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우의 청파동 통신] 황석영의 ‘철도원 삼대’를 읽으며
지난 주말 내내 초여름 더위를 견디며 황석영 장편소설 ‘철도원 삼대’를 읽었다. 작품에 흠뻑 몰입하다가도, 때때로 깊은 상념에 빠져 몇 번이나 우두커니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곤 했다. 이 땅의 현대사를 통과한 인간 군상, 그들의 의기, 저항, 헌신, 일상, 마음, 굴종, 배신, 죽음, 상처와 마주한 시간이었다. 이 작품을 통해, 여전히 우리 사회의 현안과 지나간 시대의 역사를 주도면밀하게 탐사하는 노작가 황석영의 문학을 향한 남다른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철도원 삼대’를 탐독하면서 소설이 당대의 중대한 의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지나온 역사를 근본적으로 성찰하게 만드는 주요한 수단임을 다시금 절감했다. 하지만 이 소설의 주제가 단지 계몽적 차원에 한정되지는 않는다. 작품 속의 “결국 조직이란 모든 약하고 외로운 개인들의 집합체였다”는 표현은 인간과 세상에 대한 깊은 시선을 담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철도원 삼대’는 이백만-이일철·이이철 형제-이지산-이진오로 이어지는 사대에 이르는 가족사의 애환을 다룬다. 그 과정에서 철도의 근대적 이식 과정, 철도원과 그 가족의 일상, 경성 콤그룹을 중심으로 한 식민지 시대의 사회주의 운동과 노동운동, 그에 이어진 해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