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론조사 결실 맺으려면 장외 여론전 자제해야

[사설] 공론조사 결실 맺으려면 장외 여론전 자제해야

입력 2017-08-03 23:18
수정 2017-08-04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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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를 묻는 공론화 작업이 속도를 높이면서 장외 찬반 여론전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다양한 의견 표출 역시 또 다른 공론 형성의 장이 된다는 점에서 이를 꼭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다만 대규모 인원을 동원한 과열 여론전이 자칫 공론화 작업을 무력화하고 더 큰 갈등을 야기할 소지가 높다는 점에서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지난 며칠 신고리 원전 5·6호기 찬반 진영의 움직임은 예사롭지가 않다. 지난달 19일 법원에 공사 중단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한수원 노조는 지난 1일 신고리 원전 지역 주민 등과 함께 공론화위원회 활동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공론화위원회의 존재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노조 측은 신문과 인터넷 매체에 대한 광고는 물론 피서철 해수욕장 등을 무대로 한 대대적 가두 선전전도 계획하고 있다. 이들의 움직임에 맞서 탈(脫)원전을 주장하는 단체들의 행보도 빨라졌다. 환경운동연합 등 800여개 원전 반대 단체들이 지난달 말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시민행동’이라는 연합 단체를 결성하고는 ‘자전거 부대’를 내세운 가두 홍보와 크고 작은 토론회, 장외 집회 등을 통해 맞불을 놓고 있다. 찬반 논란이 가열되면서 인터넷 등에는 사실이 아니거나 검증되지 않은 괴담들도 난무하고 있다. 공론 작업을 통해 새로운 합의를 도출해 내기는커녕 나라가 둘로 갈라지며 갈등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지 말라는 법이 없어 보인다.

중심을 잡아야 할 정부의 움직임도 우려된다. 공론조사가 시작된 마당에 탈원전 홍보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 자체가 온당치 않다. 공정성 논란을 자초하는 꼴이 아닐 수 없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산업통상자원부 간부 워크숍에 참석해 탈원전 정책을 제대로 홍보하지 못한다며 질책했다고 한다. 이처럼 앞에선 공론조사의 공정성을 강조하면서 뒤로는 탈원전 여론 확산을 위해 소관 부처를 압박한다면 누구도 청와대의 공정조사 다짐을 믿을 수 없을 것이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어제 회의에서 공론 결과는 어디까지나 권고 사항이며 공사 중단 여부는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동안 공론 결과의 구속력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은 터에 이 같은 입장 정리는 마땅하고도 바람직하다고 평가된다. 정부의 자세가 더욱 중요해졌다. 모쪼록 공론 과정의 공정성이 담보될 수 있도록 여론전의 중심에 서는 일은 없어야 한다.
2017-08-0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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