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영남 방남…‘평창 북미접촉’ 새 동력 만들수 있을까

北 김영남 방남…‘평창 북미접촉’ 새 동력 만들수 있을까

신성은 기자
입력 2018-02-05 09:23
수정 2018-02-05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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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펜스 부통령과 ‘급’ 맞고 非제재대상…성사 여부는 불투명

북한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평창동계올림픽 때 방남할 고위급대표단 단장으로 보내겠다고 4일 통보해옴에 따라 평창 올림픽 계기에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의 ‘고위급 북미접촉’이 성사될지가 큰 관심사로 부상했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삼아 남북대화를 북미대화로 연결함으로써 한반도 정세 전환을 유도한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구상이다. ‘펜스-김영남 접촉’ 혹은 ‘조우’ 성사 여부는 그 구상의 실현에 중요한 관문이 될 것이기에 정부는 막후에서 회동 성사를 위해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김영남 카드’는 꺼져가는 듯 했던 평창 북미접촉의 동력을 살리는 데는 그나마 최상의 방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상임위원장이 군부 인사가 아닌 외교 쪽 인사로 핵·미사일 개발과 상대적으로 거리가 있어 펜스 부통령이 접촉하는데 상대적으로 부담을 덜 느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또 그가 명목상이나마 북한의 ‘국가 수반’ 역할을 하고 있고, 지난 2015년 12월 북한에서 김양건이 숨졌을 당시 국가장의원회 위원 명단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다음으로 호명되는 등 권력서열 2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다음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펜스 부통령과는 어느 정도 ‘급’도 맞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정부의 독자제재 대상인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이나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인 최휘 당 부위원장 등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는 인사였다면 북미 접촉은 어려울 것이라고 점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평창 계기에 북미접촉 계획이 없다는 입장에서 변화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카티나 애덤스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올림픽 경기 전후로 북한 관리들과 만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펜스 부통령 본인도 2일(현지시간) 미국 내 한 행사에서 “전략적 인내의 시대는 끝났다는 간단명료한 메시지를 전달하러 (한국에)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미측은 펜스 부통령과 북한 대표단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해 달라는 요구를 우리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한 상황이다.

북한이 올림픽 참가를 둘러싼 남북대화에 나섰을 뿐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핵·미사일 개발 문제에서 조금의 변화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북미 고위급 인사가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미국 국민과 국제사회에 보여주는데 신중한 모습이다.

하지만 전세계가 지켜보는 평화의 제전인 올림픽 계기에 북한과 얼굴조차 마주치지 않는 것은 미국에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는 측면도 없지 않다.

미국 역시 ‘최대한도의 압박’을 강조하면서도 북한을 향해 대화의 문이 열려 있음을 강조해온 만큼 상대적으로 부담이 작은 김영남과의 접촉 등을 통해 분명한 대북 메시지를 전하는 쪽을 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올림픽 개막 전후로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치열한 물밑 외교가 전개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올림픽 개막 전날인 8일 북한이 예고한 열병식의 규모와 내용이 북미 ‘평창 접촉’ 성사 여부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했다.

국립외교원 신범철 교수는 5일 “북한의 열병식 행보가 중요해 보인다”며 “미국이 (평창에서 북한과 접촉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할 수 있도록 북한이 명분을 줘야 하는데 열병식에서 미국을 겨냥한 ‘화성-14’, ‘화성-15’를 전시하면 미국이 만남을 갖기 어려운 상황이 조성될 것임에 반해, 북한이 의도적으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미사일을 전시하지 않는다면 미국으로서도 면담의 명분을 축적할 수 있고 결국 만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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