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과학이 우리를 자유롭게 하리라!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과학이 우리를 자유롭게 하리라!

    과학이 세상의 이치를 아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그러나 유익한, 어쩌면 매우 효과적인 방법임에는 틀림이 없다. 대중에게 과학을 알리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천문학 박사이자 생물학 박사인 칼 세이건은 과학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과학은 마치 잘 아는 듯이 허세를 부리는 사람에게 손에 든 패를 보이라고 요구한다. 과학은 잘못 적용된 종교, 신비주의, 미신 등에 대응하는 보루다. 우리가 과학의 가치에 충실하면 과학은 우리가 속고 있을 때 속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 줄 수 있다.” 과학적 사고에 익숙하지 않으면 우리를 현혹시키는 주장에 넘어가기 쉽다. 이러한 예는 무수히 많다. 중세 유럽에서 흑사병이 유행해 런던은 인구의 20%가 감소하고 유럽은 전체 인구의 4분의1 이상이 줄어드는 참혹한 결과를 남겼다. 이는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페스트균에 감염된 쥐의 피를 빨아먹은 벼룩에 물려 감염된 사람들이 집단으로 모인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발생했다. 그런데 이때 많은 사람은 이를 신의 심판이라고 생각했다. 1922년에는 투탕카멘의 피라미드 발굴에 참여했던 일꾼 여러 명이 시름시름 앓다가 목숨을 잃자 많은 사람은 이를 ‘파라오의 저주’라며 두려워했다. 그런데 이 죽음은
  •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끊임없는 변화에 대응하기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끊임없는 변화에 대응하기

    우리는 거의 매년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으로 많은 가축들을 살처분하는 끔찍한 뉴스를 접한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 구제역은 영어로 ‘foot and mouth disease’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동물의 입과 발굽 근처에 물집이 생기는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이 물집 때문에 먹거나 걷는 것이 힘들어지고 물집이 터져 궤양이 생기면서 바이러스가 온몸에 퍼지게 된다. 구제역에 감염된 동물은 침을 흘리고 고열에 시달리다 결국 목숨을 잃는다. 현재로서 바이러스성 질환을 막는 최선의 방책은 백신으로 예방하는 것뿐이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RNA 한 가닥만 유전체로 지닌다. DNA와 달리 RNA는 복제 과정에서 실수가 자주 일어나 RNA 유전체를 가진 바이러스들은 다양한 돌연변이가 생긴다. 인플루엔자는 빈번하게 새로운 조합으로 독특한 유전 조성을 가진 바이러스 변이가 나타나게 된다. 새로운 돌연변이가 출현하게 되면 새로운 백신이 필요하다. 아이러니하게도 바이러스들은 RNA 복제 과정에서 일어나는 실수로 돌연변이가 생기고 이 돌연변이는 끊임없이 변하는 환경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생존해 왔다. 바이러스는 감염 대상인 숙주가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의 대상
  •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서로를 인정하기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서로를 인정하기

    세상의 많은 암컷과 수컷은 서로를 필요로 한다. 수컷들은 암컷들의 시각을 의식해서 힘을 키우고 자신의 외모를 뽐내기도 한다. 암컷들은 수컷들의 힘자랑과 생김새를 찬찬히 뜯어보고 우수한 유전자를 얻기 위한 선택에 신중을 기한다. 이렇게 상대방 성을 의식한 전략이 없으면 생물들은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전달할 수 없다. 이른바 다윈의 성선택 이론이다. 생명의 기본 단위인 세포를 보자. 원핵세포인 세균과 고세균 등을 제외한 생물들은 진핵세포로 이루어져 있다.<서울신문 2016년 11월 1일자 29면> 화석 증거에 따르면 38억년 전에 원핵세포가 출현한 이후 적어도 15억년이 지나서 진핵세포가 출현했다. 진핵세포는 미토콘드리아의 조상 세균과 고세균의 공생 결과로 생겨났다. 그것도 아득한 과거에 다양한 세균, 고세균 사이의 엄청나게 많은 만남 중에서 하나만이 모든 진핵생물의 조상이 된 것이다. 참 어려운 일이다. 산소를 이용해 생물이 쓸 수 있는 에너지를 생성하면서 다양한 대사활동의 변화를 유발하는 쪽과 유전물질을 포함한 여러 가지 번식체계를 지닌 세포 사이에서 정교한 조정이 전제돼야 만남, 즉 공생이 가능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정 세포들과 상대 세포
  •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생명을 유지한다는 것과 살아 있다는 것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생명을 유지한다는 것과 살아 있다는 것

    최근 외신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현재 치료가 불가능한 암을 앓고 있는 영국의 14세 소녀가 아버지의 반대를 이겨내고 자신이 원하던 대로 미래의 치료를 기약하며 냉동인간이 됐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만 100명 이상이 영국의 소녀처럼 미래를 기다리며 냉동 상태로 보관돼 있다고 한다. 생물은 생명현상을 나타내야 한다. 그래야 살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생명현상은 물질대사와 번식 활동을 포함한다. 동물은 물질대사를 위해 숨 쉬고 소화하고 심장이 뛰며 배설을 한다. 그렇다면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냉동인간은 살아 있는 걸까 아니면 살아 있지 않은 걸까? 박테리아는 가히 적응의 달인이라 할 정도 다양한 환경 속에서 생존할 수 있다. 그런데 필수적인 영양물질이 부족하게 되면 이런 박테리아도 살기 어려워진다. 일부 박테리아는 이런 상황에서 특수한 구조인 내생포자를 형성해 ‘죽은’ 상태를 만든다. 마치 냉동인간 같은 환경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내생포자는 세포 내 모든 구조는 없어진 상태에서 염색체만 여러 겹의 벽으로 둘러싸인 구조로, 웬만한 환경 조건에 노출돼도 이겨낼 수 있다. 심지어 끓는 물에서도 살아날 수 있을 정도다. 박테리아는 이 상태로 수백 년을 견딜 수 있다.
  •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있는 그대로 보기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있는 그대로 보기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에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는 유명한 구절이 나온다. 이렇듯 현재 지구상에는 180만여 종의 생물이 이름인 ‘학명’을 갖고 있다. 그러나 열대우림, 심해, 그리고 아주 추운 지역 등 극단적 환경에서 살고 있는 생물들을 포함해 적게는 2000만 종에서 많게는 1억 종의 생물들은 발견되지도 않아 이름도 없다. 인류는 자기 주변의 수많은 생물들에 대해 알고 싶어했고 실체를 찾기 위해 생물들을 분류하기 시작했다. 분류를 하려면 기준이 있어야 했다. 고대 중국에서는 황제의 호불호가 생물을 구분하는 기준이었다고 한다. 이렇듯 처음에는 주관적 기준이 주를 이뤘지만 18세기 분류학의 아버지 린네에 이르러 비교적 객관적인 기준으로 동물, 식물, 광물로 분류하게 됐다. 시간이 흐르면서 생물의 특징이 분류 근거에 포함돼 ‘동물’, ‘식물’, ‘미생물’로 구분하게 됐다. 그렇다고 인간의 주관적 입장이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다.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있는지, 그리고 움직이는지가 여전히 생물 분류의 주요 근거가 되기도 했다. 이후 생물들이 지닌 특징을 있는 그대로 보고 그에 따라 생물을 분류하려는
  •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모든 생물은 조상으로부터 왔다, 최초의 한 번만 빼고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모든 생물은 조상으로부터 왔다, 최초의 한 번만 빼고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개똥벌레가 영롱한 아침이슬에서 생겨났을 것이라 했고, 가톨릭의 한 추기경은 오리가 조개껍질에서 태어난다고도 했다. 심지어 데카르트도 생물을 만드는 데에는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아 자연스레 생물이 형성된다고 생각했다. 뉴턴은 혜성 꼬리에서 식물이 나왔을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무생물로부터 특정 생물이 생긴다는 주장을 ‘자연발생설’이라고 한다. 이런 생각들이 말도 안 된다는 것을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안다. 그렇지만 오래된 고깃덩어리에서 구더기가 나오고 창고 한 구석에 말아 둔 넝마에서 생쥐가 나타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생물은 자연발생을 할까? 그렇지 않다. 이 답을 얻기 위해 많은 과학자들이 연구를 했는데 프랑스의 과학자 파스퇴르가 결정적 증거를 제시했다. 그는 백조 목처럼 구부러진 긴 관이 연결된 플라스크를 만들었다. 이 플라스크와 관이 없는 플라스크에 각각 고기 국물을 넣고 팔팔 끓였다. 며칠 후 관이 없는 플라스크에서는 세균과 곰팡이가 자라 고기 국물이 썩었지만 관을 부착한 플라스크에서는 고기 국물이 처음 그대로였다. 고기 국물을 끓일 때 생긴 수증기가 관 아래쪽에 물로 응결돼 세균을 비롯한 미생물들이 통과할 수
  •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결백 프로젝트와 정의, 그리고 DNA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결백 프로젝트와 정의, 그리고 DNA

    범죄 수사에서 목격자는 사건 해결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범죄자는 목격자를 피해 범행을 저지르고 경찰은 목격자를 찾으려 한다. 그런데 목격자의 진술을 100% 신뢰할 수 있을까. 목격자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일 경우 자칫 잘못된 진술은 진실을 감출 뿐 아니라 선량한 피해자만 만들게 된다. 실제로 목격에 대한 재미있는 실험결과가 있다. 피의자 전체를 대상으로 할 때와 피의자를 한 명씩 볼 때 목격자 증언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목격자의 증언이 증거로서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목격자 진술에 대한 검증뿐 아니라 보완이 필요하다. 그런 보완책 중 하나가 DNA다. 1987년 영국의 알렉 제프리스 박사는 사람마다 DNA 구조가 다르다는 사실에 착안해 DNA 증거를 최초로 범죄수사에 적용했다. 이후 전 세계적으로 DNA 증거를 중요한 증거로 활용했고 ‘결백 프로젝트’도 그중 하나이다. 미국 뉴욕 변호사인 배리 셰크와 피터 노이펠트가 1992년 DNA 분석기술을 이용해 의뢰인들의 결백을 밝혀내기 위해 활용한 일종의 재심신청 프로그램이다. 의과대에서 정비 일을 담당한 줄리어스 루핀은 1981년 어느 날 업무를 위해 엘리베이터에 탔다. 때마침 엘리베이터에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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