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2014] 통한의 한 골…최고 골키퍼 부폰도 ‘슬픈 작별’

[월드컵2014] 통한의 한 골…최고 골키퍼 부폰도 ‘슬픈 작별’

입력 2014-06-25 00:00
수정 2014-06-25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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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함대의 수문장 이케르 카시야스(레알 마드리드)에 이어 한 시대를 풍미한 또 한 명의 최고 골키퍼가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아쉬운 마지막을 맞이했다.

이탈리아 빗장수비의 마지막 보루 잔루이지 부폰(36·유벤투스)이다.

부폰은 25일(한국시간) 브라질 나타우의 두나스 경기장에서 열린 우루과이와의 D조 3차전에서 이탈리아가 0-1로 져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면서 16강을 밟지 못한 채 이번 대회를 마쳤다.

동물적인 반사신경과 위치 선정, 때로는 과감히 달려나와 ‘마지막 수비수’ 역할까지 해내는 판단력까지 골키퍼가 갖춰야 할 재능을 두루 갖춘 그는 카시야스와 함께 오랫동안 세계 최고의 골키퍼로 군림해 왔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팀의 우승과 함께 야신상을 손에 넣기도 했다.

그러나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의 최고 골키퍼인 카시야스가 스페인의 몰락과 함께 일찌감치 귀국한 데 이어 부폰마저도 토너먼트에 오르지 못한 채 짐을 싸게 됐다.

카시야스가 여러 차례 실수를 저질러 명성에 흠집을 남겼다면 부폰은 아직 녹슬지 않은 기량을 증명했기에 아쉬움이 더 크게 남는다.

레드카드로 한 명의 선수가 퇴장당해 이탈리아가 수세에 몰린 이날 경기에서 부폰은 가장 눈부신 활약을 했다.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우루과이가 루이스 수아레스(리버풀)를 앞세워 예리한 창끝을 겨눴지만, 빗장수비의 최후 보루인 부폰의 벽까지 쉽사리 뚫지는 못했다.

전반 33분 수아레스와 니콜라스 로데이로(보타포고)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2대1 패스로 이탈리아 수비를 제쳤지만 부폰이 두 차례 신기의 선방을 보였다.

왼쪽으로 돌파해 들어온 수아레스의 앞에서 각도를 완벽히 좁혀 슛을 막아냈고, 이어 튀어나온 볼에 쇄도한 로데이로가 논스톱으로 왼발 발리슛을 시도했으나 이 역시 어느새 앞을 막아선 부폰의 오른손에 결렸다.

후반 21분에는 혼전의 와중에 흘러나온 공을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수아레스가 따내는 절체절명의 위기가 닥쳤다.

수비를 따돌리고 반 박자 빠르게 찬 수아레스의 슈팅은 완벽해 보였지만 마치 자석이 붙은 듯 공의 진로 앞으로 뻗은 오른손은 더 완벽하게 골을 저지했다.

그러나 단 한 번이었다.

이탈리아 수비수를 물어뜯은 수아레스의 상식 밖의 행동으로 그라운드가 어수선하던 사이에 올라온 코너킥이 우루과이 디에고 고딘(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머리에 맞고 골대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번에도 부폰은 포기하지 않고 몸을 날렸지만 공은 막을 수 없는 곳을 향하고 있었다.

이 한 번의 슈팅을 막지 못해 이탈리아는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경기를 지켜본 팬들은 이날 경기의 최우수선수인 ‘맨 오브 더 매치’로 부폰을 선정했지만 아쉬움을 달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여전히 최고급의 기량을 선보였지만 4년 뒤면 불혹이 되는 부폰은 이번이 마지막 월드컵일 가능성이 크다.

한 시대를 풍미한 거인의, 너무도 아쉬운 퇴장이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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