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격 번복’ 소동으로 심한 속앓이한 듯의연한 모습 끝에 참았던 눈물 뚝뚝
”인터뷰 내일 하면 안 돼요? 죄송해요.”인터뷰가 진행될수록 촉촉해지던 박태환의 눈가가 급기야 빨개지기 시작했다.
2회 연속 올림픽 금메달을 노렸으나 ‘라이벌’ 쑨양(중국)에 1위 자리를 내주고 은메달을 따낸 한국 수영의 간판 박태환(23·SK텔레콤)은 끝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28일 오전(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 예선에서 실격 판정을 당했을 때도 얼굴에 웃음을 잃지 않던 박태환이었지만 잘 싸우고도 챔피언의 자리에서 내려오게 된 아쉬움에 그는 결국 인터뷰를 중단해야 했다.
이날 오후 같은 장소에서 열린 결선에서 3분42초06의 기록으로 2위를 차지한 박태환은 공동취재구역에서 처음에는 여전히 밝은 표정이었다.
그러나 인터뷰가 이어질수록 아쉬웠던 순간들이 자꾸 머리에 떠오르면서 속으로 삭였던 아쉬움이 결국 눈물로 터져 나왔다.
박태환은 “올림픽 은메달도 값진 결과고 이루기 어려운 것”이라며 “다만 아쉬운 것은 올림픽 2연패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주종목인 자유형 400m를 마친 소감을 밝혔다.
오전에 실격을 받고 다시 판정이 번복되기까지 “계속 숙소에서 기다렸다”는 그는 “오후에 경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상황이라 답답했다. 그 판정의 영향이 결선에서 나왔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나도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또 다른 서양 선수가 우승한 것이 아니라 같은 아시아권 선수인 쑨양이 우승해 축하의 말을 전하고 싶다”며 의연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정도 인터뷰가 진행됐을 때도 종종 한숨을 크게 내쉬며 하던 말을 멈추고 “네, 그렇습니다”라고 조금씩 분을 삭이던 그는 결선에 대한 복기에 들어가자 점점 아쉬운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박태환은 “아직 구간별 기록을 보지 못해 정확한 평가는 하기 어렵다. 300m까지는 괜찮았지만 이후 쑨양이 스피드를 내며 치고 나갔다”며 “쑨양의 스퍼트를 보면서 나도 쫓아가겠다고 마음먹었지만 결국 졌기 때문에 내가 부족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2009년 로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바닥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온 상황인데 오늘 하루에 이런 많은 일이 벌어져서 좀 힘들었다”고 털어놓더니 자신의 가슴팍을 두드리며 “아유, 아유, 미치겠네”라고 자책했다.
이때 잠시 눈가를 만지며 눈물을 감추려고 노력하던 그는 “남은 200m도 좋은 경기를 하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인터뷰를 마무리하려 했다.
누군가 “혹시 울었느냐”고 묻자 손사래를 치면서 “그냥 답답해서”라던 그는 입으로는 사실과 다른 말을 했지만 눈으로 터져 나오는 눈물까지 감추지는 못했다.
다음 질문이 나올 무렵 그는 인터뷰 내내 참았던 눈물을 왈칵 터뜨리며 “인터뷰 내일 하면 안 돼요? 죄송해요”라며 자신의 짐을 챙겼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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