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서 1080도 비트는 ‘양1’의 정체는?

공중서 1080도 비트는 ‘양1’의 정체는?

입력 2012-08-07 00:00
수정 2012-08-0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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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금메달을 따고 코믹한 세리머니를 할 거예요.” 올해 초 인터뷰를 할 때 양학선(20·한국체대)은 해맑은 표정으로 약속했다. 긴장되고 부담스럽기보다는 첫 올림픽이 설레고 들뜨기만 한 ‘철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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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체조가 올림픽에 참가한 지 52년 만에 처음으로 금메달을 딴 양학선이 6일 런던 노스그리니치 아레나에서 열린 체조 남자 도마 결선을 마친 뒤 태극기를 들고 선 채 기뻐하고 있다. 런던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한국 체조가 올림픽에 참가한 지 52년 만에 처음으로 금메달을 딴 양학선이 6일 런던 노스그리니치 아레나에서 열린 체조 남자 도마 결선을 마친 뒤 태극기를 들고 선 채 기뻐하고 있다.
런던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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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던 기술 ‘양학선’(YANG Hak Seon·난도 7.4)으로 지난해 도쿄세계선수권대회 도마 챔피언을 꿰찬 당돌한 청년은 올림픽 무대마저 거침없이 접수했다. 6일 런던의 노스그리니치 아레나에서 1, 2차 시도 평균 16.533점으로 한국 기계체조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예선에서 1위를 꿰찼던 데니스 아블랴진(러시아·16.399점)을 가볍게 따돌렸다.

하지만 예고했던 ‘웃긴 뒤풀이’ 대신 그저 슈퍼맨 망토처럼 태극기를 어깨에 걸친 채 쉼없이 사진을 찍었다. 경기장을 가득 채운 2만명의 관중은 ‘새 챔피언’의 탄생에 뜨거운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어릴 적 여의치 않은 형편에도 효성이 지극했던 양학선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전북 고창에 있는) 아버지집을 잘 지어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여유 있는 ‘1등’이었다. 8명의 도마 결선진출자 중 가장 마지막에 연기를 펼쳐 더 그랬다. 사실 양학선은 런던에 올 때 세 가지 기술을 준비해 왔다. 자신이 개발한 ‘양학선’과 1996애틀랜타올림픽 도마 은메달리스트 여홍철의 기술 ‘여2’(난도 7.0), 그리고 ‘스카라 트리플’(난도 7.0)이다. 예선에선 ‘양학선’을 뺀 나머지 두 개만 시도했다. 비장의 무기는 결승을 위해 남겨 뒀다.

양학선은 스스로 “두 발 착지 실수를 해도 다른 선수를 모두 이길 수 있는 기술”을 1차 시기부터 꺼내 들었다. 거침없는 질주로 구름판을 밟은 뒤 공중에서 세 바퀴, 무려 1080도를 비틀어 돌아내렸다. 현존하는 기술 중 가장 어렵고 점수가 높은 기술. 이날 난도 7.4를 시도한 건 양학선이 유일했다. 착지 과정이 살짝 흔들렸지만 16.466점을 찍으며 기선을 제압했다. 2차 시기에서는 스카라 트리플로 안정감을 더했다. 16.600점. 양학선은 채점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우승을 예감한 듯 조성동 총감독과 껴안고 태극기를 흔들며 금메달 뒤풀이를 시작했다. 결국 이변 없이 시상대 맨 위에 섰다.

사실 그의 쾌거는 하늘의 도움도 적지 않았다. 그가 워낙 뛰어난 기량을 갖춘 게 사실이지만 그에 필적하는 맞수가 올림픽에 출전했다면 금메달은 또다시 오리무중에 빠질 뻔했다. 최대 경쟁자로 평가받는 토마 부엘(25·프랑스)과 북한의 리세광(27)이 나오지 않은 것이 그의 금메달을 도왔다. 두 선수 모두 기술난도와 도약 높이에서 양학선을 위협할 선수들이었으나 부상과 규정 위반으로 런던에 오지 못하면서 양학선의 어깨도 한결 가벼워졌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이자 2010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인 부엘은 지난해 12월 평행봉 연습 중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지면서 왼쪽 무릎 인대를 다쳤다.

양학선은 일찌감치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두 살 위 형을 따라 우연히 체조를 시작했고, 천부적인 소질을 보였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전국소년체전에서 이단평행봉 동메달을 따더니, 이듬해 링 금메달을 걸었다. 전 종목을 골고루 재미있어했고 다 잘했다.

작은 키(160㎝·51㎏) 때문에 놀림도 많이 받았다. “친구들이 ‘애기야, 너 언제 클래’하면서 놀렸다. 체조 하면 키가 쑥쑥 클 줄 알았는데…”라고 아쉬워하지만 어느덧 세계 체조계의 1인자가 됐다. 양학선의 꿈은 ‘올림픽에 세 번 나가는 것’이다. 20살 청년의 꿈은 이제 시작이다.

런던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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