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북핵 전문가 평가
“북한이 완전한 핵보유국에 다가섰다.”미국 북핵 전문가들은 이전 핵실험보다 5배 이상 강력한 것으로 알려진 6차 핵실험을 통해 북한 핵기술이 소형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가까이 다가간 것으로 평가했다고 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등이 보도했다. 이번 실험이 완벽한 성공을 거두지 못했더라도 북한의 수소폭탄 기술에 상당한 진전이 이뤄진 것으로 평가되는 만큼 결국 북한이 고성능의 수소폭탄을 갖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데 전문가들이 대체적으로 동의했다는 것이다.
수미 테리 전 미 중앙정보국(CIA) 북한 분석관은 “북한은 이제 주요 도시들을 날려 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며 “북한이 이번에 수소폭탄을 실험한 게 아니라도, 곧 그렇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임스 액션카네기국제평화기금 핵정책프로그램 이사는 “북한이 그동안 수소폭탄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암시해 온 만큼 이번 핵실험이 엄청나게 놀라운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상당한 기술적 진보를 보여 준다”고 밝혔다. 브루스 베넷 미 랜드연구소 선임 연구원도 “핵실험의 폭발력은 직전 실험보다 4~5배 정도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이 핵무기는 실제로 핵융합을 이뤄 냈다”고 강조했다. 켄 가우스 미 해군연구소 박사는 “이번 실험은 과거보다 확실히 규모가 컸다. 이는 수소폭탄 실험이었을 가능성을 보여 준다”고 거들었다.
전문가들은 특히 핵실험에 앞서 북한 언론이 보도한 은색 수소폭탄 모형에 대해 미국의 무기와 다른 방식이기는 하지만 대략적으로 2단 수소폭탄과 일치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와 관련해 핵물리학자인 피터 지머맨은 “(이 모형이)순수한 원자폭탄으로 보기엔 너무 크다”며 “북한이 핵융합장치의 핵심적인 것들을 안다는 것을 아주 잘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유엔 산하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도 “이번 핵실험에 대한 인공지진파를 실시간으로 포착했다”면서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역대 최대 규모의 진동이었다”고 밝혔다. 라시나 저보 CTBTO 사무총장은 이날 오스트리아 빈 본부에서 “지진파로는 수소탄 실험인지를 파악하기 어렵지만 5차 핵실험과 비교하면 규모가 훨씬 커졌다”고 강조했다. CTBTO는 당초 북한에서 규모 5.7의 지진이 관측됐다고 발표했다가 이후 6.3으로 상향 조정했다.
중국의 전문가도 이번 핵실험의 폭발 위력을 60.17~156.43㏏으로 추정하며 역대 최대 규모라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중국 과학기술대 소속 지진·지구내부물리연구실 원롄싱(溫聯星) 교수 연구팀은 4일 이번 핵실험 관측 자료를 분석해 얻은 결과를 공개하며 핵실험의 위력이 1945년 일본 나가사키 원폭의 3~7.8배라고 밝혔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지진과 핵실험을 탐지하는 기구인 노르사르(NORSAR)도 앞서 이번 핵실험의 폭발 위력이 120㏏으로 측정됐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실험의 성공 여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하면서도 결국 북한이 수소폭탄을 손에 넣을 것으로 예상했다. 앨런 롬버그 스팀슨센터 수석 연구원은 ICBM에 장착 가능한 수소폭탄 실험 성공 여부에 “잘 모르겠다”면서도 “이번에 완전히 성공하지는 못했더라도 북한이 성공할 것이라는 점은 안다”고 말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 연구원도 “북한의 주장은 과장돼 있다. 수소폭탄을 실험했는지 확실치 않다”면서 “실전용 ICBM을 갖기까지 2~3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2017-09-0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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