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커버스토리-대한민국 대통령의 모든 것] 베일 속의 대통령 사생활

    대통령의 청와대 생활은 거의 베일에 가려져 있다. 대통령의 공식 일정이 2급 기밀일 만큼 철저한 보안이 유지된다.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나갈 때도 매번 별도의 암호명을 갖고 ‘작전’처럼 움직인다. 이 암호명 역시 3급 기밀이다. 지난해 7월 2018 평창동계 올림픽 유치를 확정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순방 때의 작전명은 ‘희망봉’이었다.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와 동계올림픽 유치의 희망을 반영한 것이다. 공식 행사도 철저하게 비밀에 부칠 정도이니 대통령이 휴일에는 주로 무엇을 하는지 등 사생활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진 게 없다. 테니스광(狂)인 이명박 대통령은 주말에는 주로 삼청동 안가 옆 테니스장을 찾는다. 70대의 나이지만 구력도 오래되고 체력도 좋아 전직 국가대표 코치 등과 게임을 한다. 이 대통령은 명절 때 개인 휴대전화로 군인이나 경찰 등에게 격려문자를 보내지만, 사실은 청와대 제1부속실 직원들이 대통령 대신 보내는 것이다. 이 대통령도 별도의 개인휴대전화를 갖고 있고, 전화를 걸어야 할 때는 주로 수행비서를 통해서 한다. 주말에는 대통령이 대통령실장, 홍보수석 등 참모들에게 직접 전화를 건다. 대통령이나 수행비서가 전화를 걸 때는 ‘VIP입니다’라는
  • [커버스토리-대한민국 대통령의 모든 것] 청와대 경호관이 하는 일

    청와대에는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대신 몸을 던질 경호관들이 있다. 이들은 모두 국가 공인무도 3단 이상의 유단자들이다. 대통령 경호는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기 때문에 군사작전을 방불케 한다. 우선 대통령이 전용차로 이동할 때는 같은 차 3대가 함께 움직인다. 대통령은 청와대 경내를 둘러볼 때도 혼자 다니는 일이 거의 없다. 제1부속실장, 의전비서관, 경호수행부장 등이 항상 따라 다닌다. 대통령이 먹는 음식을 사전에 검사하는 것도 청와대 경호관의 주요 임무다. 경호처 검식(檢食)부가 이 일을 맡는다. 대통령이 먹는 음식은 대통령 내외의 일정과 계절 등을 고려해 주방장이 일주일전 식단을 짠다. 식재료는 하루 전에 주문하고 당일 아침 구매한다. 검식부 직원(검식관)은 재료를 살 때 동행해서 재료의 신선도와 유통기한 경과 여부 등을 확인한다. 독극물 검사, 식중독균 검사는 기본이다. 외부 손님을 맞는 청와대 내 영빈관에서도 검식관이 미리 대통령에게 제공될 음식을 직접 맛보고 이상이 없어야 홀로 음식을 내간다. 독극물이 들었는지를 확인하던 조선시대 ‘기미상궁’ 같은 역할이다. 외부행사 때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재래시장에 들러 분식집에서 어
  • [커버스토리-대한민국 대통령의 모든 것] 대통령 연봉·퇴직 후 대우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일하면 연봉을 얼마나 받을까. 대통령은 100만명에 이르는 공무원 가운데 최고위직으로, 당연히 연봉도 가장 많다. 올 1월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12 공무원 보수 및 수당 규정 개정안’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의 연봉은 1억 8641만 9000원이다. 대통령의 연봉은 세계 정상들과 비교하면 11위권이다. 1위는 싱가포르 리셴룽 총리의 170만 달러(약 19억 3000만원)다. 우리나라 국무총리의 연봉은 1억 4452만원, 감사원장 1억 933만 7000원, 장관급 1억 627만 3000원, 법제처장·국가보훈처장·통상교섭본부장·청와대 정책실장 1억 474만원, 차관급 1억 320만 9000원 등이다. 대통령의 연봉은 지난해보다 733만원(4.09%) 올랐다. 월급으로 계산하면 한 달에 1553만원이다. 각종 수당이나 보조비, 상여금 등은 포함하지 않은 액수다. 대통령의 올해 월급은 갓 군대 생활을 시작한 이등병 월급(8만 1500원)의 190배가 넘는다. 대통령의 연봉은 매달 320만원이 지급되는 직급보조비와 13만원의 급식비를 합치면 2억 2637만원으로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매달 실수령액은 1886만원에 이른다. 대통령의 월급
  • [커버스토리-대한민국 대통령의 모든 것] 청와대 사람들 누구

    대통령과 일하는 청와대 직원은 경호처 직원(700여명)까지 포함하면 1250여명이다. 경호처 직원을 제외한 청와대 직원은 550여명으로, 이 가운데 비서관과 행정관(2~5급)이 250여명이다. 이명박 정부는 몇 차례 조직 개편을 거쳤는데, 현재 청와대는 대통령실장, 정책실장, 9명의 수석비서관, 6명의 기획관, 45명의 비서관을 두고 있다. 청와대에서 대통령 다음 ‘넘버2’인 대통령실장은 장관급이다. 직원들은 약칭 ‘대실장’이라고 부른다. 선임행정관(2급)을 포함한 이하 청와대 행정관 인사는 대통령실장이 한다. 정책실장은 경제, 교육, 복지, 녹색성장 등 정책 분야를 총괄한다. 직급은 장관과 차관 사이다. 청와대 수석비서관은 차관급이지만, 실제 부처를 관할하며 일을 하기 때문에 장관 못지않은 권한을 갖고 있다. 비서관(1급)은 직업공무원의 경우 ‘엘리트’만 청와대에 파견되기 때문에 부처에 돌아갈 때는 대부분 본부 차관이나 외청장 등 차관급으로 승진해서 간다. 청와대 직원들의 출신은 다양하다. 기획재정부·외교통상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 공무원 출신, 국회의원 보좌관, 대선 캠프 등 정치권 출신, 검찰, 경찰, 시민단체, 언론인, 대학교수 출신 등이다
  • [커버스토리-대한민국 대통령의 모든 것] 역대 대통령은 어떤 사람

    박근혜 18대 대통령 당선인을 포함한 역대 대통령 11명의 출신지를 보면 영남이 7명(63.6%)으로 가장 많다. 황해·강원·충남·전남 출신이 각각 1명씩이다. 영남 출신 7명의 대통령 중에서는 대구·경북(TK)이 4명이다. 박정희(경북 구미)·노태우(대구) 전 대통령, 이명박(경북 포항) 대통령, 박근혜(대구) 당선인 등이다. 이 대통령은 출생지는 일본 오사카지만, 광복 직후 포항으로 와서 TK 출신으로 분류된다. 부산·경남(PK) 출신은 전두환(경남 합천)·김영삼(경남 거제)·노무현(경남 김해) 전 대통령 등 3명이다. 이외 지역은 이승만(황해 평산)·윤보선(충남 아산)·최규하(강원 원주)·김대중(전남 신안) 전 대통령 등이다. 역대 대통령의 평균 재임 기간은 6.5년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6년(1963~1979)으로 가장 오래 집권했다. 국가재건회의 의장 시절(1961~1963)을 포함하면 집권 기간은 18년으로 늘어난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12년간 재임했다. 최단임은 최규하 전 대통령으로 8개월(1979년 12월~1980년 8월)에 불과하다. 10·26 이후 대통령 권한 대행으로 있었던 두 달까지 포함해도 10개월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
  • [커버스토리] ‘스마트 시대’ 열리고 ‘게임의 법칙’ 바꿨다

    2009년 11월 KT가 국내에 처음으로 아이폰을 들여와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대를 연 지 3년이 지났다. 이제 스마트폰이 자동차, 컬러TV, PC 등과 함께 20세기 이후 한국인의 생활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은 제품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스마트폰은 일상 곳곳을 구석구석 바꿔 놓았다. 출퇴근길 지하철 풍경이 대표적이다. 불과 4~5년 전만 해도 지하철에서는 스포츠지를 몰아내고 무료일간지(무가지)가 승객들의 ‘손’을 장악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 지금은 거의 대다수가 무선 인터넷으로 뉴스 등을 불러와 즐길 수 있게 되면서, ‘킬링 타임’ 수단으로서의 무가지를 대체하고 있다. 과거에는 오락실에 가서 돈을 내야 할 수 있던 각종 아케이드 게임들도 이제는 모두 스마트폰 안으로 흡수됐다. ‘애니팡’, ‘드래건 플라이트’ 등은 이제 누구나 즐기는 국민게임이 됐다. 스마트폰이 놀이 문화까지 좌지우지하게 된 것이다. 스마트폰은 가족의 라이프 스타일도 바꿨다. 스마트폰 혁명 이전까지만 해도 저녁 시간 가족들이 모두 모이면 거실 속 대형TV 주변에 모여 드라마를 보며 수다를 나누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TV와
  • [스마트폰 혁명 3년…달라진 생활상] 세계경제 지도 바꾼 ‘스마트 바람’

    스마트폰 혁명은 이제 전 세계 ‘경제 지형’까지도 하나둘씩 바꿔가고 있다. 정보기술(IT) 시장의 중심이 PC에서 모바일 기기로 빠르게 넘어가는 과정에서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 낸 기업들에는 막대한 보상이 주어졌지만, 방심하다 흐름을 놓친 기업들은 불과 2~3년 만에 존재감을 잃고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말았다. 14일 산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스마트폰 혁명 성공으로 미국 기업 역사상 가장 ‘비싼 기업’이 됐다. 스마트폰 자체가 원가 2~3배에 이르는 이윤을 남겨 주는 고부가가치 제품이기 때문이다. 2007년 아이폰을 내놓으면서부터 애플 주가가 수직 상승해 2007년 IBM, 2009년 제너럴일렉트릭(GE), 2010년 마이크로소프트(MS), 지난해 엑손모빌 등 쟁쟁한 기업들을 추월한 뒤 지난 9월 21일에 7031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1997년 스티브 잡스가 애플 임시 최고경영자(CEO)를 맡을 당시만 해도 사실상 파산 상태였던 애플은 이제 현금만 1200억 달러를 보유한 초우량 기업이 됐다. 삼성전자 역시 스마트폰 위기를 잘 극복해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3분기에만 무려 8조 1200억원 영업이익을 올렸다. 불과 5~
  • [스마트폰 혁명 3년…달라진 생활상] 언제 어디든 원하는 것 ‘손 끝’ 해결… 일상을 지배받다

    애플의 아이폰3GS가 국내에 도입된 지 3년이 지나면서 국내에도 스마트 혁명의 여러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도입 초기만 해도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는 전체 가입자의 1% 정도에 불과했지만, 올해 8월 스마트폰 가입자가 3000만명을 넘어서며 국민의 60% 가량이 ‘모바일 혁명’의 세례를 받았다. 스마트폰은 우리 사회에 전에 없는 새로운 현상을 대거 만들어냈다. ●‘우물 안 개구리’ 국내 통신업계 환경 개선 큰 역할 애플 아이폰이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국내 휴대전화 제조업체는 피처폰(일반 휴대전화)을 파는 데 만족했고, 이동통신사는 음성통화 및 데이터 수익을 늘리는 데만 노력해 왔다. 정부는 외국 휴대전화 회사들이 한국에 제품을 팔려면 의무적으로 한국형 무선인터넷 플랫폼인 ‘위피’를 넣도록 해 커다란 ‘진입장벽’을 쳐 주었다. 그야말로 ‘우물 안 개구리’식 통신 환경이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한국의 정보기술(IT) 상황을 ‘갈라파고스’라고 불렀다. 해외와 동떨어져 ‘우리만의 규칙’으로 안주해 온 국내 IT 업계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하지만 아이폰은 이러한 구도를 단번에 깨뜨리며 우리 사회 전체에 충격을 주었다. 통신사들이 그간 꼭꼭 닫아주었던 무
  • [스마트폰 혁명 3년…달라진 선거문화] 지지 호소·여론 분석 SNS로… TV토론 실시간 평가도

    이은택(28)씨는 대선 후보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스마트폰으로 자신이 지지하는 대선 후보의 정책, 유세 일정, TV토론회 반응 등을 체크하고 대선 후보가 올려놓은 게시물을 리트위트한다. 무엇보다 친구와 동료들에게 투표에 동참할 것을 적극 권유한다. 이씨는 지난 17대 대통령 선거와 달리 이번 선거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스마트폰의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이 정치 거리감을 좁히고 소통의 벽을 허물었다는 것이다. 이씨는 “내가 지지하는 후보의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들을 발견하면 반갑고 그것이 동력이 돼서 SNS를 열심히 하게 된다.”고 밝혔다. 2009년 11월 애플의 아이폰이 한국에 상륙하면서 시작된 스마트 혁명은 선거 풍속도를 바꾸고 있다. 오는 19일 치러지는 제18대 대통령 선거는 SNS와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상황에서 치러지는 첫 대선이다. ●스마트폰 통한 사이트 접속, PC의 3배 14일 NHN에 따르면 사이트 이용 접속률은 스마트폰이 PC의 3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이용자 증가로 NHN과 다음의 대선 페이지 방문자 수는 4·11 총선 때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 16·1
  • [스마트폰 혁명 3년…달라진 선거문화] 트위터 팔로어 수, 文 32만·朴 24만명 카톡 플러스 친구, 朴 65만·文 49만명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4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선 후보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행보도 더욱 바빠졌다. 이번 대선에서는 인터넷과 SNS를 이용한 선거운동이 대선 하루 전날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18일 밤 12시까지 SNS를 이용한 선거전이 뜨거울 전망이다. 지난달 안철수 후보가 사퇴하며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함에 따라 현재 대선 구도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양자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두 후보가 SNS상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박 후보와 문 후보 모두 공식 사이트를 비롯해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 오픈캐스트, 펀드 등을 운영하고 있다. 14일 현재 박 후보의 트위터 트위트 수는 482개, 팔로잉은 5만 9852명, 팔로어는 24만 6158명이다. 문 후보의 트위트 수는 박 후보보다 4배가량 많은 1644개이며, 팔로잉(16만 3735명)과 팔로어(32만 2105명) 숫자도 훨씬 앞선다. 페이스북 역시 문 후보가 박 후보보다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문 후보의 페이스북 페이지 ‘좋아요’는 8만 6596건(박 후보 2만 7337건), 이야기하고 있는 사람은 9만 364명(박 후보 1만 8999
  • [스마트폰 혁명 3년…달라진 선거문화] 오바마 ‘4년 더’ 올 최다 리트위트

    재선에 성공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선거가 끝나고도 트위터를 소통의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6일(현지시간) 재선이 확정된 뒤 즉각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감사 메시지를 전하며 ‘4년 더’(Four more years)라고 덧붙였다. 특히 자신이 올린 것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아내 미셸 오바마와 다정하게 포옹하는 모습을 함께 남겼다. 최근에는 트위터를 통해 미국 복지개혁과 관련한 ‘재정절벽’ 질문을 받고 이를 실시간으로 답변하기도 했다. 트위터 관계자는 14일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에는 트위터의 공이 컸다.”며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승리 트위트 ‘4년 더’는 올해 가장 많이 리트위트된 메시지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4년 더’ 트위트는 전 세계 200개국에 걸쳐 81만번 이상 리트위트됐으며 현재도 리트위트 숫자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 미 선거 기간 트위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트위터리안들의 후보 선호도와 주요 언론 매체의 여론 동향이 비슷하게 확인됨으로써 트위터가 실시간 선거 지표의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홍혜정기자 jukebox@seoul.co.kr
  • [커버스토리] 1000원 흥정 넘치는 인정 ‘소통’ 1번지

    지난 6일 찾은 충남 공주시 공산성. 유유히 흐르는 금강에 둘러싸인 산성은 전날 내린 눈이 쌓여 하얗게 변했다. 매서운 강바람이 몰아쳤고 잎을 떨궈낸 산성의 나무들은 바람에 간간이 흔들리다 얼어붙은 듯 꼼짝 하지 않고 서 있었다. 그 아래에 장이 섰다. 코끝이 시린 날씨였지만 산성장은 사람들로 북적댔다. 양손에 비닐봉투를 바리바리 들고 시장통을 바쁘게 오가는 인파로 동장군은 슬그머니 꽁무니를 뺐다. “여기 나오면 재미있어. 사람들 얼굴 보며 웃고, 말 한마디 건네고 웃고.” 30여년간 산성장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는 김정애(70) 할머니는 “집에 틀어박혀 있으면 세상 물정 모르지.”라며 활짝 웃었다. 공주에서 버스로 30분 거리인 정안에 사는 김 할머니 옆에는 손수 가꾼 토란, 호박 등이 놓여 있었다. ●할인점·SSM 골목상권 점령 시대서 ‘명맥’ 유지 대형 할인점과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농어촌 골목까지 점령한 시대에 ‘5일장’이란 말이 등잔불처럼 희미해지고 있지만 농어촌 주민에게는 여전히 인정을 나누고 세상 물정을 알아가는 소통의 장소다. 고드름 추위에 갖고 나온 푸성귀들이 금세 얼었지만 김 할머니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정담을 나누느라 시간
  • [커버스토리-5일장의 추억 그리고 부활] 지자체 ‘전통 5일장 살리기’ 총력전

    시끌벅적했던 5일장이 대형 마트에 밀려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지만 아직도 5일장에 의지해 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건어물을 팔기 위해 지난 5일 충북 청원군 내수읍 5일장에 나온 한권호(59)씨는 “가진 게 없었던 젊은 시절 먹고살기 위해 할 수 있었던 것은 5일장에 나와 장사를 하는 것뿐이었다.”면서 “40여만원에 화물차를 구입해 5일장을 찾아다닌 지 벌써 30년이 넘었다.”고 말했다. 한씨에게 5일장은 삶의 버팀목이었던 것이다. 그는 “미원, 대소, 광혜원 등 도내 곳곳의 장터를 다니며 인생의 절반을 장터에서 보낸 것 같다.”면서 “장터가 있었기에 아들 녀석 공부도 시키고 장가도 보냈다.”고 했다. 하지만 요즘은 5일장 손님이 줄어 먹고살기가 만만치 않다. 그는 시골 사람들이 막걸리를 마시며 웃고 떠드는 정겨운 모습도 이제는 5일장에서 찾아보기 힘들다고 했다. 한씨는 “10여년 전부터 장터를 찾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줄어들기 시작해 요즘은 5만원도 못 벌고 철수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이런 추세라면 5일장이 10년도 못 가서 완전히 사라질 것 같다.”고 걱정했다. 충북 진천군 진천읍 전통시장 주변의 5일장에서 자신이 재배한 농산물을 들고 나와 파
  • [커버스토리-5일장의 추억 그리고 부활] 몰려드는 SSM·대형마트에 망하고 ‘현대화 사업’ 새옷 단장하니 흥하고

    서민들의 삶과 애환이 서려 있는 5일장이 세월의 흐름 속에 ‘추억의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와 교통수단의 발달 등으로 전통시장의 설 자리가 좁아진 탓이다. 고을마다 5일장 살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아직은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그러나 화려하게 부활하는 5일장도 더러 있다. 대구 달성군 현풍 5일장은 100년 가까운 전통을 갖고 있으나 점차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다. 한때 5일장이 열리는 날이면 2000여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고, 노점 상인도 300여명에 달했다. 현풍이나 유가 등 인근 지역은 물론 경북 고령이나 경남 창녕 등에서도 시골 버스를 타고 현풍 5일장을 찾았다. 이들은 식자재는 물론이고 목공예품, 화훼류 등 다채로운 물건을 한눈에 보는 것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여기에 선지 국밥과 막걸리 한 잔을 곁들이면 더할 나위 없는 하루가 된다. ●대구 현풍장 50억 투입 ‘도깨비시장’으로 변신중 하지만 기업형슈퍼마켓(SSM)의 진출과 쇼핑 문화의 변화로 활기를 잃었다. 특히 10여년 전 인근 우시장마저 문을 닫자 현풍장을 찾는 발길이 급격히 줄었다. 이에 따라 달성군은 장날이 아니더라도 주말에 언제든지 문을
  • [커버스토리] 고독한 무연고 죽음

    세상 떠나는 마지막 잔칫상조차 차려줄 사람 없는 쓸쓸한 죽음. 다른 사람들처럼 기뻐하고 슬퍼하고 사랑했던 이승에서의 행적이 완전히 혼자된 죽음으로 잊히는 무연고 사망자가 최근 5년간 전국적으로 2939명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서울신문이 2007~2011년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무연고 사망 현황 자료를 받아 집계한 결과다. 지난 10월 29일 서울 관악구의 한 주택 단지. 신문지, 박스 등을 모아 팔던 서영호(가명·52)씨 집 앞에 평소와 달리 폐지 더미가 높이 쌓여 있었다. 서씨는 일주일 가까이 눈에 띄지 않았다. 혼자 어렵게 지내는 그에게 평소 쌀과 반찬을 챙겨주던 마을통장은 불안한 마음에 그집 문을 열었다. 서씨는 숨진 채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시신이 부패하는 냄새에 통장은 코를 막았다. 경찰에 신고하고 며칠 후 통장은 병원에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이 분 장례를 치러야 하는데 유족이 없네요….” 유족에게 어렵게 연락이 닿았지만 돈이 없다며 시신 포기 각서를 썼다고 했다. 서씨의 장인을 수소문해 찾았지만 그 역시 묵묵부답이었다.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라고 했다. 결국 시신은 구청에 인도됐고 구청은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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