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도 제사 지내던 그 시절… 우리가 몰랐던 조선의 역동성
용재총화/성현 지음/김남이·전지원 외 옮김/휴머니스트/744쪽/3만 2000원
“조선(朝鮮) 하면 어떤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이 질문을 접하면 대다수 사람들이 성리학적 가치를 떠받드는 유교 사회, 봉건적 가부장제, 남존여비, 장남 중심의 위계질서 등을 연상한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조선시대 전체를 관통할까.
조선 전기 학자이자 문학가였던 성현(1439~1504)이 펴낸 ‘용재총화’는 그런 조선의 이미지를 산산조각 낸다. 인물, 역사, 문학, 제도, 풍속, 설화 등 조선 전기의 온갖 것에 관해 기록한 ‘용재총화’는 우리가 몰랐던 조선 전기의 생생한 모습을 담고 있다. 성리학과 가부장제로 대변되는 조선 후기가 아닌, 새로운 문명의 활기와 자유분방함이 넘치며 호방한 사람들이 살아 숨 쉬는 조선 전기의 모습을 보여 준다.
책을 번역한 김남이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는 “조선 전기는 다양성과 역동성을 지닌 문명의 전환기였다”고 설명했다. “성리학이 강력한 권위와 체계를 갖추게 된 건 17세기 즈음이다. 그 전엔 아들과 딸이 돌아가면서 제사를 맡는 윤회봉사(輪回奉祀), 결혼을 하고서도 여자가 친정에 머물며 사는 남귀여가(男歸女家) 등 우리가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