는 책이다. 저자는 생명체가 어떻게 지구에 착륙했는지부터 시작해 인류의 출현, 그리고
  • [책꽂이]

    [책꽂이]

    중일전쟁(래너 미터 지음, 기세찬 옮김, 글항아리 펴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8년간에 걸친 중국의 대일항전을 그렸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소장학자인 저자는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을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항복 선언으로 본다면, 가장 끝까지 버틴 일본군이 중국과의 전면전에 돌입한 1937년 7월 7일 중국 베이징 근교 루거오차오 총격전을 전쟁의 시작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528쪽. 2만 5000원. 슬픈 중국: 인민민주독재 1948~1964(송재윤 지음, 까치 펴냄) 현대 중국의 어두운 역사를 조명하는 ‘슬픈 중국’ 3부작의 제1권.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인 저자는 오늘날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국제 사회 지위가 아니라 중국 대륙에서 살아가는 인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1권에선 건국부터 인류사 최악의 대기근까지 중국공산당의 인권유린과 정치범죄를 파헤친다. 466쪽. 2만 2000원. 무깟디마(이븐 칼둔 지음, 김정아 옮김, 소명출판 펴냄) 튀니지 출신 학자 이븐 칼둔(1332~1406)의 역사서. 그는 이슬람 역사를 바탕으로 마그립(북아프리카 서부)의 문명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최초로 역사를 학문으로 정립시켰다. 혈연집단
  • 그때는 철학과 神·지금은 즐기기… 행복은 움직이는 거야

    그때는 철학과 神·지금은 즐기기… 행복은 움직이는 거야

    행복의 역사/미셸 포쉐 지음/조재룡 옮김/이숲/312쪽/1만 8000원 행복이란 무엇일까. 인류 역사에서 행복의 의미는 또 어떻게 변했을까. 책은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오늘날 자본주의사회에 이르기까지 시대별로 서양인들이 추구한 행복의 변천과 주요 쟁점을 문학, 예술, 사회, 정치, 역사 전반을 아우르며 살핀다. 고대 그리스인에게 행복은 철학을 가능하게 한 지혜의 결과였다. 인간과 세계를 탐구하면서 일어나는 즐거움이 그들에겐 곧 행복이었다. 그러나 중세에 들어서면서 행복은 철학과 이별을 고하고 신을 향한다. 인간은 신에게서 부여받은 운명을 완수하고, 신에게 구원받아야 했다. 신을 거부하고 인간이 중심에 선 르네상스 시기에는 인간의 이성과 예술이 행복을 표현했다. 저자는 현대 사회에서 행복의 의미가 바뀌었다고 강조한다. 행복하려면 즐길 줄 알아야 하는 시대가 됐다. 자기만의 공간, 자기만의 독서, 자기만의 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행복의 변천을 살핀 저자는 행복이란 무엇인지 근본적이고 원칙적인 하나의 모델을 정립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나 행복은 우리를 과거의 즐거웠던 때로 이끌기도 하고 미래를 꿈꾸게도 한다. 물론 현재의 평온도 약속한다. 저자가 행복을
  • ‘영끌대출’ 해서라도 내 집에 산다는 건…

    ‘영끌대출’ 해서라도 내 집에 산다는 건…

    수요제한 주택정책, 일부 독점에 반발 무주택자는 ‘내 집 소유’로 불만 해소 내 집에 갇힌 사회/김명수 지음/창비/384쪽/2만 2000원 한국 사회에서 ‘내 집 마련’은 가장 확실한 재테크이면서 생계의 안정을 보장받는 으뜸 수단이자 보험이다. 모두가 내 집, 특히 서울 강남 같은 입지 좋은 곳에 빚을 내서라도 집을 마련하려 혈안이 돼 있다. ‘영끌대출’(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이며 ‘똘똘한 한 채는 강남에’ 같은 말은 이제 일상어가 됐다. 왜 이 지경이 됐을까.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의 김명수 객원연구원은 ‘집값불패’의 원인을 ‘자원동원형 주택공급연쇄’ 이론에서 찾아낸다. 용어는 조금 생경하지만 아주 쉽게 수긍하게 되는 ‘손에 잡히는’ 주거문제 해설서로 읽힌다. 내 집이 생활 장소가 아닌, 지금의 배타적 생계 수단으로 뒤바뀐 출발점은 수출주도형 성장이 대세였던 1970~1980년대 중반의 수요제한형 주택정책에서 발견된다. 주택공급에 따른 편익을 대형 사업자에게는 이윤, 주택소유자에게는 자본이득의 형태로 집중시켰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이런 주택공급 체계라면 당연히 배제되고 소외된 외부자, 특히 무주택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올 수밖에 없다. 곳곳의 철거지역
  • “매일 500권 무료 책 선물 받으세요” 출판진흥원 홈피에서 선착순 제공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지인에게 책을 선물하거나 전자책·오디오북을 무료로 빌릴 수 있는 ‘책과 함께 슬기로운 거리두기’ 행사를 시작한다고 1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전 국민이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도록 독려하고, 이 시기를 독서의 즐거움을 재발견하는 기회로 삼도록 지원하고자 마련했다. 책 선물을 원하는 신청자는 출판진흥원 홈페이지(kpipa.or.kr)에 접속한 뒤 종이책을 선물하고 싶은 지인, 친구, 가족들에게 응원 문구를 남기면 된다. 출판진흥원이 응원 글을 담은 손 글씨와 함께 책을 무료로 배송한다. 1일부터 10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선착순으로 매일 500명씩 모두 5000권을 제공할 예정이다. 선물할 책은 출판진흥원에서 선정한 7개 분야 84권 중에서 선택하면 된다. 출판진흥원이 교보문고와 개설한 책 쉼터(book.dkyobobook.co.kr)에서는 4만 7000여종 가운데 1인당 최대 2권까지 전자책과 오디오북을 무료로 빌릴 수 있다. 80만권 이용이 소진되면 행사는 조기 마감될 수 있다.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지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 출판진흥원 추천도서 목록도 함께 제공한다. 김기중 기자 gjki
  • 구름빵 작가 “상상도 못한 린드그렌상…내겐 심폐소생술”

    구름빵 작가 “상상도 못한 린드그렌상…내겐 심폐소생술”

    “데뷔 이래 1년에 한 권씩 열심히 작업해 왔는데 올해는 아무것도 못하고 누워 있었어요. 언제 털고 일어나서 작업할 수 있을까 했는데, 이 상이 저한텐 심폐소생술 같습니다.” 갖은 송사에 지친 작가의 목소리에 한 줄기 희망이 비쳤다. 그림책 ‘구름빵’으로 널리 알려진 백희나(49) 작가가 세계 최대 아동문학상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수상했다. 2002년 스웨덴 정부가 만든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은 ‘삐삐 롱스타킹’을 쓴 스웨덴의 유명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1907~2002)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 67개국에서 240명이 후보로 올라 경쟁한 올해, 한국 작가가 처음 수상의 기쁨을 안았다. 상금은 500만 크로나(약 6억 460만원)이다. 백 작가는 2004년 출간된 ‘구름빵’으로 2005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고 2013년 한국출판문화상을 수상하는 등 국내외에서 상복이 많았다. 그런 작가로서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 수상은 의외다. 태국에 체류 중인 그를 1일 전화로 만나 소감을 물었더니 “언젠가 받았으면 좋겠다고 농담처럼 얘기했지만 워낙 큰 상이어서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심사위원회는 “백 작가는 소재와 표정,
  • 한국 최초 ‘린드그렌상’ 받은 백희나 작가 “심폐소생술 받은 느낌”

    한국 최초 ‘린드그렌상’ 받은 백희나 작가 “심폐소생술 받은 느낌”

    ‘삐삐’ 작가 린드그렌 정신 기리기 위한 아동문학상 백 작가 “하잘것없이 비쳐진 작가 권리, 아동 인권 한국 작가 수상 계기로 주최측 의도 제대로 섰으면” “데뷔 이래 1년에 한 권씩 열심히 작업해 왔는데 올해는 아무것도 못하고 누워 있었어요. 언제 털고 일어나서 작업할 수 있을까 했는데, 이 상이 저한텐 심폐소생술 같습니다.” 갖은 송사에 지친 작가의 목소리에 한 줄기 희망이 비쳤다. 그림책 ‘구름빵’으로 널리 알려진 백희나(49) 작가가 세계 최대 아동문학상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수상했다. 2002년 스웨덴 정부가 만든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은 ‘삐삐 롱스타킹’을 쓴 스웨덴의 유명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1907~2002)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 67개국에서 240명이 후보로 올라 경쟁한 올해, 한국 작가가 처음 수상의 기쁨을 안았다. 상금은 500만 크로나(약 6억 460만원)이다. 백 작가는 2004년 출간된 ‘구름빵’으로 2005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고 2013년 한국출판문화상을 수상하는 등 국내외에서 상복이 많았다. 그런 작가로서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 수상은 의외다. 태국에 체류 중인 그를 1일 전
  • 사막 한가운데 꽃씨 되어… 현대인 향한 위로의 운율

    사막 한가운데 꽃씨 되어… 현대인 향한 위로의 운율

    “나의 시들이 언젠가 꽃을 피워 사막을 꽃밭으로 만들었으면….” 소문난 ‘목사 시인’ 소강석이 열 번째 시집 ‘꽃으로 만나 갈대로 헤어지다’(시선사)를 통해 밝힌 소회다. 그 말마따나 이번 시집에서 소 목사, 아니 소 시인은 불안과 두려움에 싸여 있는 현대인들의 상처를 서정시의 운율로 위로한다. 대표 서정시인을 선정해 내고 있는 시리즈 ‘한국대표시 100인선’의 일환으로 출간한 시집. 목사 아니랄까. 그의 이번 시 묶음이 관통하는 큰 화두는 역시 구원이다. 표제시 ‘꽃으로 만나 갈대로 헤어지나니’에선 구원을 향한 목회자의 고뇌와 번민이 절절하다. ‘풀잎으로 만나 낙엽 되어 이별하나니/(중략)바람이 스쳐가는 갈대 사이로/내가 서 있어요/갈대로 헤어진 우리/다시 꽃으로 만날 순 없을까.’ ‘코로나’며 ‘마스크’처럼 힘겨운 요즘 세태를 반영한 시도 다수 눈에 띈다. 그 현실의 시어들에도 고뇌하는 목회자상은 또렷하다. 코로나19를 왕관에 빗댄 ‘코로나’를 보자. ‘…네가 준 왕관을 쓰지 못해서 미안하다/어디서든 사랑을 행하라고 외치던 내가/(중략)/내게 사랑이 부족했던 거야/미안하다 부디 겨울까지만 머물다가/다시 세상에 없었던 것처럼 사라져다오.’ 소 목사는 “코
  • 유성은 “케이팝의 나라에 꼭 있어야만 하는 블루스 책 썼다”

    유성은 “케이팝의 나라에 꼭 있어야만 하는 블루스 책 썼다”

    “이 세상에 꼭 있어야만 하는 책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대중음악 장르는 너무 지나치게 많이 나와 있다. 한 뮤지션에 대한 책이 몇 권씩 나와 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 장르, 블루스는 한 권의 정통한 책도 없어 넌센스라고 생각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은 것은 한참 전이었는데 벚꽃 흐드러지게 피어난 데 정신 팔려 펼치지 않다가 어느날 들춰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보도자료 얽어 소개할 책이 아니었다. 그렇게 ‘더 리얼 블루스-블루스 음악의 이해와 역사’를 쓴 유성은(57) 작가와 지난 27일 벚꽃 요란한 서울 양재천 근처 커피전문점에서 만났더니 “안타까움과 화남이 집필을 결심하게 만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케이팝을 세계 만방에 퍼뜨리는 나라인데 대중음악의 뿌리를 다룬 “전문적이며 정통성있는 책 하나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했다. 그러면 화는 왜 난 것일까? 중학교 때 처음 블루스를 접해 40년 넘게 들어왔는데 스스로도 “절반은 속고 살아왔으며” 지금도 거짓된 얘기들이 횡행하고 있어서라고 했다. “방송 진행자들이 뭘 모르니 아무렇게나 얘기하고, 흑인 노예들의 음악이라고 주워들은 얘기를 되뇌고, 전문 평론가들도 제대로 듣질 않으니 엉뚱한 얘기를 주워섬기고
  • 노동시인의 일갈 “민주화되었으니 개소리하지 말랍니다”

    노동시인의 일갈 “민주화되었으니 개소리하지 말랍니다”

    ‘현관문을 나서는데 전화벨이 울린다/올 필요 없답니다 민주화가 되었답니다/민주화되었으니 흔들지 말랍니다/민주 정부 되었으니 전화하지 말랍니다/민주화되었으니 개소리하지 말랍니다//이렇게 한심한 시절의 아침에 겨울비 온다/어깨에 머리에 찬비 내린다 배가 고파온다/이제 나도 저기 젖은 겨울나무와 함께 가야 할 곳이 있다’(48~49쪽, 시 ‘겨울비’ 일부) 한국 노동시를 대표하는 백무산(65) 시인이 열 번째 시집을 냈다. ‘이렇게 한심한 시절의 아침에′(창비)다. 대기업 공장노동자 출신의 시인은 1984년 무크지 ‘민중시’로 데뷔한 이래 줄곧 노동자들의 삶과 의식을 대변해왔다. 시작 36년을 맞는 시인은 그간 노동 현실 뿐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근원적 비판이나 생태 문제 등으로 시 세계의 폭을 넓혀 왔다. 가령 이번 시집에서는 특히 시간에 대한 남다른 통찰과 전복적 사고를 보여준다. 그는 ‘혁명의 시간’에 대한 깊은 사유를 통해 ‘정지의 힘’을 예찬하면서 이것이야말로 “무엇을 하지 않을 자유”와 “무엇이 되지 않을 자유”(58쪽, 시 ‘정지의 힘’ 일부)를 찾는 길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한심한 시절의 아침’에 저항하는 방법도 그와 다름 없을 것이다.
  • 서정시인 듯, 때론 사회시인 듯…   전통시조에 녹여낸 ‘상실의 정서’

    서정시인 듯, 때론 사회시인 듯… 전통시조에 녹여낸 ‘상실의 정서’

    다양한 소재 시조 영역으로 끌어와 서정시인가 하면 사회시다. 시인가 하면 시조이고 시조인가 하면 시다. 등단 이래 시인과 평론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이송희 시인이 시집 ‘수많은 당신들 앞에 또 다른 당신이 되어’(시인동네)를 냈다. 200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에 당선돼 등단한 시인의 시는 상실감을 연원으로 하는 서정시가의 전통을 잇는다. ‘그녀의 빈방에/ 검은 눈이 내린다//(중략) 막 태어난 그리움은 허공에서 자란다// 얼음이 된 사랑과/ 물이 된 그리움// 사르르 녹아내리는/ 화석이 된 울음을’(88쪽, ‘첫눈’)처럼 그리움이 돼 녹아내린 사랑을 표현하는 식이다. 그의 시에는 이처럼 어둠과 울음, 녹아내림으로 표상되는 상실의 정서가 암암리에 박혀 있다. 상실의 대상은 주로 ‘당신’이지만, ‘너와 나, 우리 사이를/ 가로지르는 말의 세계’(33쪽, ‘외눈’) 같은 언어의 세계이기도 하다. 언어를 도구로 쓰는 시인에게 언어를 잃어버린 세계는 곧 세상 전부를 잃은 것과 같을 것이다. 그렇다고 시인의 시는 마냥 내면의 서정성을 파고들지는 않는다.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사회파 시의 면모도 보인다. 그는 시집에서 수많은 사회적 약자들을 호명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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