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려대 성적 기준 장학금 폐지, 확산돼야

[사설] 고려대 성적 기준 장학금 폐지, 확산돼야

입력 2015-10-13 18:06
수정 2015-10-13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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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가 내년 1학기부터 성적장학금을 폐지하기로 했다. 대신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주는 생활장학금을 더 늘리기로 했다. 공부 잘하는 학생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학생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기 위한 결정이라고 한다. 염재호 총장이 오늘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장학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한다. 국내 대학 가운데 성적장학금을 폐지하려는 것은 고려대가 처음으로, 총장이 주도한 정책이다. 염 총장은 최근 직원 대상 강연에서 “선진국 대학은 어려운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지, 공부 잘한다고 있는 집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면서 “성적 우수자에게는 경제적 보상보다는 명예를 부여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고 한다. 맞는 지적이며 다른 대학들에도 성적장학금 폐지가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고려대는 지금도 다른 대학에 비해 생활장학금의 비중이 높다. 지난해 지급한 전체 장학금 중 절반(49%)이 생활장학금이었고 성적장학금이 23.6%, 기타장학금이 27.4%였다. 이번에 장학제도를 바꾸면서 장학금심사위원회를 새로 설치해 가계소득뿐 아니라 저소득층 학생의 다양한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장학금을 줄지와 액수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한다. 심사 과정에서 학생 개개인의 사정까지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만큼 일률적인 장학금 지급 기준에 따라 지금까지 사각지대에 있던 많은 저소득층 학생들이 장학금을 받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포상’ 성격이 강했던 장학제도를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학업을 지원하는 수단으로 바꾸는 만큼 소득 재분배 기능을 강화한다는 의미도 있다.

사실 집안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성적장학금을 따기가 쉽지 않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바로 달려가 밤늦게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비와 생활비를 벌어야 하니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다. 반면 여유가 있는 집안의 학생들은 학비 걱정 없이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어 성적장학금을 받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게 사실이다. 부유한 집안의 학생이 사교육의 도움으로 대학에 들어간 뒤 장학금까지 휩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죽하면 ‘빈익빈 부익부’ 장학금이라는 말까지 나오겠나.

장학금을 못 받아 조금 불편한 학생보다는 장학금 없이는 당장 학업을 지속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더 많은 지원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성적장학금을 없애면서 또 다른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등 제도 운용에 허점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2015-10-1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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