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끝나지 않은 악몽
  • ‘경매 딱지’가 동네를 삼켰다 [전세사기, 끝나지 않은 악몽(하)]

    ‘경매 딱지’가 동네를 삼켰다 [전세사기, 끝나지 않은 악몽(하)]

    시세 확인 어려운 빌라 밀집 화곡동 일대 1월 경매 592건 1년 전보다 3배 이상 폭증세 제때 못 받은 전셋값 4만 5000건… 국가가 월 3500억 대신 갚는다 2022~23년 한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전세사기 광풍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특별법)이 시행된 지 반년이 지났고 몇몇 빌라의 ‘신’과 ‘왕’, ‘왕자’는 중형을 선고받았지만, 세입자들의 악몽은 진행형이다. 지난해 2~5월 삶의 이유를 놓아버린 세입자들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자 그제서야 정부는 경·공매를 미뤘는데 그 유예 기간(통상 6개월~1년)이 하나둘 끝나기 시작했다. 언제든 거리로 나앉을 수 있다는 불안과 공포는 눈앞의 현실이다. 전셋값이 정점을 찍었던 2021년 하반기부터 집값이 내려가기 시작한 2022년 4분기 전까지 체결된 전세 계약 만기도 속속 돌아온다.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자들이 올해도 쏟아질 거란 의미다. 22일 부동산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빌라왕’, ‘빌라의 신’, ‘강서구 빌라왕’의 주무대였던 서울 강서구 화곡동 일대에서 올해 1월 진행한 경매 건수는 592건이다. 지난해 같은
  • “선구제 후회수 전례 없다?… 부산저축은행 때 캠코가 채권 매입” [전세사기, 끝나지 않은 악몽(하)]

    “선구제 후회수 전례 없다?… 부산저축은행 때 캠코가 채권 매입” [전세사기, 끝나지 않은 악몽(하)]

    전세사기 피해자 무료 법률상담을 진행하며 그들을 대변하고 있는 주택세입자법률지원센터(세입자114) 센터장 이강훈(55) 변호사는 “경·공매 유예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문제를 잠시 미뤄 둔 것일 뿐 본격적인 싸움은 이제 시작”이라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22일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 특별법)에 대해 “특별법이 보증금 자체를 해결해 주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어려움이 계속되는 것”이라며 특별법상 피해자 인정 요건이 까다로운 점을 지적했다. 그는 “조직적 전세사기를 당했든, 경기 변동으로 집주인이 보증금을 못 돌려준 것이든 임차인 입장에선 해결 방법은 같다. 그런데 특별법은 이를 구분 짓고 후자는 지원에서 배제한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선구제 후회수’에 대해 정부·여당은 “선례가 없고 형평에 어긋난다”며 고개를 젓는다. 하지만 이 변호사는 전례가 있다고 말한다. ‘선구제 후회수’ 방안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공공이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 채권을 먼저 매입해 보상한 뒤 구상권 행사로 자금을 회수하는 방안이다. 이 변호사는 “부산저축은행 사태 때 캠코가 공적자금을 들여 저축은행 부실채권을 사들이며
  • “최고형도 부족한 사기꾼, 피해자는 잘못 없어요” 판사의 눈물 [전세사기, 끝나지 않은 악몽(하)]

    “최고형도 부족한 사기꾼, 피해자는 잘못 없어요” 판사의 눈물 [전세사기, 끝나지 않은 악몽(하)]

    “법정 최고형 높이자” 이례적 제안 “피해액 아닌 피해자 수가 기준 돼야 자책하는 피해자들 위로해 주고파” “유죄를 확신하고부터 피해자 고통이 느껴져 눈물이 났습니다. 사기를 당한 건 그분들 책임이 아니니 자책하지 말라고 안아드리고 싶었습니다.” 지난 7일 ‘건축왕’ 남모(63)씨에게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선고한 오기두(62) 전 인천지방법원 부장판사는 30년 재임 중 마지막 판결을 이렇게 회고했다. “나이 어린 사회 초년생, 신혼부부, 70대 노인 등 경제적으로 곤궁하고 취약한 사람들을 상대로 한 범행을 저지르는 등 수법이 매우 불량하다. 피고인들은 살아갈 희망을 송두리째 앗아가 버렸다. 주택임대차거래에 관한 사회공동체 신뢰를 처참하게 무너뜨렸다는 판결문을 들은 피해자들은 눈물을 흘렸다.” 국가와 공동체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생각했는데 진심 어린 위로를 접했기 때문이다. 이 판결을 끝으로 30년간 입었던 법복을 지난 18일 벗었다. 22일 수원 영통의 한 법률사무소에서 기자를 만난 오 전 판사는 “법은 범죄 처벌뿐 아니라 예방 효과가 있어야 한다”며 전세사기꾼들을 단죄할 법률 개정 필요성을 언급했다. 퇴임 직전까지 판결에 몰두하다 개업 준비를 못
  • 피해자들은 극단선택, 차가운 거리로… 국회는 선거 앞으로 [전세사기, 끝나지 않은 악몽(하)]

    피해자들은 극단선택, 차가운 거리로… 국회는 선거 앞으로 [전세사기, 끝나지 않은 악몽(하)]

    “전세사기 피해로 7000만원을 반환받지 못한 상황에서 대출 연장까지 되지 않는다. 정부 대책이 굉장히 실망스럽고 더는 버티기 힘들다. 이 문제가 꼭 해결됐으면 좋겠다.” 지난해 2월 인천 미추홀구에서 ‘건축왕’ 남모(63)씨에게 전세사기를 당한 30대 A씨는 이런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꼭 1년이 흘렀다. 윤석열 대통령과 검경은 “지구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했고, 5500명이 넘는 사기꾼이 검거됐다. 지난해 6월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정말 뿌리 뽑힐 것 같은 기대를 갖게 했다. 그러나 여야가 6개월마다 보완 입법을 하기로 법률에 명시할 만큼 급조된 특별법은 피해자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1년 사이 6명의 피해자가 A씨와 같은 선택을 했고 다른 피해자들은 1인 시위를 이어 가고 있다. 피해자들이 가장 바라는 구제안은 ‘선구제 후회수’ 방식이다. 22일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의 10대 요구 사항을 살펴보면 피해자들은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의 보증금 반환채권을 우선 매입한 뒤 다수의 피해 주택을 집단으로 경·공매에 넘겨 보증금을 회수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 “전세금 찾을 길 막혔다”… 전세사기 특별법에 빼앗긴 희망 [전세사기, 끝나지 않은 악몽(하)]

    “전세금 찾을 길 막혔다”… 전세사기 특별법에 빼앗긴 희망 [전세사기, 끝나지 않은 악몽(하)]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 특별법)이 시행된 지 8개월이 지났지만, 피해자 눈물은 마를 틈이 없다. 대항력을 갖춰야 하고 임대인의 거짓 의도를 입증해야 하며 다수 임차인 피해가 발생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 탓에 피해자로 인정받기 힘들다. 인정된다고 해도 실질적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많아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보증금 회수보다는 세입자가 일시적으로 퇴거 압박을 면하는 데 초점을 맞춘 반쪽짜리 특별법은 2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되지만, 피해자들의 삶은 언제 구제받을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유명무실 선구제 방안 없이 2년 한시 시행 까다로운 조건 탓 사각지대 많아 2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1일 시행된 특별법은 통상의 임대차 계약 기간을 고려해 시행 후 2년간 유효하다. 다만 최대 1년 연장할 수 있고, 그 전에 피해자로 인정됐다면 특별법 적용 기간이 끝나더라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피해자로 인정받으면 경공매 유예, 우선매수권 부여, 기존 임차주택 매입임대 제공, 저리 대출 등의 혜택을 받는다.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에서 인정된 피해자는 이날 현재 1만 2928명이다. 3076명은 요건을 충족
  • [단독] ①보증금 보호장치 전무 ②정보 비대칭 ③근시안적 전세 정책 화 키웠다[전세사기, 끝나지 않은 악몽(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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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보증금 보호장치 전무 ②정보 비대칭 ③근시안적 전세 정책 화 키웠다[전세사기, 끝나지 않은 악몽(중)]

    전세 사기는 피해자와 그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 뿐 아니라 주택임대차거래 관행에 관한 공동체의 신뢰를 무너뜨린 사회적 재난이다. 2022년 하반기 전세사기 광풍이 불어닥친 배경에는 세입자와 전세보증금에 대한 보호장치가 부재한 태생적 한계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나 다름없는 집주인·세입자의 정보 비대칭성, 역대 정부의 근시안적 주택공급·전세 정책이 맞물려 있다. #실효성 부족한 법 전입신고 다음날 0시부터 효력 발생 허점 악용해 바지 임대인과 ‘짬짜미’ 주거생활 안정과 임차인 보호 목적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1981년 3월 제정됐고 이후 수차례 개정됐지만, 여전히 임차인은 오롯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현행법상 임차인은 보증금에 대한 권리를 갖지 못한다. 집주인이 투자를 하든, 대출을 갚든 관여할 수 없다. 세입자가 돌려받을 보증금이 있다는 ‘채권’ 개념인 주택 임차권은 등기부등본에 기재되지 않는다. 임차인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건 보증금이 반환되지 않았을 때 뿐이다. 이 경우 법원에 임차권 등기 명령을 신청해 등기부등본상 주택 임차권을 올려 새 집주인에게 보증금 반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전세 계약과 동시에 등기부등본에 ‘물권’ 형태의 전세권을
  • 뿌리 깊은 사기… 1930년대부터 전세난민 울렸다[전세사기, 끝나지 않은 악몽(중)]

    뿌리 깊은 사기… 1930년대부터 전세난민 울렸다[전세사기, 끝나지 않은 악몽(중)]

    전세가 주택임대차제도의 주류로 자리잡은 나라는 사실상 한국밖에 없다. 고려 때 논밭을 빌리던 전당(典當)이 조선 말 주택을 임차하는 가사전당(家舍典當)으로 이어졌다. 1970년대 경제개발이 본격화하면서 급격한 인구 팽창과 산업화·도시화 속도를 주택 공급이 못 따라가는 가운데 현대적 의미의 전세 제도가 자리 잡았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18일 “1970~80년대 ‘영동(강남) 개발’이 분기점이다. 군사 작전하듯이 아파트를 짓기 시작했고, 분양받은 이들은 잔금을 치러야 하는데 은행에선 돈을 안 빌려주니 전세금을 받아 잔금을 치르기 시작했다”면서 “집주인과 세입자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부동산을 이용한 제도권 금융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세가 확산했다”고 밝혔다. 전세 사기의 뿌리도 깊다. 1933년 남의 집을 본인 소유인 것처럼 속여 세입자로부터 보증금을 속여 뺏은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는 기록이 있다. 전세사기가 본격화한 것은 1970년대다. 집주인이 전세를 놓은 뒤에 보증금만 챙기고 소유권을 몰래 넘기거나 등기부원본을 변조하는 사기가 횡행했다. 1981년엔 전세사기 일당 162명이
  • [단독] 나는 피해자가 아니랍니다[전세사기, 끝나지 않은 악몽(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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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피해자가 아니랍니다[전세사기, 끝나지 않은 악몽(중)]

    “나이 어린 사회 초년생, 신혼부부, 70대 노인 같은 경제적으로 곤궁하고 취약한 사람들을 상대로 한 범행으로 수법이 매우 불량하다. 피해자들의 보증금은 대출을 받거나 퇴직금이나 평생 일해 모은 돈으로서 그들의 거의 유일한 재산이다. 앞으로 금융기관에 갚아야 할 채무는 피해자들의 재정 능력을 벗어날 정도로 막대하다. 피고인들은 피해자들로부터 살아갈 희망을 송두리째 앗아가 버렸다. 피고인들은 주택임대차거래에 관한 사회공동체의 신뢰를 처참하게 무너뜨렸다.” 191명에게 148억원 규모의 전세사기를 벌여 4명을 극단적 선택으로 몰고 간 ‘건축왕’ 남모(63)씨에 대한 지난 7일 1심 재판에서 인천지법 형사1단독 오기두 판사는 징역 15년과 범죄수익 115억 5800만원 추징을 선고하며 이렇게 말했다. 1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남씨를 비롯한 전세사기 ‘왕’과 ‘왕자’들에게 삶의 희망까지 차압당한 1만 3384건 중 정부로부터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사례는 2440명(18.2%)에 이른다. 집주인이 보증금을 떼먹을 의도가 없었다거나, 이를 속일 의도를 입증하지 못했거나, 다수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가 대부분이다. 전세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공동체 신뢰를 허문
  • 범죄단체 적용 가중처벌 어려워… 고작 15년이 최고형[전세사기, 끝나지 않은 악몽(중)]

    범죄단체 적용 가중처벌 어려워… 고작 15년이 최고형[전세사기, 끝나지 않은 악몽(중)]

    “지구 끝까지라도 추적해 반드시 처단해 달라.” 지난해 10월 윤석열 대통령의 국무회의 지시에서 보듯 전세사기 조직에 대한 정부의 발본색원 의지만큼은 명확하다. 18일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빌라왕’ 김대성(사망·당시 42세) 일당의 전세사기 사건이 불거진 2022년 말 이후 총 1765건의 사기 사건과 관련 5568명을 검거하고 481명을 구속했다. 또 범죄 수익 1163억원을 몰수, 추징 보전했다. 김씨에 대한 수사는 2022년 10월 그가 숨지면서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지만 지난해 7월 서울청 금융범죄수사대가 김씨의 공범인 부동산업자와 명의 임대인 등 총 60명을 검찰 송치했다. ●짬짜미로 움직여 ‘조직적’ 입증 부담 법정 최고형도 나왔다. 서울 강서·관악구에서 355명에게 보증금 795억원을 빼앗은 ‘세 모녀 전세사기 사건’ 주범 김모(59)씨는 지난해 7월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경기 광주에서 123억원의 전세사기를 벌인 40대 남성도 징역 15년을 받았다. 현행 사기죄의 법정최고형은 징역 10년 이하로, 2건 이상 사기를 저지르면 ‘경합범 가중’ 규정에 따라 법정 최고형의 절반까지 형이 추가될 수 있다. 191명에게 148억
  • 반환보증 미가입땐 내용증명 뒤 임대차 권리 확보를[전세사기, 끝나지 않은 악몽(상)]

    반환보증 미가입땐 내용증명 뒤 임대차 권리 확보를[전세사기, 끝나지 않은 악몽(상)]

    어느 날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겠다”고 ‘배 째라’식 통보를 해 왔다. 말로만 듣던 전세사기다. 전세보증금을 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Q. 무엇부터 해야 하는가. A.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돼 있다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길이 열린다. 계약이 끝난 뒤 한 달이 지나도록 반환받지 못했을 때 주택임차권 등기 명령을 마친 후 HUG에 이행청구를 신청하면 된다. Q. HUG에선 전부 돌려주는가. A. HUG는 이행청구 적정성을 심사해 결과를 세입자에게 통지하고 보증금을 먼저 돌려준 뒤 집주인에게 회수하는 대위변제 절차에 들어간다. 단 세입자가 집을 비워 주는 명도를 완료해야 한다. Q.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돼 있지 않으면. A. 반환보증에 가입되지 않았다면 집주인에 대한 형사 고소와 별개로 민사에 들어가야 한다. 먼저 집주인에게 내용증명을 발송하거나 문자메시지로 계약 종료 및 보증금 반환요청 의사를 전달해야 한다. 내용증명은 반드시 집주인에게 도달해야 한다. 문자메시지는 계약 해지에 동의하는 답장이 있어야 한다. 그 후 주택임차권 등기 명령을 해야 임대차 유효성을 주장할 수 있는 권리인 대항력을 유지한 채 이사할
  • [단독] 직장도 잃었다, 남은 건 빚더미… 눈 뜨는 게 지옥[전세사기, 끝나지 않은 악몽(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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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도 잃었다, 남은 건 빚더미… 눈 뜨는 게 지옥[전세사기, 끝나지 않은 악몽(상)]

    인천 미추홀구에서 ‘건축왕’ 남모(63)씨에게 전세 사기를 당한 30대 청년 A씨가 숨진 지 벌써 1년. 전세보증금 70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한 그는 마지막으로 “직장도 잃었다. 버티기 힘들다. 이런 결정으로 (전세사기) 문제가 꼭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그해 2~5월 ‘건축왕’과 ‘빌라왕’ 김대성(사망·당시 42세) 조직에 벼랑 끝으로 밀려 극단적 선택을 한 피해자만 5명이다. 그러고서야 지난해 6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이 만들어졌다. 정부로부터 인정받은 ‘피해자’만 1만여명. 이들은 “달라진 게 없다”고 말한다. 거리로 나앉을 수 있다는 공포도 여전하다. 집주인의 사기 의도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사람도 2000여명에 이른다. 전세사기 광풍을 겪은 지 1년여. 끝나지 않은 악몽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서울신문 취재팀이 서울과 경기 오산, 인천에서 만났다. 국회 특별법 개정 논의가 답보 상태인 가운데 전세사기 늪에서 여전히 고통받는 현실, 허점투성이인 특별법, 악의 고리를 끊기 위한 제도적 방안을 3회에 걸쳐 짚어 봤다. 근저당도 압류도 없었던 빌라 공인중개사 모친도 “문제없
  • 중개인이 양쪽 속이거나, 쪼개기 대출로 근저당 축소[전세사기, 끝나지 않은 악몽(상)]

    중개인이 양쪽 속이거나, 쪼개기 대출로 근저당 축소[전세사기, 끝나지 않은 악몽(상)]

    빌라왕, 건축왕처럼 ‘무자본 갭투자’를 이용한 교과서적인 전세사기 외에도 서민들의 목숨 같은 보증금을 사기 일당들이 가로채는 수법은 다양하다. 피해 사례 보도가 잇따르며 ‘먹잇감’을 찾기 어려워지면서 전세사기 수법도 진화한 것이다. 신종 수법과 이를 피하기 위한 방법을 정리해 봤다. ●두 얼굴의 공인중개사 ‘무권대리’ 공인중개사가 애초 전세보증금을 떼먹을 목적으로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를 속이는 게 무권대리(대리권 없는 사람이 대신 맺은 계약 행위) 전세사기다. 공인중개사가 월세를 내놓은 집주인에게 세입자를 구해 준다고 약속하고, 세입자에겐 전세 매물이라고 거짓말을 하는 방식이다. 이후 집주인 도장을 받아 두거나 위조해 대신 계약을 맺고, 세입자에게 받은 전세보증금 일부를 집주인에게 월세 보증금으로 준 뒤 나머지는 가로챈다. 무권대리 사기를 당하지 않으려면 대리인을 내세우는 임대차계약을 하지 않고, 보증금은 집주인 명의 통장에 입금해야 한다. ●담보로 맡긴 부동산 임대 ‘신탁사기’ 부동산 소유자가 주택 담보 대출 목적으로 신탁회사에 소유권을 넘기면 신탁회사가 대신 부동산을 관리·운용한다. 신탁 기간 집주인은 임대 권한이 없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신탁등기 개
  • 오전엔 전세, 오후엔 매매 계약…돈 한 푼 안 들이고 세입자 1만명 등쳤다[전세사기, 끝나지 않은 악몽(상)]

    오전엔 전세, 오후엔 매매 계약…돈 한 푼 안 들이고 세입자 1만명 등쳤다[전세사기, 끝나지 않은 악몽(상)]

    빌라왕, 건축왕, 빌라의 신, 청년 빌라왕, 빌라황제…. 1만여명의 세입자를 수렁에 빠뜨린 악성 임대인들에게 화려한 수식어가 붙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이들은 돈 한 푼 안 들이고 전세보증금과 대출로 주택을 사들이는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수천 채의 깡통주택을 모아 보증금을 가로챘다. 전세사기 광풍의 원조 격인 ‘빌라왕’ 김대성(사망 당시 42세)의 이름으로 된 빌라는 1139채, ‘건축왕’ 남모(63)씨는 2700여채를 보유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사기왕’들의 범죄를 재구성해 봤다. # 그들만의 사기극 ‘비싸게 집 팔아준다’ 브로커 접근 세입자 물어온 중개사엔 리베이트 전세·매매 대항력 다른 시간차 이용 바지 새 주인 이름 빌려주고 수수료 ‘왕’이란 수식어와 달리 김씨는 이름을 빌려주고 수수료를 챙긴 ‘바지 임대인’이었다. 건축주와 컨설팅업체, 브로커, 공인중개사, 임대인 등과 공모를 했다. 먼저 분양대행업자인 브로커가 집을 내놓은 집주인들에게 시세보다 높게 팔아 주겠다고 접근한다. 빌라와 오피스텔은 아파트에 비해 매매 수요가 많지 않은데, 빨리 팔아 주겠다는 말에 집주인은 혹하기 마련이다. 집주인이 1억 5000만원에 집을 팔려고 내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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