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날은 갔지만… ‘쓸모없는’ 인생도 아름답다[강동삼의 벅차오름]
‘보잘 것 없음’에 대한 초라함, ‘버림받음’에 대한 쓸모없어짐, 뒷방 늙은이 신세 같은 서글픔, 누군가의 빛에 가려진 그림자의 공허함….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산 52-1 정물오름에서 만난 ‘정물’을 보는 순간 드는 지리멸렬한 상념이다. 우물처럼 움푹 패인 곳엔 탁한 연못같은 물이 고여 있다. 돌담으로 동그랗게 둘러싸여 있지만, 돌담 위엔 허물어지지 않게 견고한시멘트가 발라져 있다. 정물에 걸린 푸른 하늘과 구름은 탁하지 않다. 조금 있으려니 구름만 홀로 어디론가 떠나갔다.
마치 가수 유열의 ‘화려한 날은 가고’ 노랫말처럼 한때는 찬란한 나날을 보냈을지 모를 정물이었다. ‘멀어져 간다. 나의 꿈도 간다. 잡을 수 없는 푸르른 날 모두 사라져 간다. 흩어지는 구름이 되어 간다. 눈부신 기억들은 모두 반짝이는 불빛이 되어 화려한 날’은 간다.
#이시돌목장 초기의 중요 식수원이었던 곳… 지금은 그 흔적만 남아
제주도 서부지역의 중산간지대 해발 348m, 해안선 직선거리 11㎞에 위치한 이 정물샘은 4·3 당시 피난자와 6·25전쟁시 국군 훈련병들, 금악리와 인근마을 주민 특히 이시돌목장 초기에 중요한 식수원으로 사용되었던 곳이다.
강수량이 많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