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제도 ‘신궁 코리아’ 못 막았다

세트제도 ‘신궁 코리아’ 못 막았다

입력 2012-08-04 00:00
수정 2012-08-04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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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초마다 표적 바꾸는 훈련 등 룰 변화에도 꿋꿋하게 맹연습

‘한여름 밤의 납량특집’ 같았다. 느긋하게 금메달을 확신(?)하던 과거의 올림픽과 달랐다. 마음 졸이며, 손에 땀을 쥐며 리모콘을 잡았다. 올림픽 양궁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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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휘날리며
태극기 휘날리며 오진혁(오른쪽)이 4일 런던올림픽 남자 양궁 개인전 결승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확정 지은 뒤 오선택 감독과 함께 태극기를 들고 관중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국제양궁연맹(FITA)은 2010년 4월부터 국제대회에 세트제를 도입했다. 12발을 쏴 점수 합산으로 승부를 가리던 기존 방식(누적점수제)과 달리 이번 런던에서는 3발씩 세트로 쪼개 경기를 치렀다. 각 세트에서 이기면 2점, 비기면 1점을 얻는 방식. 5세트까지 먼저 6점을 따는 선수의 승리. 그때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하면 단 한 발로 승자를 결정하는 슛오프에 들어갔다.

언제든지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데다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도 당연히 높아진다. 화살 한 발에 승부가 요동치기 때문에 박진감은 생겼지만 오랫동안 정상을 지켜온 우리 한국에는 당연히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처음 세트제가 도입됐을 때 ‘한국 죽이기’라는 얘기가 나왔던 것도 사실이다.

사실 그동안 올림픽 양궁은 ‘한국 견제의 역사’와 일맥상통했다.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1988년 서울대회까지 양궁은 사격과 비슷한 기록 경기였다. 30·50·70m마다 36발씩 총 1440점 만점으로 총점이 높은 선수가 우승하는 방식. 깜짝 스타나 이변이 나오기 힘든 구조였고 한국의 독주가 계속됐다. FITA는 1992년부터 토너먼트제를 도입했고 4년 전 베이징대회 때는 12발로 화살 수를 줄여 한 발의 중요성을 높였다.

런던의 세트제도 그 연장선이다. 전체 점수가 높더라도 화살 세 개, 세트별로 득실을 따지기 때문에 변수가 크다. 꾸준함이나 안정성보다는 컨디션이나 바람 운 등이 작용할 여지가 크게 높아진 것이다. 교대 발사 시간을 기존 30초에서 20초로 줄인 것도 압박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한국 양궁은 세계 최강 자리를 위협하는 규칙 변화에도 꿋꿋하게 정상을 지켜냈다. 전 종목 석권이라는 당초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금메달 3개를 거두며 ‘효자 종목’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철저한 연습을 바탕으로 2초마다 표적을 바꾸는 집중력 훈련, 야구장·군부대를 오가는 소음 훈련 등 다채로운 훈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다만 오진혁(현대제철), 기보배(광주광역시청) 외에 나머지 네 선수가 토너먼트에서 일찌감치 발목을 잡히는 등 정상 수성을 위한 과제도 남긴 대회였다.

런던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2012-08-0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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