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문학
  • 5월 눈부셨던 그날, 광주의 조천호군에게 [그 책속 이미지]

    5월 눈부셨던 그날, 광주의 조천호군에게 [그 책속 이미지]

    ‘강아지똥’ 등 이 세상 가장 낮은 곳의 이야기들을 동화로 쓴 고 권정생 작가의 미발표 원고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편지가 발견됐다. 작가는 아빠의 영정 사진을 들고 있는 다섯 살 아이의 사진을 보고 ‘광주의 조천호군에게’라는 편지를 썼다. 1980년 5월 18일 광주에서 일어난 민주화운동을 대표하는 사진이다. 작가가 생전에 차마 부치지 못한 이 편지는 이 시대를 사는 고정순 작가에게 닿아 한 권의 그림책으로 탄생했다. ‘봄이 오면 아빠에게 좋아하는 꽃을 제일 먼저 찾아 주겠다’는 아이의 작은 꿈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고 그 슬픔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작가는 봄날의 햇살처럼 따스한 개인의 일상이 깨지는 아픔을 보여 줌으로써 아이들 스스로 “왜?”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 자기 자신을 삼키는 괴물, 자본주의 [장동석의 뉴스 품은 책]

    자기 자신을 삼키는 괴물, 자본주의 [장동석의 뉴스 품은 책]

    자본주의, 정확하게 말하면 신자유주의 경제 시스템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경제적 불평등에서 비롯된 교육과 문화 등 수많은 영역의 양극화는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영끌’과 ‘빚투’는 일상다반사가 됐고, 돈이 된다는 곳에는 어김없이 장삼이사(張三李四)로 문전성시다. 한편 성장 일변도의 경제구조는 환경 파괴와 기후 위기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위기의 자본주의는 과연 어떤 대안이 있을까. 독일 출신으로 이탈리아 국립미술원에서 철학과 미학을 가르치는 안젤름 야페의 ‘파국이 온다’는 가치비판론의 관점에서 본 자본주의, 그것이 맞이할 수밖에 없는 파국에 대한 강력한 경고를 담은 책이다. 가치비판론이란 카를 마르크스가 정립한 가치법칙을 바탕에 두고 자본주의를 근본에서 통찰·비판하는 이론적 관점이다. 야페는 가치비판론 학파의 핵심 이론가 중 한 명이다. 그에 따르면 자본주의를 무너뜨리는 건 자본주의 자신이다. 18세기 고전적 자유주의, 19세기 제국주의와 식민주의, 20세기 들어서는 1970년대까지 포드주의와 케인스주의, 복지국가 자본주의 등의 다양한 이론까지 탄생시키며 최고조에 달했던 자본주의였다. 하지만 1980년대에 이르러 신자유주의가 전 세계로 퍼지면
  • 전범국에서 모범국으로… 獨의 반전 비결

    전범국에서 모범국으로… 獨의 반전 비결

    ‘독일’이라고 하면 중산층이 튼튼한 유럽연합(EU)의 중추적 경제 대국으로, 일본과 달리 과거사 사죄에 적극적인 국가로서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다. 극우 포퓰리즘을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세계의 신뢰를 잃은 미국과 대조적으로 독일은 관용과 품위 있는 민주주의를 과시했다.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에서 70여년 만에 세계의 모범국으로 우뚝 선 독일의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영국의 방송인이자 평론가 존 캠프너가 다년간의 독일 생활을 바탕으로 쓴 ‘독일은 왜 잘하는가’는 현대 독일의 정체성을 만든 네 번의 결정적 시기를 중심으로 그 근원을 좇는다. 1949년 기본법 제정, 1968년 68혁명,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와 통일, 2015년 난민 수용 결정이 그 결정적 시기다. 저자는 독일이 잘하는 다섯 가지로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책임, 이민 수용, 환경에 대한 관심, 외교정책, 문화를 꼽는다. 저자는 우선 1968년 학생 운동에서 기성세대에 대한 저항의 흐름이 거세게 일자 독일 사회 내부적으로 유대인 홀로코스트에 대한 반성의 기류가 거세졌다고 분석한다. 이 같은 반성의 기류는 포용으로 이어져 현재 독일 인구의 4분의1이 동유럽과 이슬람권 등 다양한 이민
  • ‘티셔츠를 입은 처칠’ 젤렌스키, 영웅일까

    ‘티셔츠를 입은 처칠’ 젤렌스키, 영웅일까

    1978년 우크라이나 남동부의 공업도시 크리비리흐 유대인 가정에서 사내아이가 태어났다. 당시 우크라이나는 옛 소련 연방에 속한 국가였다. 러시아가 일상의 중심이었던 만큼 아이는 우크라이나말 못지않게 러시아말도 유창하게 할 줄 알아야 했다. 아이가 나고 자란 ‘크바르탈95’(크리비리흐 중심가 95구역이란 뜻)는 거칠었다. 미국의 갱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를 좋아했던 아이는 눈빛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거친 소년으로 자랐다. 그가 바로 우크라이나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다. 우크라이나 내 여느 유대인 가정과 마찬가지로 젤렌스키 집안 역시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에 많은 가족을 잃었다. 대학 학장인 아버지, 엔지니어인 어머니를 둔 젤렌스키는 전도유망한 청년으로 성장했다. 장학금을 받으며 이스라엘에서 공부할 기회도 있었지만 그가 택한 것은 뜻밖에도 연극이었다. 동료들과 ‘크바르탈95’라는 공연 모임을 만든 그는 이 모임을 우크라이나 내에서 가장 성공적인 엔터테인먼트 제작사로 키워 냈다. 새 책 ‘젤렌스키’는 ‘티셔츠를 입은 처칠’로 불리며 러시아와의 전쟁을 이끌고 있는 젤렌스키의 평전이다. 수백만 달러의 예금과 호화 별장, 러시아
  • 아릿함 자아내는 밤거리 두 청춘… 20대 성장통과 삶에 스며든 죽음

    아릿함 자아내는 밤거리 두 청춘… 20대 성장통과 삶에 스며든 죽음

    밤 12시가 넘은 시각. 장례식장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나온 20대 남녀는 그 시간까지 불이 켜져 있던 맥도날드를 찾는다. 새벽 첫차가 올 때까지 맥도날드는 갈 곳 없는 사람들의 안식처가 된다. 하지만 맥도날드의 불빛은 이들이 정주하기엔 불안정하다. 두 청춘은 서울의 밤거리를 부유한다. 서대문, 광화문, 청계천, 종로 일대까지 이어진 밤 산책은 오토바이를 타고 동대문, 대학로, 다시 남산으로까지 확대된다. 이들의 밤은 오렌지처럼 경쾌하고 싱그럽지만 한편으론 쓸쓸하고 아릿한 감정을 자아낸다. 제18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인 ‘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은 ‘육천 원과 만 원 사이를 오가다 장례식장까지’ 오게 된, 20대 청춘의 밤과 죽음을 대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다. “죽음의 이미지가 압도하는 장례식장을 배경으로, 서울 밤의 시내를 풍경으로 세계를 스케치하는 이 소설은 청춘의 막막함과 외로움을 군더더기 없이 표현하는 가운데 여백의 미를 보여 준다”는 심사평처럼 소설은 청춘의 방황과 성장, 죽음의 의미를 깊지만 무겁지 않게 그려 낸다. 이 소설의 또 다른 매력은 삶 속에 스며 있는 죽음을 생각하게 한다는 점이다. 어릴 적 목조르기 게임을 하다가 자신이 누나를 죽였
  • ‘주연 아닌 조연’… 亞人 대하는 서양의 이중성, 우리는

    ‘주연 아닌 조연’… 亞人 대하는 서양의 이중성, 우리는

    ‘모범 소수민족’ 덧씌워 순응하게 美, 법·제도로 끊임없이 亞人 차별 코로나는 亞 혐오 정당성 부여해 “우리 사회도 피해자이자 가해자” 지난 8일 지소연이 속한 첼시 위민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위민을 4-2로 꺾고 2021~22 잉글랜드 위민스 슈퍼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 경기를 끝으로 국내 복귀를 선언한 지소연을 위해 첼시는 등번호 10번이 담긴 액자를 선물하는 등 아름다운 이별식을 치렀다. 구단 역대 최고 외국인 선수에 대한 예우였다. 순조로워 보였던 이날 행사는 국내 팬들 사이에서 뜨거운 논란이 됐다. 중계를 맡은 스카이스포츠가 지소연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순간 다른 사람이 나오게 화면을 돌려 버린 탓이다. 예전부터 축구를 잘하는 한국인, 나아가 아시아인에 대한 비슷한 상황을 지켜봤던 팬들은 우연한 일이 아님을 느끼고 분노했다. 이 장면은 ‘성공한 아시아인’에 대한 서양의 이중적 태도를 보여 준다. 아시아인이 잘하면 사랑받지만 주연이 되는 것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느끼는 현상은 축구를 넘어 서양 사회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정회옥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아시아인이라는 이유’에서 이를 ‘모범 소수민족 신화’라고 설명한다. 모범 소수민족은
  • “잡지 속 선각자들의 고뇌 확인”… ‘한국잡지 120년’ 학술대회 열린다

    “잡지 속 선각자들의 고뇌 확인”… ‘한국잡지 120년’ 학술대회 열린다

    “역사를 바라볼 때 그동안 왕조사 위주로 많이 봤지만, 서적과 잡지 기록물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잡지 속에서 선각자들의 민족의식과 고뇌, 독립 의지를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부길만 동원대 명예교수) 120년에 걸친 한국 잡지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학술대회가 열린다. 한국출판학회는 오는 28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한국잡지 120년, 시대를 말하다’라는 주제로 제41회 정기학술대회를 연다고 밝혔다. 노병성 한국출판학회 회장(협성대 교수)은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학계 입장에서 창간호와 잡지를 중심으로 한 단일 연구들은 있었어도 학술대회를 본격적으로 개최해 다양한 접근을 한 것은 처음”이라며 “잡지 창간호에 대한 소중함과 귀중함이 국민에게 잘 전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인에 의한 최초의 근대 잡지는 1896년 2월 5일 일본 도쿄에서 대조선인 일본유학생친목회가 창간한 ‘친목회회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학술대회는 가천문화재단이 후원한다. 가천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가천박물관은 ‘대한자강회월보’(1906년)와 ‘낙동친목회학보’(1907년), 근대 종합 잡지의 효시인 ‘소년’(1908년)
  • 30년 전 대만과 단교 참사…中에 대한 과도한 환상 탓

    30년 전 대만과 단교 참사…中에 대한 과도한 환상 탓

    “올해 한중 수교 30주년을 베이징과의 관계에서만 이야기하지만 사실 대만과의 단교 30주년이기도 하죠.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항일투쟁과 건국을 지원한 나라는 중국이 아닌 대만인데 우리 외교가 43년간 정통성을 둔 타이베이와의 인연을 존중하고 배려하지 않은 것 같아 가슴 아픕니다.” 외교 현장에서 36년을 보낸 조희용(67) 전 주캐나다 대사의 저서 ‘대만단교회고:중화민국 리포트 1990~ 1993’(사진)은 노태우 정부 ‘북방 정책’의 대미를 장식한 1992년 8월 24일 한중 수교 현장 실무자로서의 씁쓸한 회고이자 기록이다. 당시 주중화민국 한국 대사관 1등 서기관이던 그는 대만과의 난감한 단교 과정을 파노라마처럼 재현했다. 최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난 조 전 대사는 “외교관의 특권은 외교 현장의 경험과 기록이며 이를 바탕으로 현재와 미래의 외교를 펼쳐 나가는 것”이라며 “당시 중국과의 조기 수교와 대통령의 방중이란 정책 목표가 모든 것을 압도하면서 역사에 대한 이해와 전략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우리 정부는 중국과 수교 협상이 진행되던 도중인 1992년 7월 17일 관련 보도가 나오자 대만 측에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고,
  • 30년 전 대만과 단교 참사...中에 대한 과도한 환상 있었다

    30년 전 대만과 단교 참사...中에 대한 과도한 환상 있었다

    “올해 한중 수교 30주년을 베이징과의 관계에서만 이야기하지만 사실 대만과의 단교 30주년이기도 하죠.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항일투쟁과 건국을 지원한 나라는 중국이 아닌 대만인데 우리 외교가 43년간 정통성을 둔 타이베이와의 인연을 존중하고 배려하지 않은 것 같아 가슴 아픕니다.” 외교 현장에서 36년을 보낸 조희용(67) 전 주캐나다 대사의 저서 ‘대만단교회고: 중화민국 리포트 1990~1993’은 노태우 정부 ‘북방 정책’의 대미를 장식한 1992년 8월 24일 한중 수교 현장 실무자로서의 씁쓸한 회고이자 기록이다. 당시 주중화민국 한국 대사관 1등 서기관이던 그는 대만과의 난감한 단교 과정을 파노라마처럼 재현했다. 최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난 조 전 대사는 “외교관의 특권은 외교 현장의 경험과 기록이며 이를 바탕으로 현재와 미래의 외교를 펼쳐 나가는 것”이라며 “당시 중국과의 조기 수교와 대통령의 방중이란 정책 목표가 모든 것을 압도하면서 역사에 대한 이해와 전략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우리 정부는 중국과 수교 협상이 진행되던 도중인 1992년 7월 17일 관련 보도가 나오자 대만 측에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고, 수교를
  • ‘타는 목마름으로’ 독재에 저항한 김지하 시인 영면하다

    ‘타는 목마름으로’ 독재에 저항한 김지하 시인 영면하다

    1969년 등단… 이듬해 ‘오적’ 발표 권력층 비리·부정부패 통렬히 풍자 민청학련 사건 수감 6년 만에 석방 국제시인회 위대한 시인상 등 영예 1991년 운동권 연쇄분신 비판 칼럼 ‘죽음의 굿판을…’ 게재, 변절 논란도 ‘오적’, ‘타는 목마름으로’ 등의 작품으로 1970~80년대 독재 정권에 저항한 김지하 시인이 8일 별세했다. 81세. 김 시인이 최근 1년여 동안 전립선암 등으로 투병 생활을 한 끝에 이날 오후 4시쯤 강원도 원주 자택에서 타계했다고 토지문화재단이 전했다. 1941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난 고인의 본명은 김영일로 서울대 미학과 재학 시절인 1963년 ‘목포문학’에 김지하라는 필명으로 ‘저녁 이야기’를 발표했고, 1969년 ‘시인’ 지에 ‘황톳길’, ‘비’ 등 5편을 발표하며 정식 등단했다. 1964년에는 대일 굴욕외교 반대 투쟁으로 불리는 ‘6·3 항쟁’에 참가했다가 수감돼 4개월간 첫 옥고를 치렀다. 김 시인은 1970년 ‘사상계’ 5월호에 권력 상층부의 부정부패상을 날카롭게 풍자한 담시(자유로운 형식의 짧은 서사시) ‘오적’을 발표하고 반공법 위반으로 구속 기소됐다가 국내외 구명 운동에 힘입어 석방됐다. 유신 독재에 저항하는 민주화
  • 감정·생각·행동에 영향 미치는 ‘색의 마력’

    감정·생각·행동에 영향 미치는 ‘색의 마력’

    신생아들은 선천적으로 빨간색을 선호한다. 실험을 통해 밝혀진 사실인데, 신생아의 100%가 눈으로 빨간색을 따라갔다고 한다. 다른 색들과의 격차는 의미가 없을 정도로 현저하다. 녹색에만 겨우 30% 정도 반응했을 뿐이다. 범위를 인류로 확장하면 결과는 달라진다. 40% 정도가 파란색을 선호하고, 20%는 빨간색, 18%는 녹색, 16%는 검은색, 11%는 노란색 등이다. 인간이 태어나 만나는 색들은 처음엔 하나의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순수한 감각적 체험을 넘어선 그 어떤 의미도 갖지 못하는 것이다. 색이 의미를 전달하기 시작하는 건 다른 감각 기관과 연결되면서부터다. 맛, 향, 촉감 등의 경험치에 따라 색이 구체적인 형태를 갖추면서 시각은 점차 인식의 원천들 가운데 우위를 점하게 된다. 뇌의 능력 가운데 60~80%가 색의 신호를 처리하느라 소비될 정도다. 색이 발휘하는 힘은 인간에 국한되지 않는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이 색을 활용한다. 색은 지구상 가장 거대한 의사소통 시스템인 것이다. ‘색, 빛의 언어’는 아름다움을 넘어 인지의 기반이자 의사소통 수단인 색이 어떻게 우리의 감정과 생각,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추적한 책이다. 색의 본질부터 인간의
  • 냄새 둘러싼 과학·역사·예술적인 이야기

    냄새 둘러싼 과학·역사·예술적인 이야기

    한 사람이 가진 후각 수용기의 종류는 400가지이고, 개수로 따지면 600만개 이상이라고 한다. 냄새 분자는 각각의 후각 수용기와 결합해 사람이 냄새를 느끼게 한다. 그러나 후각 수용기가 모든 사람에게 균질한 것도 아닌지라 내가 맡은 냄새가 옆 사람이 맡은 냄새와 같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같은 공간에 있는 누구나 냄새를 느낄 수 있지만, 냄새는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에 속한다. 겉으로 보기에 냄새를 맡는 기관은 코 하나뿐인 것 같다. 그러나 연구가 거듭될수록 폐, 혈관, 근육 등 다양한 신체기관이 끊임없이 냄새를 맡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신장은 장내 박테리아에서 냄새 신호를 감지해 과식했을 때 혈압을 조절하고, 정자는 난자가 발산하는 유혹의 냄새를 따라 극적으로 만나게 된다. 둘이 운명처럼 만나 태아가 되면 12주 무렵 처음으로 냄새를 맡게 된다고 한다. 지구에 존재하는 냄새의 가짓수를 숫자로 나타내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숱한 사람이 냄새를 분류하는 일에 도전했다. 조향사들은 그들에게 필요한 냄새가 담긴 팔레트를 만들었고, 과학자들도 다양한 기준으로 냄새를 나눴다. 2018년 한 연구진은 좋은 냄새와 나쁜 냄새는 서로 다른 방향성을 가지고
  • “아이들의 결핍·간절함 해소해 주고 싶다” [어린이 책]

    “아이들의 결핍·간절함 해소해 주고 싶다” [어린이 책]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아이 욕망이 억압됐을 때 문제 생겨” 소원 해결 신기한 떡집에 열광 6권에선 ‘반려동물 죽음’ 다뤄 “‘만복이네 떡집’ 시리즈는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결핍과 간절함을 해소해 주기 위해 썼어요.” 전국 초등학교, 어린이 도서관의 강연 섭외 1순위인 김리리 동화작가가 최근 ‘만복이네 떡집’ 시리즈의 여섯 번째 이야기인 ‘둥실이네 떡집’을 펴냈다. 지난 3일 서울 강남에 있는 비룡소 출판사에서 만난 작가는 ‘동심’에 대한 이야기로 입을 뗐다. “동심을 착하고 아름답게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는 동화작가가 아이들의 욕망에 주목해야 한다고 늘 말해요. 사실은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성장하고 싶고, 놀고 싶고 이런 게 아이들의 욕망이거든요. 이게 결핍되거나 억압됐을 때 잘못된 방향으로 가게 되고 타자의 욕망을 좇으면 문제가 생기는 거죠.” 누구보다 아이들의 갈증에 집중하고 그 부분을 시원하게 풀어내서일까. ‘만복이네 떡집’ 시리즈는 누적 판매 100만부(시리즈 전체)를 돌파해 국내 창작 동화 시리즈의 새로운 기록을 쓰고 있다. 특히 1권인 ‘만복이네 떡집’은 초등학교 3학년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절대 편이 되어 주는 절
  • 꽃병? 두 얼굴?… 느낌 정해 주는 ‘뇌 속 민주주의’

    꽃병? 두 얼굴?… 느낌 정해 주는 ‘뇌 속 민주주의’

    2016년 3월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국에서 4승 1패라는 압도적인 기록으로 승리하면서 인공지능(AI)이 언젠가는 인류의 역할을 대체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본격 제기됐다. 인간을 능가하는 기계 지능이 인류를 파멸시키거나, 우리 뇌가 컴퓨터와 결합하는 ‘초지능’을 갖게 되는 것 아니냐는 SF적 상상력도 봇물처럼 나왔다. 미국의 신경과학자이자 컴퓨터 공학자인 제프 호킨스는 저서 ‘천 개의 뇌’에서 ‘지능은 무엇이고 뇌는 지능을 어떻게 만들어 내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이 같은 인류와 기계 지능의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풀어낸다. 인류는 불과 1.5㎏의 세포 덩어리인 뇌로 살아간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본능을 담당하는 ‘오래된 뇌’와 진화의 산물인 ‘새로운 뇌’로 나뉜다. ‘새로운 뇌’는 ‘오래된 뇌’를 통제하는데, 뜨거운 숯을 만지고 통증을 느껴 이를 멀리하는 것은 ‘오래된 뇌’지만, 끔찍한 고문에도 불구하고 “조국을 배신하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참는 것은 ‘새로운 뇌’에 해당한다. 이 ‘새로운 뇌’가 지능을 만드는데, 시각이나 촉각 같은 감각으로 입력되는 정보의 변화(움직임)를 인식하는 것이 뇌가 배울 수 있는 방법이다. 기존 과학자들이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