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문학
  • 슬프고 지우고 싶은 구겨진 일상, 있을까?…내 쉴 오아시스

    슬프고 지우고 싶은 구겨진 일상, 있을까?…내 쉴 오아시스

    상실의 아픔은 소설의 풍경이 된다. 무기력하고 지루한 일상을 오롯이 버텨 내는 건 어쩌면 거기에 조그맣게 숨어 있을지도 모르는 미약한 빛을 찾기 위해서다. 2022년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소설가 김채원(33)의 첫 번째 소설집 ‘서울 오아시스’는 제목처럼 슬프고 괴로운 일상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는 여정의 기록으로 읽힌다. 작가는 그저 일상의 파편을 찢어 독자 앞에 가져다 놓을 뿐 오아시스를 쉽게 내보이지 않는다. 거기서 단단한 희망을 머릿속에 띄우는 일은 오롯이 읽는 이의 몫이다. 비록 그것이 신기루에 불과할지 몰라도. 아니, 우리가 오아시스라고 믿는 문학이 애초에 신기루일지도 모르겠다. 등단작 ‘현관은 수국 뒤에 있다’를 포함한 8개의 단편이 담겼다.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방해꾼도 나타나지 않는다. 좋은 날이야. 주인공은 생각한다. 하지만 계속될 수는 없는 좋음이야. 주인공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기 때문에, 행운을 발견하려면 반드시 불운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서울 오아시스’·99쪽) 표제작 ‘서울 오아시스’는 주인공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외삼촌의 말을 새삼 환기하며 시작한다. “어떤 사람은 건강하지 않아도 오래 살 수 있
  • [훔치고 싶은 문장]

    [훔치고 싶은 문장]

    새처럼(포푸라기 글·그림, 창비) “우리는 어디든 날아갈 수 있어요. 작지만 멋진 날개를 가졌으니까요.” 제2회 창비그림책상 대상작을 받은 작품으로 함박눈이 내리는 날 한 아이가 눈길을 걸으며 펼쳐 내는 상상을 그린다. 함박눈을 보고 밖에 나온 아이는 하얀 눈 위에 찍힌 새 발자국을 따라 걸어간다. 발자국은 새가 돼 푸드덕 날아가고 아이 역시 붉은 새가 돼 하늘로 날아오른다. 검은 발자국과 그림자에도 작고 여린 존재는 용감하고 유연하게 상황을 벗어난다. 우리 곁에는 여전히 전쟁과 폭력을 견디며 살아가는 수많은 아이들이 있다. 이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자유롭게 살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담긴 그림책이다. 48쪽, 1만 6800원. 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남유하 지음, 사계절) “지금도 나는 우리가 가질 수도 있었던 시간들을 아쉬워한다. 뭔가 잘못된 것이 있었는지 곱씹어 본다. 그럴 때면 엄마가 내게 말하는 것 같다. 지난 일은 돌아보지 마, 앞으로 네가 할 수 있는 일을 해.” 긴 투병 끝에 마지막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기 위해 아픈 몸으로 8770㎞를 날아 스위스로 향한 고 조순복씨에 대한 기록을 담은 에세이다. 동시에 그 선택을 딸로
  • 국민 부담 핑계로 무상교육 축소그들과 우리, 더 커지는 부의 격차

    국민 부담 핑계로 무상교육 축소그들과 우리, 더 커지는 부의 격차

    교육 투자 둔화로 ‘불평등’ 심화 1980년 이후엔 기술이 교육 앞서 극소수 숙련 노동자 필요한 사회 취학 전부터 ‘교육의 질’ 확보해야 국내외 많은 연구자는 한국이 단기간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으로 ‘교육열’을 꼽는다. 한국 학부모들의 교육열은 선진국 문턱에 진입한 지금도 여전하다. 공부 좀 한다는 아이들은 모두 의대를 바라보게 하는 그런 열정이 한국 경쟁력에 도움이 될까 생각하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교육 기회의 형식적 평등은 확대됐지만 과거처럼 ‘개천에서 용 나는’ 사례는 점점 줄고 있다. 그러면서 계층 간 소득 격차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이유는 뭘까. 지금까지는 노동자의 숙련이 필요한 방향으로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숙련 기술 보유자인 고학력자들의 소득 비중이 늘어나면서 불평등이 심화했다는 통념이 지배적이었다. 그렇지만 기존 통념은 선후 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잘못된 분석 때문에 나온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오히려 숙련 기술 보유자의 공급과 보편 교육의 약화가 불평등 확대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대담한 목소리를 낸 이들은 누구일까. 주인공은 2023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클로디아 골딘 미국
  • 눈앞 맛있는 육포, 시인의 부름에 곱씹다 보면 또 다른 맛에 ‘군침’

    눈앞 맛있는 육포, 시인의 부름에 곱씹다 보면 또 다른 맛에 ‘군침’

    우리는 날마다 어딘가에서 뭔가를 본다. 살아 있다는 건 뭔가를 목격하는 것과 견고하게 엉켜 있으니까. 전시회에 걸린 그림 한 점이나 영화의 스틸 컷 한 장을 보며, 혹은 책 속 한 문장을 읽고 한 조각의 생각을 떠올리는 것쯤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한데 이를 밑천 삼아 의식과 주제가 듬뿍 담긴 글을 쓴다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 어려운 일을 새책 ‘부드러운 재료’는 해낸다. 그것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부드러운 재료’는 시인인 저자가 처음 펴낸 산문집이다. 사진, 그림, 조각, 영화, 전시, 책 등 온갖 곳에 흩뿌려진 말과 글을 ‘재료’ 삼아 만들어졌다. 예컨대 태국 출신 아피찻퐁 위라세타꾼 감독의 ‘블루’와 ‘에메랄드’라는 영화의 한 장면에서 모티브를 얻어 ‘미만의 미정’이란 글을 쓰고, 독일 사진작가 볼프강 틸만스의 사진 ‘웨이크’와 이민휘의 음반 ‘미래의 고향’ 등에 흥이 동해 ‘두려움과 함께 보기’라는 글을 만들어 내는 식이다. 저자가 쓴 글은 다양한 형태를 하고 있다. 서간문이기도 하고 가상의 인터뷰이거나 시의 모양새를 할 때도 있다. 중요한 건 새로 태어난 글들이 모티브가 된 것들을 원본 삼으려 하지
  • [책꽂이]

    [책꽂이]

    신의 개입(송의달 지음, 나남) 전 세계가 도널드 트럼프 2기와 미국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지만 유독 한국에서는 감정적인 관점과 파편화된 접근에 치우쳐 관련 논의와 연구가 미흡한 실정이다. 명칼럼니스트이자 미국 전문가인 저자는 한국 사회에 굳어져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그의 언행부터 세계관과 성공 비결, 정책 특성 등을 해부하며 ‘트럼프 깊이 읽기’를 시도한다. 또한 트럼프와 트럼피즘의 인기를 낳는 미국 사회의 구조 변화를 날카롭게 분석하고, 트럼프 2기에 한국은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는지 실천적 방법론을 제시한다. 348쪽, 24000원. 당신이 더 귀하다(백경 지음, 다산북스) 8년 차 소방관인 저자가 구급차를 타면서 마주한 삶의 고통과 죽음,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뜨거운 생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사고 현장에서 세상의 고통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목도하는 119 구급대원으로서 저자는 사회의 아픔과 타인의 고통을 특별한 비극이 아닌 세상의 일부로 온전히 이해하고자 노력한다. 소방관이라는 직업인 이전에 한 명의 인간으로서 써 내려간 글이 진솔하게 다가온다. 248쪽, 1만 8000원. 마음만은
  • 집단학살 전범들도 그랬다, 명령에 복종했을 뿐이라고

    집단학살 전범들도 그랬다, 명령에 복종했을 뿐이라고

    학살 가해자 인터뷰·실험 결과 검토 복종 인지적·심리적 메커니즘 규명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부당하거나 불법적인 지시라고 판단되는 경우 공직자나 군인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를 놓고 논란이 들끓었다. 역사적으로 보면 집단 학살이나 국가적 폭력에 가담한 이들은 재판 과정에서 하나같이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고 말한다. 제2차 세계대전 전범의 책임을 물었던 1차 뉘른베르크 국제군사재판에 기소된 24인의 지도자 대다수도 똑같은 책임 회피성 진술을 내놨다. 르완다나 캄보디아의 대량 학살 가해자들도 “명령에 대한 복종이었다”고 변명했다. 인지신경과학자인 저자는 방대한 자료를 분석해 인간이 명령에 복종하는 인지적·심리적 메커니즘에 대한 규명을 시도한다. 이를 위해 학살 사건 가해자를 인터뷰하고 여러 실험 결과를 검토한다. 책은 인간의 뇌는 타인의 고통을 정서적으로 처리하고 이해하도록 설계돼 있지만 타인의 고통에 대한 신경 반응을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연구에서는 피실험자의 공감 능력이 실험자가 독려하는 방향에 따라 확대되거나 축소되는 경향을 보였다. 2016년부터 시작된 다수의 실험에서 저자는 복종하는 사람의 뇌에서 책임감 및 공감 능력, 죄책
  • ‘아이’ 없으면 우리의 ‘미래’도 없다

    ‘아이’ 없으면 우리의 ‘미래’도 없다

    한국, 3세대 이후엔 인구 ‘10분의1’ 日·中 등 사례로 인구문제 해법 제시 통계청에 따르면 가임기(15~49세) 여성 1명이 해당 기간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는 2023년 기준 0.72로 집계됐다. 한국에서 지금의 출산율이 이어진다면 3세대가 지날 무렵엔 전체 인구가 현재의 10분의1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의 유명 인구학자인 저자는 자국을 비롯해 이탈리아, 일본, 인도네시아, 이스라엘, 헝가리, 호주, 중국, 덴마크 등 여러 나라 사례를 기반으로 인구 감소의 원인을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한다. 예컨대 최근 들어 경제성장을 이어 가는 인도네시아의 경우 경제성장률에서 수십년 동안 태국을 넘어섰다. 현재 평균 소득은 태국의 절반 정도이지만 격차가 줄어들어 조만간 앞지를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는 1989년 수하르토 정권 붕괴 이후 안정적인 발전 그리고 젊은층이 탄탄해진 인구구조가 한몫했다. 경제가 성장하면 출산율이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지만 일부에서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이스라엘의 경우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이 독일이나 일본처럼 급락하지 않은 나라로 꼽힌다. 출산을 장려하는 아브라함계 종교 교리를 비롯해 출산 장려를 북돋우는
  • K문학 또 일낼까…정보라 작가 세계 3대 SF 문학상 후보 올랐다

    K문학 또 일낼까…정보라 작가 세계 3대 SF 문학상 후보 올랐다

    소설가 정보라(49)의 소설집 ‘너의 유토피아’가 세계 3대 SF소설상으로 꼽히는 미국 ‘필립 K.딕상(賞)’ 후보에 올랐다. 한국 작품이 이 상 후보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출판사 인플루엔셜의 문학 브랜드 래빗홀은 ‘너의 유토피아’ 영어 번역본이 이 상 최종 후보 6편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고 13일 밝혔다. 필립 K.딕상은 휴고상, 네뷸러상과 함께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SF문학상이다. 최우수상 및 특별 언급 수상작은 오는 4월 18일(현지시간) 미국 시애틀에서 열리는 SF판타지 컨벤션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올해 심사위원으로는 SF 작가이자 편집자 모리스 브로드더스, SF와 판타지소설 작가 C. S.프리드먼, 소설가이자 평론가인 라잔 카나, SF 문학 연구자이자 대학교수 캐롤 맥기르크, SF와 판타지소설 작가이자 현재 필라델피아 SF 협회의 의장을 맡고 있는 캐리 본이 참여한다. 앞서 영국 부커상과 전미 도서상 최종후보 등 정보라에게 세계적 명성을 가져다준 ‘저주토끼’를 번역한 번역가 안톤 허가 ‘너의 유토피아’도 영어로 옮겼다. 정보라는 독일 라이프치히도서전상을 받았다. ‘너의 유토피아’는 2021년 출간된 ‘그녀를 만나다’의 개
  • 신라의 화랑은 게이?… 한국사서 끄집어낸 ‘퀴어의 순간’

    신라의 화랑은 게이?… 한국사서 끄집어낸 ‘퀴어의 순간’

    “얼굴이 아름다운 꽃과 같고 교태는 마치 부인과 같았다.” 7세기 통일신라 시대 김대문이 쓴 ‘화랑세기’라는 책이 있다. 천광공이라는 화랑은 이 책에서 위와 같이 묘사되고 있다. 실제로 어리고 아름다운 소년들을 선발해 가르쳤던 걸로 전해지는 신라의 화랑 제도는 오늘날 다양한 상상력의 원천이 되기도 했다. 이들 사이에 연모하는 감정이 피어나진 않았을까. ‘삼국유사’에 실렸으며 여러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향가 ‘모죽지랑가’가 동성애에 관한 기록이라는 주장도 있다. 화랑 득오가 선배 죽지랑을 그리워하는 내용인데 단순히 존경하는 수준이라고 하기에는 수위가 조금 높아서다. ‘퀴어’라는 말 자체는 해외에서 수입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역사에 ‘퀴어적인 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국내 트랜스젠더 퀴어 연구자인 루인과 성소수자 인권 활동가 한채윤이 한국사를 퀴어한 시각에서 다시 써냈다. ‘퀴어 한국사’(이매진)가 그 결과물이다. 책에는 무려 365가지의 짤막한 이야기가 담겼다. 하루에 한 편씩 읽으면 1년 안에 한국사를 퀴어한 시선에서 새롭게 독파할 수 있겠다. 목차만 봐도 흥미롭다. ‘결코 알 수 없는 공민왕의 진심’(6장), ‘실록에 남겨진 인터섹스, 사방
  • 새해 됐지만 자기계발서 밀어내고 여전히 한강 열풍

    새해 됐지만 자기계발서 밀어내고 여전히 한강 열풍

    보통 새해가 되면 비록 작심삼일이 되더라도 이런저런 결심을 하고, 이를 위해 자기계발서를 구매하는 독자들이 늘어난다. 실제로 작년 1월 첫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에서도 자기계발서가 10위 안에 5~6권이 포진했었다. 그렇지만 지난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자기계발서가 힘을 못 쓰고 있는 모양새다. 교보문고가 10일 발표한 1월 첫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에도 한강 작가의 작품이 1~3위를 차지하고, 10권 중 5권이 포진돼 있다. 5·18 광주항쟁을 배경으로 한 소설 ‘소년이 온다’가 10주 연속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채식주의자’와 ‘작별하지 않는다’가 그 뒤를 따랐다. 베스트셀러 10중에는 ‘트렌드 코리아 2025’가 5위를 차지하며 자기계발서 중에서는 유일하게 10위 안에 들며, 문학 강세에 밀려 주춤한 모양새다. 10위 안에는 문학 작품만 7편이 포함됐다. 한강 작가의 5권 이외에 양귀자 소설 ‘모순’이 7위, 정대건 소설 ‘급류’가 10위를 차지했다. 본격적인 겨울방학을 맞이하면서 아동 도서도 주목받는 분위기다. 초통령으로 불리는 흔한남매 시리즈 18번째 만화가 베스트셀러 4위에 자리 잡았다. 이 밖에 초등학교 교사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쓴
  • ‘트럼프 2.0’ 불확실성만 확실하다

    ‘트럼프 2.0’ 불확실성만 확실하다

    짐 로저스 “2년 내 경기 침체… 中과 탈동조 아닌 탈위험 필요” 유발 하라리 “美 훨씬 독재적인 나라 될 것이 틀림없다” 존 볼턴 “미국이 나토 탈퇴하면 파멸 부를 수 있다” 세계적인 지성 8인 ‘트럼프 2.0 시대’ 적극적 대비 주문 미국 제47대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가 다시 한번 당선되면서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 이목이 쏠리고,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세계경제가 요동친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2008년 노벨경제학 수상자 폴 크루그먼, 세계적인 투자자 짐 로저스 등 전 8인의 지성에게 이른바 ‘트럼프 2.0’ 시대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물었다. 국제적인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만난 이들은 미국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탈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결, 미중 관계 악화,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 공무원 제도 개혁 등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꺼내 놨다. 이들이 꼽은 트럼프 2.0 시대 핵심 키워드는 ‘불확실성’이었다. 불확실성이 커지면 곳곳에서 부작용이 발생하고, 그 여파는 전 세계에 미친다. 크루그먼은 소득세를 인하하고 이를 관세로 충당하겠다는 트럼프의 발언과 관련, 미국 경제가 악순환에
  • 서로 다른 존재의 연대, 사랑을 보다

    서로 다른 존재의 연대, 사랑을 보다

    ‘팥빙수의 전설’, ‘이파라파냐무냐무’, ‘친구의 전설’, ‘태양 왕 수바’, ‘츠츠츠츠’까지 천진한 그림과 유머 속에 서로 다른 존재의 연대를 그려 냈던 그림책 작가 이지은(48)이 처음으로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려 독자를 찾아왔다. 소설 ‘울지 않는 달’은 달과 늑대 그리고 인간 아이의 연대를 그린다. 사람들은 달이 자신들을 보살핀다고 생각하고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하지만 달은 바랐다. “먼지보다도 작게 부서져 한 톨의 자신도 남지 않기를, 그 누구도 자신에게 기도할 수 없기를.” 달에게 하늘은 감옥과 같았다. 그런데 불현듯 알 수 없는 이유로 땅에 떨어진 달은 몸을 움직이게 되고 눈을 감을 수 있게 된다. 심지어 손이 돋아나기도 한다. 그런 달도 인간 아이의 울음소리를 외면하지 못한다. 달은 자신이 인간 아이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느끼지만, 늑대 한 마리가 나타나 전쟁으로 엄마를 잃은 아이를 구한다. ‘카나’라는 이름을 가진 늑대와 달 그리고 아이가 함께하는 새로운 생의 한 페이지가 시작된다. 시작만 해도 달은 철저히 관찰자의 입장이었다. “짐승과 인간이 언제까지 이 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지 지켜보고 싶었다. 그 끝을 보고 싶었
  • 인간이여 들어라, 바다의 준엄한 소리를

    인간이여 들어라, 바다의 준엄한 소리를

    세풀베다의 생전 마지막 소설 바다의 평화 깨는 인간에 맞선 거대한 향유고래의 투쟁 그려 태초의 바다는 평화로웠다. 한없이 고요했던 이곳의 정적을 먼저 깨뜨린 건 인간이다. 똑똑해진 인간은 동시에 탐욕스러워졌다. 무한히 드넓은 바다에서 그들은 가능성을 봤다. 역시 그만큼 무한한 자신들의 욕망을 채울 수 있을 거란 희망을. 그러나 바다 역시 잠자코 있지만은 않는다. 교만한 인간이여, 이제 바다의 준엄한 소리를 들을 때다. 중남미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실제 행동하는 지성이기도 했던 칠레 소설가 루이스 세풀베다(1949~2020)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 마지막으로 쓴 소설 ‘바다를 말하는 하얀 고래’는 짧고 가벼운 동화처럼 읽힌다. 하지만 던지고 있는 메시지는 절대 가볍지 않다. 생전 환경 운동가이기도 했던 세풀베다의 삶처럼, 책은 그동안 바다와 자연을 탐욕스럽게 짓밟았던 인간을 향해 거칠게 포효한다. 그래서는 안 된다고. “인간들이 바다에서 만났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지만 미심쩍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작은 정어리도 다른 정어리를 공격하지 않는다. 느림보 거북이도 다른 거북이를 공격하지 않는다. 탐욕스러운 상어도 다른
  • [훔치고 싶은 문장]

    [훔치고 싶은 문장]

    우리는 은행을 털었다(임정연 지음, 산지니) “이 작가는 깻잎 머리에 줄담배를 피고 깡소주를 마시며 피어싱하고 다닐 거라고 생각했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저는 그 얘기를 듣고 속이는 데 성공했다고 좋아했어요. 독자를 속이는 게 작가의 즐거움 중 하나거든요.”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현대 사회를 비판한 ‘마이 리틀 텔레비전’, 돈만 따르다 삶을 벼랑 끝으로 몰아가는 인물을 그린 ‘불’ 등 6편의 단편소설이 담긴 소설집이다. 책의 가장 큰 반전은 여자 작가의 작품이란 것 아닐까 싶다. 청춘의 남자가 아니고선 알 수 없을 법한 생활의 단면들이 매우 정교하게 묘사됐다.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작가가 5년 만에 내놓은 신작. 단박에 한 권을 읽어낼 만큼 흡인력이 뛰어나다. 208쪽, 1만 8000원. 나직이 불러보는 이름들(이동순 지음, 문학동네) “그리하여 나는 오늘 내 가슴속 판도라 상자를 열어 오래도록 제작한 목선을 바다로 진수하듯이 세상으로 조심스럽게 밀어내 보낸다.” 시인 이동순의 생애에 걸친 문학적 발자취를 그러모은 산문집이다. ‘그리움’을 씨실로 ‘복원’을 날실로 직조해 냈다. 기억조차 나지 않는 어린 시절을 더듬어 보는 것에서
  • [책꽂이]

    [책꽂이]

    K를 팝니다(박재영 지음, 난다) 의사 출신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외국인들이 신통하게 생각할 한국 이야기를 20개의 챕터로 풀어낸다. K콘텐츠 열풍과 함께 한국을 더 알고 싶은 외국인에게 인터넷 검색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한국의 진면목을 알려 준다. K팝에 푹 빠진 팬들에게 꼭 추천하는 명소와 한국 여행 전에 보면 좋을 영화나 드라마 리스트, 작가가 추천하는 서울의 맛집과 명소도 소개한다. 320쪽. 1만 7000원. 사랑 없이 우리가 법을 말할 수 있을까(천수이 지음, 부키) 변호사인 저자의 첫 직장은 구청 화장실 앞 복도에 세워진 칸막이 너머 한 평짜리 무료 법률 상담소였다. 공짜 변호사를 찾아오는 의뢰인들은 노숙자, 야쿠르트 배달 아주머니, 일용직 건설 노동자, 유언장을 쓰려면 한글부터 배워야 하는 할머니 등 다양했다. 난생처음 듣는 별의별 사연들 앞에서 당황하고 허둥대던 초짜 변호사를 키운 것은 의뢰인들이었다. 학교나 책에서는 결코 배우지 못할 인생 경험을 풀어놓고 간 의뢰인들 덕분에 사람 사이의 사랑을 배우고 인생의 답을 찾아가는 저자의 이야기가 담겼다. 292쪽. 1만 8000원. 알고리즘, 패러다임, 법(로레인 대스턴 지음, 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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