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생물체의 시시포스, ATP와 ADP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생물체의 시시포스, ATP와 ADP

    물고기를 제외한 대부분의 생물들은 물에 빠지면 죽는다. 물에 빠지면 숨을 쉬지 못하고, 숨을 쉬지 못하면 죽는다. 산소 공급이 부족해져서다. 사실 물고기도 물로부터 산소를 얻는 과정이 없으면 죽는다.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면 생명 유지에 필요한 에너지인 ATP가 합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잠시라도 ATP가 일정 정도 이상 공급되지 않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ATP가 도대체 무엇이길래 생명을 죽이고 살리고 하는 걸까? ATP는 몸속에서 수많은 화학반응이 일어나게 하고 모든 움직임과 물질 수송에 사용된다. 생명을 유지하는 거의 모든 활동에 사용되는 물질이다. 생물들은 왜 수많은 화학 분자 중 ATP를 사용할까? 대용량 휴대전화 배터리처럼 많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포도당을 비롯한 많은 유기분자와 비교하면 꽤 작지만 사용하기에 편리하다. ATP에는 3개의 인산이 붙어 있는데 인산은 모두 음성(-)을 띠고 있어서 서로 반발한다. 약간의 화학적 환경만 제공해 주면 인산 하나가 쉽게 떨어져 나가서 ADP가 된다. ATP가 ADP가 된다는 것은 인산이 3개 붙은 구조에서 1개가 떨어져 나가 인산 2개를 가진 구조가 된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에
  •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생명과 열역학 법칙의 상관관계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생명과 열역학 법칙의 상관관계

    인공위성에서 지구 밤 풍경을 찍은 사진을 보면 육지, 특히 대도시 인구 밀집 지역일수록 밝게 빛을 내고 있다. 사람들이 소모하는 에너지가 많기 때문이다. 자연에서도 반딧불이나 일부 버섯과 해파리가 빛을 낸다. 이들도 일상적으로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생물은 에너지의 형태를 바꾸는 과정에서 생명 현상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다. 이는 열역학 제1법칙에 따른 것이다. 모든 에너지는 전환되면서 ‘무질서도의 양’인 엔트로피가 증가한다. 바로 열역학 제2법칙이다, 에너지가 소모되면서 상당히 많은 에너지가 쓸모가 적은 에너지인 열로 사라진다. 자동차에 1만원어치 기름을 넣으면 실제로 엔진을 움직이는 데 쓰이는 에너지는 2500원 정도이고, 나머지는 열로 발산돼 날아가 버리는 식이다. 생물들은 수십억년 동안 진화해 온 덕에 에너지 효율이 자동차 엔진을 움직이는 것보다는 크다. 하지만 생물도 생명 유지를 위해 에너지를 얻어야 하고 그 에너지의 상당 부분이 열로 발산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에너지를 많이 이용해 복잡한 구조를 유지하고 있으면 엔트로피가 낮은 상태이고, 에너지가 감소해 복잡한 구조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으면 엔트로피가 증가한 상태이다. 그렇다면
  •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너무 재주가 많은 얇은 껍질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너무 재주가 많은 얇은 껍질

    유전적 장애 중 낭포성 섬유증이라는 것이 있다. 점액 분비선의 이상으로 기도와 기관지 폐색을 일으키는 낭포성 섬유증을 앓고 있는 아이들은 기계를 통해 주기적으로 공기가 주입돼 부피가 늘었다 줄었다 하는 조끼를 20분 정도 입고 있어야 한다. 이 기계가 주변에 없다면 엎드리도록 한 다음 등을 두드려주어야 한다. 그러면 폐 안에 있는 걸쭉한 점액이 풀어지고 몸을 앞으로 크게 숙이면 입 밖으로 점액을 내뱉을 수 있어 꽤 오랫동안 폐에 이상이 없게 느껴진다. 낭포성 섬유증이라는 유전적 장애는 7번 염색체에 위치하는 ‘CFTR’이라는 유전자에 생긴 변이가 원인이다. 이 변이 유전자는 열성이어서 양친 모두로부터 이 유전자들을 물려받아야 증세가 나타나게 된다. 원인 유전자 하나만 보유해 정상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을 보인자라고 하는데 양친이 보인자인 경우에 태어나는 아이는 4명 중 1명꼴로 낭포성 섬유증 장애가 발생한다. CFTR 유전자는 세포막에서 염소 이온의 수송을 담당하는 단백질을 만드는 정보를 가지고 있다. 이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정상적인 염소 이온의 수송이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 그 결과 염류의 균형이 깨지고 폐 점액의 점성이 높아진다. 낭포성 섬유증을 앓는
  •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있는 듯 없는 듯, 그러나 정밀한 몸속 관문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있는 듯 없는 듯, 그러나 정밀한 몸속 관문

    인천국제공항은 세계에서 편리하기로 손꼽힌다. 휴식을 즐기기 위해 외국으로 떠나는 사람들에게 공항은 그저 비행기를 타는 곳이다. 입출국을 할 때 아무도 제지하지 않는다. 그런데 여행 목적이 명품 쇼핑이나 밀수일 경우에는 다르다. 생명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물은 농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막을 통과해 이동한다. 물 분자는 워낙 작아 세포막을 이루는 기본 성분인 인지질 사이를 쉽게 통과할 수 있다. 사실 막을 통과하는 데에는 물보다 더 큰 산소, 이산화탄소, 메탄 등이 더 유리하다. 산소와 이산화탄소 등은 물에 잘 녹지 않는 소수성 분자들로 대부분 소수성 부위로 구성된 세포막을 아무런 방해 없이 통과한다. 그래서 호흡에 필요한 산소와 호흡 결과 생긴 이산화탄소는 우리 세포 안팎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반면 친수성 물질들은 인지질 막을 쉽게 통과하지 못한다. 포도당은 우리 세포에 매우 필요한 영양소이지만 물에 잘 녹는 친수성 분자여서 세포막을 통과하기 어렵다. 세포가 필요로 하는 많은 이온들도 당연히 친수성이라 세포막을 통과하지 못한다. 그런데 통과할 수 있다. 어떻게 이런 모순된 말이 있을까. 세포막에는 친수성 분자나 이온들이 통과할 수 있는 수송단
  •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몸 속의 경호원, 세포막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몸 속의 경호원, 세포막

    예전에 생물학 실험시간이 다가오면 은근히 기대되기도 했지만 두려워서 피하고 싶은 때도 있었다. 동물 세포 관찰 실험이 대표적이다. 여기서 동물은 학생이고 세포는 적혈구나 백혈구였다. 자기 피를 뽑아 현미경으로 세포를 관찰하는 것이다. 적혈구는 약 120년 전부터 세포막의 구조와 성분을 밝히기 위한 여러 실험에서 자주 사용됐다. 그 결과 적혈구 세포막을 자유롭게 출입하는 물질은 지용성이고 적혈구 세포막에서 추출한 성분이 인지질과 단백질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세포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인지질은 비누처럼 물과 결합하는 부위와 물과 결합하지 않는 부분을 모두 갖고 있는데 기름과 쉽게 결합하는 부위가 훨씬 더 많다. 그래서 세포는 얇은 기름막으로 둘러싸인 공이라 할 수 있고 이 기름막을 통해 물과 결합하지 않은 분자가 통과할 수 있다. 산소와 이산화탄소 분자들은 세포막을 자유롭게 통과한다. 그 결과 우리가 흡수한 산소는 적혈구 안으로 들어가 헤모글로빈과 결합한 상태로 몸 곳곳으로 이동해 목적지에 도착하면 다시 세포 내로 들어간다. 세포에서 부산물로 생긴 이산화탄소도 세포막을 통과해 적혈구가 있는 혈액으로 움직인다. 생물에게 물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세포들은 일
  •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진핵세포의 위대한(?) 탄생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진핵세포의 위대한(?) 탄생

    우리 주변 친숙한 동식물을 포함해 수많은 생물종들은 다양한 세포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들 세포는 모두 진핵세포이다. 다세포 생물들이 가지고 있는 세포는 모두 진핵세포란 말이다. 아메바, 짚신벌레, 유글레나 같은 단세포 생물들도 진핵세포이다. 생물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들은 하나하나가 모두 중요하다. 이들 세포를 생명 현상에 필요한 역할에 따라 나눌 경우 사람은 210여 가지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 진핵세포는 핵이 ‘있는’ 세포를 의미한다. 이와는 다르게 원핵세포는 ‘핵이 생기기 전’이라는 의미를 가지는데 세균과 고세균 세포를 구성한다. 진핵세포는 핵이 있고 원핵세포보다 크며 여러 세포 소기관을 갖고 있어 복잡한 구조를 나타낸다. 그리고 원핵세포는 진핵세포보다 먼저 지구상에 출현하여 퍼져 나갔다. 진핵세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논란의 여지가 없이 비교적 잘 정리되어 있다. 진핵세포의 유전자들은 대략 4분의3은 세균에서 유래했고, 4분의1은 고세균, 즉 원핵세포들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진핵생물은 세균과 고세균이 융합한 결과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현재에도 무수히 다양한 종류의 세균과 고세균이 건재해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여
  •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세포의 크기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세포의 크기

    코끼리와 버섯, 거미를 찍은 같은 크기의 사진을 보면 뭔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 코끼리와 버섯, 거미는 크기가 다르지만 같은 크기의 사진에 담으면 코끼리는 축소돼 쭈글쭈글한 주름이 보이지 않게 되지만 거미는 확대돼서 징그러운 털까지 보인다. 그렇다면 이들의 세포는 어떨까? 나누고 나눠서 세포 수준까지 분해하면 세포의 크기는 몸집의 크기와는 달리 모두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포는 지름이 0.01~0.1㎜ 정도이다. 결국 코끼리, 버섯, 거미가 크기가 다른 것은 세포의 수가 다르기 때문이다. 코끼리는 세포 수가 거미보다 많다는 말이다. 세포의 크기는 왜 생물 종과 관계없이 비슷할까. 세포는 왜 더 커지거나 작아지면 안 되는 걸까. 세포가 더 커지면 안 되는 이유는 표면적과 부피 비율 때문이다. 한 변의 길이가 1인 정육면체와 5인 정육면체를 비교해 보자. 각각의 표면적/부피 비율은 (1×1×6)/(1×1×1)=6과 (5×5×6)/(5×5×5)=1.2이다. 길이가 5배 늘어나면 표면적과 부피 비율은 오히려 5분의1 정도로 감소한다. 크기가 늘어나면 단위 부피당 필요한 면적이 부족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물질 수송에 불리해진다. 섬에 사는 사람들에게
  •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둘러보면 RNA로 가득 찬 세상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둘러보면 RNA로 가득 찬 세상

    미국에서 박사후연구원(포스닥)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지 얼마 안 돼서의 일이었다. 지금 되돌아보면 조금은 안일하게 연구원 생활을 하고 있을 때 나를 정신 차리게 했던 경험이다. 동료들과의 대화 중에 한 후배가 “작은 RNA를 연구하고 있어요”라고 한 말을 들으며 ‘생소하다’는 느낌이 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DNA도 아닌 RNA, 그것도 ‘작은’ RNA 덕분에 내가 새로운 트렌드에 얼마나 무뎠는지를 깨닫게 됐다. 전령RNA는 DNA의 유전 정보를 베껴 단백질 합성을 위한 정보를 전달하고 운반RNA는 이 정보에 따라 해당 아미노산을 수송하며 rRNA는 단백질 합성 공장인 리보솜을 구성한다. 이들은 생명 유지에 없어선 안 되는 여러 단백질을 만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들의 도움으로 우리 몸에서는 단백질들이 계속 만들어져 수명이 다한 단백질을 대체하고 있다. RNA는 아밀라제나 단백질 분해효소처럼 화학 반응에서의 효소 역할을 하기도 한다. 특정 RNA는 자신의 일부를 잘라내고 rRNA는 아미노산끼리의 화학 결합을 담당하는 등 효소 단백질처럼 촉매 작용을 수행하는 것이다. 합성 과정에 있는 단백질을 세포 내 일정 부위로 수송하는
  •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완전 단백질 먹기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완전 단백질 먹기

    ‘반도체 공장’ 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우주인처럼 온몸을 감싼 특수 의복을 입고 일하는 사람들이다. 반도체 생산 공정에서는 극소량의 먼지도 허용되지 않는다. 먼지는 곧 반도체의 결함을 의미한다. 반도체 공장의 노동자들이 특수 의복을 입는 것도 작업자 몸에서 떨어져 나가는 죽은 피부 세포들이 바로 먼지가 되기 때문이다. 이 죽은 피부 세포는 주로 단백질로 이뤄져 있다. 우리가 음식을 섭취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수많은 체내 반응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함이다. 탄수화물이 이 역할을 담당하는데 우리가 섭취한 탄수화물은 대부분 에너지로 소모된다. 그래서 탄수화물은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 중에 높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체내에서의 비중은 매우 낮다. 음식 섭취의 또 다른 이유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재료를 공급하기 위함이다. 인체를 구성하는 수많은 종류의 세포와 조직은 주로 단백질로 이뤄져 있다. 우리 몸은 지속적으로 죽은 부분을 버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단백질을 이용해 새로운 구조물들을 만들어 낸다. 헤모글로빈이나 케라틴 같은 단백질은 수명이 정해져 있다. 그러므로 일정량의 단백질이 끊임없이 공급돼야 한다. 그래서 성인
  •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단백질 예찬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단백질 예찬

    우리 몸에 헤모글로빈이 없으면 산소를 공급받지 못해 숨을 쉴 수 없고 아밀라아제가 없다면 밥을 먹어도 녹말이 흡수되지 않아 몸이 약해진다. 액틴이 없으면 팔다리를 움직이지 못하고 심장도 뛰지 않는다. 그리고 항체가 없다면 단 하루도 아프지 않고 살아가기가 어렵다. 인슐린 때문에 혈당이 유지되고 케라틴 때문에 머리카락, 피부 등이 유지되는 것이다. 헤모글로빈, 아밀라아제, 액틴, 항체, 인슐린, 케라틴은 모두 단백질이다. 어떤 생명체에서든 단백질은 생명을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하고 가장 많은 역할을 수행한다. 단백질의 종류는 어마어마하게 많다. 단백질은 20가지의 아미노산으로 만들어지는데, 예를 들어 단백질이 100개 정도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다면 가능한 단백질 종류의 수는 1만 20개나 된다. 실제 단백질은 수십에서 수백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되니까 단백질의 종류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선다. 이렇게 수많은 단백질은 각각 고유의 구조를 갖고 있다. 이는 단백질이 매우 다양하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수많은 단백질은 매우 많은 생명체에서 무척이나 다양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모든 단백질은 열이나 산, 염분 등에 의해 고유 구조가 바뀐다. 그렇게 변성
  •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콜레스테롤의 두 얼굴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콜레스테롤의 두 얼굴

    대학종합병원이나 대형병원에서 심혈관센터를 보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얼마 되지 않은 짧은 기간에 많은 심혈관센터가 생겨났거나 증축됐다. 초등학생이라도 알다시피 심혈관에 문제를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은 지질의 일종인 바로 ‘콜레스테롤’이다. 우리 몸에서 콜레스테롤은 일정 정도는 반드시 필요하다. 인체 세포는 주로 인지질로 이루어진 막으로 둘러싸여 있다. 세포가 필요로 하는 물질을 세포 안으로 들여오거나 신진대사 결과 생긴 쓸데없는 부산물을 세포 밖으로 내보낼 때는 반드시 세포막을 통과해야 한다. 이런 수송이 제대로 수행되려면 인지질로 이루어진 세포막이 너무 딱딱하지도, 너무 부드럽지도 않은 적절한 수준에서 유동성이 유지돼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세포는 생존할 수 없다. 콜레스테롤은 바로 이 유동성을 일정 범위에서 유지하는 데 관여한다. 우리 몸에 콜레스테롤이 어느 정도 있는지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로 정하는데 혈액 100㎖에 들어 있는 양으로 표시한다. 일반적으로 200㎎ 이하이면 정상으로 간주하고 있다. 혈중 콜레스테롤에는 LDL, 중성지방, HDL 등이 포함된다. 상대적으로 단백질이 많은 고밀도 지질 단백질인 HDL은 LDL을 제거하는 ‘좋은’ 콜레스테롤로
  •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맛있는 지방과 평양냉면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맛있는 지방과 평양냉면

    누군가 ‘삼겹살은 서민을 대표하는 먹거리’라고 주장해도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친구들과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을 곁들이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하나 없다.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 가는 삼겹살은 먹음직스러움을 넘어 정겨워 보이기까지 한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도 이런 삼겹살의 매력에 매료되곤 한다. 삼겹살을 굽다 보면 기름이 흘러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삼겹살을 먹은 뒤 후식을 먹으며 얘기를 나누다 보면 이 기름은 불판 위에서 하얗게 굳는다. 이것이 지방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포화지방이다. 인간에게 에너지를 공급하는 분자들의 에너지원은 탄소와 수소의 결합을 유지하는 전자에 있다. 이 전자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ATP로 전환해 에너지원으로 이용한다. 그러니까 당연히 탄소와 수소의 결합이 많으면 많을수록 에너지가 풍부하다. 탄수화물처럼 지방도 에너지원으로 적합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탄소와 수소의 결합이 더 많은 지방이 에너지 효율은 더 높다. 동일한 무게의 탄수화물과 지방의 열량을 측정하면 4대9 비율로 지방이 훨씬 더 많다. 화학 구조를 알면 지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지방은 글리세롤 1개에 지방산 3개가 결합한 구조다. 지
  •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지구에 가장 많은 화합물을 먹을 때 벌어지는 일들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지구에 가장 많은 화합물을 먹을 때 벌어지는 일들

    지구에 존재하는 단일 종류 화합물로 가장 많은 것은 ‘셀룰로오스’다. 해마다 10억t씩 생산되는 셀룰로오스는 식물의 세포벽 성분이다. 나무뿐만 아니라 면화, 채소에서도 발견된다. 목조건물, 면바지, 종이에도 포함돼 있어 우리가 의식주를 포함한 모든 문화생활을 누리는 데 없어선 안 될 존재다. 이런 셀룰로오스는 녹말처럼 탄수화물이면서 포도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간은 녹말은 소화시킬 수 있지만 셀룰로오스는 소화시킬 수 없다. 포도당을 연결하는 방식이 녹말과 셀룰로오스가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과 달리 말, 코알라, 코끼리, 초식성 새, 많은 영장류, 토끼와 일부 설치류 그리고 소, 들소, 사슴, 양 같은 반추동물 등 꽤 많은 동물들이 셀룰로오스를 주식으로 삼아 에너지를 얻는다. 셀룰로오스를 소화시키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런 동물들은 대부분 긴 소화기관을 갖고 있다. 반추동물은 되새김위를 이용해 셀룰로오스를 분해하고 흡수한다. 또 몸속에 있는 공생 미생물과 세균의 도움으로 셀룰로오스를 분해하기도 한다. 육식동물도 셀룰로오스를 먹이로 삼는 경우가 있다. 흔히 판다라고 불리는 대왕판다가 그 주인공이다. 매일 대나무 잎만 씹고 있지만 대왕판다는 엄연히 식육
  •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식혜의 단맛, 탄수화물의 비밀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식혜의 단맛, 탄수화물의 비밀

    어린 시절 설날 차례상의 푸짐한 식사 후 할머니께서 살얼음 살짝 덮인 식혜를 주셨던 기억을 잊을 수 없다. 그 시원하고 달콤함이란…. 생각만 해도 입안 가득 침이 괸다. 사실 단맛은 탄수화물의 작품이다. 탄수화물이 단 것이 아니라 탄수화물이 단맛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탄수화물인 녹말과 글리코겐은 다당류이다. 녹말을 입에 넣어 보면 단맛이 나지 않지만 오래 씹으면 조금씩 단맛이 나기 시작한다. 침에 있는 효소가 녹말을 분해해서 포도당을 만들기 때문이다. 단맛을 내는 포도당은 과당, 갈락토오스 같은 단당류이다. 포도당은 생물이 사용하는 에너지인 ATP를 만드는 재료이기도 하다. 과일에 들어 있는 과당이나 포도당은 분해되는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어 바로 에너지 합성에 사용될 수 있다. 포도당 링거를 맞으면 즉각 원기를 회복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가 단시간에 순발력을 내야 할 운동을 하거나 빨리 처리해야 할 업무가 있다면 과일즙 같은 단당류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 이들을 먹으면 혈당이 크게 증가하고 그 결과로 생긴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밤샘 프로젝트를 하거나 오랜 시간 시험공부를 하는 등 지구력이 필요하다면 꾸준히 높은 혈당을 유지해 에너
  •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녹말 먹고 글리코겐 만들기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녹말 먹고 글리코겐 만들기

    대학원 시절 밤낮으로 실험에 매달려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가 한 학기에 한두 번 있는 실험실 회식은 한 줄기 빛이었다. 모처럼 실험과 연구의 긴장에서 해방돼 마음 편하게 동료 대학원생은 물론 지도교수까지 일상을 주제로 이야기하며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배를 꽉 채워 회식이 끝날 때쯤이면 내 지도교수님은 꼭 이런 말씀을 하셨다. “이제 녹말로 입가심해야지. 누구 면이나 밥 먹을 사람?” 음식이 더 들어갈 공간도 없는데 웬 녹말? 우리가 먹는 음식에는 녹말이 많이 들어 있다. 그렇기에 우리 입맛에 익숙한 성분이기도 하다. 쌀, 보리, 밀, 호밀, 옥수수, 감자, 고구마 등에는 에너지를 저장한 녹말이 풍부하다. 이것을 재료로 밥, 다양한 종류의 빵, 시리얼, 피자 도우 등 많은 먹거리가 만들어진다. 녹말은 대개 평균적으로 식사량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 사람의 몸은 대략 물 66%, 단백질 16%, 지질 13%, 무기염류 4%, 탄수화물 0.6%, 기타 0.4%로 구성되어 있다. 녹말을 포함한 탄수화물은 사람의 몸 전체 구성 성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 이유는 탄수화물이 우리 몸에서 에너지로 가장 먼저 소모되는 영양소이기 때문이다. 녹말은 포도
  •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자연의 능력자, 탄소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자연의 능력자, 탄소

    탄소는 극과 극이다. 탄소로만 만들어진 물질 중 다이아몬드는 아주 비싸지만 흑연은 상대적으로 싸다. 탄소는 지구 전체로 보면 0.08% 정도로 그리 친숙하지 않은 망간이나 타이타늄보다도 적을 정도로 아주 미비하다. 탄소는 지구에는 조금밖에 없지만 인간과 생물에게는 상당히 많은 편이다. 생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삶인데 탄소는 상당히 다양한 분자들을 합성시켜 매우 다양한 생명 현상에 관여한다.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는 자신의 바깥 궤도에 최대 8개의 전자를 채우려고 한다. 탄소는 바깥 궤도에 4개의 전자를 갖고 있기 때문에 상대 원자가 전자 하나씩 제공한다면 최대 4개의 원자와 결합이 가능하다. 전자를 하나씩 가진 수소 원자 4개가 탄소 원자 하나와 전자를 공유하면 메탄(CH₄) 분자가 만들어진다. 탄소 원자가 두 개라면 탄소끼리의 결합을 제외하고 각각의 탄소에 3개씩의 수소 원자가 결합하여 에탄(C₂H₆)을 만들 수 있다. 탄소의 숫자를 늘리면 프로판, 부탄 등 끝없이 이어지는 다양한 분자를 만들 수 있다. 게다가 탄소의 수가 4개 이상이면 동일한 수의 탄소와 수소로 구성된 분자 중에서 일부는 탄소끼리의 결합 일부가 가지를 형성할 수 있어 또 다른
  •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물에 적응한다는 것의 의미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물에 적응한다는 것의 의미

    물이 우리에게 정말 중요하다는 말은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에 흘려버리는 명제 중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번<서울신문 8월 22일자 29면 ‘분자구조로 본 물의 소중함’>에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새삼 다시 강조하는 것이다. 초등학생들도 아는 것처럼 지구 지표면의 4분의3을 물이 덮고 있다. 이 많은 물은 태양계가 형성되면서 지구가 탄생할 때부터 있었다. 그래서 생물의 탄생과 그 이후 약 38억년 동안 기나긴 생물 변화의 역사도 물속에서, 그리고 물과 밀접한 관계 속에서 일어났다. 그 흔적은 지금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물속에서 생물들은 물이라는 물리적 환경에 적응할 수밖에 없다. 빨리 움직여야 하는 동물들은 모두 물살을 가르기에 유리한 유선형 몸체를 가진다. 참다랑어, 조기, 멸치 등 대부분의 어류는 물론 포유류인 물개와 조류인 펭귄도 예외가 아니다. 또 어류가 아가미를 통해 호흡을 하고 부레를 이용해 물속에서 상하 이동하는 것 등도 생물들이 물에 적응한 대표적인 사례다. 인간은 물 밖에서 산다. 지금 우리에게는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처음으로 물 밖으로 나온 우리의 조상 생물들에게는 커다란 도전이었다. 물속과 달리 산소를 풍부하게
  •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분자구조로 본 물의 소중함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분자구조로 본 물의 소중함

    선거 날 투표 결과를 기다리는 두근거림은 아무것도 아닐 정도로 학위 논문 발표는 엄청난 긴장감을 유발한다. 특히 심사위원들의 쏟아지는 질문은 대부분 논문의 가설, 실험 방법, 결과 등에 대한 것이지만 매우 기초적인 내용을 포함하기도 한다. “물의 분자구조를 칠판에 그려 보겠나?” 등이 그것이다. 이 질문은 화가의 자질을 알아보기 위한 질문이 아니라 산소와 수소 원자가 어떤 방식으로 결합하는지를 묻는 것이고 물의 성질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답은 ‘-’(음) 전하를 띤 전자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하나의 산소와 두 개의 수소가 결합해 물 분자를 이룬다는 것이다. 이 결합에서 전자가 산소 쪽으로 쏠리면서 물 분자의 산소 쪽은 ‘-’, 따라서 물 분자의 수소 쪽은 상대적으로 ‘+’를 띠게 된다. 그 결과 산소와 결합한 두 수소 원자가 한쪽으로 몰려 있는 형태의 분자가 생긴다. 야구공 한쪽에 두 개의 포도 알이 붙어 있는 그림을 떠올려 보면 물의 특성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럼 물 분자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을 살펴보자. 양성(+)을 띠는 포도 알 각각은 야구공의 음성(-)인 특정 부위와 서로 당기는 결합력이 생기게 된다. 물 분자들 사이에 결합이 생기는
  •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질소, 요오드 그리고 생물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질소, 요오드 그리고 생물

    “인체를 구성하는 모든 원소들의 값은 얼마일까.” 10만원대 초반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우리 몸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산소, 탄소, 수소, 질소를 포함한 25가지 원소들의 양을 기준으로 매긴 값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이 값은 선뜻 마음에 다가오지 않는다. 식물은 질소가 부족하면 성장이 저하되는 ‘결핍 현상’이 나타난다. 그 이유는 재료인 질소가 부족해서 생물을 구성하는 주요 분자인 DNA와 RNA 같은 핵산이나 단백질이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대기 중에 질소가 풍부한데 왜 부족한 상황이 발생할까. 대기 중의 질소는 분자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식물이 흡수할 수 없다. 독일의 화학자 프리츠 하버와 카를 보슈가 ‘하버?보슈 공정’을 통해 고온과 고압의 조건에서 질소 분자를 분해해 식물이 사용할 수 있는 암모니아 비료를 만들지 못했다면 지금처럼 많은 양의 농산물 생산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과학자들의 추정에 따르면 질소 비료가 없었다면 지금 인류의 3분의1, 25억명 정도는 생존이 불가능할 수도 있었다고 한다. 요오드(I)는 적은 양이라도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원소다. 갑상선에서 혈압, 심장 박동, 근육 탄력, 소화, 생식 등의 기능을 유지하는 데
  •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세균조차도 다양성을 추구한다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세균조차도 다양성을 추구한다

    우리는 살면서 꽤 많은 사람을 만난다. 출퇴근 버스와 지하철 안, 오가는 거리에서 그리고 텔레비전이나 영화 등을 통해서 말이다. 그리고 누군가와 닮은 사람을 보면 신기해한다. 왜냐하면 지구상에 똑같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도 외모, 성격, 태도, 가치관 등이 똑같은 경우는 없다. 비슷할 것 같은 부모 형제도 다르다. 물론 유전적으로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는 예외이지만. 동물이나 식물도 마찬가지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개나 고양이, 다양한 종류의 가축들, 더 나아가 야생의 동물들은 물론 대다수의 식물, 심지어 곰팡이와 버섯까지 같은 종이라도 동일한 개체는 없다. 세균이나 단세포 진핵생물은 제외하더라도 매우 많은 종류의 생물들은 모두 조금씩이라도 다르다. 왜 그럴까. 정답은 생물들의 유성생식 때문이다. 유성생식을 하면 생물 개체들은 다양한 특징을 나타내게 된다. 반면 무성생식을 하는 세균이나 단세포 진핵생물은 복제품처럼 똑같은 개체가 존재한다. 유성생식은 암컷의 난자와 수컷의 정자가 수정돼 자손이 태어나는 번식 방법이다. 난자와 정자가 수정하면서 부모의 염색체(유전물질)가 자손에게 전달된다. 사람은 아버지로부터 가장 큰 염색체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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