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생미셸 바닷가보다 처연한 ‘물결 우는 오름’… 이별은 연습해도 익숙하지 않다[강동삼의 벅차오름]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가 좋아하는 페이지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그러나 난 돌아가고 싶은 페이지가 없다. 재회하고 싶지 않은 추억들 뿐이다. 잊고 싶은 날들 뿐이다. 고통스럽고, 지우고 싶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날 뿐이다.
그런데 지금,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은 걸으멍, 쉬멍, 놀멍 가다보면, 그 옆으로 보이는 풍광보다 뒤돌아 볼 때의 뒷모습이 처연할 정도로 시리고 아름답다. 송악산에서 휙~하고 뒤돌아보라. 그 언덕에 올라 마치 잊고 있다가 불현듯 생각난 듯 뒤돌아 보라. 당신의 지친 영혼을 맑게 해줄 아름다운 뒷모습에 빠지고 만다. 가보지 못한, 가보고 싶은, 영화 ‘라스트 콘서트’(1976년 루이지 코지 감독 作)에 나오는, 몽생미셸(Mont Saint Michel) 수도원의 그 바닷가만큼, ‘스텔라에게 바치는 사랑’ OST만큼 처연한 아름다움이 현기증나게 한다.
# 흠뻑 젖은 가슴을 햇빛에 말리지 않으면 안되는… 상실의 시대에 만난 송악산
10년 전 송악산 둘레길을 걸을 때, 내 삶엔 ‘너그러움’이란 없었다. 갑작스레 가족과 이별한 사람은 써 내려가던 노트의 한 페이지를 넘길 수 없다. 한마디로 ‘상실의 시대’였다. 파블로 네루다(19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