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靑, 재정 부담 공약부터 격의 없는 토론을

[사설] 靑, 재정 부담 공약부터 격의 없는 토론을

입력 2017-05-26 22:38
수정 2017-05-26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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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첫 수석보좌관 회의가 여러 모로 화제다. 문재인 대통령이 손수 커피를 내려 마시는가 하면 참모진이 모두 노타이 차림으로 격의 없는 토론을 했다. 문 대통령은 참모진에게 자신의 지시 사항을 받아 적지 말고, 이견(異見) 제기는 의무라는 당부도 했다. 신선한 파격이다.

문 대통령의 말처럼 수석보좌관 회의는 정책의 잘못된 방향이 바로잡히는 최초의 관문이어야 한다. 참모들이 숙연하게 앉아 대통령의 지시를 하달받는 자리여서는 더이상 곤란하다. 문 대통령의 초반 국정 운영에 국민의 기대가 매우 높다. 사소한 데서부터 읽히는 적극적인 소통 자세와 의지 덕분일 것이다. 이런 긍정적 변화들은 국정 운영의 동력으로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

국민 지지를 업고 거의 날마다 새로운 정책이 발표되다시피 하고 있다. 오랜 국정 혼돈을 수습하려면 과감한 속도전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우려의 시선이 없지는 않다. 속도 조절에 실패해 자칫 스텝이 꼬이면 국정 운영의 동력이 거짓말처럼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새 정부 공약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부처 간 이런저런 잡음이 벌써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문제만 해도 그렇다. 그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국정 보고에서 정부는 3~5세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국가가 부담하기로 했다. 교육부가 새 정권의 정책 기조에 맞춰 업무 계획을 짜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 문제는 정부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절대 부담 불가 입장을 고수했던 사안이다. 몇 년간 교육청과 사생결단하듯 대립한 중대 현안을 하루아침에 덜컥 뒤집는 정부의 태도에는 찬반을 떠나 누구든 당혹감이 든다. 추가 투입될 연간 2조원의 예산을 어디서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설명이 없으니 더하다. 부처 간 사전 협의나 조율 없는 공약 이행 방안이 경쟁하듯 쏟아진다. 당장 병사 월급과 노인 기초연금 인상만 하더라도 적게 잡아 연 5조원은 더 필요한데, 정작 예산 논의는 어디에서도 없다.

어떤 공약을 언제 어떻게 실행하든 그 재원은 결국 혈세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방식으로 공약이 추진되지나 않을까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못한다는 사실을 명념해야 한다. 청와대 수석 회의의 형식 파격은 알맹이 있는 내용이 받쳐 줘야 비로소 의미가 있다. 재정건전성을 고려하지 않은 성급한 공약 정책이 있다면 가차없이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들에게 주문한 “격의 없는 토론”이란 바로 그런 것일 게다.

2017-05-2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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