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헌법상 국가수반 파견 평가…“평창 무대서 ‘정상국가’ 천명 의도 담긴 듯”
청와대는 5일 북한의 헌법상 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평창동계올림픽 고위급대표단장으로 방남하는 데 대해 ‘헌법상 국가수반의 방문’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무엇보다 북한 헌법에 정해진 정상적 수반이 온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북한도 많은 고민 끝에 고령의 김영남 위원장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여러 가지 해석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인물”이라며 “대남 메시지뿐만 아니라 해외에 주는 메시지까지 포함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헌법상 행정수반인 김 위원장의 방남에는 3대째 권력이 세습된 독재국가가 아니라, 여느 국가와 다를 바 없는 ‘정상국가’임을 대외적으로 천명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올림픽은 세계 정상급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외교 무대인 만큼 북한도 그에 맞춰 격(格)에 맞는 인물을 파견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북한도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이뤄지는 외교올림픽의 장에 어느 나라 못지않은 정상급을 보냄으로써 외교올림픽에 성실하고 진지하게 임하고자 하는 자세를 보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나 평창올림픽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자세 등으로 볼 때 지난해 핵·미사일 실험을 하던 때와 달리 올해 들어서는 대화의 분위기를 타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이 대표단을 이끄는 데에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희망하는 메시지도 내포된 것으로 해석된다.
애초 북측 대표단장으로 가장 먼저 거론된 인물은 북한의 ‘2인자’로 알려진 최룡해 당 중앙위원 정무국 부위원장이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형식적으로는 행정수반이나 실질적 ‘2인자’인 최 부위원장에 비하면 ‘실권’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외교적 무대인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문 대통령과의 면담을 추진하기에는 오히려 최 부위원장보다 김 위원장이 더 적절할 수 있다.
북한도 형식적이지만 행정수반이 우리나라를 찾는 만큼 다른 외국 정상과 마찬가지로 문 대통령과의 면담 일정을 요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부위원장의 경우 우리 정부의 대북제재 대상에 올라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가 문 대통령이 직접 만나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따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북한도 이런 사정을 고려해 문 대통령과의 면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큰 김 위원장을 파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김 위원장 파견을 문 대통령과의 면담을 희망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런 의미가 담겼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다만, 문 대통령이 직접 일대일 회담을 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만일 문 대통령과 김 상임위원장 간의 면담이 이뤄진다면 이는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간접적으로 대화하는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서 남북관계는 물론 한반도 평화정착 논의에 있어 중요한 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읽혀지고 있다.
아직 북한 대표단이 문 대통령 예방 의사를 밝히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으나, 북한 대표단의 방남 기간인 9∼11일의 평창올림픽 일정을 고려할 때 자연스러운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은 매우 커 보인다.
9일에는 평창올림픽 개막식이 개최되고, 10일에는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과 스위스와의 첫 경기를 치른다. 또 11일에는 현송월 단장이 이끄는 삼지연관현악단이 서울 국립극장에서 공연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9∼11일 일정은 문 대통령과 면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큰 일정”이라며 “북한도 이를 염두에 두고 방남 시기를 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문 대통령이 청와대나 별도의 장소에서 김 상임위원장을 따로 만날지는 내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핵심 관계자는 “김 위원장 면담 문제는 따로 논의가 필요하다”며 “북한의 의사도 확인해야 하고 양측의 일정을 다 조율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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