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순리는 곧 법… 양치기들의 순응적 삶

자연의 순리는 곧 법… 양치기들의 순응적 삶

함혜리 기자
입력 2016-10-14 17:40
수정 2016-10-14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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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양치기의 편지/제임스 리뱅크스 지음/이수경 옮김/북폴리오/376쪽/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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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주민들은 마치 이상적인 사회나 조직화된 공동체와도 같은 강력한 왕국의 한가운데 살고 있다. 이들을 둘러싸고 보호해 주는 산과 자연의 순리가 이들에게는 곧 법이요 관습이었다.”

19세기의 대문호 윌리엄 워즈워스가 쓴 ‘북부 잉글랜드의 레이크 디스트릭트 여행을 위한 안내서’(1810)에 나오는 구절이다. 워즈워스는 레이크 디스트릭트에서 말년을 보내며 많은 서정적인 글을 남겼다. 실제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어떨까.

바쁜 일상으로 가득한 도시와 대척점에 있는 이곳에서 양을 치며 살아가는 ‘영국 양치기의 편지’의 저자는 “더 바랄 게 없다”고 전한다. 도시의 삶을 그가 모르는 바가 아니다. 하지만 고향의 아름다움을 잘 알고, 땀 흘려 일하는 삶에 자부심을 가진 그는 산과 언덕으로 둘러싸인 이 지역에서 양을 치는 지금 이 삶의 방식 그대로를 사랑한다.

그의 집안은 여러 세대에 걸쳐 레이크 디스트릭트에서 살아왔다.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그의 삶은 양치기에 집중돼 있다. 경매에 나가 좋은 양을 사들이고 건초를 모아 겨울을 준비한다. 눈이 쌓이고 무서운 속도로 바람이 부는 겨울이 오면 추위를 이기지 못해 죽은 양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다시 돌아올 생명력 넘치는 여름을 상상하며 겨울을 헤쳐 나간다. 혹독한 겨울을 지나 이윽고 봄이 오면 암양들이 출산을 한다. 접종을 하고 양들을 산으로 올려 보낸다. 양치기인 그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산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가슴 깊이 들이마셔 본다. 어미 양들이 울퉁불퉁한 바위가 있는 곳을 올라가면서 새끼들을 향해 매애애애 하며 뭐라고 말한다. 이것이 나의 삶이다. 나는 더 바랄 게 없다.”

저자는 도시의 삶에 대한 경험도 들려준다. 자신의 몇 달 수입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버는 도시의 전문직 종사자들이 고향마을의 집을 사들이는 것을 보면서 지금까지 살아온 가치관을 뒤로 하고 대학 진학을 결심한다. 옥스퍼드대에 진학하지만 도시인들의 획일화된 사고와 실패 앞에 나약해지는 모습을 보며 자연으로 돌아가기로 하고 학업을 마친 후 다시 양치기의 삶에 집중한다. 그가 전하는 양치기의 규칙들. 첫째, 내가 우선이 아니라 양과 땅이 우선이다. 둘째, 상황이 항상 내 뜻대로 풀리는 것은 아니다. 셋째, 그래도 군소리 말고 계속 일한다.

우리에게 대자연과 함께하는 삶과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19세기 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에 비견되는 책은 20개국에서 번역됐다. 저자는 지금도 트위터를 통해 전 세계 사람들과 레이크 디스트릭트에서 양을 치는 자신의 삶을 공유하고 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2016-10-1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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