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진실 공방 2라운드… 최선희 “영변 깨끗이 포기하려고 했다”

북미 진실 공방 2라운드… 최선희 “영변 깨끗이 포기하려고 했다”

박기석 기자
박기석 기자
입력 2019-03-01 21:01
수정 2019-03-01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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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희 남측 기자와 이례적 질의응답… 2차 정상회담 결렬 ‘미국 탓’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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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1일 새벽(현지시간) 제2차 북미정상회담 북측 대표단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호텔에서 전날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렬된 것과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9.3.1
연합뉴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1일 “영변 (핵시설)에 대해서 정말 깨끗하게 포기하고 깨끗하게 내놓을 입장을 내놨지만, 이게 지금 (미국으로부터) 잘못 화답이 됐기 때문에 ‘이게 아니다’,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최 부상은 이날 김 위원장의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 호텔에서 남측 기자들과 만나 진행한 질의응답에서 27~28일 2차 북미정상회담의 결렬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를 제안한 데 대해 미국이 적절한 상응 조치를 내놓지 않은 탓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새벽 리용호 외무상도 이례적으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완전한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해 회담이 결렬됐다’고 언급한 데 대해 ‘북한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의 일부 해제만 요구했다’고 반박했다. 이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리 부상의 주장을 다시 한 번 반박하자 최 부상도 깜짝 질의응답을 통해 북한의 입장을 다시 한 번 설명하며 미국과 2차 회담 결렬에 대한 진실 공방 2라운드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최 부상은 폼페이오 장관이 이날 ‘북한이 기본적으로 전면적인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그게 왜 광범위한지 (모르겠다)”고 했다. 리 외무상은 전날 북한이 2016~2017년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 5건 중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최 부상도 이런 주장을 이어가며 “그게(대북 제재 결의 5건) 원래는 핵실험하고 미사일 발사 시험에 관한 제재였다”며 “그런 제재들은 매 제재마다 그런 행동이 행해지지 않는 경우에는 해제하게끔 결의돼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얘기한 거처럼 15개월 동안 계속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시험을) 중단하고 있지 않나”고 했다.

이어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 유엔이 전혀 (제제를) 해제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지금 그걸 넘어서 미사일 시험과 핵실험 넘어서 (핵시설을) 폐기까지 해야 된다고 억지 주장으로 너무 나가기 때문에 이렇게 왜 회담이 되나 이런 생각이 든다”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은 영변 핵시설과 관련해 무엇을 내놓을 준비가 됐는지 분명하지 않았다’고 한 데 대해서도 최 부상은 ‘영변 핵시설을 깨끗하게 포기할 입장을 내놨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최 부상은 “우리가 제시한 영변 핵시설이라는 게 만만찮은 것”이라며 “아직까지 핵시설 전체를 폐기 대상으로 내놔본 역사가 없는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15개월 중지, 핵실험 중지 이외에 두 사안들 가지고도 응당 프로세스가 돼야 할 유엔 제재 결의들이 영변 핵 폐기를 해도 안된다 얘기니까 이 회담 계산법이나 자체도 혼돈이 오고 어디에 기초한 회담 계산법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그래서 우리가 지금 이런 회담에는 정말 의미를 둬야 되는지 좀 다시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최 부상은 전날 리 외무상이 언급한 ‘영변 핵시설 폐기 시 전문가 입회’에 대해서도 부연 설명을 했다. 그는 “그건(전문가 입회) 앞으로 구체적으로 실무접촉을 통해서 확정해야겠지만, 우리가 한다는 폐기라고 할 때는 미국 측 전문가들, 핵 전문가들을 초청해서 명백하게 투명하게 한다는 뜻이다”라며 “모든 성의 가지고 우리 딴에는 최상의 안을 내놨다고 생각했는데 잘 안 됐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영변 핵시설 외 추가 우라늄 농축 시설을 알고 있다’고 언급한 데 대해서 최 부상은 “그거는 누가 했는지 모르겠다”며 “이것저것 여러 가지 시설을 짚을 수도 있고 한데 하룻밤 자고 이 소리(영변 핵시설 외 추가 핵시설 신고·폐기)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처음부터 얘기됐던 게 영변인 거고, 입장을 우리가 처음에 밝힌 것”이라고 했다.

최 부상은 김 위원장이 실망한 것 같다고 말하며 미국과 대화를 지속할 필요성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냈다. 최 부상은 ‘미국과 계속 대화할 생각인가’에 대한 질문에 “지금으로선 해야 하나 싶다”며 “우리가 했던 그 요구 사항들이 해결된다면야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이번에 회담하면서 보니까 이런 회담을 계속해야 될 필요가 있을 것 같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최 부상은 “(김 위원장이) 실망보다는 우리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왜 미국이 이런 거래 방식을 취하는지, 이런 거래 계산법에 대해서 굉장히 의아함 느끼고 계신다”며 “생각이 좀 달라지시는 그런 느낌을 (받는다). 잘 모르겠다. 제 느낌이다”라고 했다.

남한 정부의 중재 역할을 묻는 질문에 최 부상은 “역할이 어느 정돈인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미국의 역할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우리가 설명을 충분히 못 해서 이렇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아무래도 최종적인 미국의 입장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기 때문에 우리도 지금 다시 입장을 좀 더 (고민)해보고 회담 자체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된다”고 했다.

결국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와 대북 제재 일부 완화의 교환이라는 기존의 요구는 고수할 것임을 분명히 하면서 미국이 입장을 바꾸어야만 대화를 지속할 수 있다는 뜻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노이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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