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남과 함께할 단원으로는 최룡해·리수용·김영철 등 물망
북한이 4일 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대표단을 9∼11일 파견한다고 밝히면서 베일에 가려져 있던 고위급대표단의 가장 중요한 퍼즐이 맞춰졌다.그러나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함께 내려올 단원 3명은 누구일지, 대표단이 어떤 경로로 방남할지, 2박 3일간의 일정은 어떻게 채워질지 등 아직 분명하지 않은 부분들이 적지 않다.
통일부 당국자는 5일 “방남 경로와 세부 일정 등은 북측과 앞으로 협의해나갈 부분”이라고 말했다.
◇ 단원 3명은? 최룡해·리수용·김영철 등 물망
북한은 고위급대표단이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단장으로 3명의 단원과 18명의 지원인력으로 구성된다고 밝혔다.
김영남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이 누군지는 밝히지 않았다고 통일부는 전했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북한 헌법상 국가수반 역할을 하기는 하지만 실질적인 권한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 오히려 단원 3명의 면면이 더 중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우선 당 조직지도부장을 맡은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이 단원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김 상임위원장이 대외적으로는 2인자지만 김정은 정권의 실질적인 2인자는 최룡해로 꼽히고 있다.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을 대남관계 및 대외관계에 있어 중요한 전기로 여길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분야의 실세가 대표단에 포함될 수 있다.
노동당의 대외관계를 총괄하는 리수용 당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이 포함될 수 있다. 그는 지난해 4월 최고인민회의 산하에 부활한 외교위원회 위원장도 맡고 있어 다양한 외교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수행하기에 적합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리수용 대신 리용호 외무상이 포함될 수도 있다.
대남 파트에서도 한 명이 단원으로 이름을 올릴 수 있다.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김영철 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나 남북 고위급회담의 북측 단장이자 외교위원회 6명의 위원 중 한 명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이 거론된다.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는 고위급대표단인 만큼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인 최휘 노동당 부위원장이 포함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김영철은 우리 정부의 독자제재 대상인 데다 천안함 폭침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고, 최휘는 안보리 제재 대상자로 여행까지 제한된다는 점에서 대표단에 포함되면 우리 정부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정부는 이들의 방남 목적이 ‘올림픽 참가’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미국 등과 사전 협의해 제재의 예외로 인정받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 방남 경로는? 경의선 육로에 무게…항공편 이용 가능성도
북한은 고위급대표단이 어느 경로로 방남할지도 밝히지 않았다.
우리측 전세기를 타고 방남한 스키 등 일부 선수단을 제외하면 예술단을 비롯한 나머지 북측 인원들은 모두 경의선 육로로 내려왔거나 내려올 예정이다.
이에 따라 고위급대표단도 경의선 육로를 방남 경로로 택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항공편으로 방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90세의 고령임을 고려하면 장시간 자동차로 이동하는 것보다는 비행기 이동이 체력적인 부담이 적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8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테헤란을 방문하는 등 장거리 비행도 마다치 않는 모습이다.
지난 2014년 10월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 때 황병서(당시 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김양건(당시 당 통일전선부장) 등 이른바 ‘실세 3인방’이 방남할 때도 서해 직항로로 방남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도 북한이 고려항공을 이용해 서해 직항로로 방남하려 한다면 대북 제재와 관련해 복잡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2016년 채택된 안보리 결의 2321호는 북한 항공기 이착륙 시 화물 검색 의무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고려항공이 미국의 독자제재 리스트에 올라있다는 점도 우리 정부로서는 한미 공조 측면에서 무시할 수 없는 고려 요소다.
북한이 이런 사정 등을 고려한다면 서해 직항로가 아닌 베이징을 경유한 항공편을 이용해 방남할 가능성도 있다.
◇ 일정은? 개막식·단일팀 경기·예술단 공연 등 참석 관측
북한은 고위급대표단의 방남 일정이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일인 9일부터 2박 3일간이라고 통보했다.
첫 일정은 북한 고위급대표단을 영접하러 나간 우리측 인사와의 환담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김영남을 비롯한 대표단 일행은 9일 개막식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주최하는 리셉션에 참석하는 것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후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10일에는 밤 9시 10분 강릉 관동 하키센터에서 시작되는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과 스위스 간의 경기를 관람할 가능성이 크다.
또 11일에는 밤 7시 서울 국립극장에서 북한 예술단 공연이 있는데 이를 관람하는 것으로 2박 3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10일과 11일 주간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거나, 남측 고위당국자들과 회담 또는 협의가 진행될 수 있다. 아울러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의 접촉 여부도 주목된다.
◇ 9일 방남일 택해…열병식 참석 뒤 방남 관측
이들이 9일을 방남일로 택한 것과 관련, 북한이 올해부터 날짜를 옮긴 ‘건군절’인 8일에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열병식에 김 상임위원장이 참석한 뒤에 남측을 방문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고위급대표단을 이끌 김 상임위원장은 지난해 4월 김일성 105번째 생일 경축 열병식과 2015년 10월 당창건 기념 열병식 등에 참석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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