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 金 놓쳤지만 銀 더 빛났다

[런던올림픽] 金 놓쳤지만 銀 더 빛났다

입력 2012-07-30 00:00
수정 2012-07-30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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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실격번복 딛고 값진 은메달… 마음고생 힘들었지만 후회는 없어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으로 들어온 박태환(23·SK텔레콤)은 처음에 취재진을 보고 웃었다. 울음을 감추려는, 한숨이 섞인 울음이었다. 질문에 대답하면서 눈이 벌게지더니 5분쯤 지나자 기어이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이마를 부여잡고 눈물을 참아 보려고 애쓰던 박태환은 결국 “인터뷰 내일 하면 안 돼요? 죄송해요.”라며 황급히 짐을 챙겨 들었다.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경기가 열린 28일(현지시간). 박태환의 인생에서 가장 기나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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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접고 내일로
눈물접고 내일로 박태환이 28일 영국 런던 올림픽파크 아쿠아틱스센터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결선에서 은메달에 그친 뒤 시상대에서 허탈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며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인터뷰 내일하면 안돼요” 눈물

이날 오전 올림픽파크의 아쿠아틱센터에 모습을 드러낼 때만 해도 박태환의 표정은 밝았다. 예선 3조 4번 레인에 선 박태환은 3분46초68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다. 그런데 전광판에 보이는 것은 실격을 알리는 ‘DSQ’란 글자였다. 멍해진 박태환은 자리를 떴다. 실격 이유에 대한 취재진의 물음에 “내용을 정확히 몰라서….”라고만 답했다.

대한체육회와 마이클 볼 코치를 비롯한 SK텔레콤 전담팀 관계자들이 상황 파악을 하고 이의 제기를 하느라 바쁘게 뛰어다니는 동안 박태환은 숙소에 앉아 있었다. “계속 기다렸다. 시합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어서 답답했다.”고 박태환은 상황을 전하면서 가슴을 쳤다. 전담팀 관계자는 숙소로 전화를 걸어 “내일(자유형 200m)을 준비하자. 그래도 아직 모르니 포기하진 말자.”고 했다. 옛 스승인 노민상 SBS해설위원은 “전화를 해보니 숙소에서 울고 있다더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오후 4시 국제수영연맹(FINA)이 한국 측의 이의를 받아들여 판정을 번복했다. 극적으로 결선 진출이 가능해졌다. 소식을 들은 박태환의 표정은 담담했다. 서둘러 몸을 풀었다. 결선까지 채 5시간도 남지 않은 상황. 그러나 예민한 박태환에게 실격 소동의 아픔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쑨양에 뒤져 올림픽 2연패 좌절

오후 7시 51분. 다시 아쿠아틱센터에 선 박태환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몸을 풀고 물 앞에 섰다. 6번 레인을 배정받았다. 4번에는 쑨양(21·중국)이 있었다. 마음을 다잡고 힘차게 스타트를 했다. 250m 지점까지 앞서며 올림픽 2연패의 꿈을 부풀렸던 박태환은 쑨양의 무서운 뒷심에 밀려 두 번째로 터치패드를 찍고 말았다. 박태환은 경기 뒤 “지금 내겐 은메달도 값지다. 마음먹은 만큼 (기록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후회는 없다.”며 “내 수영 인생에서 2009년에 가장 밑으로 내려갔는데, 그런 상황이 오늘 하루 다 이뤄진 것 같다. 그게 좀 힘들다.”고 했다.

런던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2012-07-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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