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親노동 정부마저 적으로 돌리는 민주노총

[사설] 親노동 정부마저 적으로 돌리는 민주노총

입력 2017-10-25 22:44
수정 2017-10-25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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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 신문을 펼쳐든 국민은 적지 않은 혼돈을 겪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노동계 인사들과 가진 만찬 회동을 다룬 기사에서 드러난 민주노총의 독선 때문이다. 간담회 참석 대상은 이른바 양대 노총이라고 불리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물론 영화산업노조와 서울지하철노조 같은 산별 노조와 개별 노조, 그리고 노동자의 권익을 높이는 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들이었다. 그런데 민주노총 지도부는 간담회에 문성현 노사정위원장이 배석하고, 정부가 산별 노조와 개별 노조를 초청하는 과정에서 자신들과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참석을 거부했다.

청와대 회동은 노사정 대화를 복원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실제로 한국노총 김주영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노사정위 복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반면 민주노총은 “청와대와 정부는 우리의 진정성 있는 대화 요구를 형식적 이벤트 행사로 만들며 파행을 만들고 있다”며 엇나갔다. 민주노총의 정부에 대한 비난은 새로울 것이 없으니 놀랄 것도 없다. 하지만 이견이 없는 친(親)노동적 정부에 대한 민주노총의 강공에는 또 다른 정치적 노림수가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청와대 간담회에 참석한 동지들을 정부에 농락당하는 철부지로 인식하는 듯한 태도 역시 제3자가 보기에도 민망하다.

이제는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영향력을 가진 존재로 성장한 민주노총이다. 그럼에도 사회적 책임은 망각한 채 조직 이기주의에 함몰되는 모습을 여전히 드러내는 것은 안타깝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소속 산별 노조와 사업장 노조를 개별적으로 초청한 행위는 조직 체계와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고 한다. 또 “일방적으로 노사정위원장을 배석시키겠다는 것은 우리 조직 내부에서 큰 논란이 있을 사안”이라며 불참을 통보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노사정 대화라는 사회적 합의의 주역이 돼야 할 민주노총이 조직 바깥세상에는 오불관언(吾不關焉)으로 일관하며 제몸 추스르기에만 급급한 꼴이다.

민주노총 산하 보건의료노조의 논평은 상징적이다. 이들은 “지도부 결정으로 (회동에) 불참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결정 과정에 민주노총 조직의 엄중한 내부 평가가 별도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도부의 불참 결정이 과연 산하 조직의 총의를 반영한 것인지 의심스럽게 하는 대목이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정치가 아닌 노동운동을 해야 한다. 그것도 소속 노조원뿐 아니라 모든 노동자가 함께 생존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2017-10-2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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