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도체 코리아’ 굳힌 SK의 도시바 인수

[사설] ‘반도체 코리아’ 굳힌 SK의 도시바 인수

입력 2017-06-22 21:38
수정 2017-06-22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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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일본 최대 반도체 기업인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문을 공동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 정부계 펀드인 산업혁신기구,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 등과 함께 세계 2위 낸드플래시 업체 도시바 메모리를 인수할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삼성전자와 함께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D램에 이어 낸드플래시까지 석권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우리 반도체 역사에 큰 획을 긋는 사건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SK가 도시바를 인수할 것이라는 데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자칫 도시바 반도체를 직접 인수하는 것으로 비칠 경우 각국 정부의 독점금지법 심사를 피해 가기 어려웠다. 한국에 기술이 유출되는 것을 우려한 일본 측의 견제도 심했다. 도시바는 낸드플래시 시장의 원천 기술을 거의 독점한 회사다. 낸드플래시라는 제품을 처음 발명한 기업이기도 하다. SK가 도시바를 인수하고 싶어도 지분을 직접 사들일 수 없었던 이유다. 대신 총 2조엔(약 20조 5600억원)의 인수 대금 중 3000억엔(약 3조 850억원)을 미국 특수목적회사에 융자 형태로 투자했다. 수년 내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회사채인 전환사채를 매입하는 방식이다.

SK를 제외한 다른 우선협상자들이 재무적 투자자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 지분을 매각할 수밖에 없는 곳들이다. SK가 향후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고 재무적 투자자의 지분을 추가로 사들일 때 유리한 입장에서 협상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경영권 인수 대신 ‘협업 카드’를 앞세운 최태원 회장의 실리 챙기기가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공동 인수업체 가운데 반도체 생산 라인을 가진 회사는 SK가 유일하다. SK가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2위로 도약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은 D램에 편중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도시바(17.2%)와 SK(11.4%)의 점유율을 합치면 28.6%로 머잖아 2위로 뛰어오를 수 있다. 낸드플래시는 스마트폰의 고해상도 사진 촬영과 동영상 저장이 일상화되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당장 중국으로 기술 유출을 막고, 대량 생산으로 인한 가격 추락을 견제할 수 있게 된 것도 큰 수확이다. 그러나 도시바와 기술 공유를 강화하는 일은 과제로 남아 있다. 향후 2~3년 안에 경쟁국과 기술 격차를 더 벌려야 한다.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의 추격을 반드시 막기 위해서라도 도시바와 공조 체제를 이루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2017-06-2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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