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문학
  • 문학·역사로 직조한 1000년 獨미술사

    문학·역사로 직조한 1000년 獨미술사

    “한겨울이라 잎사귀가 모두 떨어진 가지는 차가운 대지에 굳건히 뿌리박은 줄기에서 당당하게 뻗어 나와 있다. 외로워도 호연지기는 잃지 않는 독일인의 기품이 느껴진다.” 독일 낭만주의의 거장 카스파어 다비트 프리드리히(1774~1840)의 작품 ‘눈 속의 고인돌’ 속 참나무에서 류신 중앙대 유럽문화학부 교수는 독일인 특유의 정체성을 발견한다. 눈 덮인 낮은 언덕 위에 서 있는 참나무 세 그루를 보면서 저자는 독일 게르만족의 조상인 아리안족이 참나무를 숭배했던 점, 고대 로마제국이 게르만족의 영토에 침범했다가 토이토부르거 숲 전투에서 참패를 당했던 역사, 이 전쟁 후 독일에서 주조한 1페니 동전에 참나무 잎이 새겨진 점까지 끌어낸다. 반면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역경의 동지’라고 불렀던, 독일의 행위 미술가 요제프 보이스(1921~1986)의 참나무는 나치의 과오를 청산한 독일의 미래로 해석한다. 보이스는 ‘7000그루의 참나무’ 프로젝트(참나무와 현무암 비석을 짝지어 심는 퍼포먼스)를 통해 나치 이데올로기와 전쟁이 남긴 상흔을 치유하고자 했다. 류 교수가 쓴 ‘사색의 미술관’에서는 이처럼 같은 참나무라도 시대적 맥락에 따라 의미가 변화할 수 있음을 짚
  • [훔치고 싶은 문장]

    [훔치고 싶은 문장]

    홈 가드닝 블루(고민실 지음, 열린책들) “옆자리에 앉은 엄마는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나는 엄마 손을, 내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부드러운 피부가 자랑이었던 손등이 거칠해졌다. 손을 쥐었다. 척추가 비뚤어질까 봐 엄마는 집에서도 브래지어를 벗지 못했다. 도로 손을 폈다. 그렇게 몇 번이나 손을 쥐었다 펴도 엄마는 잠에서 깨지 않았다” 열린책들 ‘한국 문학 소설선’의 첫 번째 작가인 고민실의 첫 소설집. 그의 세계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누구보다 평범하다. 그 인물들을 둘러싼 일상을 덤덤하게 들여다보는 그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이 삶이 나 혹은 내 가족을 말하는 게 아닌지 서늘해지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일상에 균열이 생기고 알 수 없는 불안을 홀로 마주해야 하는 상황에서 균열된 삶을 어떻게 이어 갈 것인가, 작가는 소설에서 답을 찾는다. 272쪽, 1만 6000원. 웃기지 않아서 웃지 않음(선우은실 지음, 읻다) “‘오직 너만이 가능한 자비를 지녔다는 자부심으로’. 이 한 문장은 영원히 뇌리에 남는다. 자신의 고통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자가 타인의 고통 또한 제대로 볼 수 있다. 자신의 미덕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자가 타인의 미덕 또한 볼
  • [책꽂이]

    [책꽂이]

    진료차트 속에 숨은 경제학(아누팜 B 제나·크리스토퍼 워샴 지음, 고현석 옮김, 어크로스) 의사의 정치적 성향이 환자 치료에 영향을 미칠까. 왜 여름에 태어난 아이들이 독감에 더 잘 걸릴까. 감시자가 있으면 의료 서비스의 질은 올라갈까. 하버드 의대에서 보건의료 정책을 연구하는 저자가 의료 현장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현상들을 파헤쳤다. 대규모 건강보험 데이터를 분석해 숨겨졌던 인과관계를 밝혀 낸다. 의학, 경제학, 사회학 등 다양한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의료 문제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 424쪽. 2만 2000원. 제국의 설계자(크리스토퍼 마이클 우드 지음, 플랫폼 9와 3/4 옮김, 파이퍼프레스) 음반 발매와 공연만으로 억만장자가 된 테일러 스위프트가 어떻게 자신의 제국을 이뤘는지를 행동 설계 컨설턴트인 저자가 15가지 키워드로 설명한다. 저자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음악이라는 상품이자 작품으로 표현하는 진정성, 그리고 진정성으로 고객의 신뢰를 쌓은 뒤 신뢰를 바탕으로 주체적인 선택을 해 나가는 과정을 스위프트의 주된 전략으로 든다. ‘창작과 경영이 합쳐진 일체형 비즈니스 모델’로서의 스위프트를 읽을 수 있다. 248쪽. 1만 9000원
  • “성은 ‘태어나는 것’”… 젠더의 정체성을 꼬집다

    “성은 ‘태어나는 것’”… 젠더의 정체성을 꼬집다

    올해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66㎏급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알제리 선수 이마네 켈리프가 생물학적으로 남자라는 의료 보고서가 최근 유출돼 논란이 일었다. 켈리프는 지난해 복싱 세계선수권대회에서 ‘XY 염색체를 가졌다’는 이유로 실격당했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염색체만으로 성별을 결정할 수 없다’며 출전을 허용해 링으로 복귀했다. 켈리프는 금메달을 목에 걸고 “나는 다른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여성으로 태어나 여성으로 살았다”고 주장했지만 그를 여자로 봐야 할지 남자로 봐야 할지 논란은 여전하다. 생물학적 개념인 ‘성’(sex)은 ‘사회적 성’ 혹은 ‘정체성’이라는 의미의 ‘젠더’(gender)에 철저하게 밀렸다. 젠더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면 곧장 ‘반(反)페미니스트’라고 손가락질받는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철학 교수인 저자는 ‘성=젠더’라고 과감하게 주장한다. 성 이외에 다른 것을 의미하기 위해 젠더 개념을 사용하는 관행이 오히려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든다는 게 책의 요지다.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되는’ 것이라고 주장한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에서 출범한 젠더 개념은 그동안 확장일로를 걸었다. 1970년대 전후 젠더는 ‘남성성과 여성성의
  • 바닷가재서 찾은 ‘X선 망원경’… 영감이 된 자연

    바닷가재서 찾은 ‘X선 망원경’… 영감이 된 자연

    과학소설(SF)이나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에는 자동차나 동물이 로봇으로 변신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변신 로봇까지는 아니지만 과학자들도 자연이나 동물로부터 영감을 받아 발견과 발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에서는 자연의 메커니즘을 모방하는 생체 모방, 자연 모사로 만들어 낸 13가지 독창적 아이디어를 만날 수 있다. 천체물리학자나 천문학자들이 블랙홀, 중성자별, 은하계의 활동과 밝기 변화 등을 연구할 때는 가시광선보다 짧은 파장을 가진 X선을 이용한 망원경을 사용한다. 미국 애리조나대학의 천문학자 로저 에인절은 X선 망원경의 아이디어를 바닷가재에서 찾았다. 바닷가재는 사람의 주간 시력보다 256배나 뛰어난 시력으로 어둠 속에서도 물체를 식별할 수 있다. 새까만 눈은 천문대 돔 지붕처럼 수백만 개의 아주 작은 반사관으로 구성돼 있어 모든 각도에서 빛을 모아 망막 한 지점에 집중시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드론의 군집 비행 기술은 개미나 벌의 사회를 관찰해 개발했고, 제2형 당뇨병 치료제는 파충류 ‘힐라몬스터’를 참고했으며, 시멘트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방법은 산호가 바다에서 몸집을 키우는 방식을 관찰해 찾았다. 이런 사례들을
  • 다시, 트럼프를 읽다

    다시, 트럼프를 읽다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한국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트럼프 재집권을 맞아 그의 정책과 이에 대한 우리의 대책은 물론 그의 개인 성품과 기질까지 두루 살핀 책들을 깊이 읽어 볼 만하다. ‘트럼프 코리아’(구갑우·박유현 엮음, 사회평론)는 트럼프 집권기를 비롯해 그가 다시 대선 무대에 오르면서 했던 선거 캠페인 발언, 한반도와 관련한 입장에 대한 말들을 분석했다. 저자들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라는 구호에서 미국의 생산과 고용을 촉진하고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려는 의도를 읽어 낸다. “한국은 머니 머신”이라는 말은 방위비 분담금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예고한다. 이에 따라 관세 폭탄도 터질 가능성이 크다. 304쪽. 1만 8000원. 발매 하루 만에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에 오른 ‘트럼프 2.0 시대’(박종훈 지음, 글로퍼스)도 눈에 띈다. 저자는 트럼프 1기 당시엔 유럽이 미국의 방위비 요구를 거의 무시하다시피 했지만 이번엔 무시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의 정책이 앞으로 미국 재정 적자를 악화시키는 데다 인플레이션을 부를 것으로 예측하고 국내
  • MZ세대 무당과 저승사자가 펼치는 유쾌한 귀신의 세계

    MZ세대 무당과 저승사자가 펼치는 유쾌한 귀신의 세계

    여고생 무당 ‘혜수’와 베테랑 저승사자 ‘해수’가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며 악당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그린 시리즈 ‘혜수, 해수’의 네 번째 이야기 ‘혜수, 해수 4-네크로맨서’(산지니)가 출간됐다. 여고생이었던 ‘혜수’가 대학생이 되면서 다채로운 일상이 펼쳐진다. 뱀파이어 ‘원영’의 아이디어로 시작한 룬 부적이 인기를 끌면서 돈도 많이 벌게 됐고 친구 ‘채원’은 소개팅도 제안한다. ‘혜수’와 친구들은 가수가 된 친구 ‘유리’의 학교 음악회를 방문했다가 서늘한 기류를 감지한다. ‘예은’의 연주에는 관객들을 억지로 안정시키고 감정을 증폭시키는 사념이 있었던 것을 눈치챈다. 사람의 영혼을 조종할 수 있는 ‘예은’의 정체는 사실 ‘네크로맨서’였다. ‘예은’은 왜 영혼을 조종하는 것일까. 200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소설가 임정연의 ‘혜수, 해수’ 시리즈는 많은 청소년 독자로부터 사랑받았다. 저승이라는 전통적이면서도 이질적인 공간에 스마트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현대 문물을 결합한 독특한 세계관을 만들었다. 임정연은 지금껏 ‘스끼다시 내 인생’, ‘아웃’, ‘불’ 등의 소설집과 장편소설 ‘질러!’, ‘런런런’, ‘페어리랜드’, ‘지옥 만세’
  • 설마 했던 트럼프의 귀환…그를 이해하려면 이 책들을

    설마 했던 트럼프의 귀환…그를 이해하려면 이 책들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한국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그가 한미 방위비 분담금과 주한미군 주둔 문제를 이유로 대폭 인상된 ‘방위비 청구서’부터 내밀 가능성이 크다. 미국 우선주의에 휘말리면서 이차전지와 반도체, 자동차 관련 우리 기업의 고난이 예상된다. 트럼프 재집권을 맞아 그의 정책과 이에 대한 우리의 대책은 물론, 그의 개인 성품과 기질까지 두루 살핀 책들을 깊이 읽어볼 만하다. ‘트럼프 코리아’(사회평론)는 트럼프 집권기를 비롯해 트럼프가 다시 대선 무대에 오르면서 했던 선거 캠페인 발언, 한반도와 관련한 입장에 대한 말들을 분석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라는 구호에 대해 저자들은 패권국가의 쇠퇴를 막으려는 시도를 읽는다. 이어 기업 유치를 위한 세금 감면과 규제 완화를 통해 미국의 생산과 고용을 촉진하고,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려는 의도도 풀어낸다. “한국은 머니 머신”이라는 말은 방위비 분담금과 한미 FTA 재협상을 예고한다. 이에 따라 관세 폭탄도 터질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당선 이후를 내다본 ‘트럼프 2.0 시대’(글로퍼스)도 눈에 띈다. 저자는
  • 온전한 홀로서기 위한 ‘독립’… 끝이 아닌 시작

    온전한 홀로서기 위한 ‘독립’… 끝이 아닌 시작

    청소년기에는 간섭 받기 싫다는 이유로 부모로부터 독립하길 꿈꾼다. 그렇지만 정작 취직해서 돈을 벌고, 새로운 집을 꾸리고, 일터에서는 자기만의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하는 등 끊임없이 독립을 요구받게 되는 때가 되면 독립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어차피 인간은 혼자라는 말처럼 모두가 독립해야 하고, 웬만해선 잘해야 한다면 잘 독립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생활 인문 잡지 ‘한편 15호’는 “길을 찾는다는 것은 길을 잘 아는 가이드를 찾는 것”이라면서 ‘독립’이라는 주제로 8명의 필자가 희곡, 강의, 대담, 취재 노트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펼쳐 낸다. 강원대 인문과학연구소에서 존재론과 정치철학의 상호 관계에 관해 연구하는 김강기명 전임연구원은 ‘독립 너머 연립’이라는 글에서 스피노자의 철학을 바탕으로 독립보다 연립하는 삶에 대해 말한다. 김강 연구원은 우리가 가진 독립의 욕구는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특정한 시대적 산물이며, 오늘날 우리가 가진 독립의 욕구는 그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연립의 욕구를 배제한다고 지적한다. 개인을 능력이나 소유물의 독자적 소유자로 보는 소유자 개인주의는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렇기
  • 김선향 북한대학원대 이사장 시집 ‘그날 그 꽃’ 펴내

    김선향 북한대학원대 이사장 시집 ‘그날 그 꽃’ 펴내

    경남대학교는 김선향 북한대학원대 이사장이 시집 <그날 그 꽃>을 발간했다고 6일 밝혔다. <그날 그 꽃>은 ‘피어남’의 미학을 보여준다. 시인은 꽃이 피고 지는 모습, 매일 걷던 익숙한 길이 바뀌는 장면, 이를 통해 얻는 환희 등을 풀어냈다. 놓치기 쉬운 사소한 흔적을 ‘생명의 힘’으로 받아들였다. 시집에서는 ‘사라짐’ 미학을 느낄 수 있다. 세월이 데려가 버린 사랑하는 이들, 작별 인사도 없이 휙 넘어가는 서녘 해의 무심함에 대한 토로 등이다. 시인은 이 역설을 포착해 사라지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이렇듯 애절하게 그려낸다. <그날 그 꽃>은 또 ‘견딤’의 미학도 그려내고 있다. 시인은 통증을 털어내고 인공 눈물로 안구건조증을 누그러뜨리는 일상 등에서 얻은 깨달음을 전달한다. 이미선 경남대 영어교육과 부교수는 시집 서평에서 “<그날 그 꽃>은 전작 <황금장미>에 이어 또 한 번 꽃을 피운 유려한 언어의 성찬이자, 더 깊어진 눈길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집”이라며 “운문일기라는 형식이 갖는 미덕은 두 가지 면에서 독자를 사로잡는데 그 하나는 산문이 아닌 운문으로 표현된 언어의 명징함이며, 또 다른 하
  • “문학 언어·사회 합일된 詩 쓸 것”… 강은교 등 4명 대산문학상

    “문학 언어·사회 합일된 詩 쓸 것”… 강은교 등 4명 대산문학상

    김희선 “팬데믹 ‘야만의 시대’ 성찰” 서영채 “쉽게 읽히는 비평 쓰겠다” ‘저주토끼’ 스페인어 번역가도 수상 “문학의 언어와 사회가 합일되는 시를 쓸 수 있다면 좋겠어요. 내면으로 탐사하는 것만으로는 시가 안 되죠. 외면과 내면을 합칠 수 있는 ‘껴안기의 시’가 나와야 합니다. 그래야 공감과 따뜻함을 줄 수 있는 시가 나오지 않을까요. 앞으로도 그런 길을 갈 생각입니다.” 올해 제32회 대산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강은교(79) 시인은 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열린 수상자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강은교와 함께 김희선(52) 소설가, 서영채(63) 문학평론가, 알바로 트리고 말도나도(36) 스페인어 번역가가 수상자로 선정됐다. “마지막 시집일 것 같았어요. 시를 그만둘 때가 됐나 보다 하면서 책을 내고 엉엉 울었지요. 마침 비가 왔고 아무리 울어도 아무에게도 소리가 전해질 수 없었거든요. 그래도 울면서 생각한 것은 서랍에 (시를) 처넣으면서 쓰겠다는 것. 세상을 더럽히면서 쓰지는 않겠다는 거였어요.” 한국 시단을 대표하는 강은교는 지난 7월 펴낸 16번째 시집 ‘미래슈퍼 옆 환상가게’(민음사)로 상을 받았다. 우리 신화 속 ‘당금애기’를
  • 분열에 빠진 한국 사회, 공화주의적 해법을 소환하다

    분열에 빠진 한국 사회, 공화주의적 해법을 소환하다

    현재 우리 정치는 강성 지지층이 주도권을 잡고 상대편의 흠에서 우리 편의 정당성을 찾음으로써 타협점 없는 양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권형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를 포함해 정치학자 7명이 함께 집필한 ‘열린 공화주의: 이론과 역사’(사회평론아카데미)는 이런 한국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극복할 대안을 ‘공화주의’에서 찾고 있다. 필자들은 10편의 논문을 통해 “어떻게 확대재생산되는 분열과 파벌주의의 갈등을 극복하고 온전히 통합된 민주공동체를 발전시킬 수 있을까”라는 문제의식에 대한 해법으로 ‘열린 공화주의’, ‘사회적 공화주의’를 제시한다. 그동안 한국 사회의 진영 논리와 정치적 분열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슘페터류의 최소주의적 민주주의나 자유주의적 법치주의, 대중의 직접적 참여 확대를 강조하는 다수결주의 같은 포퓰리즘적 대안이 제시됐다. 그러나 이는 문제 해결의 충분조건이 되지 못하거나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 김경미 서울대 교수와 유은식 연구원은 같은 제도와 문화에도 불구하고 행위자들이 민주주의를 어떻게 인식하는가에 따라 민주주의 작동 방식과 그 결과가 달라진다고 주장한다. 또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은 행위자들이 다양한 정치 행동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 계절이 바뀌듯 찰나의 환승… 시인이 건네는 ‘산문의 울림’

    계절이 바뀌듯 찰나의 환승… 시인이 건네는 ‘산문의 울림’

    시인은 시로 독자에게 말을 건다. 그러나 시라는 게 보통 어려운 글인가. 시를 쓰고 시집을 내다가도 문득 과연 내 시가 독자에게 제대로 닿고 있는지 의심이 들 때가 있다. 시인이 산문을 쓰는 건 아마 그때일 것이다. 이원(56) 시인의 ‘물끄러미’(난다)는 지금 딱 읽기 좋은 ‘제철 에세이’다. 11월은 애매하다. 가을이라고 하기에는 쌀쌀하고 겨울이라고 하기에는 따뜻해서다. 이원은 11월을 “모든 것을 소란스럽지 않게 잠재우는 환함과 어둠을 갖고 있는”(31쪽) 달이라고 했다. 확실히 시인의 설명이라 다르긴 다르다. 시 창작반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느낀 소회를 적은 글이 울림 있게 다가온다. “문학을 하겠다는 아이들의 질문을 열어 보는 순간은 마치 밀푀유의 단면을 클로즈업으로 맞닥뜨리는 것 같다. 고요함과 아이들의 눈빛은 늘 등가로 있고, 나는 그 둘을 예민하게 읽어내려 온 힘을 다하는 것이 수업의 풍경인데, 내가 가닿지 못한 이런 깊은 뒤척임들이 있었구나, 오늘 알게 된다.”(118쪽) 이소호(36) 시인의 에세이 ‘쓰는 생각 사는 핑계’(민음사)는 좋은 시를 쓰기 위한 시인의 노력 그다음의 문제인 ‘시집을 팔기 위한 분투’를 다룬다. 시인은 시
  • 독자적 언어 가진 한국과 폴란드… “세계문학 ‘빈틈’ 메울 것”

    독자적 언어 가진 한국과 폴란드… “세계문학 ‘빈틈’ 메울 것”

    숱한 외세 침략 견딘 한국·폴란드 정·흥 많고 역사적 경험도 비슷해 “다양한 언어권의 다채로운 생활 세상 중심부로 오롯이 전달되길” 2018년 노벨문학상 토카르추크 한강의 폴란드 북토크 진행 맡아 폴란드 소설가 올가 토카르추크(62)는 2018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폴란드 시인 비스와바 심보르스카(1923~ 2012)도 1996년 같은 상을 받았다. 두 작가의 책 여럿이 이미 한국어로 소개됐지만 여전히 폴란드 문학은 우리에게 낯설다. 왜일까. 3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민음사 사옥에서 만난 최성은(53) 한국외국어대 폴란드어과 교수는 “여전히 세계문학의 지형도가 영어·독일어·프랑스어를 위시한 서구문학 중심에 있는 문화권의 기준과 승인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최 교수는 지난달 23일 한국을 국빈 방문 중이던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에게 폴란드 십자장교 공훈훈장을 받았다. 그간 폴란드 문학을 국내에 꾸준히 소개하면서 양국 간 우호 증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얼마 전 국내 출간된 토카르추크의 단편집 ‘기묘한 이야기들’(민음사)을 한국어로 옮긴 것도 최 교수다. “한국과 폴란드는 역사적 경험이 비슷하다. 한국이 중국과 일본 사이에
  • ‘까칠한 재석이’ 고정욱 작가, 아동문학계 노벨상 ‘알마상’ 후보에

    ‘까칠한 재석이’ 고정욱 작가, 아동문학계 노벨상 ‘알마상’ 후보에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의 고정욱 작가가 아동문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세계적 권위의 아동청소년문학상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알마상) 후보에 올랐다. 고 작가의 에이전시인 1인1책은 “고 작가가 린드그렌상의 내년도 후보로 선정됐다”고 1일 밝혔다. 수상자는 내년 4월 스웨덴 문화부 산하 예술위원회가 발표한다. 알마상은 ‘말괄량이 삐삐’의 작가 린드그렌이 세상을 떠난 해인 2002년 스웨덴 정부가 제정한 상이다. 린드그렌을 추모하고 아동의 권리를 위해 노력했던 그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시작됐다. 린드그렌의 ‘사자왕 형제의 모험’은 한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 작가가 깊이 감명받았다며 추천한 책이기도 하다. 매년 각국을 대표하는 단체에서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스토리텔러 등을 추천받아 수개월의 심사를 거쳐 수상자를 선정한다. ‘알사탕’의 백희나 작가가 2020년 한국인 최초로 이 상을 받았다. 고 작가는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와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아주 특별한 우리 형’ 등 베스트셀러 청소년 문학을 다수 집필했다. 지체장애를 가진 그는 장애를 주제로 하는 이야기를 자주 다뤄 장애를 향한 인식 개선에 힘썼다. 고 작가는 후보로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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