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둘러싼 과학·역사·예술적인 이야기

냄새 둘러싼 과학·역사·예술적인 이야기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22-05-05 20:22
수정 2022-05-06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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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끝의 언어/주드 스튜어트 지음/김은영 옮김/월북/424쪽/1만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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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가진 후각 수용기의 종류는 400가지이고, 개수로 따지면 600만개 이상이라고 한다. 냄새 분자는 각각의 후각 수용기와 결합해 사람이 냄새를 느끼게 한다. 그러나 후각 수용기가 모든 사람에게 균질한 것도 아닌지라 내가 맡은 냄새가 옆 사람이 맡은 냄새와 같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같은 공간에 있는 누구나 냄새를 느낄 수 있지만, 냄새는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에 속한다.

겉으로 보기에 냄새를 맡는 기관은 코 하나뿐인 것 같다. 그러나 연구가 거듭될수록 폐, 혈관, 근육 등 다양한 신체기관이 끊임없이 냄새를 맡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신장은 장내 박테리아에서 냄새 신호를 감지해 과식했을 때 혈압을 조절하고, 정자는 난자가 발산하는 유혹의 냄새를 따라 극적으로 만나게 된다. 둘이 운명처럼 만나 태아가 되면 12주 무렵 처음으로 냄새를 맡게 된다고 한다.

지구에 존재하는 냄새의 가짓수를 숫자로 나타내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숱한 사람이 냄새를 분류하는 일에 도전했다. 조향사들은 그들에게 필요한 냄새가 담긴 팔레트를 만들었고, 과학자들도 다양한 기준으로 냄새를 나눴다. 2018년 한 연구진은 좋은 냄새와 나쁜 냄새는 서로 다른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머리 아픈 과학적 정의를 뒤로하고 보면 냄새는 감정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냄새와 결합된 기억은 다른 감각 자극에 의해 떠오르는 기억보다 훨씬 강한 정서적 반응을 일으킨다는 사실도 연구 결과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잊었다고 생각한 시간이 냄새와 함께 불쑥 찾아와 마음을 가만두지 않을 때도 있고, 냄새와 함께 어떤 행위에 얽힌 감정들이 기억에 선명하게 새겨지기도 한다.

냄새를 정의하기 위해 저자는 베이츠칼리지와 피츠버그대의 냄새 연구자들이 정한 향기 분류에 따라 목차를 나누고 각각의 냄새를 서술했다. 낯설거나 익숙한 냄새의 이름과 이를 둘러싼 과학적, 역사적, 예술적인 이야기는 독자에게 냄새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선사한다.

2022-05-0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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