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제 협력 강화해 김정남 암살한 北 고립시켜야

[사설] 국제 협력 강화해 김정남 암살한 北 고립시켜야

입력 2017-02-20 23:00
수정 2017-02-21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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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인권 부재 국가 다시 증명 김정은 체제 변화 이끌어 내야

김정남 암살이 북한 정권 소행으로 굳어져 가고 있다. 제3국이 관련된 만큼 조심스러웠던 정부도 어제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나서 “사건 배후에 북한 정권이 있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로 말레이시아 당국의 수사 상황을 보면 북한을 주범으로 지목하는 데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현지 경찰은 리정철을 체포한 데 이어 다른 북한 국적 용의자 4명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한다. 현지 언론은 리정철이 북한의 대표 정보기관인 정찰총국 소속이라고 전하고 있다. 사건 당일 말레이시아에서 출국한 용의자들의 귀국 루트도 사건과 관련돼 있음을 증명할 뿐이다. 이들은 쿠알라룸푸르에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사흘 만에 평양에 도착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의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사건의 전모는 조만간 드러날 것이다. 그럴수록 북한 정권이 아니라면 누구도 김정남을 암살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상식이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을 암살한다는 것은 북한의 속성상 최고 지도자의 직접적인 지시 없이는 생각조차 가능하지 않다. 막무가내식 핵·미사일 개발로 김정은에 대한 국제사회의 따돌림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더구나 최근 ‘북극성 2형’ 중거리 탄도미사일의 시험 발사 이후 ‘김정은 정권을 더 두고 봐야 하느냐’는 목소리가 크게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결국 김정남 암살 사건의 본질은 ‘김정은을 대신할 지도자’를 사전에 제거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이 ‘세계 최악의 인권 부재(不在) 국가’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김정은은 집권 이후 핵심 간부를 잇달아 숙청한 것도 모자라 고모부인 장성택을 고사총으로 잔인하게 처형하는 공포 통치를 자행해 왔다. 이미 유엔은 안보리가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도록 총회 결의안까지 통과시켰지만, 중국 등 일부 상임이사국의 반대로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북한 정권이 김정남을 암살했다는 결론이 내려진다면 누구도 ‘북한 인권의 ICC 회부’를 반대할 수도 없고, 반대해서도 안 된다고 본다.

정부는 국제사회와 합심 협력해 지구촌의 안정을 해치는 북한 정권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국제사회에 핵과 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돈줄’이 열려 있고, 무슨 일을 저질러도 감싸고 도는 ‘비호세력’이 존재하는 한 북한 정권은 변하지 않는다. 북한 근로자를 수입하는 나라들도 스스로 북한 공작원을 불러들이는 것과 다름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말레이시아도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고는 짐작도 못 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김정은은 국제사회의 ‘북한 정권 교체’ 분위기에 김정남을 암살했지만, 역설적으로 ‘북한 정권 교체’를 가속화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음을 깨닫고 깊이 반성하라.
2017-02-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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