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문학
  • 한강, 맨부커상 후보 소식 호재 ‘채식주의자’ 판매량 12배 급증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맨부커상 후보에 오른 이후 판매량이 이례적으로 급증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은 지난 10~15일 ‘채식주의자’ 판매량이 전월 같은 기간 대비 12배나 늘었다고 16일 밝혔다. 책은 현재 알라딘 한국 소설 부문 베스트셀러 3위에 올라 있다. 세대별로 보면 40대가 주 구매층으로 전체 구매의 33.1%를 차지했다. 30대가 30.1%로 뒤를 이었다. 구매자 평균 연령은 41세였다. 여성과 남성 구매 비율은 7대 3으로 나타났다. 알라딘 측은 “한강이 국내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아온 작가인 만큼 2007년 출간 이후 판매가 꾸준했으나 단기간 판매량이 이 정도로 높은 적은 없었다”며 “맨부커상 후보에 오른 것을 기점으로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한국 문학 위상 10년 새 크게 올라 세계 시장서 통할 매력·가능성 충분

    한국 문학 위상 10년 새 크게 올라 세계 시장서 통할 매력·가능성 충분

    세계 최대 도서전인 독일 프랑크푸르트도서전에는 ‘리트프롬’(litprom)이라는 산하 기관이 있다. 우리말로 옮기면 ‘아시아아프리카남미문학 진흥 위원회’. 1980년 세워진 비영리단체로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독일 입장에서는 ‘제3세계 문학’인 이들 문학에 대한 정보를 축적·홍보하고 번역, 출간을 돕는다. 최근 리트프롬의 아니타 자파리(63) 대표가 한국을 찾았다. 한국문학번역원의 초청으로 관심 있는 한국 작가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카페창비에서 만난 자파리 대표는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전날 맨부커상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에 “마침 며칠 전 ‘채식주의자’를 읽었는데 이게 웬 우연인지 모르겠다. 나도 행복했다”며 담뿍 반가워했다. “2005년 한강 작가와 독일 여러 도시를 돌며 ‘채식주의자’ 낭독 투어를 열었어요. 그때 문학에 관심도 없던 제 친구들을 데려갔는데 이번에 제가 한국에 간다고 했더니 한 친구가 그러더군요. ‘나 그때 한국 작가가 쓴, 여자가 식물로 변하는 이야기 아직도 기억해.’ 여성의 문제를 예술적으로 풀어 간 그런 얘기는 쉽게 잊히지 않는 법이죠. 한강 작가의 소식을 듣고 그게 떠오르며 얼마나 반갑던지
  • “낙관이 사라진 시대라도 시라는 반딧불 계속 켜야죠”

    “낙관이 사라진 시대라도 시라는 반딧불 계속 켜야죠”

    김혜순(61)은 시인들의 시인이다. ‘읽을 때마다 다른 방향, 다른 세계를 가리키는’ 그의 시는 현대시에 다채로운 색을 입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서 문단에서는 그의 시를 두고 ‘황무지와 넓이를 겨루며 실낙원과 높이를 다툰다’(권혁웅 문학평론가)고도 하고 ‘여성 시인들은 김혜순 공화국의 시민’(이광호 문학평론가)이라고도 한다. 그가 이번에는 화가들의 시인도 됐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트렁크갤러리에서 27일까지 열리는 전시 ‘김혜순 브리지’는 김혜순 시가 주인공이다. 작품들은 모두 그의 시에 바치는 헌사가 됐고 갤러리는 시를 읊는 공간이 됐다. 전시에 맞춰 시인은 시집과 시산문집을 나란히 펴냈다. 문학과지성사에서 펴낸 열한 번째 시집 ‘피어라 돼지’와 ‘않아는 이렇게 말했다’(문학동네)이다. 2011년부터 써낸 시들을 모은 새 시집에서 그는 ‘시의 체면을 세워 주기가 너무도 힘든 시절이었다’고 술회했다. 세월호 사건 등 참혹한 일들이 무람없이 일상을 무너뜨린 시간들이었다. 지난 8일 성북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시인은 “그래서 이번 시집은 내 목소리가 컸다”고 말했다. “은유가 차단되고 직접적인 언술이 많았어요. 시의 체면이 깎였다고 한 이유죠. 시의 정수
  • 우리는 정치 병폐의 당사자이며 공범인가

    우리는 정치 병폐의 당사자이며 공범인가

    정치는 뉴스가 아니라 삶이다/스기타 아쓰시/임경택 옮김/사계절출판사/224쪽/1만 3000원 다시 정치의 계절이다. 총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정치는 중요한 사회적인 화두다. 그러나 투표율은 여전히 낮고 정치 전반에 대한 불신과 경멸의 정서가 팽배해 있다. 이 책은 우리 모두가 정치의 당사자이며 현재의 정치가 안고 있는 많은 병폐의 공범이기도 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현재 일본 호세이대학 법학부 교수인 저자는 헌법 개정, 원전 재가동 등의 의제에 대해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는 일본 정부의 독단에 맞서 다양한 단체를 만들어 자신의 정치 이론과 사상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실천해 왔다. 저자는 이 책에서 결정, 대표, 토론, 권력, 자유, 사회, 한계, 거리라는 총 8개의 키워드로 정치에 관한 상식과 전제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요즘 주권국가의 국민이 민주적인 방식으로 결정한다는 전제가 흔들리고 있다. 모두가 만족하는 결정을 내리기란 불가능에 가깝고 결정 과정도 지난한 싸움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과연 강한 리더의 신속한 결정을 바라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대표제가 아무리 잘 기능해도 개
  • [책꽂이]

    [책꽂이]

    헨리 라이크로프트 수상록 (조지 기싱 지음, 박명숙 옮김, 은행나무 펴냄) 소설가 조지 로버트 기싱의 반자전적 에세이. 기싱의 삶과 사유, 꿈이 투영된 가상의 인물이 쓴 에세이 형식을 취하면서 사색의 길로 이끈다. 360쪽. 1만 4000원. 제주에서 당신을 생각했다 (김재이 지음, 부키 펴냄) 평생을 살아온 서울을 떠나 낯선 제주로 이주한 1세대 격인 부부가 쓴 5년간의 삶의 기록으로 자연과 이웃을 보듬으며 안착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238쪽. 1만 3800원. 망설이지 마, 지금이야 (박선경 지음, 이채 펴냄) 주부에서 마흔이 넘어 첫 직업을 가지고 홈쇼핑 방송인부터 병원 컨설턴트를 거쳐 교육 컨설팅 회사 대표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도전해 온 저자의 자전적 에세이다. 272쪽. 1만 3000원. 인생풍경 (박경일 지음, 나무,나무 펴냄) 여행 전문 기자인 저자가 십수년간의 여행 끝에 추린 한국의 최고 미경 27곳을 모아 지치고 힘들 때, 훌쩍 떠나고 싶을 때 갈 수 있는 곳을 소개한다. 320쪽. 1만 5000원. 물고기가 왜? (김준 글, 이장미 그림, 웃는돌고래 펴냄) 청소년을 위한 바다의 인문학으로 동해 명태, 서해 조기, 제주 자리돔 등
  • 北 생존은 中과 접한 국경·美 무관심서 비롯

    北 생존은 中과 접한 국경·美 무관심서 비롯

    불가사의한 국가/빅터 차 지음/김용순 옮김/아산정책연구원/704쪽/2만 2000원 북한은 왜 불가사의한 나라일까. 내일 아침 당장 붕괴했다는 소식이 들려도 놀랄 일이 아니고, 10년 뒤까지 건재한다 해도 그 또한 놀랄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인 저자 입장에서 북한은 럭비공 같은 나라다. 그토록 수많은 경제적 실패에도, 군사적 도발과 핵무기 제조 등으로 동아시아 안보를 위협하고 있는데도, 빈틈없는 국정 운영 능력이나 정책이 없는데도, 그래도 북한은 살아남았다. 저자는 북한의 불가사의한 생존 능력이 외부 간섭으로부터 보호받는 주권, 중국과 마주한 국경, 미국의 상대적인 무관심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상황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한다. 또 자신의 경험에 비춰 북한이 허를 찔려 쩔쩔맸던 경우를 두 개 꼽는데, 한번은 2005년 9월 미 재무부가 애국법 제311조 규정에 따라 마카오 은행에 주의를 권고해 은행 당국이 북한 예금계좌를 동결했을 때다. 나머지 한번은 2014년 2월 유엔 인권조사위원회가 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했을 때다. 이를 길라잡이 삼아 대북 제재의 수위를 끌어올리는 한편 정권의 반인도적 인권 범죄에 지속적으로 책임을 묻는 방
  • [이주일의 어린이 책] 지구를 구하는 크릴새우…남북극 동물 24종의 생존 이야기

    [이주일의 어린이 책] 지구를 구하는 크릴새우…남북극 동물 24종의 생존 이야기

    눈과 얼음 나라의 대단한 친구들/비비 뒤몬 탁 지음/이수영 옮김/웅진주니어/152쪽/1만 1000원 이 지구에 숨을 불어넣는 존재는 누구일까. 네덜란드 논픽션 작가 비비 뒤몬 탁은 아기 새끼손가락만 한 크릴새우라고 말한다. 크릴은 펭귄, 고래 등 남극에 사는 거의 모든 동물의 먹이로 먹히면서 매일매일 지구를 구하는 셈이라는 것이다. 크릴 한 마리마다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려면 300조번은 꾸벅거려야 한다. 하지만 그것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세상을 떠받치는 동물이다.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동물은 누구일까. 작가는 남방코끼리바다표범을 지목한다. 번식기인 매년 9월은 남극 바다에 살다 육지로 올라오는 남방코끼리바다표범에게 시련의 시간이다. 3000㎏이나 나가는 지방 덩어리를 육중하게 맞부딪치며 죽기 직전까지 싸워야 한다. 수컷 한 마리당 암컷 40마리와 짝짓기를 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간신히 하나를 물리쳤다 싶은 순간 또 다른 수컷이 암컷을 노리고 들이댄다. 이들의 생존 싸움은 숨 돌릴 틈도 없이 이어진다. 눈과 얼음으로 덮인 땅, 남극과 북극에 사는 동물들은 다른 곳보다 사납고 모진 조건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이를 위해 동물들은 저마다의 비밀 병기를 품
  • 위기의 이재용 체제 해법, 이건희 시대에 있다

    위기의 이재용 체제 해법, 이건희 시대에 있다

    이건희傳:초국가 삼성을 건설하다/심정택 지음/새로운현재/424쪽/2만원 삼성이 위태롭다. 삼성상회를 재벌로 키운 이병철 1세대 경영, 삼성을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키운 이건희 2세대 경영을 거쳐 이재용 3세대 경영에 돌입하면서 삼성은 신수종사업 개발과 인사 정책 실패 등 빨간불이 곳곳에서 켜지고 있다. 저자는 이건희를 통해 삼성 위기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긍정적인 시각에서 삼성을 촘촘히 들여다봐야 삼성의 미래를 객관적으로 전망할 수 있다”며 “삼성은 이재용 경영 체제 실패로 인해 위기에 빠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이건희 시대를 좀 더 면밀히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다양한 관점에서 이건희 체제와 이재용 체제를 비교했다. 그에 따르면 이건희 체제는 삼성 내부 힘으로 경영 승계를 했기에 안정적이다. TK(대구·경북) 대부이자 삼성물산 회장이던 신현확이 이병철 사후 이건희로의 경영 승계를 위해 정권에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고, 노태우 정부 때까지 그 역할을 맡으며 이건희 체제를 구축했다. 반면 이재용 체제는 삼성 외부 힘으로 경영 승계를 했기에 불안정하고 향후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도 있다. 외부 세력은 다름 아닌 박근혜
  • 조롱거리 된 독재자, 두렵지 않다

    조롱거리 된 독재자, 두렵지 않다

    푸틴 부정선거 항의 ‘장난감 인형 시위’ 러 “무생물 시위도 불법”… 웃음거리로 철권통치 맞선 강력한 새 무기는 유머 큰 가치보다 사소한 저항이 파괴력 커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법/스르자 포포비치 지음/박찬원 옮김/문학동네/304쪽/1만 5000원 #1.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독재에 항거하는 시민 활동가들은 비밀경찰이 삼엄하게 감시하는 사회에서 창의적인 시위를 시도한다. ‘자유’와 ‘이제 그만’이라는 문구를 쓴 수천개의 탁구공을 도시의 경사진 거리와 골목길에 쏟아부었고, 경찰은 탁구공들을 쫓아다니며 체포하는 촌극을 벌인다. 다음 수순으로는 ‘알아사드는 돼지’라는 제목의 반정부 가요를 틀 수 있는 USB 스피커 수백개를 준비해 거리의 악취 나는 쓰레기통에 넣어 도시 전체에 음악이 흐르게 했다. #2. 러시아 시베리아의 바르나울시는 2012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항의 시위를 계속 불허했다. 활동가들은 사람들의 시위 대신 장난감 인형들이 하는 시위를 계획한다. 곰 인형과 액션피겨, 봉제 동물 인형들이 선거 부정을 비판하는 작은 팻말을 들고 시내 한복판에서 시위에 나선다. 러시아 정부는 ‘장난감을 비롯한 무생물 시위
  • “참정권을 달라”    투사가 된 여자들

    “참정권을 달라” 투사가 된 여자들

    싸우는 여자가 이긴다/에멀린 팽크허스트 지음/김진아·권승혁 옮김/현실문화/480쪽/1만 8000원 20세기 초 영국 여성들은 보수당이든 진보당이든 정당에 가입해 일을 할 수는 있지만 정작 투표는 할 수 없는 기이한 신분이었다. 여성 참정권 운동가들은 남성 정치인들이 여성참정권법안을 발의해 줄 것이라는 희망으로 그들을 설득하는 데 힘을 쏟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평화롭고 소극적인 방식으로는 여성의 참정권 획득이 요원한 상황에서 ‘서프러젯’으로 불리는 전투적인 여성참정권 운동을 이끌어 센세이션을 일으킨 여성이 있었다. 에멀린 팽크허스트(1858~1928)다. ‘싸우는 여자가 이긴다’는 팽크허스트의 투쟁 기록이다. 그녀는 “인간이라는 가족의 절반인 여성이 이 세상에서 자유를 얻을 수 없다면 진정한 평화는 존재할 수 없다”는 신념으로 1903년 ‘여성사회정치연합’(WSPU)을 창설해 영국 여성들을 결집시켰다. 창설 후 4년 동안 집회와 선전 활동을 벌이고 공청회에 참석해 의회를 압박하고 위선적인 의원들의 낙선운동을 펼쳤다. 남성 정치인들에게서 아무런 응답이 없자 팽크허스트가 이끄는 여성사회정치연합은 1908년 허버트 헨리 애스퀴스 총리의 자유당 내각
  • 정치 혼돈의 시대 다시 떠올린 DJ의 말

    정치 혼돈의 시대 다시 떠올린 DJ의 말

    기적은 기적처럼 오지 않는다/김택근 지음/메디치/216쪽/1만 3800원 최근 정치판에서 가장 주목을 끈 단어는 ‘필리버스터’다. 발언대에 선 소수파 의원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합법적인 범위에서 자신의 의사진행 발언을 길게 이어 가는 것을 뜻하는 단어다. 우리 국회사에서 이 단어의 ‘원조’를 꼽으라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아닐까 싶다. 김 전 대통령은 1964년 4월 불법 정치자금을 폭로한 동료 의원의 구속동의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무려 5시간 19분 동안이나 의사진행 발언을 했다. 이 전설적인 ‘기록’은 지난 2월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시간 33분의 새 기록을 세우기 전까지 반세기 이상 깨지지 않고 이어져 왔다. 김 전 대통령의 치열한 삶을 말해 주는 여러 일화 중 하나다. 새 책 ‘기적은 기적처럼 오지 않는다’는 이처럼 김 전 대통령이 신산한 삶을 ‘살아내는’ 동안 남긴 여러 말들을 정리한 책이다. 김 전 대통령의 어록 가운데 정수로 꼽히는 것들을 먼저 적고, 그 안에 담긴 함의를 저자가 풀어내는 식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2003년부터 8년간 ‘김대중 자서전’ 편집위원으로 일했다. 저자가 선정한 김 전 대통령의 어록은 생전 그의 정신과 삶을
  • 기억합니다 반성합니다

    기억합니다 반성합니다

    걸림돌/키르스텐 세룹-빌펠트 지음/문봉애 옮김/살림터/248쪽/1만 3000원 독일사 산책/닐 맥그리거 지음/김희주 옮김/옥당/684쪽/2만 8000원 ‘유럽 공동체(EU)를 이끌고 있는 강대국’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켜 송두리째 무너진 나라’ ‘유대인 600만명을 학살한 나치’…. 독일을 말할 때 떠올리는 인상들이다. 그중에서도 나치의 만행과 세계대전의 주범국은 가장 흔한 오명으로 기억된다.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끔찍한 인종 학살 만행을 저질렀던 독일은 어떻게 유럽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었을까. 신간 ‘걸림돌’(살림터)과 ‘독일사 산책’(옥당)은 분열과 통합, 창조와 파괴라는 양극을 넘나들었던 나라 독일을 기억과 반성 측면에서 풀어낸 책들로 눈길을 끈다. ‘걸림돌’이 선조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경각심을 일깨우는 ‘걸림돌 프로젝트’를 통해 기억과 반성을 다루고 있다면 ‘독일사 산책’은 문화재를 통해 독일인들의 저변에 흐르는 정신을 부각시킨 독특한 구성이다. 모두 ‘잊지 않겠다’는 기억의 화두에 천착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유대인 학살은 대체로 나치만의 만행으로 치부되기 일쑤다. 하지만 그 만행 와중에 많은 독일인들은 방관과 침묵, 동조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충돌하는 제국 (리디아 류 지음, 차태근 옮김, 글항아리 펴냄) 19세기 영국과 중국 두 제국이 어떻게 조우하고 충돌했는지 역사적 흔적을 추적해 나간다. 중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연구한 저자는 제국이 충돌할 뿐 문명은 충돌하지 않는다며 기존 인식을 뒤엎는 생각을 전개한다. 문명의 충돌이란 제국의 실질적인 욕망을 문명 간의 차이로 투사한 것에 불과하며 실제로는 정치·경제의 이해관계에 기반을 둔 제국 간의 충돌이라는 주장이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책을 쓴 목적에 대해 “제국의 기록물에 대한 인식론적이고 윤리적인 문제 제기를 통해 근대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484쪽. 2만 5000원. 심리학으로 읽는 그리스 신화 (김상준 지음, 보아스 펴냄) 그리스 신화를 쉽고 재미있는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전개하며 그 속에 담긴 심리학적 상징들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내고 있다. 그리스 신화는 신들의 이야기이지만 인간사를 담은 것으로 평가된다. 신들은 결코 지고지상하지 않으며 지극히 감정적이고 인간적이다. 그리스 신화가 우리를 사로잡는 이유는 그것이 상징적인 인간 역사이며 우리의 무의식을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저자 주장이다. 신경정신과 의사인
  • 한강, 노벨상 거장들과 맨부커상 후보에

    한강, 노벨상 거장들과 맨부커상 후보에

    오에 겐자부로·오르한 파무크 등 경쟁 세계 3대 문학상… 5월 수상자 발표 소설가 한강(46)이 한국인 최초로 영국의 맨부커상 후보에 올랐다.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의 공쿠르상과 더불어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맨부커상 선정위원회는 10일 홈페이지를 통해 한강을 포함한 13명의 후보를 발표했다. 한강은 2004년 국내에서 발표한 소설 ‘채식주의자’(영문명: The Vegetarian)로 후보에 올랐다. 영국에서는 지난해 1월 포토벨로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이 소설을 영어로 옮긴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도 함께 후보로 선정됐다. 이번 맨부커상 후보에는 이미 노벨문학상을 받은 일본의 오에 겐자부로와 터키의 오르한 파무크 등 쟁쟁한 거장들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브라질, 인도네시아, 앙골라 작가들도 포함됐다. 한강 작가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안 그래도 며칠 전에 오에 겐자부로의 ‘읽는 인간’이라는 책을 읽고 먹먹한 감동을 느꼈는데 그와 내 이름이 함께 올라 있는 걸 보니 신기하고 기뻤다. 번역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선정위원회는 올해 155개 경쟁작 가운데 후보를 골라냈으며 다음달 14일 최종 후보 6명을 발표할
  • “작가로 인생 2막… 노벨문학상 탈지도 몰라요”

    “작가로 인생 2막… 노벨문학상 탈지도 몰라요”

    “죽도록 노력한다고 다 이뤄지는 것은 아니에요. 다만 노력한 만큼 실력은 늘죠. 기술은커녕 특정 분야에 소질이 없다고 해서 제2의 인생을 쉽사리 포기하지는 마세요.” 송양의(64)씨는 33년간 우리은행 배지를 달고 다니던 은행원이었다. 2011년 정년을 마치고 그가 선택한 진로는 ‘작가’다. 최근 10년 동안 출판한 책만 28권이나 된다. 시집, 여행에세이, 평론집, 장편소설 등 분야도 다양하다. 책 쓰는 것이 좋아 1인 출판사도 설립했다. “어렸을 때부터 글 쓰는 것이 꿈”이었다던 송씨는 집안 형편 때문에 미뤄 뒀던 꿈을 예순이 다 돼서야 이뤘다. 그는 “50대 중반부터 은퇴 후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며 “더 늦기 전에 ‘진짜 하고 싶었던 일’을 해 보자는 생각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잠자는 시간을 쪼개 무작정 하루 4시간씩 글을 썼다. 그렇게 10년 동안 해마다 2~4권의 책을 출판하면서 작품집 목록은 어느덧 ‘중견 작가’ 수준으로 늘어났다. 물론 글쓰기로 큰돈을 벌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송씨는 “28권 중에 3권을 빼면 모두 적자”라고 말했다. “제2의 인생에서 행복을 찾으려면 우선은 큰 욕심부터 내려놔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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