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thumbnail - [기고] 누리호, 다시 우주로

    [기고] 누리호, 다시 우주로

    우리 기술로 만든 독자적인 우주발사체인 누리호가 다시 한번 우주를 향한 여정을 준비하고 있다. 2021년 첫 발사에서 그 가능성을 보여준 누리호는, 이듬해 6월 위성을 목표궤도에 성공적으로 올려놓음으로써 우리나라도 1t 이상의 실용위성을 우주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였음을 증명하였다. 이후 2023년 3차, 지난해 4차 발사까지 연이어 위성을 목표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하여 우리나라는 이제 명실상부한 세계 7대 우주강국으로 우뚝 서게 되었다. 3회의 연속된 발사 성공을 통해 검증된 누리호의 기술과 발사준비 및 운용능력을 바탕으로, 누리호는 우주발사체에 요구되는 또 다른 사항인 상업성을 확보하고자 다시 우주로 향한 여정을 준비하고 있다. 우주발사체의 상업성은 발사체를 원하는 날짜에 발사할 수 있는 적시성과 다양한 목표궤도에 위성을 정확히 올려놓을 수 있는 임무신뢰성의 검증으로 확보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여러 번의 발사로 그 능력을 증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우주발사체로 평가받고 있는 미국 팰컨9의 경우, 발사를 거듭하며 쌓인 성공률과 정시 발사능력, 다양한 임무의 성공능력이 오늘날 세계 상업위성 사업자와 각국 정부
  • thumbnail - [기고] 낙관론자들의 시대를 살아가는 법

    [기고] 낙관론자들의 시대를 살아가는 법

    오랫동안 비관은 공짜였다. 시작했다가 틀리면 돈과 시간을 잃었지만, 시작하지 않아 놓친 것은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았다. 잘못된 낙관에는 청구서가 왔고, 잘못된 비관에는 오지 않았다. 인공지능(AI)은 이 공식을 바꾸고 있다. 틀렸다는 사실을 확인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내려가면서, 시도하지 않는 선택은 오히려 더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됐다. 나는 매일 밤 코드를 짠다. 예전 같으면 무모한 일이었다. 몇 달은 걸린다며 접었을 생각을 이제는 AI 에이전트에게 지시하고 맡긴다. 개발자들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오랜 시간을 들여야 가능했던 일을 이제는 AI 에이전트가 한 두 시간이면 만들어준다. 돌려보고, 안 되면 버리고, 되면 취한다. 내가 15년 만에 개발을 다시 시작한 건 갑자기 용감해져서가 아니다. AI의 도움으로 시작하는 데 용기가 덜 필요해졌을 뿐이다. 머릿속 검열관이 틀렸던 것도 아니다. 근거로 삼았던 세계가 달라진 것이다. 완성은 여전히 어렵다. 빠르고 저렴해진 것은 가능한지 확인하는 일이다. 몇 달짜리 착각이 몇 시간짜리 실험이 된다. 틀리지 않으려고 판단을 미루는 동안 누군가는 열 번 틀리며 다음 시도의 단서를 얻는다. 낙관은 믿음의 크기보다 실험하고
  • thumbnail - [기고]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와 공인탐정 법제화

    [기고]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와 공인탐정 법제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와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형사사법 체계의 변화에 따른 수사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피해자나 고소인이 수사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재판 과정에서 필요한 증거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이에 대비해 수사 인력을 재배치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한정된 경찰 인력만으로 증가하는 수사와 사실조사 수요를 모두 감당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제도 개편과 함께 공공수사의 부담을 덜고 국민의 권리구제를 지원할 보완 장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 대안 가운데 하나가 공인탐정 제도의 법제화다. 우리나라에서는 2020년부터 ‘탐정’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민간조사 활동이 가능해졌지만, 탐정의 업무 범위와 권한·책임, 자격 요건 등을 종합적으로 규율하는 법률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관련 법안이 여러 차례 국회에 제출됐으나 제도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해외에서는 변호사·경찰·민간조사 전문가가 각각 역할을 분담하는 제도가 정착된 국가들이 있다. 우리 역시 변호사는 법률적 조력을, 경찰은 범죄수사와 공공안전을, 민간조사 전문가는 합법적인 범위에서 사실관계 확인과 자료 수집을 담당하는 방향으로
  • thumbnail - [기고] 잠재성장률 반등을 위한 2027년 예산안

    [기고] 잠재성장률 반등을 위한 2027년 예산안

    2027년 예산안이 총수입 880조 8000억원, 총지출 820조 9000억원으로 짜였다. 지출은 한 해 전보다 12.8% 불어난 사상 최대치다. 겉모습만 보면 꽤 공격적인 확장 재정이다. 하지만 이번 예산안의 성격은 지출 증가율 하나로 읽히지 않는다. 급증한 세입, 새로 만든 미래대응기금, 대규모 지출구조조정, 성장잠재력 투자가 한 묶음으로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출발점은 세입이다. 반도체 호황으로 법인세와 소득세가 크게 불면서 국세수입은 584조 4000억원, 전년 본예산 대비 194조 2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 덕에 지출을 93조원 늘리고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GDP의 0.1%로 줄고 국가채무 비율은 48.3% 수준에 머문다. 지출을 늘리면서 건전성까지 개선되는, 흔치 않은 조합이다. 더 주목할 대목은 늘어난 세수를 전부 쓰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는 최근 10년 내국세 증가 추세를 웃도는 162조원을 미래대응기금에 넣기로 했다. 이 중 45조 4000억원만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에 투입하고 나머지는 여유 자금으로 남긴다. 반도체처럼 부침이 심한 산업에서 얻은 세수를 모두 경상지출로 바꾸면 업황이 꺾일 때 재정이 흔들린다. 기
  • thumbnail - [기고] 몽골 초원의 길에서 ‘K 주소’의 길로

    [기고] 몽골 초원의 길에서 ‘K 주소’의 길로

    몽골의 역사는 ‘공간을 읽는 역사’였다. 광활한 초원을 누비며 대륙으로 뻗어 나간 유목민들은 태양과 별을 보고 방향을 가늠했고, 산과 강을 이정표 삼아 이동했다. 몽골 제국이 유라시아 대륙을 제패한 배경에도 이러한 공간 감각과 역참을 비롯한 촘촘한 정보체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수백 년이 흐른 지금, 몽골이 공간을 파악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별과 지형 대신 위성과 좌표를 보고 위치를 주소와 데이터를 통해 기록한다. 국토정보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구축하는 일은 이제 몽골의 행정과 산업, 국민의 삶을 바꾸는 국가 인프라가 되고 있다. 그 변화의 길에 대한민국의 공간정보기술이 함께하고 있다. 몽골은 한반도의 7배에 달하는 넓은 국토를 가진 나라다. 하지만 전체 면적의 0.3%에 불과한 수도(울란바토르)에 인구의 약 50%가 집중돼 있고 전통 가옥인 게르가 밀집한 지역도 광범위하다. 유목 생활의 영향으로 정확한 주소가 없는 곳이 많았고 주소체계가 달라 행정서비스의 사각지대가 컸다. 주소가 없으니 아이가 태어나도 행정등록이 늦어지고 구급차나 소방차가 출동해도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몽골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유럽식 주소체계와 영국식
  • thumbnail - [기고] 신규 투자 따른 인력 재배치도 구조조정인가

    [기고] 신규 투자 따른 인력 재배치도 구조조정인가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신규 투자에 수반되는 인력 재배치가 노사 간 교섭과 쟁의 대상인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고용노동부 시행지침은 공장 신설과 이전 결정 자체는 의무적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인력운영계획이 구체화돼 근로조건의 변동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이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문제는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의 개념이 모호해, 신규 투자를 위한 통상적 인력배치까지 구조조정으로 확대 해석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일자리를 줄이기 위한 배치전환과 새 설비를 돌리기 위한 배치전환은 성격이 다르다. 법의 취지는 사업 축소나 정리해고처럼 고용 불안을 초래하는 국면에서 근로자의 교섭 기회를 보장하려는 데 있다. 이를 신규 설비 가동과 고용 확대를 위한 인력배치에까지 확장 적용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물론 새로운 공장으로 인력을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근로자 개인의 생활상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부담을 덜어주는 문제는 개개인의 사정에 맞춰 풀어 갈 사안이다. 하지만, 이를 교섭 대상으로 삼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이번 지침은 투자 결정 자체는 경영판단의 영역으로 보고 의무적
  • thumbnail - [기고] ‘기술공화국’과 한국이라는 대답

    [기고] ‘기술공화국’과 한국이라는 대답

    나에게는 두 곳의 강의실에 대한 기억이 있다. 한 곳은 미국 스탠퍼드대다. 박사과정 재학 중 학생들에게 고전인문학을 가르쳤다. 진로 이야기가 나오면 대답은 세 갈래로 좁혀졌다. 창업과 빅테크, 금융. 이따금 로스쿨. ‘국가를 위해 일하고 싶다’는 학생을 만난 기억은 없다. 그 말은 그 세계의 어휘에 없었다. 다른 강의실은 청주에 있다. 공군사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것으로 군 복무를 대신했는데, 제복 입은 스무 살 청년들과 ‘나라를 지킬 수호자를 어떻게 길러낼 것인가’라는, 플라톤의 ‘국가’에 나오는 질문을 함께 읽었다. 그들에게 ‘너의 재능은 무엇을 위해 있는가’는 토론 주제가 아니었다. 전제였다. 두 강의실의 젊은이들은 놀랄 만큼 닮아 있었다. 비슷한 또래, 비슷한 총명함. 다른 것은 하나였다. 자기 재능의 용도에 대한 상상의 지도. 한쪽에는 ‘국가’라는 지명이 아예 없었고, 다른 쪽에는 그것이 한복판에 있었다. 사회는 젊은이들에게 재능의 쓸모를 어떻게 가르치는가. 이 글은 그 질문을 던지고 있는 팔란티어 창업자 알렉스 카프의 이야기다. 명상과 태극권을 즐기는 이 곱슬머리 CEO는 독일 괴테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실리콘밸리의 철학자’다. 그는 저서
  • thumbnail - [기고] 고정OT제와 포괄임금제는 엄연히 다르다

    [기고] 고정OT제와 포괄임금제는 엄연히 다르다

    최근 국회와 노동계에서 포괄임금제 폐지 논의가 가속화되고 있다. 실제로 밤늦게까지 또는 주말도 반납하고 일했는데 급여명세서에는 흔적이 남지 않는 이른바 ‘공짜노동’이 규제돼야 한다는 문제의식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이 논의 과정에서 포괄임금제와 본질이 다른 ‘고정OT제’까지 한 묶음으로 취급돼 폐지 대상에 오르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두 제도는 겉모습이 비슷해 혼동하기 쉽다. 매달 일정액의 수당을 급여에 포함해 지급한다는 점은 같다. 그러나 결정적 차이가 있다. 오남용되는 포괄임금제는 기본임금을 미리 정하지 않은 채 법정수당까지 포함된 금액을 월 급여액으로 정하거나 기본임금을 미리 정하면서도 일정액을 연장근로수당으로 정하여 실제 연장근로시간 수와 관계없이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즉, 추가 정산이 없다. 반면 고정OT제는 매월 일정 시간의 연장근로를 미리 정해 그에 해당하는 수당을 기본임금에 추가하여 고정적으로 지급하되, 실제 연장근로시간이 그 고정 시간을 초과하면 초과분을 별도로 정산해 추가 지급하는 구조다. 문제의 본질은 ‘정산 없는’ 포괄임금제의 오남용에 있는 것이지, ‘정산을 전제로 한’ 고정OT제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구별은 대법원 판례의
  • thumbnail - [기고] 대법원은 대법원장의 법원이 아니다

    [기고] 대법원은 대법원장의 법원이 아니다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과 국회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헌법은 대통령에게 대법원 구성에 관한 실질적 임명권을 부여하면서 제청과 동의를 그 통제장치로 뒀다.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후보자의 범위를 구속한다. 국회의 동의권도 후보자의 적격성을 국민 대표기관이 심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청권이나 동의권을 가진 기관이 곧 임명권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대법원장이 제청한 인물을 대통령이 반드시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렇게 해석하면 대통령 임명권은 사실상 소멸하고 대법원장이 대법관을 최종 결정하게 된다. 우리 헌정사는 그와 다른 해석의 단서를 제공한다. 제3공화국 헌법은 대법원장이 법관추천회의의 동의를 얻어 대법원 판사를 제청하면 대통령이 “이를 임명하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당시 대통령의 임명권은 명백한 기속적 권한이었다. 당시 임명의무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대법원장 등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가 다수 참여한 법관추천회의(9인)의 구성과도 관련된다. 대통령의 의사와 사법부의 전문적 판단이 후보자 형성 단계에서 조정됐기 때문에 일단 법관추천회의의 동의를 거친 제청이 이루어지면 대통령에게 임명의무를 부과할 수 있었던 것이
  • thumbnail - [기고] 바이오헬스, 미래 이끌 국가전략산업

    [기고] 바이오헬스, 미래 이끌 국가전략산업

    바이오헬스는 병원과 같은 치료 중심의 의료체계, 제약, 의료기기 산업 등 전통 산업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보다 더 넓게 인공지능, 데이터, 정보통신기술(ICT) 등을 기반으로 예방, 치료, 관리 등 전 과정에 있어 제약, 백신, 세포·유전자치료제, 재생 및 정밀 의료, 의료기기 등 첨단 과학·바이오 기술이 집약된 융합 산업이다. 바이오헬스는 미래 먹거리다.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등 우리의 주력 산업에 버금가는 미래 성장 동력이다. 보건복지부는 바이오헬스 시장이 2030년 반도체 시장을 넘는 2조 4100억 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오헬스의 발전은 인구구조의 변화와도 관련 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만성질환과 퇴행성 질환에 대한 예방과 치료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오래 사는 것을 넘어 건강하게 오래 사는 건강수명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 같은 환경 변화와 함께 의료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끄는 것이 인공지능, 데이터, 정보통신기술(ICT) 등을 기반으로 하는 바이오헬스 영역인 것이다. 바이오헬스 산업은 국가 보건의 파수꾼 역할도 한다. 지난 시기 코로나를 겪으면서 우리는 백신, 치료제, 진단키트 등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꼈다. 당시
  • thumbnail - [기고] 곪으면 터진다, 참정권도 예외는 아니었다

    [기고] 곪으면 터진다, 참정권도 예외는 아니었다

    2023년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이 불거지자, 감사원은 선거관리위원회의 채용 실태를 감찰하려 했다. 그러나 2025년 2월 27일 헌법재판소는 이를 전원일치로 위헌이라 결정했다. “대통령 소속기관인 감사원이 선관위에 대하여 직무감찰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선거관리의 공정성과 중립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훼손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3·15 부정선거를 막기 위해 선거관리를 정부로부터 떼어낸 헌법 정신을 지키려면, 행정부 소속 기관이 그 독립성을 들여다보는 일 자체를 경계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다만 헌재는 이 배제가 “부패행위에 대한 성역의 인정으로 호도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 국정조사와 국정감사, 수사기관의 통제, 헌법상 탄핵심판제도가 외부 통제 수단으로 남아 있으며, 그 빈자리는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선관위 자체 감찰기구로 채워지리라는 것이 헌재의 전제였다. 감사원 감사를 되살릴 개헌이든 법 개정이든 빈자리를 다른 무엇으로 메울 것이든 앞으로도 다퉈질 문제이지만, 이 전제만은 분명했다. 선관위 스스로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감찰 체계를 마련하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전제는 어느 것도 지켜지지 않았다.
  • thumbnail - [기고] 기업결합 심사, 우리도 고민할 때

    [기고] 기업결합 심사, 우리도 고민할 때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기업결합 심사 가이드라인의 전면 개정 작업을 추진 중이다. 2004년 수평, 2008년 비수평 기업결합 가이드라인을 하나로 통합한 개정안 초안을 지난 4월 공개했고, 4분기 최종 확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첫 번째 주목할 만한 변화는 가이드라인의 현대화 작업이다. 약 20년간 변화한 경제적 환경과 그간 축적된 실무적, 학술적 지식이 반영되었다. 급성장한 디지털·플랫폼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기 위한 규정과 투자·연구개발(R&D) 등을 통해 미래 시장상황에 미치는 동태적 효과를 면밀히 검토하기 위한 규정이 추가되었다. 기업결합이 현재 가격이나 산출량에 미치는 직접효과는 대부분 소비자에게 부정적이지만, 동태적 효과 측면에서는 기업결합이 R&D 유인을 높여 소비자 편익 증대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다양한 효율성 증진 가능성에 대한 검토가 중요해지는데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효율성 인정 방식을 편익이론으로 격상하고 경쟁제한 효과와 병렬적으로 살피도록 했다. 좀더 눈여겨볼 만한 변화는 EU가 가이드라인에 경쟁정책 외적인 정책목표까지 담고자 했다는 것이다. 예컨대 공급망 안보, 환경보호 등 공익적 가치가 실현되면 이를 기업결합의 편
  • thumbnail - [기고] K 소비재, 수출 4강 향한 새 성장동력으로

    [기고] K 소비재, 수출 4강 향한 새 성장동력으로

    1963년 10원짜리 최초의 라면이 출시됐다. 63년이 지난 지금, 라면은 연간 수출 10억 달러를 눈 앞에 둔 대표 K 푸드로 성장했다. 라면이 걸어온 길은 K 소비재 전체가 세계에서 거두고 있는 기록들의 축소판이다. ‘검은 반도체’라는 별명을 얻은 김도 지난해 해외에서 10억 달러가 팔려나가며 최고 기록을 세웠고, 중소 브랜드의 마스크팩과 기초 화장품은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대한민국에 ‘세계 2위 화장품 수출국’의 영예를 안겼다. 개별 단가 몇 천원에 불과한 라면 한 봉지, 김 한 묶음, 마스크팩 한 장들이 모여 세계 1, 2위를 넘나드는 숫자와 흐름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K 소비재는 수출 다변화의 핵심이다. 한 시장이 막혀도 다른 시장을 찾고 판로를 넓힐 수 있는 까닭에, 보호무역의 벽을 파고들며 세계 무대에서 도약하고 있다. 여기에 K팝·드라마·영화가 만든 호감이 더해지며 화장품은 뷰티 문화로, 식품은 한국 생활 경험으로 확장됐다. 이 흐름을 파도로 이어가려면 세 개의 벽을 뚫어줘야 한다. 인증, 물류, 유통이다. 핵심 소비재 수출 주체 70% 이상이 중소중견기업으로, 개별 기업이 넘기 어려운 부분은 정부와 유관기관이 지원해야 한다. 코트라는 올
  • thumbnail - [기고] 유전자·세포치료, 첨단바이오의 씨앗

    [기고] 유전자·세포치료, 첨단바이오의 씨앗

    고령화와 함께 희귀·난치질환에 대한 사회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유전적 결함, 면역체계 이상 등으로 발생하는 희귀·난치질환의 경우 기존 치료로는 증상 완화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질병의 근본 원인을 교정하고 손상된 기능을 회복하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된 핵심기술이 유전자·세포치료로 유전적 결함을 직접 교정하거나 생체 기능을 정밀하게 조절해 기존 치료법의 한계를 극복할 가능성이 큰 첨단기술이다. 개발부터 제조, 품질관리, 안전성 평가, 임상 적용까지 기존 의약품과 다른 체계를 요구하며 패러다임 자체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한국이 경쟁력을 확보할 기회가 열려 있는 신생 첨단산업 분야다. 세계적으로 유전자·세포치료에 대한 연구개발과 투자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연구자와 기업들이 적극 도전하며 경쟁력 있는 원천기술을 축적하고 있다. 올해 3월 첨단재생바이오법이 개정되면서 표준화와 대량생산 가능성이 큰 인체 내 유전자치료의 연구·임상 적용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 그러나 상용화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생명공학, 화학공학, 시스템공학, 의과학 등 다양한 융합연구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후보물질 개발, 치료제
  • thumbnail - [기고] 국군사관학교, 미래전의 시작이다

    [기고] 국군사관학교, 미래전의 시작이다

    첨단기술이 전장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최근 사례에서 보듯 인공지능(AI)과 드론 등 첨단기술이 전장의 신기원을 이끌고 있다. 이제 육·해·공 군종 경계는 구시대의 유산이다. 공간을 초월한 ‘합동 전영역 통합작전’이 뉴노멀이 된 시대의 변곡점에서, 미래전의 승리는 낡은 칸막이를 허물고 체질 개선에 나서는 군대에게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우리 국방 교육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 수년 전 합동군사대학교 총장 재직 당시를 돌이켜 보면 중·소령급인 합동과정 입교 인원들은 10년 이상 각 군 교육과 문화에 익숙해진 상태였다. 합동교육 책임자로서 ‘각 군을 넘어선 가치’ 구현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높은 수준의 합동성을 갖추게 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지금도 국군이 아닌 자군·타군으로 지칭하는 언어적 경계가 여전하다. 전력발전 과정에서도 자군중심주의적 이익 추구가 목표를 흐리게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인구절벽이라는 구조적 위기는 또 다른 도전 요인이다. 2040년 학령인구는 지금보다 약 45% 감소한 26만명 선으로 무너진다. 민간 대학들도 생살을 깎는 구조조정에 분주하다. 사관학교라고 예외일 수 없다. 지금은 2900여명 생도 양성에 3000명이
  • thumbnail - [기고] 건강보험 개편, ‘공정’을 먼저 세워야

    [기고] 건강보험 개편, ‘공정’을 먼저 세워야

    저출생과 고령화, 의료 이용의 가파른 증가 속에서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걱정은 하나다.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 돌아오는 것 아닌가” 재정이 어려워지면 보험료율 인상은 불가피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다만 얼마나 올릴 것인가를 묻기 전에 지금의 부담이 과연 공정하게 나뉘어 있는가부터 물어야 한다. 모든 가입자의 부담을 일률적으로 늘리기 전에 현행 부과 기준에 누락과 불균형은 없는지 먼저 점검해야 한다. 부담의 형평성은 사회적 자원을 배분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잣대다. 같은 부담 능력에는 같은 책임을, 더 큰 부담 능력에는 그에 맞는 역할을 요구하는 것이 공정한 사회의 원칙이다. 국민의 공동 부담으로 운영되는 건강보험 역시 이 원칙을 외면할 수 없다. 그동안 부과체계는 여러 차례 개선되어 왔지만 실제 소득과 보험료 부담 사이 간극은 여전하다. 소득이 있음에도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달라진 경제활동을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영역이 있기 때문이다. 근로 형태와 소득 원천이 다양해진 오늘, 가입 유형이나 소득의 종류가 아니라 실제 부담 능력이 보험료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 부
  • thumbnail - [기고] ‘역대 최대’ 기준중위소득 인상… 기본 삶 두텁게

    [기고] ‘역대 최대’ 기준중위소득 인상… 기본 삶 두텁게

    주변 사람들의 형편은 점점 나아지는 것 같은데, 정작 자신의 살림은 갈수록 빠듯해진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소득은 좀처럼 늘지 않지만 식비와 공공요금 등 생활비 부담은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빈곤과 소득격차를 보여주는 지표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단순한 우려를 넘어 국민이 일상에서 겪는 구체적인 어려움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처분가능소득을 기준으로 한 상대 빈곤율은 2023년 14.9%에서 2024년 15.3%로 증가하였다.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의 격차를 보여주는 소득 5분위배율도 같은 기간 5.72배에서 5.78배로 커졌다. 저소득층의 삶은 더욱 어려워지고, 소득계층 간 격차도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가장 어려운 분들을 보호하는 사회안전망의 역할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이러한 국민의 생활 여건을 무겁게 살펴 2027년도 기준 중위소득을 6.70%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2015년 맞춤형 급여체계가 도입된 이후 가장 높은 인상률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저소득층의 기본생활을 보다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는 의지를 이번 결정에 담았다. 기준 중위소득 인상 결정이 단순히 ‘역대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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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부동산 세제, 누구를 얼마나 보호할 것인가

    정부가 부동산 세제 합리화를 목표로 개편안을 발표했다. 강조하는 점은 두 가지다. 보호의 대상을 1주택자가 아니라 실거주자에 두겠다는 것과 실거주자라도 과도한 혜택은 줄여 과세 형평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누구를 얼마나 보호할 것인가를 함께 손본다는 뜻으로 타당한 방향이며 그간 부동산 세제가 견지한 원칙과도 일맥상통한다. 현행 제도는 이런 원칙을 온전히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하나는 1주택자 과세에서 실거주자와 비거주자를 거의 동일시한다는 것이다. 거주할 의사가 전혀 없더라도 1주택자이기만 하면 상당한 세제 혜택을 받는다. 이는 거주자를 보호하는 데 세제를 지원한다는 취지에 어긋난다. 다른 하나는 그 혜택을 한도 없이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양도소득세는 양도차익이, 종합부동산세는 주택 가액이 클수록 세제 혜택이 커지는데 상한이 없어 역진적인 구조가 된다. 얼마 전 임광현 국세청장은 2024년 주택 한 채를 양도하면서 장기보유특별공제로 200억원 넘게 공제받은 사례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런 구조가 부동산 시장에 심각한 부작용을 낳았다. 거주 여부와 관계없는 세제 혜택이 없었다면 1주택자는 대부분 실거주자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일률적 혜택이 거주와 보유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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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한반도 평화공존 만들기는 계속된다

    통일부는 2026년을 한반도 평화공존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정부 출범 이후 1년을 쉼 없이 달려왔다. 그 결실은 ‘한반도 평화공존’의 7대 변화를 만들어 낸 것이다. 남북대화·교류 등 통일부 본연의 기능을 정상화했고, 접경지역에서부터 일상의 평화를 회복했으며, 적대와 대결에서 평화공존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또한 선(先) 비핵화에서 선 평화로 전환했고, 북한 자료 공개와 관련해 ‘신뢰와 개방’으로 제도개선을 이뤄 냈다. ‘평화 중심 참여형’으로 평화통일교육의 패러다임도 바꿨다. 마지막으로 북향민에 대한 인식을 ‘보호·관리 대상’에서 ‘성장·자립 주체’로 전환하는 성과를 거뒀다. 무엇보다 불과 1년여 전 접경지역 주민들을 괴롭혔던 대남방송 괴음과 국민을 불안하게 했던 오물·쓰레기 풍선이 사라지며 일상의 평화를 회복한 데 대해 안도감을 느낀다. 하지만 국제정세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고 남북 간 경색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통일부는 남북관계의 석 자 얼음을 녹이기 위한 ‘한반도 평화공존 발전구상’을 지난 5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제시했다. 한반도 평화공존 발전구상은 첫째로 상호 존중과 호혜 협력을 만들어 가고, 둘째로 평화적으로 갈등을 해결하
  • thumbnail - [기고] 한국판 코첼라, ‘패노메논’의 성공 조건

    [기고] 한국판 코첼라, ‘패노메논’의 성공 조건

    최근 방탄소년단(BTS)이 미국의 그래미상에 지원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통령 직속 대중문화교류위원회는 2027년 12월 ‘패노메논(Fanomenon) 페스티벌’을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내년에는 서울아레나와 일산 킨텍스 공간을 이용하고 2028년 5월부터는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시작으로 세계 대도시에서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K컬처 센터를 건립한다는 내용이다. BTS의 그래미 미출품 결정은 세계적 아티스트가 더이상 그래미의 권위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필요가 없다고 선언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는 그래미가 상징해 온 북미 중심 대중음악 질서에 대한 동의를 거둬들인 것이자 세계 대중음악의 문화적 헤게모니에 균열이 시작됐음을 보여 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등장한 패노메논 기획은 긍정적으로 보면 K팝을 중심으로 새로운 글로벌 문화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K팝 스타뿐 아니라 롤라팔루자나 코첼라처럼 세계적인 팝 아티스트들을 한자리에 모을 뿐 아니라 공연과 K뷰티·K컬처 체험, 관광을 연계해 경제적 파급효과를 창출하겠다는 기획이 따라오니, 아무리 팬덤 데이터를 활용한다고 해도 국내에서 개최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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