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하노이 공동선언 불발 배경
트럼프 “北 영변핵 외 우라늄 시설 존재”논의 없었던 사안 제시… 金 불쾌감 추측
강경 볼턴 포함 등 배석자수 동일 관행 깨
美 3명·北 2명… 배석자 수부터 삐걱
북미 양국 정상이 28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확대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북미 양측은 통상적으로 배석자 숫자를 맞추는 관례와 다르게 불균형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왼쪽부터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미측 통역인 이연향 국무부 통역국장,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리용호 북한 외무상, 북측 통역인 신혜영 통역관, 김정은 국무위원장,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하노이 A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바에 따르면, 북한의 완전한 대북제재 해제 요구와 미국의 완전한 비핵화 요구가 충돌하면서 접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말대로라면, 두 정상이 서로 상대방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다가 공격 수위가 높아지면서 회담이 깨졌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그동안 수차례 실무협상에서 의제가 조율된 데다 합의문 타결이 임박한 상황에서 실무진도 아니고 정상들이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우라늄 농축시설 등 영변핵+알파 얘기를 꺼내자 북측이 놀랐다고 말해 즉석에서 김 위원장이 예상치 못했던 허를 찔렀음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완전한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고 했는데, 이를 토대로 추론해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우라늄 농축시설 얘기를 불쑥 꺼내자 김 위원장이 “그렇다면 완전한 제재 해제를 해 달라”고 했고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이 “그렇다면 오늘 회담은 여기서 끝내자”고 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정치적 이유 때문에 작심하고 회담을 깼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전 “서두르지 않겠다”는 말을 연발했다. 또 이날 확대회담에서 배석자는 미국 3명, 북한 2명이었는데, 이는 배석자 수를 똑같이 맞추는 관례를 무시했다. 특히 미국 측에서 ‘강경 매파’로 알려진 존 볼턴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이 포함된 것도 예사롭지 않았던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협상을 깬 것이라면 현재 국내 정치적 상황이 이유로 거론된다. 그의 옛 변호사로 아킬레스건을 쥔 마이클 코언이 국회 증언에서 폭로한 내용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궁지에 몰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에 양보한 듯한 합의를 할 경우 여론이 더욱 악화할 것을 우려해 협상 결렬을 마다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것이다. ‘거래 무산’(no deal)이 ‘나쁜 거래’(bad deal)보다 낫다는 판단으로 회담 결렬을 불사했다는 얘기다.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속으로 북한이 무리한 요구를 하면 우라늄 농축 카드를 꺼내 회담을 결렬시킬 생각을 미리 하고 회담에 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하노이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2019-03-0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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