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56년 만에 ‘무승’으로 월드컵 마감
11명 중 9명을 바꿔도 ‘축구 종가’의 위기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D조 3차전이 열린 25일(한국시간)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의 미네이랑 경기장.
’돌풍의 주인공’ 코스타리카와 맞선 잉글랜드가 내세운 선발진은 지난 2경기와는 확연히 달랐다.
2연패로 일찌감치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되면서 로이 호지슨 감독은 되도록 많은 선수에게 기회를 주고 팀의 변화를 꾀하며 우루과이와의 2차전에 나섰던 베스트 11에서 무려 9명을 교체하는 파격적인 라인업을 선보였다.
주전 골키퍼 조 하트(맨체스터시티)부터 간판 공격수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주장 스티븐 제라드(리버풀)가 모두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올해 19세인 수비수 루크 쇼(사우샘프턴), 21세인 로스 바클리(에버턴) 등 새로운 얼굴이 대거 등장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경기정보에 따르면 이날 잉글랜드 선발진의 평균 나이는 25세300일로, 잉글랜드가 월드컵에서 내세운 선발진 가운데 역대 2번째로 어렸다.
이보다 어린 베스트 11은 2002 한·일 월드컵 조별리그 스웨덴과의 경기에 나왔는데 당시 평균 나이는 25세 208일이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한 이 선발진은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5백을 앞세워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추구한 코스타리카의 탄탄한 수비벽을 뚫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호지슨 감독은 결국 후반 들어 ‘믿는 구석’을 다시 찾으며 또 한 번의 변화를 시도했다.
후반 17분 애덤 럴라나 대신 라힘 스털링을 투입한 것을 시작으로 후반 28분에는 제라드(이상 리버풀), 후반 31분에는 루니가 잇달아 그라운드를 밟았다.
특히 중원에서는 그간 각자 소속팀에서 최고의 기량을 보여줬으나 대표팀에서는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던 제라드와 프랭크 램퍼드(첼시)의 조합이 가동되기도 했다.
4년 뒤면 제라드는 38세, 램퍼드는 40세로 이날 경기는 사실상 두 선수의 마지막 월드컵 경기였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 힘을 짜내듯 꺼내 든 카드들도 무위에 그치면서 잉글랜드의 브라질 월드컵은 1무2패(승점 1)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막을 내렸다. 명예회복의 꿈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잉글랜드가 월드컵에서 단 한 번의 승리도 거두지 못한 채 물러난 것은 역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던 1958년 스웨덴 대회가 마지막이었다.
경기를 모두 마치고 관중석으로 박수를 보내는 램퍼드와 루니의 표정에는 씁쓸함만이 가득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