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커버스토리-소유의 종말] 리프킨 책서 시작된 ‘소유의 종말’

    ‘소유의 종말’은 제러미 리프킨이 2000년에 쓴 책에서 시작된다. 원제는 ‘디 에이지 오브 억세스’(The Age of Access)로 접속의 시대로 번역할 수 있다. 리프킨은 월드와이드웹(www)으로 인터넷 사용이 전면화되고, 물리적 지구가 가상 공간에서 축소되자 산업혁명으로 찾아온 자본주의 즉, 18세기부터 20세기까지 3세기 동안 진행됐던 소유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조만간 끝날 것이라고 예단했다. 시장은 네트워크에 자리를 내주고, 소유는 접속으로 바뀌며, 교환가치는 공유가치로 변화하는 새로운 세기의 도래를 주창한 것이다. 물질적 소유가 필요 없게 된 세상에서 지식과 경험, 감정 등 창의력과 상상력이 더 많은 부를 창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12년이 지난 지금 리프킨의 이런 생각을 21세기적으로 재해석해 집대성한 것이 최근 펴낸 ‘제3의 혁명’(민음사 펴냄)이다. 소유의 종말은 유튜브로 쉽고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열광하는 세계의 젊은이들이 생겨난 것은 음원을 공유하는 유튜브 때문이다. 돈 주고 CD나 DVD를 사지 않아도 음악과 영상을 즐길 수 있고, 예술가들은 돈과 부를 얻는 시스템이다. 가치를 공유함으로써 가치가
  • [커버스토리-소유의 종말] 새 아파트 찾는 ‘렌트 노마드’… 데이터 관리도 맡기는 기업

    우리 시대의 젊은 세대는 더 많은 재화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기꺼이 소유를 포기하고 있다. 남의집살이 설움에 내집 마련을 위해 안 먹고 안 쓰던 아버지 세대와 달리 그들은 ‘새 아파트를 찾아 이사 다니며 쓸 것은 과감하게 쓰고 살겠다.’고 생각한다. 발빠른 기업들도 빌려주는 사업을 시작하고 있다. 리스크 관리를 위해 몸집을 가볍게 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최모(31)씨는 경기 안산의 1억 5000만원짜리 전셋집(102㎡)에서 살고 있다. 그는 내년에 새로 분양하는 인근 아파트로 이사를 가려고 한다. 물론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전세다. 최씨는 “전셋값이 자꾸 오르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갓 분양된 새 아파트의 좋은 시설을 누리면서 전세살이를 계속할 생각”이라면서 “살림도 일부러 단출하게 꾸려서 이사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격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데 왜 굳이 남의 집살이를 하느냐는 질문에 최씨는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를 사려면 2억 7000만원이 든다.”면서 “어차피 똑같은 집에 사는데 굳이 사서 갚기도 벅찬 빚을 질 필요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주택산업,
  • [커버스토리] 국산車 생산 50년…5대 강국으로

    “기아가 100% 자체 개발로 승용차를 만든다고 하자 일본 기술자들이 ‘기아가 만든 차가 굴러갈 수 있을까요?’라며 비웃었습니다. 우리는 그 말을 책상 앞에 붙여 놓고 씨름한 지 1년 만에 100% 우리 손으로 세피아를 만들어 냈습니다.” 기아차에 입사, 봉고 신화 등을 낳아 ‘한국의 아이어코카’, ‘자동차 경영의 귀재’ 등으로 불린 김선홍(80) 전 기아차 회장의 회고다.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1958년 기아산업 공채 1기로 입사한 그는 1968년 36세에 이사가 되는 등 기아산업과 고속성장을 같이한다. 1981년 자동차공업 합리화 조치 이후 현재 기아자동차의 골격을 잡았다. 포드·마쓰다와 3각협력체제를 구축, 프라이드 신화를 일군 것도 그였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직전 기아차의 좌초로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은둔해 왔다. 인터뷰를 사양하던 그를 지난 23일 서울 강북구 미아동 그의 자택 앞 찻집에서 만났다. 칩거 이후 15년 만이다. 김 전 회장은 “바퀴도 핸들도 못 만들던 우리가 세계 5위의 자동차 강국이 된 것을 보니 인생을 걸고, 자동차 국산화만을 보고 달렸던 나의 인생이 헛되지만은 않은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김 전
  • [커버스토리-한국車 생산 50년] 중고차값 5000만원…온라인 게임 모델…‘포니의 부활’

    현대자동차 ‘포니’, 이 차 참 특별하다. 세상에 나온 지 30여년의 세월이 흘렀고, 단종된 지 벌써 18년이 지났건만 그 위상이 현역 때보다 더 당당해졌다. 국내 온라인 게임업체 1위 넥센은 이 차를 자동차 스피드게임 ‘카트라이더’에 등장하는 경주용차로 내놓았다. 실제 차량이 게임 모델이 된 건 BMW의 ‘미니’ 이후 두 번째다. 1500㏄도 안 되는 이 차의 가격은 현재 3300㏄ 신형 그랜저 셀러브리티(4348만원)급보다 더 비싸다. 울산박물관은 지난해 말 올드카 마니아에게서 1985년산 ‘포니1’을 5000만원에 샀다. 중고차 시장에서 이 차, 웬만한 신형 아반떼보다 귀한 몸이다. 다 이유가 있다. 대한민국 자동차 50년사에서 현대차 포니의 궤적은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사건이었다. ‘최초’ 3관왕이다. 국내 기술로 만든 최초의 고유 모델이었고, 해외에 수출한 최초의 국산차였으며, 국내 최초의 해치백이었다. 1976년 2월 29일 포니는 울산 현대차 생산 라인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현대차 설립 8년 만에 우리 손으로 만든 포니가 출시되자 현대차 사장, 개발자, 기술자 등 50여명은 부둥켜 안고 기쁨의 눈물을 쏟아냈다고 한다. ‘포니
  • [커버스토리-한국車 생산 50년] 1962년 조립생산 → 1976년 ‘포니’ 독자생산 기적

    오는 27일은 우리나라 최초로 자동차 조립공장이 들어선 지 50주년이 되는 날이다. 1962년 8월 27일 연산 6000대의 생산라인을 갖춘 새나라자동차의 부평 공장(현 한국지엠 부평공장)이 문을 열었다. 한국이 자동차를 생산한다고 했을 때 미국이나 일본, 유럽의 어떤 나라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다 말겠지….” 냉소적이었다. 사실 그들의 평가가 정상이었다. 소달구지가 화물의 주요 운송수단인 나라가 자동차를 만들겠다고 나섰으니…. 하지만 지난해 말 현재 자동차 수출은 629만 4427대, 금액으로는 675억 달러로 국내 수출의 12%를 차지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조립 완성차 생산 50주년이 되는 올해는 연산 800만대로 세계 5위의 자동차 강국으로 눈부신 성장을 했다. 몇 년 전 미국의 한 자동차 전문지는 우리 자동차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을 ‘사람이 개를 물다.’라는 말로 표현했다. 성공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동안 시행착오도 많았다. 수많은 자동차 회사가 고꾸라졌고, 자동차에 인생을 걸었다가 참담한 좌절을 맞보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한국 자동차 산업이 있다는 게 자동차 종사자들
  • [커버스토리-한국車 생산 50년] 품질·현지화 승부수…한국車 이유있는 ‘질주’

    ‘올 상반기 이익률 11.4%로 세계 2위, 판매 증가율 중국 7.3%, 인도 10.3%, 러시아 22.9%, 6~7월 연속 미국 소형·준중형·중형차 판매 1위, 유럽진출 30년 만에 점유율 6.3% 달성, 아프리카 시장 점유율 2위….’ 올 들어 현대기아차의 성적표다. 50년의 짧은 역사를 가진 한국의 자동차 산업이 이런 경쟁력을 갖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현대기아차는 그 비결로 ‘품질경영’과 ‘현지 전략형 모델’ 생산을 꼽는다. 현대기아차는 이런 전략으로 유로존 재정 위기로 흔들리는 글로벌 자동차업체와는 달리 2011년 현대차 15.1%, 기아차 16.4% 등 두 자릿수 수출 증가세를 기록했다. 전 세계에 총 540만여대를 팔며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지난 20일 미국으로 출국해 조지아 등 현지 공장을 돌아보고 직원들에게 ‘완벽한 품질’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노력이 오늘의 현대차를 있게 한 원동력이다. 현대차는 2004년 미국 제이디파워 신차품질조사(IQS)에서 사상 처음 토요타를 제치고 일반 브랜드 부문 4위에 올랐다. 2008년 6월에는 프리미엄 세단 ‘제네시스’를 미국 시장에 선보이며 인기를 이어갔다. 제네시스
  • [커버스토리] 무한경쟁 지친 한국 “나도 아프다” 치유 열풍

    ‘힐링’, 2012년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압축 성장으로 경제는 발전하고 디지털 시대에 속도는 광속으로 빨라졌지만, 무한 경쟁 속에 지친 한국인들은 마음의 치유와 위안을 필요로 하고 있다. 10년 전 사회 전반에 불어닥쳤던 ‘웰빙’ 열풍이 이제는 힐링 신드롬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몸과 마음이 지친 현대인들은 서점에서 혜민 스님의 책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읽으면서 앞만 보고 달려왔던 자신의 삶을 돌아봤다. 힐링 열풍에 힘입어 서점가에서 시집이 7년 만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내면의 치유를 목적으로 한 여행 상품이나 심리 치료 프로그램에 사람들이 몰리자 산림청은 2017년까지 전국 34곳에 ‘치유의 숲’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TV 토크쇼도 ‘오프라 윈프리 쇼’처럼 초대 손님의 아픔을 공감하고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캠프’ ‘이야기 두드림’ 등과 같은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공연 무대에도 관객들의 치유와 위로를 목적으로 공연 이름에 힐링을 내건 ‘힐링 콘서트’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몸의 치유를 돕는 ‘힐링 푸드’도 뜨고 있다. 산업계에도 이를 이용한 힐링 마케팅을 쏟아내는 등 ‘힐링 산업’까지 등장했다. 정치권도
  • [대한민국은 힐링중] 정치·스포츠… 떠오르는 힐링 리더십

    힐링 신드롬이 확산하면서 힐링 리더십도 주목 받고 있다. 정치, 사회, 문화계에서 수직적으로 권위적이고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눈높이를 맞추는 수평적 자세로 대중의 고통에 공감하고 그 고통을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힘을 주는 리더십이 주목 받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 사회에 강하게 불었던 ‘소통’이라는 화두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다. 불만을 토로하기 전에 먼저 대중의 마음을 읽고 먼저 다가가며 낙오자 없이 전체를 포용하는 리더십이다. 소통뿐만 아니라 사회를 통합해낼 수 있는 능력과 전문가로서의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정치계에서 대표적인 힐링 리더십은 유력한 대권주자로 손꼽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보여주고 있다. 그는 ‘청춘콘서트’를 통해 방황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고,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는 20대에게 멘토가 되는 힐링 리더십을 선보였다. 별다른 정치적 활동 없이도 40%를 훨씬 웃도는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다. 현재 서점가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그의 저서 ‘안철수의 생각’이 폭발적으로 판매되는 배경이다. 대선 출마를 선언하지 않는 그를 두고 정치계에선 “꼼수를 쓰고 있다.”고 비난하지만, 일방적으로 대선 출마를 밝히는 것
  • [대한민국은 힐링중] 점·굿 → 주역·불교·기독교→ 페이스북·아고라… ‘힐링’ 방식의 진화

    힐링 현상은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아니다. 벼락이 치면 신이 분노했다고 생각하던 선사시대부터 마음의 치유와 위로는 방법과 모양을 달리하면서, 인류 역사와 함께했다. ●성인 60% “위안 받고 걱정 줄이려 운세 본다” 초기 무당의 신점(神占) 형태에서 주역이나 불교, 기독교 등으로 확장했다. 기독교나 불교, 유교 신봉자들은 “미신들을 가지고 치유와 위로를 논하느냐.”고 발끈할 수도 있겠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가 지난 3월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면, 운세를 보는 이유로 응답자의 59.7%가 ‘마음의 위안·걱정 감소’를 꼽았다. 불확실성의 해소(14.7%), 미래를 위한 준비(11.5%)보다 4배 이상 많다. 중복 응답으로 전환하면 무려 92.6%로 껑충 뛴다. 이 정도면 점쟁이들이 자신을 ‘인생 카운슬러’라고 할 만하다. 한국의 전통적인 치유와 위로의 방법에는 ‘굿’이 있다. 굿을 주제로 ‘힐링 페스티벌’을 기획한 무천문화연구소 측은 “우린 민족 고유의 전통인 굿에는 몸과 마음을 치유해 주는 힐링 기능이 원초적으로 내재돼 있다.”고 설명한다. 하늘에 마을의 평화를 비는 동제(洞祭), 마을 사람들의 반목을 털어내
  • [대한민국은 힐링중] 버티던 삶, 집착 비우고 행복 채우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첫 여성 사무총장을 역임한 정연순(46) 변호사는 지난 6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14일간 다녀왔다. 가장 유명한 코스는 프랑스 남부 국경 마을 생장피드포르에서 시작해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명인 야고보(스페인식 이름 산티아고)의 무덤이 있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800㎞에 이른다. 정 변호사는 그 중 후반부에 해당하는 400㎞가량을 걸었다. 1980년대 변호사가 된 이후 정 변호사는 ‘늘 자신이 잘해야 한다, 사명의식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했다. 삶이 힘들어도 견뎠다. 아니, 그래야 한다고 믿었다. 정 변호사는 “어느 순간 지나온 인생을 돌아 보니 강박관념을 지닌 채 너무 아등바등 살아왔다는 반성이 들었다.”고 말했다. 순례에 나선 뒤 8일 정도 묵언 수행을 했다. 비행기 표 값 300만원에 150만원쯤 더 들었지만, 돈보다 값진 것을 얻었다고 했다. 순례에서 얻은 가장 큰 가르침은 자신이 맨 배낭의 무게가 곧 인생의 무게라는 점. 그는 “배낭 안에 각종 생필품이 담겨 있었는데 그것이 나의 욕심이더라. 배낭의 무게와 가야 할 거리를 생각하니 몸이 반응하더라. 길을 가다 어떤 마을을 지나면 그 마을이 소개된 안
  • [커버스토리] ‘할아버지 나라’ 찾아온 애니깽 4세 세사르

    이 사내의 할아버지는 ‘치노’라는 말만 들으면 화를 냈다. 치노는 흔히 눈이 째졌다는 뜻으로 멕시코 등 중미지역에서 중국 사람을 비하해 부르던 말이다. “나는 중국 사람이 아니라, 한국 사람이야!” 그의 외할아버지 베드로 정(1985년 작고)이 그렇게 언성을 높였다고 어머니가 말했다. 멕시코에서 사회복지상담가로 일하는 세사르 안토니오 로사도 정(30)은 그때 알았다. 자신이 멕시코로 이민 온 한인 4세라는 걸. 여태껏 집안 가전제품이 삼성, LG 등 한국 제품으로 도배돼 있었다는 걸. ●가전제품 온통 삼성·LG 도배 베드로 정의 아버지는 한국인 정학순씨, 어머니는 멕시코인이었다. 1905년, 정의 외고조 할아버지인 정인복씨가 학순씨 등 세 아들과 함께 멕시코 사탕수수 농장에 갔다. 부산엔 두 딸과 아내를 남겨 둔 채. 4년의 계약이 끝났지만 일제 강점기여서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학순씨가 멕시코인과 결혼해 정착한 뒤 베드로 정을 낳았다. ●“독도 문제 등 日에 적대감” 외할아버지 얘기를 통해 알게 된 ‘또 하나의 조국’이 궁금해서 그는 지난 7일 한국에 왔다. 다른 32명의 멕시코 한인 3·4세들과 함께 재외동포재단이 주최한 ‘멕시코 한인
  • [커버스토리] 멕시코 한인후손 33명 모국체험 현장 가보니…

    1905년 5월 12일, 한인 1031명이 낯선 멕시코 남단 살리나 크루스항에 내렸다. 인천 제물포항을 떠나 한 달여의 항해 끝에 닿은 곳이었다. 19세기 말 열강의 식민지 침탈로 해운업이 호황을 누리면서 선박 로프의 원료가 되는 ‘에네켄’(Henequen·용설란의 일종)을 대량 재배하는 멕시코의 농장에서는 세계 각국에서 이민 노동자를 대거 모집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무렵 멕시코 유카탄 주(州)의 에네켄 농장주들이 파견한 이민 브로커인 영국인 존 마이어스는 신문에 광고를 낸다. 4년 계약에 이동 경비 지원, 거주가옥 임대 및 연료 무료 제공, 파격적인 임금, 자녀교육 등을 제시했다. 지독한 가난과 열강의 핍박에 시달리던 한국인들은 꿈 같은 기회로 여겨 머나먼 땅으로의 이민을 결행한다. 그러나 모두 사기였다. 당시 회사 측은 가족 단위 이민을 권유했는데 알고 보니 이민 노동자들의 현지 이탈을 막으려는 악랄한 책략이었다. 살리나 크루즈항에 도착한 한인들은 곧바로 기차와 배를 타고 에네켄을 재배하는 농장 여러 곳에 10~50명씩 분산 배치됐다. 농장생활은 노예와 다를 바 없었다. 새벽 4시부터 날이 저물 때까지 땡볕 아래서 에네켄 잎을 자르고
  • [커버스토리] 애니깽 후손들이 말하는 한국 방문 이유는…

    ‘애니깽’의 후손들에게 한국은 어떤 나라일까? K팝(K-POP)을 좋아하는 10대 소년부터 대학원 진학을 꿈꾸는 청년, 선조의 뿌리를 찾아온 아이 아빠까지 이들이 한국을 찾은 이유와 소감, 한국에 대한 인식 등을 들어봤다. 서울신문과 재외동포재단은 이번 모국체험 연수에 참가한 33명에 대한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병행해 이들의 한국관을 살펴봤다. 헤나로 미겔 만사닐랴 김(23)은 예비 요리사다. 한국인의 피가 섞인 만큼 이곳의 음식을 알고, 배우고 싶어 참가 신청서를 냈다. 지난 7일 기자와 처음 만난 자리에서도 김은 음식에 대한 질문부터 했다. 점심으로 먹은 음식이 맛있어서 이름을 알고 싶은데, 재료를 알려 줄 테니 무슨 음식인지 가르쳐 달라는 것. 그는 “생선이 들어가 있었고, 두부가 작게 들어가 있는 일종의 해물수프”라며 눈을 동그랗게 뜨며 대답을 기다렸다. ‘동태찌개’이라는 재단 관계자의 말을 듣고는 잊지 않으려는 듯 여러 번 되뇌었다. “동태찌개엔 고추장이 들어간다.”고 하자 몇 년 전 멕시코에서 고추장 맛을 봤는데 생각보다 입에 맞지 않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대신 그는 “매운 음식이 많은 멕시코와 한국 요리는 공통점이 많다고 생각했다.”면서
  • [커버스토리] “女봐라” 112년 걸린 첫 양성평등 축제

    오는 27일 오후 9시(한국시간 28일 오전 5시) 런던올림픽 개막식에는 카타르와 브루나이, 그리고 그토록 완고했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자선수들이 리 밸리의 올림픽 스타디움 트랙에 당당히 들어서게 된다. 이로써 이번 올림픽은 참가하는 모든 나라가 여자선수를 출전시키는 첫 대회가 된다. 다음 날 오후 11시 30분에는 여자복싱 경기가 시작된다. 이번 대회 26개 모든 종목에 금녀(禁女) 빗장이 풀리는 것. 올림픽이 감동적인 건 늘 장벽과 한계를 뛰어넘는 몸짓이 이어지기 때문인데 여성이 올림픽에 처음 나선 1900년 제2회 파리 대회부터 이번 대회까지 무려 112년이 걸린 셈이다. 근대 올림픽을 창안한 피에르 쿠베르탱 남작은 “올림픽은 남자들에게 어울리는 것”이라며 “여자의 역할은 고대 올림픽에서처럼 승리자에게 왕관을 씌우는 일”이라고 했다. 요즘 기준으로 보면 망언인데 그가 1937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 생각을 버리지 않은 것처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늘 세상의 변화에 한두 발 뒤처져 있었다. 그의 말마따나 고대 올림픽에선 몰래 참가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여성이 사형에 처해지기도 했다. 근대올림픽 1회인 1896년 아테네 대회에는 주최 측의 만류를
  • [커버스토리] ‘피겨여왕’ 김연아 유·무형 경제효과 5조원

    여성이 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것은 1900년 열린 제2회 파리 대회부터다. 그러나 경제적 가치 측면에서는 여성 올림픽 스타들은 여전히 남성에 비해 ‘변방’에 머무르고 있다. 상품성을 인정받는 올림픽 스타들은 대부분 프로에서도 활동하는 이들이고, 프로스포츠 자체가 남성 편향적이기 때문이다. 20일 산업계 등에 따르면 이번 올림픽 역시 남성 스포츠 스타들이 먼저 주목받고 있다. ‘번개’ 우사인 볼트(육상 남자 100m 등), 박태환(남자 수영 자유형 400m 등),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남자 농구) 등이 주인공이다. 특히 볼트의 경제적 가치는 2억 5000만 유로(약 35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역대 올림픽 최고의 여성 스타는 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전설의 체조요정’으로 등극한 루마니아의 나디아 코마네치가 꼽힌다. 그녀는 은퇴 이후 미국에서 여러 광고모델로 출연, 막대한 부(富)를 거머쥐면서 여성 올림픽 스타의 상업적 가치를 처음으로 증명했다. 개인 브랜드 가치만 놓고 봤을 때 이번 올림픽에서 최고의 여성 스포츠 스타는 러시아의 미녀 테니스 선수 마리아 샤라포바다. 지난해 10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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