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촛불 기념집회는 누구의 것도 아닌 국민의 것

[사설] 촛불 기념집회는 누구의 것도 아닌 국민의 것

입력 2017-10-25 22:44
수정 2017-10-25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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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의 비선 실세 국정 농단에 분노한 시민들이 광화문광장에서 첫 촛불을 든 지 오는 29일로 1년이 된다. 주말마다 열린 23차례의 촛불집회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조기 대선을 통한 평화적 정권 교체를 이뤄 냈다. 광장을 환하게 밝힌 촛불 민심은 부정한 정권에는 칼같이 매서웠고, 어깨를 맞댄 이웃에겐 한없이 너그러웠다. 수십만 명이 모였어도 폭력 사건·사고가 없는 성숙한 시위 문화는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독일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이 ‘촛불시민’을 올해 인권상 수상자로 선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광장 민주주의의 모범을 보인 촛불집회가 어디에 내놔도 자랑할 만할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28일 열리는 촛불 1주년 집회는 엇나간 민주주의와 법치를 바로 세우고자 애썼던 모든 국민이 누구 하나 소외되는 일 없이 온전히 시민의 위대한 힘을 기리는 축제의 장이 돼야 마땅하다. 누구도 촛불혁명의 공을 전유하거나 촛불 민심을 멋대로 왜곡하는 자리로 오도해선 안 된다.

그럼에도 촛불 1주년 집회와 관련해 이런저런 잡음이 나오고 있으니 걱정스럽다. 그동안 촛불집회를 주도해 온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이 집회 당일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겠다고 밝힌 게 갈등의 불씨가 됐다. 주최 측은 “항의 목적이 아니라 촛불의 성과인 청와대 100m 앞 행진을 재현하는 의미”라고 해명했지만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비판 의견이 쏟아졌다. 일부 시민들은 광화문 집회에 불참하고, 국회가 있는 여의도공원에서 따로 기념 집회를 열겠다고 했다. 주최 측은 뒤늦게 행진 경로 변경을 검토하겠다고 하나 갈등을 야기한 잘못에 대한 책임은 면하기 어렵다. 친문 세력도 과민 대응을 하는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촛불집회 1년은 국민에게 승리를 안겨 준 감동의 시간인 동시에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새삼 일러준 값진 경험이었다. 편안해야 할 주말 저녁마다 차가운 광장 바닥에 앉아야 하는 불행한 사태는 다시 되풀이돼선 안 된다. 그러려면 정부와 국회는 물론 노동계, 시민단체가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촛불 민심의 요구 사항을 충실히 반영해야 한다. 촛불집회는 이들 누구의 것도 아닌, 바로 국민의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17-10-2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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