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자녀 키우는 다문화 이주여성
현실성 없는 소득인정액에 한탄
여섯 식구 생활비로 턱없이 부족
어눌한 말투에 직장 구하지 못해
기초생활보장 수급을 신청했다가 소득인정액 기준을 넘었다는 이유로 거절당한 이주 여성 응우엔 티 흐엉(가명)씨의 집 신발장에 구멍 난 신발이 놓여 있다.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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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손찌검하고 소리를 지르는 남편이 무서워 흐엉씨는 생활비를 더 달라는 말도 못했다. 흐엉씨는 2012년 베트남에서 온 11년차 결혼 이주 여성이다. 16살 연상의 남편을 소개받아 처음 한국에 왔을 땐 모든 게 좋았다. 그러나 남편의 건설 현장 일이 점점 줄며 가세가 기울자 남편은 점점 폭력적으로 변했다. 경찰이 출동한 적도 여러 차례다.
2020년 초부터 코로나19로 남편이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며 생활비는 더 줄었다. 남편의 한 달 수입은 100만원 남짓. 제2금융권 등에서 빌린 돈만 벌써 7000만원이 넘는다.
남편의 가정폭력이 심해지면서 견디다 못해 집을 나간 적도 있지만 상처받을 네 명의 자녀를 생각해 2주 만에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그녀는 “어린아이를 두고 일하려고 해도 지방에서 말도 어눌한 외국인을 써 주는 곳이 없어 남편이 돈을 안 주면 살길이 없었다. 배고프고 무섭고 힘들고 기댈 곳마저 없어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고 고백했다.
그나마 한 복지관의 도움으로 흐엉씨는 벽돌을 만들고 포장하는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올해 스물이 된 큰아들도 집 근처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흐엉씨는 “아직 빚을 갚으려면 멀었지만 이주 여성이 외딴곳에서 일자리를 얻어 입에 풀칠이라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 사회복지사는 “다문화가정 이주 여성은 소외될 때가 많고 언어 문제로 어려워도 도움을 구하는 방법 자체를 모를 때가 많다”며 “이들처럼 사회복지망에서 빠지는 사람들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복지제도를 개선하고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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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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