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 빛의 언어/악셀 뷔터 지음/이미옥 옮김/니케북스/444쪽/2만 5000원
인간이 태어나 만나는 색들은 처음엔 하나의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순수한 감각적 체험을 넘어선 그 어떤 의미도 갖지 못하는 것이다. 색이 의미를 전달하기 시작하는 건 다른 감각 기관과 연결되면서부터다. 맛, 향, 촉감 등의 경험치에 따라 색이 구체적인 형태를 갖추면서 시각은 점차 인식의 원천들 가운데 우위를 점하게 된다. 뇌의 능력 가운데 60~80%가 색의 신호를 처리하느라 소비될 정도다. 색이 발휘하는 힘은 인간에 국한되지 않는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이 색을 활용한다. 색은 지구상 가장 거대한 의사소통 시스템인 것이다.
‘색, 빛의 언어’는 아름다움을 넘어 인지의 기반이자 의사소통 수단인 색이 어떻게 우리의 감정과 생각,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추적한 책이다. 색의 본질부터 인간의 눈이 색을 받아들이는 인지 체계, 진화 과정 등 감각으로서의 색뿐 아니라 사회적·문화적 가치체계에 이르기까지, 색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이 망라돼 있다.
인간의 망막은 몇몇 색을 다른 색보다 더 빨리, 더 오래, 더 강렬하게 인지한다. 검은색·흰색·빨간색·녹색·파란색·노란색 여섯 가지로, 이를 ‘생리학적 기본색’이라 한다. 빨간색이 시선을 끌어당기고, 녹색이 가장 다채롭게 인식되며, 파란색이 안정감을 주는 이유 등은 색각 세포의 분포 등으로 설명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문화적 의미와 작용 범위다. 저자는 생리학적 기본색에 다양한 상징 및 효과와 연관이 있는 회색·갈색·분홍색·보라색·오렌지색·은색·금색을 더한 13가지 색상을 ‘문화적 기본색’이라 정의하고 각각의 의미를 파헤친다.
2022-05-0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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