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나욱

최나욱

작가 겸 건축가
최나욱의 현대문화 아카이브
  • [최나욱의 현대문화 아카이브] 행사를 확장하는 파티문화

    [최나욱의 현대문화 아카이브] 행사를 확장하는 파티문화

    화창해진 날씨를 따라 세계 곳곳에서 행사가 개최된다. 베네치아비엔날레부터 아트바젤, F1, 패션위크 방문을 위해 문화예술 관련인들의 이동이 잦다. 치러지는 도시는 방방곡곡이지만 동선은 비스름하다. 현대 문화가 물리적 거리보다 문화적 거리로 연결돼서다. 월요일에 뉴욕에서 만나고 수요일에 파리에서 만나는 이들에게 지리적 개념은 남다르다. 행사를 위해 주요 인사들이 한데 모이는 만큼 참여 주체들은 그들을 자신의 행사로 불러 모으고자 노력한다. 저녁마다 열리는 파티는 단순 뒤풀이라기보다는 준비한 행사를 확장하고, 다음 작업을 도모하며, 미처 선보이지 못한 부분을 추가로 제시하는 프로그램의 일종에 가깝다. 공식 행사가 아닌 만큼 더욱더 관계자 위주의 배타적이면서도 긴밀한 시간이 이뤄진다. 예를 들어 여러 국가가 마치 올림픽처럼 참여하는 베네치아비엔날레의 첫 주에는 하룻밤에만 수십 개의 각 국가관, 그리고 참여 기관들의 파티가 경쟁적으로 열린다. 비공식적으로 치러지는 만큼 어떤 파티가 치러졌는지가 많은 이들에게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이번에 아일랜드관과 아이슬란드관은 비요크가 디제잉을 하는 합동 파티를 열어 큰 인기를 끌었고, 나이지리아관은 새벽 4시까지 춤을 추면서
  • [최나욱의 현대문화 아카이브] 한국 정자 원리 담은 서펜타인 파빌리온

    [최나욱의 현대문화 아카이브] 한국 정자 원리 담은 서펜타인 파빌리온

    사용자 편의를 우선시하는 여느 건물들과 다르게 임시로 짓는 건축물인 파빌리온은 건축가의 작가성에 주목한다. 한시적으로 지어졌다 해체되니 작품 전시와 별반 다르지 않다. 실제로 작품 가치를 인정받고, 전시 기간이 끝난 뒤 매매가 진행돼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건축가가 시공 과정부터 향후 사용까지 고려하는 일은 파빌리온에도 적용된다. 영국 런던 하이드파크 내 ‘서펜타인 파빌리온’은 세계적 명성을 얻은 곳인 만큼 전시 이후 그것이 어디로 이동하는지도 관심사다. 갤러리 주관 아래 비공개로 이뤄지기는 하지만 기업이나 기관에서 구매할 경우 새로운 터전에서 사람들을 맞이하기도 한다. 스밀리안 라딕이 설계한 종이 모형처럼 생긴 파빌리온은 하우저 앤드 워스 갤러리의 서머셋 정원으로 이동해 자연과 어울리게 됐다. 셀가스카노의 화려한 색채의 반투명한 파빌리온은 공유 오피스 제공 회사 홈 오피스가 구입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새로 설치되는 동시에 이 회사가 소유한 여러 공간들의 아이덴티티로 변주됐다. 처음으로 한국 건축가가 설계한 이번 파빌리온의 향방도 궁금하다. 공개된 지 채 일주일이 안 됐지만, 조민석 건축가의 파빌리온 ‘군도의 여백’(Archipelagic
  • [최나욱의 현대문화 아카이브] 위악의 언어에서 위선의 언어로

    [최나욱의 현대문화 아카이브] 위악의 언어에서 위선의 언어로

    솔직함을 넘어 사회규범을 어기는 언어는 지금 시대에 인기 있는 화법이다. 과거에는 개인의 속내를 숨기고 자제하는 게 미덕이었으나 이제는 이를 스스럼없이 드러내는 것을 권장한다. ‘저 자리에서 저런 말을 한다고?’ 라고 느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예컨대 도널드 트럼프, 일론 머스크의 예측 불가한 언행은 더이상 리스크가 아니라 수많은 ‘밈’을 탄생시키는 인기 요인이다. 얼마 전 기자회견장에서 비속어를 남발한 어도어 민희진 대표의 언어도 마찬가지다. ‘개저씨’를 차마 표현 못 하는 이들에게 공식 석상에서의 비공식적 발화는 무례함보다는 통쾌함으로 다가왔다. 다른 때였다면 내용을 떠나 규범을 어기는 것만으로 질타받았겠으나, 현재는 내용을 떠나 이러한 화법 자체가 지니는 매력이 있다. 공중파보다 규제가 한참 적은 유튜브 콘텐츠는 이와 같은 분위기를 가감 없이 이용한다. 사회규범으로 인해 이야기하지 않았던 외모, 돈, 기타 욕망을 다루는 콘텐츠들이 인기를 끈다. 속으로는 생각하지만 말할 수 없는 것들을 이야기하고, 때로는 콘텐츠로서 한층 자극적이고 과장된 화법을 사용한다. ‘미친 거 아니야?’라는 시청자들의 반응은 비판이 아니라 칭찬이다. ‘불편하면 불편한 사람이 떠나
  • [최나욱의 현대문화 아카이브] 대중문화를 돈으로만 바라보지 말기를

    [최나욱의 현대문화 아카이브] 대중문화를 돈으로만 바라보지 말기를

    건축가의 창작 활동은 언제나 남의 자본에 기대어 있다. 사용자의 의뢰와 목적이 없으면 애초에 성립하지 않는 만큼 건축주의 자본을 상기하는 것이 건축가의 직업윤리다. 그러나 자본에 대한 고려가 ‘싸게 지어 달라’거나 ‘내 돈이니 내 맘대로’ 짓는 건축문화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모든 것이 상품으로 환원되는 자본주의 사회 속 자본과 무척 밀접한 분과는 맞지만 문화예술로서 성취해야 하는 가치 또한 우선순위여서다. 건축가의 직업윤리를 다시 말해 보자면 법규와 자본의 제약 속 자신의 작가성을 만드는 일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하다. 이러한 이해도를 가진 건축주 덕분에 뛰어난 건축가가 양성되고 걸작이 탄생하곤 한다. 이러한 분야에 속해 있다 보니 최근 대중문화계에 닥친 사건이 와닿지 않을 수 없다. 어도어의 대표 민희진이 작업물 표절을 문제 삼는 것과 모회사 하이브가 경영권 침탈 문제를 제기한 일에 대해서다. 자본과 불가분 관계인 분과의 속성상 논의가 단순하지는 않다. 우선 민 대표를 고용한 회사가 그의 리소스를 활용한 것이니 그건 표절이 아니라는 반박, 그리고 어쨌거나 회사원으로서 한 일을 회사가 아닌 개인의 것처럼 주장하는 게 올바르지 않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수천
  • [최나욱의 현대문화 아카이브] 건축계 흐름을 밝히는 건축 전시

    [최나욱의 현대문화 아카이브] 건축계 흐름을 밝히는 건축 전시

    건축 전시는 건축 동향을 파악하기에 적격이다. 짓는 시간을 비롯해 방문 가능한 거리에서 제약이 생기는 건물과 달리 전시는 비교적 자유롭고 빠르게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다. 예컨대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설계한 자하 하디드는 예산과 기술이 부족하던 작업 초창기에 전시를 통해 자신의 조형을 선보였다. 또 그의 스승인 렘 콜하스 역시 전시 기획과 디자인으로 활동을 개시했다. 시간이 지나 건축 큐레토리얼이 더욱 발전한 오늘날에는 전문적인 건축 큐레이터가 등장해 유행하는 건축을 한데 모으거나 건축의 유행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 흐름에 발맞춰 국내에서도 전문적인 건축 전시들이 열린다. 지난 5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는 조경가 정영선의 전시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도 현대 건축의 동향에 부응한다. 언뜻 ‘첫 여성’이자 ‘원로’를 기린다는 전시 홍보 문구가 건축의 시의성과는 무관해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현재 정원은 각국의 건축 문화를 선도하는 건축가들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지나면서 실외에 다시금 주목하고, 프리츠커상을 비롯해 오늘날 건축이 당면 과제로 삼고 있는 환경문제를 포착하는 데 있어 핵심 주제로 꼽
  • [최나욱의 현대문화 아카이브] 사회문제를 주시하는 프리츠커상

    [최나욱의 현대문화 아카이브] 사회문제를 주시하는 프리츠커상

    서울뿐 아니라 모든 대도시는 심각한 주택 부족 문제를 겪는다. 영국 런던도 마찬가지로 세계 곳곳에 집을 사 두는 부유층과 높은 비용을 감수하고 단기간 입주를 계약하는 유학생이나 파견 근무자들로 인해 집값이 매일 같이 상승한다. 도시 중심지는 외국인들로 채워진 지 오래고, 늘어가는 노숙자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지적된다. 피터 바버는 이러한 ‘노숙자 주거’를 잇따라 성공적으로 설계하면서 명성을 얻은 건축가다. 아무래도 현지의 사회문화, 정치와 깊은 연관을 맺는 까닭에 한국에서 그의 이름이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저비용으로 고품질의 연립 주택을 짓는 바버의 작업은 여러모로 참고될 만하다. 이렇듯 각각의 사회에는 그곳의 사회문제와 깊은 연관을 맺는 건축가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삶의 기본 터전이 되는 ‘주거’는 언제나 이 문제의 핵심이 된다. 건축에서 최고 영예를 자랑하는 프리츠커상의 최근 경향도 그렇다. 현재 프리츠커상 심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알레한드로 아라베나는 반쪽짜리 집을 지은 뒤 나머지 반쪽은 주민들이 직접 지으며 자생할 수 있는 사회 조건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며 2016년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는 연달아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의 총감
  • [최나욱의 현대문화 아카이브] 의미를 전달하는 패션쇼의 공간과 장소

    [최나욱의 현대문화 아카이브] 의미를 전달하는 패션쇼의 공간과 장소

    2011년 프라다 런웨이는 바둑판처럼 배치된 좌석들 사이에서 진행됐다. 누가 앞줄에 앉았느니, 뒷자리에 앉았느니 같은 신경전에 싫증 난 건축가 렘 콜하스의 디자인이었다. 프라다는 나일론과 같은 산업재료로 가방을 만들고 값싼 건축재료로 제 미술관을 짓는 브랜드였으니, 자못 어울리는 런웨이라 할 만했다. 럭셔리 브랜드의 수장 미우치아 프라다가 공산주의자였다는 아이러니가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된다. 프랑스 브랜드 자크뮈스의 쇼는 종종 화제가 된다. 농촌 지역에서 태어난 시몽 포르테 자크뮈스는 교외의 밀밭과 소금 광산, 해변과 같은 목가적인 장소를 섭외해 자신의 브랜드 정체성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쇼를 보러 가는 몇 시간의 여정과 중계하는 카메라에 담기지 않는 풍경, 런웨이 이후의 식사 자리 등을 상기한다면 자크뮈스라는 패션 브랜드가 한층 색다르게 다가온다. 이렇듯 패션쇼의 무대 디자인과 장소 선정은 브랜드의 성격을 보여 주는 중요한 요소다. 패션쇼에 대한 관심은 대부분 유명인과 행사의 주인공인 옷에 초점이 맞춰 있기 일쑤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그것이 치러지는 배경에서 발생하는 효과가 굉장하다. 건축하는 입장에서는 캣워크가 이뤄지는 무대는 물론이고 입장하고 퇴장하는
  • [최나욱의 현대문화 아카이브] 지난 시간을 최대한으로 함축하는 건물/작가 겸 건축가

    [최나욱의 현대문화 아카이브] 지난 시간을 최대한으로 함축하는 건물/작가 겸 건축가

    영국 미술관을 다니다 보면 이름 뒤에 ‘RA’라는 칭호가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왕립학자’(Royal Academian)라는 뜻이다. 얼마 전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회고전이 열렸던 영국 왕립미술원(Royal Academy)이 이들의 본부다. 미술관이기에 앞서 1833년 개교한 학교로서 3년제 대학원이자 학회의 기능을 수행한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름 뒤 호칭을 통해 작가의 명성과 영향력을 짐작하곤 한다. 훈장 제도와 마찬가지로 영국 제국주의의 유산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영국이 ‘전통’으로서 간직하고 계승하고자 하는 시대는 18~19세기 빅토리아 시대를 가리켜서다. 과거의 영광을 현대로 가져오는 데서 발생하는 시대착오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일련의 제도는 최대한의 객관성과 명예를 담보하고자 한다. 나이가 어려도 실력이 있다면 훈장을 주거나 회원으로 추대하며, 아브라모비치나 볼프강 틸만스 등 자국인이 아닌 예술가라도 회원으로 섭외해 기관의 영향력을 확보하는 까닭이다. 한때 대한민국예술원이 특정 세대 내 지인으로 얽힌 이익집단이라는 사실이 드러나 비난받을 때 이곳이 반례로 등장하기도 했다. 지난 1월 24일에는 영국 ‘6a 아키텍츠’를 이끄는 두
  • [최나욱의 현대문화 아카이브] 기억의 불확실성을 보여 주는 건물/작가 겸 건축가

    [최나욱의 현대문화 아카이브] 기억의 불확실성을 보여 주는 건물/작가 겸 건축가

    영국 런던은 ‘보존’에 대해 매우 엄격한 도시다. 시내에만 600개 이상의 건물이 1등급 혹은 2등급 건축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건물의 신축이나 개보수를 할 경우 역사적 요소를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건축 허가를 내어 주지 않는다. 과거의 형태와 방식을 그대로 재현하고 싶더라도 당시의 공법과 재료까지 모두 따라할 수는 없는 데다 당시 부족한 기술력 탓에 생긴 문제까지도 고스란히 반복한다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오늘날 젊은 건축가들의 도전을 저해한다는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보존’이라는 개념이 19세기 산업혁명(프랑스에서는 1790년 시민혁명) 이후 ‘현대성’을 고민하는 와중에 생겨난 것이라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그저 과거의 것을 복원하는 일에 머무르기보다는 보존 자체에 관한 창의적 고민이 필요하다. 런던 어퍼 스트리트 168번지에 있는 이 건물은 이와 같은 맥락에서 지어졌다. 본래 건물은 블록 전체를 메운 단일 건물의 일부였으나 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으로 훼손되고 나서 복구될 때까지 빈터로 남았다. 쉬운 방법은 있다. 대칭 형태의 건물이니 반대편 모퉁이의 건물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다. 설계를 맡은 이란계 독일인 건축가 아민 타하와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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